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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예주열 CJ ENM 공연사업부장 "자체 제작 공연으로 브로드웨이 홀리는 게 목표"

CJ ENM 한국 초연 26주년 '브로드웨이 42번가'부터 첫 자체 제작 뮤지컬 '김종욱 찾기', 아시아 초연 '물랑루즈!'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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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738호 김금영⁄ 2022.12.16 11:37:01

예주열 CJ ENM 공연사업부장. 사진=CJ ENM

1990~2000년대 초반 공연계엔 세 제작사의 3강 구도가 형성돼 있었다.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과 ‘위키드’의 성공을 이끈 설앤컴퍼니, 뮤지컬 ‘맘마미아’, ‘시카고’ 등 인기 라이선스 뮤지컬을 국내에 정착시킨 신시컴퍼니,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 ‘맨 오브 라만차’의 흥행으로 우뚝 선 오디컴퍼니가 그 주인공. 이 3강 구도에 CJ ENM 공연사업부가 2003년 뮤지컬 ‘캣츠’를 국내에 소개하며 야심차게 발을 들여놓았다.

처음엔 단순 자본 투자 차원에 머물렀던 CJ ENM은 2006년 창작 뮤지컬 ‘김종욱 찾기’를 선보이면서 본격적으로 자체 공연 제작을 시작했다. 소극장 뮤지컬의 대명사인 이 작품은, 보편적인 공감대를 지닌 작품의 힘이 규모의 한계를 뛰어넘는다는 것을 입증했다. 첫사랑을 찾아 나선 여자와 새롭게 사랑에 빠지는 남자의 이야기가 공감을 얻으며 2006년 첫선을 보인 이래 현재까지 누적 관객 150만 명을 돌파했다.

처음엔 단순 자본 투자 차원에 머물렀던 CJ ENM은 2006년 창작 뮤지컬 '김종욱 찾기'를 선보이면서 본격적으로 자체 공연 제작을 시작했다. 사진은 '김종욱 찾기' 공연 장면. 사진=CJ ENM

‘김종욱 찾기’의 성공에 힘입은 CJ ENM은 공연 사업에 더욱 가속 페달을 밟았다. ‘베르테르’, ‘서편제’, ‘햄릿: 얼라이브’, ‘광화문 연가’ 등 창작 뮤지컬 제작에 힘썼고, 화려한 쇼뮤지컬의 대명사인 ‘브로드웨이 42번가’ 등 라이선스 공연(해외 원작자에게 저작료를 지급해 판권을 산 뒤 우리말로 번역해 공연하는 형태) 제작까지 점점 범위를 넓혔다.

 

무대는 세계로 넓혀졌다. 2004~2010년 단순 투자 형식으로 영미권 네트워크 마련에 힘썼다면, 2012년 전후로 글로벌 사업 분야에 영미 파트를 따로 두고, ‘보디가드’를 시작으로 콘텐츠 확보를 전제로 한 투자를 하며 CJ ENM은 ‘단순 투자자’에서 ‘공동 제작자’로 거듭났다.

2022년 현재, CJ ENM은 국내를 넘어서 브로드웨이에서도 위상을 높이며 공연계의 중심에 우뚝 섰다. 2018년 한국 기업 최초로 미국 브로드웨이 프로듀서 및 공연장 협회인 ‘브로드웨이리그’에서 정회원 자격을 받았고, 2019년부터 미국 공연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시상식인 ‘토니 어워즈’ 심사자로 참여하고 있다.

CJ ENM이 대규모 글로벌 제작에 참여한 것은 '킹키부츠와 '보디가드'에 이어 '물랑루즈!'가 세 번째다. 사진은 '킹키부츠' 공연 장면. 사진=CJ ENM

이처럼 CJ ENM이 공연계의 강자로 자리 잡게 한 대표작들이 올 연말 잇달아 무대에 올라 눈길을 끈다. '브로드웨이 42번가'가 한국 초연 26주년 무대를 예술의전당 CJ토월 극장에 올린 것을 시작으로, ‘김종욱 찾기’가 오랜만에 대학로 무대를 찾았고, ‘물랑루즈!’가 뒤를 잇는다.

