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37호 김금영⁄ 2022.11.28 15:09:32
갈수록 출산율은 떨어지는데, 키즈 시장은 오히려 성장하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국내 키즈산업 시장 규모는 2018년 40조 원에 불과했지만, 현재는 50조 원을 가뿐히 넘어선 것으로 관측된다. 성장은 현재 진행형이다. 컨설팅 기업 맥킨지는 국내 키즈산업 시장이 2025년으로 58조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VIB(Very Important Baby, 매우 소중한 아이)족이 늘어난 영향이다.
고물가에도 자신의 아이를 위해 아낌없이 지갑을 여는 VIB족이 주목받고 있다. ‘골드키즈(왕자나 공주처럼 귀하게 자라는 외동아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하고, 부모뿐 아니라 손주, 조카를 위해 소비하는 큰손으로 조부모, 이모, 삼촌이 늘면서 시장에 큰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실제로 롯데·신세계·현대 등 국내 주요 백화점 3사에 따르면, 올해 1~9월 유아동 카테고리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평균 28.9% 증가했다. 패션기업 한세엠케이는 롯데백화점 잠실점에 키즈 전문 매장을 지난달 오픈했는데, 개점 한 달여 만에 월 매출 4억 3000만 원을 달성하기도 했다.
VIB족 공략에 통신업계도 팔을 걷어붙였다. 아이를 위한 양질의 콘텐츠 개발에 집중하고, 캠페인을 대대적으로 전개하며, 서비스 확대까지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아이들나라’로 키즈 OTT계의 넷플릭스 노리는 LG유플러스
“대부분의 아이 키우는 부모는 양질의 콘텐츠 가격에 대한 호불호가 많지 않다. 오히려 적극 소비하는 편이다.”
박종욱 LG유플러스 아이들나라CO(전무)의 말이다. LG유플러스는 IPTV 기반의 영유아 미디어 플랫폼 ‘U+아이들나라’를 모바일 기반의 키즈 전용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아이들나라’로 이달 탈바꿈했다.
아이들나라는 아이에게 유익한 콘텐츠를 보여주고 싶어 하는 U+tv 고객을 위해 LG유플러스가 2017년 선보인 IPTV 부가 서비스다. 기존엔 LG유플러스 고객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었지만, 이번 개편으로 통신사와 관계없이 전 국민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게 됐다.
아이들나라는 스마트폰과 태블릿PC에서 앱 설치 후 이용 가능하다. U+tv 이용 고객은 양방향 콘텐츠를 제외한 서비스를 IPTV에서 지속 이용할 수 있다. 월정액은 월 2만 5000원이며, 아이들나라 OTT 가입 고객은 첫 1개월 동안 무료 이용이 가능하다. 내년 1월 말까지 가입하면, 60% 할인된 가격에 서비스를 지속 이용할 수 있는 프로모션도 진행한다.
유튜브엔 무료로 볼 수 있는 다양한 콘텐츠가 많고, 넷플릭스 등 기존 OTT 서비스와 비교하면 2만 5000원이라는 이용 가격이 다소 비싼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관련해 박종욱 CO는 콘텐츠 경쟁력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박종욱 CO는 “아이들나라가 2017년 서비스 론칭 이후 2018~2019년 1.5배 가입자를 더 모으는 등 많은 사랑을 받으며 LG유플러스의 대표 서비스가 됐다”며 “이후 5년여 동안 서비스 고도화 과정에서 고객의 니즈(needs)를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첫 번째로 아이들이 멍하니 콘텐츠를 일방적으로 시청하는 것보다 흥미를 갖고 직접 참여하는 과정에서 배움까지 연결되는 양방향 콘텐츠에 대한 니즈가 있었다. 두 번째로 부모가 일일이 콘텐츠를 찾아주는 번거로움을 줄이도록 선별해서 쉽게 볼 수 있는 방법, 마지막으로 아이가 어떤 콘텐츠를 선호하는지, 또래에 비해서는 어떻게 성장하는지 비교 분석해줬으면 좋겠다는 니즈가 있었다”며 “문제 해결을 위해 재미와 배움이 있는 퀴즈 콘텐츠 개발에 심혈을 기울였다. 경쟁력에는 문제없다고 생각한다. 디지털 네이티브를 사로잡아 키즈 OTT계 넷플릭스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콘텐츠 개발을 위해 노규식공부두뇌연구원 노규식 원장과 지난 1년 동안 연구 과정을 거쳤다. 새롭게 바뀐 아이들나라는 ▲아이가 직접 참여하는 양방향 콘텐츠 1만여 편을 포함한 ‘총 5만여 편의 콘텐츠’ ▲1200개의 세분화된 메타 데이터 기반의 ‘맞춤형 콘텐츠 추천 서비스’ ▲한 달 간의 사용이력 기반의 ‘우리 아이 성장 리포트’로 차별화를 뒀다.
