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응구⁄ 2022.11.22 12:05:54
메리츠증권은 22일 롯데케미칼에 대해 최근 결정한 1조 원대 유상증자로 주주가치가 훼손될 것이라며, 이 회사의 목표주가를 기존 24만 원에서 20만 원으로 내려잡았다.
메리츠증권은 이날 내년도 석유화학 시황 반등 및 중장기 신규사업 가이던스에 따라 투자의견은 ‘매수 유지’이지만 유상증자를 통한 주식수 증가분으로 적정 주가는 하향 제시한다고 밝혔다.
롯데케미칼은 지난 18일 공시를 통해 주당 13만 원(예정발행가)에 850만 주(보통주)를 발행해 총 1조105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한다고 밝혔다. 5000억 원은 운영자금, 6050억 원은 인수대금으로 사용할 예정이다. 인수자금은 국내 2위 동박제조업체 일진머티리얼즈의 인수대금 2조7000억 원 중 일부로 활용할 계획이다.
한편 롯데케미칼은 자금난을 겪는 롯데건설의 2000억 원 규모 유상증자에 참여해 876억 원을 출자했다. 지난달에는 5000억 원을 빌려주기도 했다.
이처럼 신규사업 투자와 롯데건설 지원을 동시에 진행하면서 재무구조에 대한 불안정성이 커지며 메리츠증권, 하이투자증권 등 증권사들은 유상증자 공시 이후 목표주가를 하향했다.
메리츠증권은 “롯데케미칼의 1조 원대 유상증자는 부진한 업황과 올해 주가가 연초 대비 19.8% 하락했음에도 불구하고 주주 배당 가이던스를 충족하는 대신 자회사 현금 지원을 추진했다는 점에서 주주가치 훼손 이벤트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유상증자 소식에 전날 오름세를 보였던 롯데케미칼의 주가는 22일 약세로 전환했다. 오전 11시 유가증권시장에서 전 거래일보다 2.01% 내린 17만5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이와 관련, 증권사이트 게시판에는 부정적인 글이 잇따랐다. 한 네티즌은 “일진머티리얼즈 인수하고 롯데건설 살리고, 롯데 현금 15조 가지고 있다고 방송하더니 ××라네(거짓말이네). 한 푼도 없어 돈 빌리려고 결국 개미 주머니 터네. 근데, 잘 되면 도와준 개미에게 은혜를 베푸나?”라는 댓글을 달았고, 또 다른 네티즌은 “하이마트를 1조2000억 원 넘게 매수한 지 9년이 지난 지금은… 그 안목과 그 손을 믿나?”라고 썼다.
한편, 21일 롯데건설에 따르면 하석주 대표이사가 사의를 표명했다. 하 대표는 2017년 3월 대표이사 자리에 오른 후 2018년 1월 사장으로 승진했다. 임기는 내년 3월까지다.
하 대표의 사직 처리와 후임 대표이사 선임 건은 롯데건설 이사회에서 결정될 예정이다.
롯데건설은 최근 강원도 춘천 레고랜드의 부도 사태로 유동성 위기를 겪으며 계열사들로부터 자금 지원을 받고 있다. 지난달 18일에는 20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하고, 이어 롯데케미칼에서 5000억 원을 차입했다. 이달에는 롯데정밀화학에서 3000억 원, 롯데홈쇼핑에서 1000억 원을 각각 차입하기로 했다. 또 이달 18일에는 하나은행과 한국스탠다드차타드은행에서 모두 3500억 원을 차입했다.
롯데건설은 이를 통해 마련한 자금과 자체 보유한 현금성 자산 등으로 연내 만기가 도래하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응에 나설 계획이다.
<문화경제 김응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