특히 CJ ENM이 대규모 글로벌 제작에 참여한 것은 ‘킹키부츠’와 ‘보디가드’에 이어 ‘물랑루즈!’가 세 번째다. 2001년 개봉해 세계적인 히트를 기록한 동명의 영화를 원작으로 한 뮤지컬 ‘물랑루즈!’는 1890년 프랑스 파리에 있는 클럽 물랑루즈의 한 가수와 젊은 시인의 사랑을 뮤지컬 형식으로 풀어낸다.

 

2019년 뉴욕 브로드웨이서 첫선을 보인 뒤 제74회 토니 어워즈 최우수 작품상 포함 10관왕을 비롯해 미국, 영국 시상식에서 36개의 상을 휩쓸었고, 영국·호주·독일에 이어 아시아 최초로 12월 20일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 신한카드홀에서 개막한다. CJ ENM의 대표작들을 선보이느라 그 어느 때보다 바쁜 연말을 보내고 있는 예주열 CJ ENM 공연사업부장에게 작품과 관련해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예주열 CJ ENM 공연사업부장. 사진=CJ ENM

- 최근 국내 무대에 2년 만에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가 돌아왔습니다. ‘물랑루즈!’도 아시아 초연으로 20일 무대에 올랐고요. 어떤 작품들인가요?

“‘브로드웨이 42번가’는 국내에서 26년 동안 공연된 스테디셀러 작품입니다. ‘물랑루즈!’는 국내에서도 흥행에 성공한 영화 원작을 토대로 만들어진 작품으로, 올해 아시아에서 최초로 공연되는 따끈따끈한 신작입니다. 두 작품 모두 토니상 작품상을 수상했고, 쇼적인 요소와 화려한 볼거리가 있어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는 작품입니다. CJ ENM이 추구하는 색깔과도 매우 잘 맞는 작품들이죠.”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는 올해 한국 초연 26주년을 맞았다. 사진=CJ ENM, 샘컴퍼니

- 화려한 쇼뮤지컬로 유명한 두 공연을 잇달아 2022년 연말 국내에 선보이게 된 배경은?

“아직 코로나 상황이 완벽하게 해제되지 않았지만,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맞춰 코로나로 인한 우울감을 타개할 수 있는, 즐겁고 신나는 작품들을 관객에게 선보이고 싶었습니다. 올해 라인업에 ‘킹키부츠’까지 기획한 이유도 같은 맥락입니다.”

 

- 코로나 사태 장기화로 공연계가 어려운 상황을 겪은 뒤 선보이는 공연들이라 더욱 감회가 남다를 것 같습니다. 이 공연들을 통해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뮤지컬 ‘물랑루즈!’에서 보헤미안들이 추구하는 가치는 진실, 자유, 아름다움 그리고 사랑입니다. 그중 가장 가치 있는 건 사랑이라고 말하는데요. 관객이 어려운 시기를 거치고 저희 작품들을 보면서 곁에 있는 사람들을 사랑하고 따뜻하게 챙길 수 있는 마음이 들면 좋겠습니다.”

예주열 CJ ENM 공연사업부장은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가 오랜 시간 무대에 오를 수 있었던 원동력을 '스토리'와 '탭댄스'로 꼽았다. 사진=CJ ENM, 샘컴퍼니

- 특히 ‘브로드웨이 42번가’는 올해 한국 초연 26주년을 맞이했습니다. 오랜 시간 무대에 오를 수 있었던 원동력은?

“스토리와 탭댄스라고 생각합니다. 우연한 기회에 뮤지컬의 주인공 역할을 맡게 된 천재 소녀 페기가 브로드웨이 스타로 성공하는 이야기는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꿈에 대해 다룹니다. 요즘에는 예전만큼 많지 않지만, 뮤지컬 하면 떠오르는 안무가 바로 탭댄스인데, ‘브로드웨이 42번가’에는 탭댄스 장면이 많아 관객이 생각하는 뮤지컬적 요소를 한껏 충족시켜주며 오랜 기간 사랑받았습니다.”