특히 OTT로 개편하며 ▲선생님과 독후활동 하는 ‘화상독서’ ▲터치하면 반응하는 ‘터치북(218편)’ ▲3D AR(증강현실)로 즐기는 ‘입체북’(600편) ▲동화책으로 배우는 ‘코딩(338편)’ ▲디즈니 만화로 영어 학습하는 ‘디즈니 러닝+(3200편)’ 등 인터렉티브(상호작용) 기능을 적용한 신규 콘텐츠를 선보였다.
구체적으로 화상독서는 독서 지도사 자격증을 보유한 선생, 친구와 함께 책읽기부터 퀴즈풀기, 발표까지 다양한 독후활동을 하고 실시간 피드백을 주고받는 화상수업이다. 터치북은 화면을 손가락으로 밀어 피자 도우를 만들거나, 화면을 터치해 문을 여는 등 아이가 주인공이 돼 태블릿PC 화면 속 이야기를 직접 전개하는 방식이다.
입체북은 펭귄랜덤하우스 등 세계 유명 아동도서 출판업체 24개사의 동화와 공룡, 동물, 우주 등 자연관찰 콘텐츠를 360도 3D AR로 즐길 수 있게 구성됐다. 코딩 콘텐츠는 필수 역량으로 꼽히는 코딩의 개념을 친숙한 동화책을 활용해 쉽게 알려주고, 디즈니 러닝+는 디즈니 만화에 AI(인공지능)음성인식 기술과 전문 커리큘럽을 도입해 영어를 쉽게 공부할 수 있게 돕는다.
아이의 변화를 기록하는 ‘우리 아이 성장 리포트’는 아이들나라 한 달 간의 사용이력을 토대로, 콘텐츠 시청이나 퀴즈풀이 등 아이의 활동 현황을 보기 쉬운 리포트 형식으로 부모에게 제공해 자녀가 올바르게 성장하는 지 확인할 수 있게 도움을 준다.
LG유플러스는 17~20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제50회 서울국제유아교육전&키즈페어’(이하 유아교육전)에 3년 만에 참여해 키즈 전용 OTT로 전면 개편한 아이들나라를 공개하기도 했다.
LG유플러스는 아이들나라를 통해 3~9세 유아동은 물론 2040세대 부모와의 디지털 접점을 본격적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통해 2027년까지 국내외 가입자 100만 명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박종욱 CO는 “2023~2024년엔 국내에 집중해 가입자를 모을 계획이다. 해외 교민들도 아이들 콘텐츠에 대한 니즈가 많다. 2025년 경 동남아시아 등 해외 글로벌 진출 계획도 있다”고 말했다.
SK텔레콤·SK브로드밴드, 키즈 브랜드 ‘ZEM(잼)’ 서비스 개편
SK텔레콤(SKT)과 SK브로드밴드(SKB)가 17~20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유아교육전에 거대한 ‘ZEM(잼)’ 부스를 꾸려 눈길을 끌었다. ZEM은 만 12세 이하 아이들을 위한 SKT와 SKB의 유무선 통합 키즈 서비스 브랜드로, 2019년 10월 첫선을 보였다.
키즈 콘텐츠 측면에서 상대적 후발주자인 SKT는 다양한 독점 콘텐츠를 확보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SKB의 ‘Btv ZEM’은 최대 8만여 편의 어린이 콘텐츠를 보유 중인데, 대표적으로 ‘튼튼영어’와 ‘규리앤프렌즈’ 등 교육 콘텐츠와 자연·환경 다큐멘터리, ‘디즈니 그림 명작’ 등을 포함한 동화 콘텐츠가 있다.
이달엔 ZEM과 관련된 IPTV 콘텐츠와 스마트폰 앱 서비스 강화 계획을 밝혔다. 주요 마케팅으로 ▲SKB의 튼튼영어 제휴 등 대폭 강화된 Btv ZEM 서비스 ▲SKT의 다양한 ZEM 상품 및 서비스 개편 ▲SKT·SKB 유아교육전 합동 참여 등을 내세웠다.
유아교육전엔 ‘스스로 몰입하는 ZEM있는 배움’을 테마로 학습 콘텐츠 체험관이 마련됐다. SKB는 연령별로 영어를 친근하게 접할 수 있는 튼튼영어 체험존을 비롯해, 누적 8600만 부가 팔리며 학부모의 호응을 받은 초등 학습만화 ‘와이(Why)?’ 시리즈, 다양한 자연 생물을 배울 수 있는 ‘에그박사·옥토넛과 함께하는 BBC 생생동물다큐’, ‘그린피스와 함께하는 마음의 소리 어린이 환경 모험편’ 등 IPTV 최초로 독점 무료 제공 중인 다양한 콘텐츠들을 체험할 수 있게 구성했다.
