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측 “약속해 놓고는 시행령 안 고쳐” vs 대통령실 “관계부처들 협의 중인데”

문재인 전 대통령과 풍산개들.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임 중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으로부터 선물 받아 키우던 풍산개 두 마리(‘곰이’와 ‘송강’)를 “대통령실의 반대로 시행령 개정이 약속대로 이뤄지지 않아 대통령기록관에 반환하겠다”고 7일 의사를 밝힌 데 대해 대통령실은 “시행령 개정을 기다리지 않고 반환하겠다는 것은 전적으로 문재인 전 대통령 측의 판단일 뿐 대통령실과는 무관하다”고 반박해 앞으로의 전개에 관심을 모으고 있다.

문 전 대통령 측은 보도자료를 통해 “행안부는 6월 17일 시행령 개정을 입법예고 했으나 이유를 알 수 없는 대통령실의 이의 제기로 국무회의에 상정되지 못했다”며 “행안부는 일부 자구를 수정해 다시 입법예고 하겠다고 했으나 지금까지 진척이 없다. 역시 대통령실의 반대가 원인인 듯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통령기록물의 관리 위탁은 쌍방의 선의에 기초하므로 정부 측에서 싫거나 더 나은 관리 방안을 마련할 경우 언제든지 위탁을 그만두면 된다”고 덧붙였했다.

이는 문 전 대통령의 임기 마지막 날인 지난 5월 9일 행정안전부 대통령기록관과 맺은 협약의 후속 조치인 시행령 개정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게 의 주장이다.

문 전 대통령은 2018년 9월 3차 남북정상회담 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으로부터 곰이와 송강을 받았으며, 이 두 마리 사이에 태어난 새끼 ‘다운이’까지 경남 양산 사저로 데려가 키우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 내외와 풍산개들. (사진=연합뉴스)

대통령기록관에 따르면 대통령기록물법 상 국가 원수 자격으로 받은 풍산개 역시 대통령 기록물이므로, 대통령이 퇴임하면 대통령기록관으로 이관해야 한다. 그러나 대통령기록관은 동식물을 관리·사육할 시설을 갖추지 않았던 데다 동물복지까지 고려해 5월 9일 퇴임 때 문 전 대통령에게 풍산개를 맡기는 협약을 체결했으며, ‘사육 및 관리에 필요한 물품 및 비용을 예산의 범위 내에서 지급할 수 있다’는 내용을 협약에 담은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기록관은 지난 6월부터 대통령 기록물 중 동식물의 경우 키우던 전 대통령에게 관리 비용을 지원하고 맡길 수 있다는 내용의 시행령 마련을 추진했으나 현재까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문 전 대통령의 측근 윤건영 의원은 페이스북에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자 시절 문 대통령에게 ‘키우던 분이 데려가시는 것이 좋겠다’는 의사를 전달해 (풍산개를) 평산으로 데려간 것인데 겉으로는 호탕하게 ‘데려가서 키우라’고 해놓고 속으로는 평산마을에서 키우는 행위를 합법화하는 일에 태클을 거는 것은 대통령실”이라며 “좀스럽고 민망한 일을 하는 것은 정부-여당”이라고 비난했다.

이런 주장에 대해 대통령실은 7일 서면 브리핑을 통해 “해당 시행령은 대통령기록관 소관으로서, 행안부, 법제처 등 관련 부처가 협의 중에 있을 뿐, 시행령 개정이 완전히 무산된 것이 아니다. 관계부처가 협의하는 것은 당연한 절차로서, 시행령 입안 과정을 기다리지 않고 풍산개를 대통령기록관에 반환한 것은 전적으로 문재인 전 대통령 측 판단일 뿐, 현재의 대통령실과는 무관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