뮤지컬 '물랑루즈!'는 공연의 오리지널 제작진이 참여해 한국 상황에 맞게 만든 '퍼스트 클래스 레플리카' 형태의 공연이다. 사진은 '물랑루즈!' 해외 공연 장면. 사진=CJ ENM

- ‘물랑루즈!’는 ‘퍼스트 클래스 레플리카’ 공연으로 알려졌습니다. 레플리카는 공연 원작 보존이 최우선인 형태인데, 퍼스트 클래스 레플리카는 어떤 형태인가요?

“퍼스트 클래스 레플리카는 공연의 오리지널 제작진이 참여해 한국 상황에 맞게 만든 작품 형태입니다. 오리지널 제작진이 참여하는 만큼, 작품 형태가 최대한 오리지널 프로덕션과 가까워지죠. 레플리카라 하더라도 부분별로 오리지널 제작진이 참여하지 않는 레플리카 형태의 공연도 있습니다.”

- ‘공연업계에서 20여 년 동안 뮤지컬을 해오며 가장 힘들었던 작품’으로 ‘물랑루즈!’를 꼽았는데 공연을 준비하면서 어떤 고충이 있었나요?

“브로드웨이 프로덕션 사전 제작비만 2800만 달러인 초대형 스케일의 공연이기 때문에 사업성 검토 단계부터 많은 의견이 오갔습니다. 대본·시나리오 완성 뒤 제작진 구성 및 배역 확정 등 작품 제작 착수에 들어가는 프리 프로덕션 단계에서는 오리지널 크리에이터, 디자이너들과 퀄리티 유지를 위해 한 치의 양보도 없는 작업 과정을 이어갔습니다. 배우 선발 과정 역시 기나긴 시간이 소요됐고요.

‘물랑루즈!’ 아시아 초연은 레플리카 작품이지만, 로컬라이제이션(현지화)도 매우 중요한 작품인데요. 극 중 워낙 유명한 팝송들이 많다 보니 원곡의 느낌을 살리는 동시에 가사의 내용을 한국 관객에게 제대로 전달해야 하는 번역 과정이 어려웠습니다. 힘들게 작업한 만큼 관객에게 최고의 공연을 선보이고자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65명의 작곡가와 31명의 퍼블리셔가 창작한 70여 곡이 넘는 노래들을 공연에서 즐길 수 있습니다.”

CJ ENM은 뮤지컬 '물랑루즈!'의 글로벌 공동 프로듀서로 참여했다. 사진은 '물랑루즈!' 해외 공연 장면. 사진=CJ ENM

- ‘물랑루즈!’는 제74회 토니 어워즈 최우수 작품상을 포함 10관왕을 비롯해 미국, 영국 시상식에서 36개의 상을 휩쓸었습니다. 국내 관객과는 이번 아시아 초연을 통해 처음 만나는데 어필 포인트는?

“무대 세트, 조명, 의상, 음향 등 관객에게 사랑을 많이 받았던 원작의 느낌을 그대로 살렸습니다. 동시에 영화 제작 후 20년이 지난 현재 관객이 좋아할 만한 음악이 더 추가됐습니다. 이야기 구조도 무대 버전으로 더욱 단단해져 관객에게 많은 사랑을 받으며 다양한 수상 결과로 이어질 수 있었습니다. 원작을 보지 않아도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사랑 이야기, 엄청나게 화려한 무대 구성, 누구나 알만한 팝송들의 천재적인 매시업(mash-up, 각종 콘텐츠를 결합)이 작품을 성공하게 만든 원동력입니다.”

뮤지컬 '물랑루즈!'는 제74회 토니 어워즈 최우수 작품상 포함 10관왕을 비롯해 미국, 영국 시상식에서 36개의 상을 휩쓸었다. 사진은 '물랑루즈!' 해외 공연 장면. 사진=CJ ENM

- CJ ENM은 ‘물랑루즈!’뿐 아니라 ‘킹키부츠’에도 글로벌 공동 프로듀서로 참여한 바 있습니다. 단순 투자가 아닌 글로벌 공동 프로듀서로 참여한 것은 어떤 의미인지, 공연 제작 과정에서 구체적으로 CJ ENM은 어떤 역할을 담당했는지 궁금합니다.

