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금영⁄ 2022.12.14 09:34:59
서울교통공사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의 지하철 시위와 관련해 무정차 통과를 시행한 가운데 이를 둘러싼 의견들이 다양하다.
전장연은 12일부터 15일까지 4·6호선 삼각지역에서 오전 8시와 오후 2시 매일 두 번씩 시위를 예고했다. 이에 서울시는 13일 아침 출근길부터 시위가 심각할 경우 무정차 통과 방침을 적용하기로 12일 결정했다. 무정차 여부 결정은 해당 역장이 관제 등과 상의해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서울시는 이번 무정차 통과와 관련해 교통공사 관제업무내규 제62조와 영업사업소 및 역업무 운영예규 제37조 등을 근거로 제시했다. 이에 따르면 운전관제 및 역장은 승객폭주, 소요사태, 이례 상황 발생 등으로 승객 안전이 우려될 경우 역장과 협의하거나 종합관제센터에 보고해 해당 역을 무정차 통과시킬 수 있다.
무정차 통과 방침을 적용하기로 한 첫날(13일)엔 장애인들의 4호선 지하철 탑승이 이뤄지는 과정에서 5분 정도 운행이 지연되긴 했지만, 무정차 조치는 없었다.
이어 둘째 날인 오늘(14일) 서울교통공사는 4호선 삼각지역 무정차 통과를 결정했다. 서울교통공사는 14일 공식 트위터를 통해 “4호선 삼각지역에서 전장연의 운행방해 행위를 동반한 시위를 진행하며 지연이 발생하고 있다”며 “이에 따라 시민 불편을 줄이고 안전을 확보하고자 삼각지역을 무정차 통과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해당역을 이용하는 고객은 신용산역에서 하차해 2번 출구쪽 대체교통 버스를 이용해줄 것을 당부했다.
무정차 통과 방침을 바라보는 시선은 다양하다. 일부 네티즌은 이를 환영했다. 이들은 “출근길 막히는 것보다는 무정차가 낫다”, “더 강한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방식의 시위는 정당화될 수 없다”, “시민이 불편을 감수하더라도 이번 무정차 통과 방침은 꼭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등의 의견을 냈다.
반면 무정차 통과와 관련한 모호한 기준에 혼란이 우려된다는 반응도 있었다. 서울교통공사 공식 앱 ‘또타 지하철’을 통해 열차 지연과 무정차 통과 등의 실시간 공지를 확인할 수 있지만, 장소와 시간은 시위 양상에 따라 유동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일부 네티즌은 “언제, 어느 역에서 지하철이 멈추지 않고 지나갈지 예측할 수 없어 오히려 더 불편해졌다”, “지각하는 일이 더 잦아질 것 같다”, “모호한 기준이 아니라, 확실이 미리 어느 시간대에 무조건 무정차를 하겠다는 기준을 세워 공표해줬으면 좋겠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전장연은 무정차 통과 방침에 반발의 뜻을 밝힌 바 있다. 전장연은 지난 11일 페이스북에 “어차피 비장애인 열차는 장애인권리를 무정차로 지나가지 않았는가”라고 성명을 내고, 오세훈 서울시장을 비꼰 ‘세훈열차’ 만평을 SNS에 올렸다.
전장연은 만평을 올리며 “세훈열차가 우리를 버리고 가기 전 서울시가 지금까지 법과 원칙에 따른 장애인의 기본적 권리를 보장하지 않고 장애인을 차별한 사실을 인정하고 사과부터 해야 한다”며 “이미 대한민국에서 장애인들은 비장애인이 타는 열차에 타지 못했다는 것을, 법에 명시된 권리가 이미 내팽개쳐졌다는 것을 알고 있다. 어차피 지금까지 무정차로 지나치지 않았나”라고 반문했다.
이어 “서울시뿐 아니라 국가가 그동안 법에 명시된 장애인의 권리 보장의 책임을 위반했던 것은 누가 책임져야 하냐”라며 “윤석열정부가 말하는 법과 원칙은 법에 명시된 장애인 권리를 보장해야 할 책임은 지지 않고, 그 책임을 묻는 시위만을 엄정 대응하는 것이냐”고 했다.
그러면서 “법과 원칙이 장애인의 권리를 보장하는 데 있어서도 차별 없이 평등하게 적용될 수 있기를 바란다”며 “무정차 통과에 따른 후속대책은 장애인의 권리를 예산으로 보장하는 대책이기를 요청한다. 법정 시한을 넘기고 국회에서 여전히 계류 중인 “23년도 예산안에 장애인권리예산을 반영하여 조속히 통과할 것을 다시금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전장연은 지난해 12월부터 장애인활동지원예산 증액과 장애인 이동권 예산 제도 개선 등을 요구하며 시위를 시작했다. 이에 따른 지하철 혼잡 상황이 이어져 왔다. 특히 지난달 6일엔 서울 영등포역 무궁화호 탈선사고 여파까지 겹쳐지면서 지하철 운행이 크게 지연됐다.
여기에 지난달 30일엔 서울교통고사 노조 총파업까지 진행되면서 지하철 운영이 지연돼 시민 불편이 이어졌다. 이날 다음 열차 도착시간이 무려 99분에 달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 문화경제 김금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