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35호 김응구⁄ 2022.11.04 11:33:12
애완동물(pet)에 가족(family)을 더했다. 이제 ‘펫팸’ 시대다. 개나 고양이는 더 이상 애완동물이 아니라 가족이다. ‘가족 같은 동물’이 아닌 말 그대로 ‘가족’인 셈이다.
6월 7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에 따르면 국내 반려동물 가구 비중은 2010년 17.4%에서 2020년 27.7%로, 10년 새 10% 이상 증가했다. 지금은 약 30%, 즉 세 가구 중 한 가구 정도가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반려동물 관련 산업은 지난해 3조4000억 원 규모로 성장했다. 농촌경제연구원은 내년에 4조6000억 원, 2027년에는 6조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당연히 기업들은 이 시장을 놓치지 않는다. 반려동물 생활제품 시장에는 구찌나 에르메스 등 명품 브랜드까지 뛰어들었다. 반려인과 반려동물의 심리적 안정을 위한 인테리어인 ‘펫테리어’ 시장도 활황이다. 함께 즐기기 위한 호텔 바캉스 ‘펫캉스’까지 등장했다.
지자체라고 가만있을 리 없다. 세 가구 중 한 가구가 ‘펫팸족(族)’이니, 구민을 위한 정책에 반려동물 사업을 빠트릴 수 없다. 펫팸족 입장에선 자신들을 살뜰히 챙기는 정책을 추진하거나 관련 행사를 개최하면 자신이 속한 자치구에 신뢰가 한층 더해진다.
서울 몇몇 자치구의 반려동물 사업을 소개한다. 실생활에 도움 되는 정책도 있고 재밌는 행사도 있다. 지면상 스물다섯 곳을 다 소개할 수 없으니 혹 내가 속한 자치구 편이 없다면 구청 홈페이지에 들어가 살펴보길 권한다.
‘펫펨족’도 결국 구민… 서울 자치구, 앞다퉈 반려동물 사업 시행
양천구는 지난 5월 1일 서울시 자치구 최초로 ‘내장형 동물등록비 지원사업’을 시작했다. 내장형 동물등록은 반려동물 정보가 들어있는 칩을 동물 피부에 삽입하는 방식이다. 인식표 등에 비해 훼손·분실·파기 위험이 적어 반려동물의 유실·유기를 효과적으로 예방할 수 있다. 사업은 11월 30일까지 추진한다.
지원비용은 2만 원이며, 가구당 두 마리까지 신청할 수 있다. 양천구는 이번 사업으로 모두 396마리의 동물등록비를 지원할 계획이다. 참고로 동물등록은 2013년 1월 1일부터 의무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준주택 등에서 반려 목적으로 기르는 2개월령 이상의 개가 그 대상이다.
성북구는 지난 7월 1일 취약계층 반려동물의 필수의료를 지원하는 ‘우리동네 동물병원’ 사업을 시작했다. 개나 고양이를 기르는 취약계층에 필수의료비를 지원해 반려인의 경제적 부담을 덜고 동물복지를 강화하려는 목적이다. 반려가구당 두 마리까지 지원받을 수 있다. 성북구는 이를 위해 관내 동물병원 세 곳과 협약을 맺었다.
지원 대상 반려견은 반드시 동물등록이 돼 있어야 하고, 등록된 소유자와 신청자가 같아야 한다. 기초검진, 예방접종, 심장사상충 예방약 등 필수진료에 사용하는 명목으로 30만 원 상당을 지원한다. 신청자의 부담금은 필수진료의 경우 한 회당 진찰료 5000원(최대 1만 원)이다. 선택진료는 20만 원을 초과하는 금액만 부담하면 된다.
이승로 성북구청장은 “그동안 경제적 부담으로 진료받지 못했던 취약계층의 반려동물이 이번 사업을 통해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게 됐다”며 “우리 구민의 삶이 좀 더 만족스러워지고 동물복지도 향상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서울 마포구는 10월에 ‘반려동물 문화교실’을 열었다. 이 강좌는 매년 상반기와 하반기 두 차례에 걸쳐 실시한다. 이를 통해 성숙하고 책임감 있는 반려문화를 제시하겠다는 게 마포구 측 설명이다. 반려동물의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이론교육과 동반 산책 실습교육으로 나눠 진행한다.
이론교육에선 올바른 펫티켓(반려동물 에티켓), 문제행동 사례, 기초적인 행동교육 방법 등을 알려줬다. 특히, 이번 하반기 강좌에선 고양이 키우는 가정을 위한 프로그램을 대폭 늘렸다. 반려묘 가정이 증가하는 데다 길고양이 돌봄과 관련해 이웃 간 분쟁이 잇따르자 이 강좌를 마련했다.