“CJ ENM은 세 가지 측면에서 글로벌 공동 프로듀서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첫 번째로 우리가 제작한 작품을 뮤지컬의 메인스트림(주류)이라 할 수 있는 브로드웨이, 웨스트엔드에서 공연하기 위해 현지 크리에이터, 프로듀서들과의 네트워크와 정보를 쌓기 위함입니다.

두 번째는 공동 프로듀서로 참여함으로써 국내에서 공연할 수 있는 작품 IP(지식재산권)를 확보하는 차원, 마지막으로 브로드웨이, 웨스트엔드 현지 오픈런(공연 폐막 날짜를 정해 놓지 않고 무기한으로 선보이는 일) 공연을 통한 안정적이고 오랜 기간 수익을 창출하는 세 가지 목적이 있습니다. CJ ENM은 공연 제작 과정 중 프리 프로덕션 단계(트라이아웃, 쇼케이스 등)부터 참여하면서 작품에 대한 의견을 리드 프로듀서에게 적극 전달하고 있습니다.”

예주열 CJ ENM 공연사업부장(맨 오른쪽)이 뮤지컬 '물랑루즈!' 미디어 데이에서 작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CJ ENM

- 대극장 공연뿐 아니라 소극장 뮤지컬 ‘김종욱 찾기’도 2년 만에 대학로에 돌아왔습니다. CJ ENM이 본격적으로 자체 공연 제작 사업을 시작하게 한, 기념비와도 같은 작품이죠. ‘김종욱 찾기’를 다시 선보이게 된 배경과 감회는?

“‘김종욱 찾기’는 오픈런으로 계속 무대에 올랐는데 코로나로 아쉽게 잠시 막을 내렸다가 다시 재개된 작품입니다. 공연 사업의 본질은 좋은 작품을 하나 만들면 10년, 20년 장기 공연을 통해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것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에 부합하는 ‘김종욱 찾기’는 CJ ENM 공연사업부의 근간이 된 작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김종욱 찾기’는 규모는 작지만 공연 사업의 본질을 정확히 꿰뚫어낸 작품인 만큼 의미가 큽니다. 그래서 공연이 재개돼 매우 기쁩니다. 앞으로 더욱 오랜 기간 공연할 수 있도록 노력할 생각입니다.”

CJ ENM은 2018년 한국 기업 최초로 미국 브로드웨이 프로듀서 및 공연장 협회인 ‘브로드웨이리그’에서 정회원 자격을 받았고, 2019년 미국 공연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시상식인 ‘토니 어워즈’ 심사자로 참여해 오고 있다. 사진=토니어워즈 공식 홈페이지

- CJ ENM이 공연을 제작, 투자하거나 공동 프로듀서로 참여할 작품을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요소는?

“해외 투자의 경우 크리에이터, 리드 프로듀서의 크레딧(신용)을 고려하고 현지에서의 성공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성공할 수 있는 작품인가를 고려합니다. 그리고 투자/제작 작품 모두 누구나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 구조와 화려한 볼거리, 즐겁게 관람할 수 있는 쇼적 구성, 인생의 메시지를 느낄 수 있는 작품을 선호하고 중요시합니다.”

 

- 과거 유럽 배낭여행을 갔다가 공연에 빠져 20년 넘게 공연계에 종사해오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공연의 매력은?

“코로나 상황에서도 다른 장르와 다르게 대체가 불가능하다는 것이 입증된 만큼, 라이브로 직접 무대를 즐기는 게 공연의 가장 큰 매력입니다.”

예주열 CJ ENM 공연사업부장. 사진=CJ ENM

- CJ ENM은 한국 기업 최초로 공연계 시상식 ‘토니 어워즈’ 심사 참여, 미국 브로드웨이 프로듀서 및 공연장 협회인 ‘브로드웨이리그’의 정회원 자격을 얻는 성과를 이뤘습니다. 앞으로

이루고 싶은 목표는?

“저희가 제작한 작품으로 브로드웨이/웨스트엔드에서 공연하는 것이 가장 큰 목표입니다. 아직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단계이지만, 꾸준한 노력을 통해 CJ ENM이 현지에서 쌓은 성과는 크다고 생각합니다. 목표를 이룰 때까지 더욱 노력할 것입니다.”

< 문화경제 김금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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