이태원 대형 압사 사고가 ‘단순 사고’인지 아니면 ‘참사’인지, 또는 현장에서 명운을 달리한 사람들을 ‘사고 사망자’인지 ‘참사 희생자’인지에 대해 의견이 엇갈리는 가운데, 곳곳에서 이를 둘러싼 불협화음들이 불거지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곳은 서대문구가 연세대 앞 신촌파랑고래(연세로5나길 19)에 설치한 합동분향소에서였다. 분향소임을 알리는 전면의 대형 플랭카드에는 정부 설치 합동분향소의 공식 명칭 그대로 ‘이태원 사고 사망자 합동분향소’이면서도, 내부의 헌화대 위 문구에는 ‘이태원 희생자’란 단어를 사용해, 사망자와 희생자란 용어가 혼용된 형태였다.
정부의 공식 용어가 ‘이태원 사망자’가 된 배경에는 이태원에서 일어난 비극이 근본적으로 ‘사고’이며, 사고 현장에서 운명을 달리한 ‘사망자’란 생각을 바탕에 깔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러한 해석은 세월호 참사 당시 일부 인사들의 “해운 교통사고에 불과한데 왜 정부-대통령이 책임져야 하느냐”고 하던 주장을 떠오르게 만든다.
반면 ‘희생자’란 용어를 써야 한다고 주장하는 측은 이태원 참사가 근본적으로 행정당국의 미비함에 따라 벌어진 인재이기 때문에 단순 사고 사망자가 아니라 행정당국이 책임을 져야 하는 억울한 죽음이란 의미를 담고 있다.
1일 국회를 방문해 정진석 국민의힘 비대위원장과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만난 필립 골드버그 주한 미국대사는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미국 국민도 2명이 사망하고, 3명이 부상했다고 아는데 희생자 가족들에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희생자(victim)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골드버그 대사를 만나는 현장에 내건 각 당의 벽걸이 문구도 국민의힘은 ‘이태원 사고 희생자 애도.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수습과 대책 마련에 총력을 다하겠습니다’였고, 더불어민주당은 ‘힘을 모읍시다. 이태원 참사 희생자의 명복을 빕니다’로 일정한 차이를 보였다. 국민의힘은 희생자라는 단어를 사용하면서도 이태원 ‘사고’임을 분명히 했고, 민주당은 이태원 ‘참사’임을 강조하고 있는 모양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