반려견 동반 산책교육은 관내 월드컵공원에서 진행했다. 반려인과 반려견이 훈련사와 1차 실습을 진행하고 일주일간 평상시처럼 산책하며 배운 내용을 연습한 후, 2차 실습에서 문제행동을 짚어주는 방식으로 교육 성공률을 높였다.
박강수 마포구청장은 “반려동물 문화교실은 반려동물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뿐만 아니라 문제행동 예방법을 배우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며 “앞으로도 바람직한 반려동물 문화가 정착되도록 사람과 동물이 조화롭게 공존하는 사업들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마포구는 지난 2019년에 ‘동물보호팀’을 신설한 데 이어 지난해 10월에는 서울시 자치구 최초로 ‘동물복지 5개년 종합계획’을 수립했다.
5년째 잇고 있는 노원구 ‘반려동물 문화축제’
노원구는 10월 29일 ‘반려동물 문화축제’를 열었다. ‘노원에서 반려동물과 함께’라는 부제를 달았는데, 이를 줄여 ‘노원반함’으로 부른다. 올해로 5회째. ‘사람과 동물이 공존하는 노원!’이라는 슬로건도 내세웠다.
지난해까지 등나무문화공원에서 열렸던 이 축제는 올해 노해체육공원으로 장소를 옮겼다. 반려인과 반려동물의 참가가 눈에 띄게 늘어나자 장소를 더 넓혔다. 해마다 주제를 정하는데, 올해는 ‘펫티켓’으로 정했다.
구민 복지가 선도사업인 노원구에 당현천·중랑천, 힐링타운 등의 산책로와 공원이 하나둘 늘어나면서 개와 함께 산책하는 펫팸족 역시 증가하자 적극적인 펫티켓 홍보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날 행사는 딱딱하고 지루하지 않도록 게임 형식을 빌려 매끄럽게 진행했다. 전체적으로는 30가지 프로그램이 준비됐는데, 목적이 뚜렷한 행사여서인지 반려가구의 참여도가 무척 높았다.
‘펫티켓 스탬프 투어’는 그중 하나다. 펫티켓 관련 영상을 시청하거나 펫티켓 실천 서약을 하는 등 여러 가지 미션을 정해놓고, 이 가운데 6개 이상 미션에 참여해 스탬프를 찍어오면 사은품을 증정했다. ‘펫티켓 운동회’도 열렸다. 소형견, 중형견, 대형견으로 견종을 나눈 후 견주와 함께 나란히 걷기, 장애물 넘기, 달리기를 진행했다. 기록 순으로 10팀씩 시상했다.
게임 진행자들이 행사장 이곳저곳에 뿌린 ‘개똥’ 그림을 가장 많이 주운 참가자에게 반려동물 상품을 주는 프로그램도 참여율이 높았다. 한 초등학생이 100장 넘게 주워 푸짐한 선물을 받았다.
각 부스는 적극적으로 펫티켓을 알렸다. ‘행복한 산책교실’에선 개와 산책 시 지켜야 할 매너, 그리고 상황별 대처방법을 가르쳐줬다. 견주와 개는 직접 실습도 해봤다. ‘무료 행동교정 상담’ 코너에선 전문 훈련사가 일대일로 개의 문제행동 교정법을 일러줬다.
이날 행사를 기획한 노원구 보건위생과 김숙희 과장은 “올해 주제를 펫티켓으로 정한 건 반려가구가 늘어나면서 비반려인을 고려한 에티켓이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며 “펫티켓을 강조한 만큼 반려동물보다 반려인에 초점을 맞춘 행사”라고 말했다.
김숙희 과장에 따르면 지난해까지는 평소 유동인구가 많은 행사장이어서 반려인과 비반려인이 모두 섞여 있었지만 올해는 반려가구만으로 채워졌다. 지난해의 경우 코로나19로 참가인원에 제한을 뒀음에도 1800여 명이 다녀갔다.
유기동물 분양센터 직접 운영하는 강동구
강동구는 일찌감치 동물복지를 선도하고 있다. 2013년에는 서울 자치구 최초로 ‘길고양이 급식소’를 설치한 데 이어 2017년에는 전국 최초로 직영 유기동물 공공분양센터를 건립했다. 올해에는 전국 최초로 ‘반려견 순찰대’까지 출범시켰다.
강동구가 직접 운영하는 유기동물 분양센터인 ‘리본센터’는 꽤 유명하다. 유기동물의 안락사를 막고 입양률을 높이고자 설립한 이 센터는 지금까지 유기견 254마리(11월 3일 기준)에게 새로운 가족을 찾아줬다. 몇몇 지자체는 벤치마킹 차원에서 이곳을 찾기도 했다.