SKT는 아이들의 취향을 반영해 ZEM 상품 및 서비스 강화에 매진 중이다. 현재 SKT는 아이 맞춤형 ▲ZEM앱 ▲ZEM폰 ▲ZEM요금제를 제공한다.
ZEM앱 서비스는 스마트폰을 처음 사용하는 아이들이 자기 주도적으로 올바른 사용 습관을 형성할 수 있도록 지난달 대대적인 기능 개편을 진행하기도 했다.
대표적으로 기존의 ‘스스로 습관’ 기능에 전문가가 제안하는 초등학생 필수 생활 습관을 담은 ‘전문가 습관 기능’, 부모와 아이가 함께 습관 실천 상황을 확인하고 소통할 수 있는 ‘습관 리포트 기능’을 새롭게 추가했다. 아이들 스스로 올바른 스마트폰 사용 습관과 디지털 이해력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쉬는 시간’ 메뉴와 함께 전문가 콘텐츠로 구성된 ‘부모 수업’도 무료로 제공한다.
오프라인 공간에서는 원어민 무료 영어 놀이가 가능한 ZEM플레이스를 서울 마포구에 운영 중이다. ZEM플레이스는 누구에게나 개방된 초등생 대상 무료 영어 놀이 공간이다. 약 4500여 권의 최신 영어 도서를 구비하고 원어민이 상주하고 있다. SKT에 따르면 ZEM플레이스 재방문율은 70%에 달한다. 체험 예약은 공식 홈페이지에서 가능하다.
김지형 SK텔레콤 통합마케팅전략담당은 “자기 주도적 학습이 중요시되는 사회 트랜드에 맞춰 이번에 ZEM서비스와 콘텐츠를 개편했다”며 “특히 앞으로 ZEM이 부모·아이 고객으로부터 가장 사랑받고 제일 먼저 선택 받는 유무선 키즈 서비스 브랜드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키즈랜드’ 내세운 KT, 키즈 콘텐츠에 AI 접목
KT는 지난달 자사 IPTV ‘올레TV’를 ‘지니TV’로 개편하며 ‘키즈랜드’ 이용 편의성과 접근성을 대거 높여 키즈 콘텐츠 시장 공략에 나섰다. 홈 메뉴 상단 5개 전용관 중 하나를 키즈랜드로 개편해 별도 접속 과정 없이 곧바로 이용 가능하도록 했다.
KT의 영유아동 전용 IPTV인 키즈랜드는 7만 여 편의 키즈 콘텐츠를 보유하고 있다. 대표적인 콘텐츠로 아이의 문제 행동을 살펴보고, 원인을 파악해 해결하는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 프로그램으로 스타덤에 오른 오은영 박사가 출연해 독서 전·후 부모 가이드를 해주는 ‘키즈랜드 동화책’, 뽀로로가 BBC 다큐멘터리를 설명해주는 ‘키즈랜드 자연백과’ 등이 있다.
이번 개편을 통해 KT는 기존의 영어 콘텐츠 전용관을 놀이 중심인 ‘영어놀이터’로 탈바꿈시켰다. 여기에 코코멜론, 바다나무, 레고 등 영어 교육 콘텐츠 제공에 적극 나서고 있다.
특히 지니 TV에 탑재된 ‘AI 지니’를 통해 AI를 키즈 콘텐츠에 접목시키는 데 주력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말로 하는 영어학습인 ‘스콜라스틱 AI 튜터’, 그리고 콘텐츠를 원하는 시간을 말하면 자동으로 재생시켜주는 ‘키즈 안심 타이머’ 등이 있다.
또, KT는 자사가 보유한 AI 기술을 적극 활용해 음성을 듣고 아이인지 성인인지를 식별한 뒤 아이인 경우 15세 미만 콘텐츠만 보여주는 ‘키즈 안심 검색’ 기능을 추가했다.
9월엔 그룹 내 미디어 부문 핵심 계열사인 KT스카이라이프가 KT의 키즈랜드 서비스 제공처를 자사 채널로 확대하기도 했다.
올 상반기엔 오은영 박사와 함께 토크 콘서트를 여는 등 브랜드 인지도 제고에 힘을 실었다. ‘야구장 그라운드 캠핑’을 포함한 ‘키즈랜드 캠핑’, ‘감정표현동화 기획전’, ‘플레이어 에스코트 어린이 선발’ 등 아이들과 함께하는 프로모션도 진행했다.
KT에 따르면 키즈랜드는 2018년 5월 개시 이후 출시 3년 6개월 만에 누적 이용 가구 600만을 돌파했다. KT의 AI 스피커 ‘기가지니’ 음성인식 데이터 분석 결과, ‘키즈랜드 틀어줘’ 명령은 73만 건으로 전년 대비 2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 문화경제 김금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