리본센터는 유기동물이 발생했을 때 바로 동물구조협회로 보내는 것이 아니라 이곳에서 임시로 보호하며 재입양되도록 하고, 불가피하게 동물구조협회로 보내도 최대한 늦게 보내는 일종의 유기동물보호센터다. 사업부지 선정이나 주민과의 갈등 등으로 대도시에 이 같은 동물보호소를 설치하는 게 쉽지 않지만, 그렇다고 유기동물을 그대로 두고만 볼 수 없어 리본센터를 계획했다는 게 강동구 측 설명이다.
이곳에선 반려견 사회화 교육인 ‘서당개’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서툰 당신의 개’를 줄인 말이다. 사회화가 덜 된 반려견과 그 견주가 다섯 차례에 걸쳐 함께 교육받는다. 동물등록, 예방접종, 목줄 착용 등 견주의 의무사항을 일러주고, 배변 장애가 있거나 행동교정이 필요한 반려견을 대상으로 훈련방법을 알려준다.
초등학교 학생들을 위한 ‘찾아가는 동물학교’도 2015년부터 운영 중이다. 동물 생명 존중을 주제로 진행하며, 영상자료도 만들어 각 학급에서 활용토록 한다. 코로나19 기간에 잠시 멈췄지만 최근 들어 재개했다.
이수희 강동구청장은 “동물복지 인프라 구축은 반려인과 비반려인의 행복한 공존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며 “앞으로도 동물복지를 위한 선도적인 정책으로 주민들의 다양한 요구를 수용하면서 동물과 함께 살기 좋은 강동구를 만들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 민생사법경찰단에 ‘동물학대 전담수사팀’ 꾸려
경찰청 최근 자료에 따르면 ‘동물보호법’ 위반 사건은 2016년 303건이었지만 2021년 1072건으로 6년간 세 배 넘게 늘었다. 동물학대 사건은 매년 증가 추세이며, 그 수법도 점차 잔인해진다는 게 관련 전문가들 지적이다.
그와 때를 같이해 서울시가 민생사법경찰단에 수의사 등 전문수사관 12명으로 구성한 ‘동물학대 전담수사팀’을 신설하고, 10월 7일부터 본격적으로 수사에 들어갔다.
전담수사팀 신설은 오세훈 서울시장의 민선 8기 공약인 ‘반려동물 안심 서울’의 일환이다. 이외에 유기동물 입양센터 추가 개설, 반려견 공동 대기장소 마련 등도 추진한다.
전담수사팀의 주요 수사대상은 △동물을 잔인한 방법이나 고의로 죽이는 행위 △정당한 사유 없이 신체적 고통이나 상해를 입히는 행위 △유기·유실 동물을 포획해 판매하거나 죽이는 행위 △동물학대 촬영 사진·영상물을 판매·전시·전달·상영하거나 인터넷에 게재하는 행위 △무등록·무허가 동물판매업·생산업 등 불법 영업 행위 등이다.
이날 발대식에 참석한 오세훈 시장은 “서울시 다섯 가구 중 한 가구가 반려동물 가구인데, 증가하는 반려동물 이면에는 학대당하는 슬픈 현실도 증가하고 있다”면서, “어떻게 예방할 수 있을지 고민하다가 동물보호수사를 본격 추진했다”고 말했다.
참고로 동물보호법 제46조에 따르면, 동물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 학대 행위 시 최고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아울러 동물에 상해를 입히거나 질병을 유발하는 학대 행위를 하면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무허가나 무등록 불법 영업을 하다 적발되면 500만 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서울시 민생사법경찰단은 동물학대 현장을 목격하거나 정황을 발견할 때 적극적으로 제보해달라고 당부했다. 제보는 ‘서울스마트불편신고’ 애플리케이션이나 ‘서울시 민생침해 범죄신고센터’ 또는 ‘120 다산콜’ 등을 이용하면 된다. 제보가 공익 증진에 기여한 것으로 판단되면 최대 2억 원의 포상금도 지급한다.
종로구(구청장 정문헌)도 10월 11일 ‘동물보호팀’을 신설하고, 이를 중심으로 각종 동물보호 정책과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종로구는 그 일환으로 현재 길고양이 급식소를 운영 중이다. 2016년에 3곳을 시범운영했는데, 이를 시작으로 현재 와룡공원, 청진공원 등 관내 40곳을 운영하고 있다.
올해는 낡은 급식소도 교체했다. 외부 투명창, 비막이 지붕, 내부 공간 확장 등 길고양이 습성과 도시미관을 고려해 세심히 리뉴얼했다. 더불어 길고양이 돌봄 봉사자가 깨끗한 먹이를 제공하고 급식소 주변 관리나 중성화 수술도 진행한다.
종로구는 11월까지 성숙한 반려동물 문화 조성 홍보 캠페인을 전개하고, 내년 2월에는 동물보호조례 개정을 추진할 예정이다.
정문헌 종로구청장은 “성숙한 반려동물 문화를 조성하고자 민선 8기 동물보호팀을 신설하게 됐다”며 “사람과 동물이 공존하는 도시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화경제 김응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