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금영⁄ 2022.12.26 09:41:48
기존에는 패딩이 추위를 막아주는 기능적인 역할이 컸다. 이에 따라 길이가 긴 롱패딩이 대세였던 때가 있었다. 최근엔 패딩의 기장과 컬러, 유광 여부 등에 따라 유행이 빠르게 변하며 겨울 패션 트렌드의 중심이 되고 있다.
실제로 최근 3년(2020년 1월~2022년 11월) 동안 롯데백화점에서 프리미엄 패딩을 구매한 고객 중 약 15%가 1년 내에, 30%가 3년 내에 재구매한 것으로 분석됐을 정도로 기본 패딩 외 다양한 스타일의 패딩을 추가로 구매하는 수요가 이어지고 있다.
더욱이 이달 한파 특보 이후(13~22일) 프리미엄 패딩 매출이 전년대비 45% 신장하는 등 영하의 추운 날씨가 지속됨에 따라 프리미엄 패딩을 찾는 수요가 더욱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올해는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으로 ‘꾸꾸(꾸미고 꾸민)’ 패션이 유행하며, 한파에도 짧은 기장의 ‘숏패딩’이 대세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2년 동안 사회적 거리 두기와 변이 바이러스 확산으로 송년회가 자제됐던 것과 달리, 올해는 연말 모임과 외출이 활발히 진행되며 패션 센스와 개성을 나타낼 수 있는 ‘숏패딩’을 선호하는 트렌드가 두드러지고 있는 것이다.
엉덩이를 덮지 않는 ‘크롭’ 패션이 겨울에도 계속 유행하면서, SNS에서는 ‘얼죽크(얼어 죽어도 크롭)’라는 말이 생길 정도로 크롭 기장의 짧은 패딩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대표 상품은 ‘파라점퍼스 고비', ‘무스너클 발리스틱 봄버’, ‘캐나다구스 정션 파카(’ 등으로, 모두 100만 원을 훌쩍 넘는다.
기존 롯데백화점 잠실 에비뉴엘 매장에 이어 9월부터 본점, 인천점, 부산본점 등에도 새롭게 오픈한 캐나다 명품 패딩 브랜드 ‘캐나다구스’의 ‘정션 파카’는 크롭 기장에 블랙, 화이트 등의 기본 컬러뿐 아니라 핑크, 라이트 바이올렛 등 파스텔 컬러로도 출시돼 젊은 여성 고객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
반짝이는 ‘유광 패딩’도 올 겨울을 대표하는 패션 아이템으로 꼽힌다. 유광 패딩은 광택감 있는 나일론 소재를 활용해 같은 디자인과 색상이여도 훨씬 패셔너블한 느낌을 줘, 연예인 및 인플루언서들을 중심으로 SNS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대표 상품으로 이탈리안 프리미엄 라이프 스타일 브랜드 ‘듀베티카’의 ‘디아데마샤이니’로, 기존 듀베티카의 시그니처 패딩인 ‘디아데마’를 글로시한 버전으로 새롭게 출시한 크롭 기장의 유광 패딩이다.
그 외 인기 상품으로는 ‘페트레이 요베지’, ‘캐나다구스 에버레이 봄버’, ‘에르노 봄버 버튼 스트랩 구스다운 패딩 자켓’ 등이 있으며, 특히 페트레이 요베지는 품절 사태를 빚을 정도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이 제품들 가격 또한 130~170만 원에 이른다.
롯데백화점 측은 “수년간 패딩의 유행이 계속되면서 블랙 컬러의 무광 패딩이 식상해진 MZ세대 고객을 중심으로 큰 사랑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가치 소비’가 일시적인 유행을 넘어 소비의 표준으로 인식되고 있는 만큼, ‘친환경’ 패딩도 전 세계적인 트렌드가 되고 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이 수입·판매하는 이탈리아 비건 패딩 브랜드세이브더덕(SAVE THE DUCK)은 오리를 살린다’는 브랜드 명에 맞춰 애니멀 프리(동물성 원료 배제)와 크루얼티 프리(동물 학대나 착취가 없는)를 실천하는 브랜드다.
신세계인터내셔날에 따르면 세이브더덕의 비건 콘셉트는 최근 젊은 층을 중심으로 한 가치 소비 트렌드와 맞아 떨어지면서 매출이 증가하고 있다. 본격적인 추위가 시작된 이달 들어 세이브더덕의 온라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71% 신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표 제품인 여성용 숏 패딩 이슬라(ISLA)는 가볍고 실용적인 디자인으로 올 겨울 브랜드의 판매 1위 제품으로 떠올랐다. 인기에 힘입어 세이브더덕은 올 겨울 반려동물을 위한 비건 패딩 라인도 출시했다.
이탈리아 럭셔리 패딩 브랜드 에르노(HERNO)는 글로브(GLOBE) 라인을 통해 지속 가능한 친환경 소재 제품들을 선보인다. 폐페트병을 리사이클해 만든 재생 섬유를 비롯해 동물 복지와 자연 보호 등 지속 가능한 환경에서 생산한 친환경 울 소재를 사용하며, 지퍼나 라벨, 충전재 등도 재활용 소재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버려진 어망이나 직물 찌꺼기 등을 재생한 에코닐(Econyl®) 나일론 소재의 패치 포켓 패딩부터 지속 가능 울 소재의 울 패딩 코트 등을 선보인다. 에르노는 친환경 패딩을 비롯한 전 제품이 고루 인기를 얻으며 12월 들어 매출이 전년 대비 약 20% 증가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 관계자는 “패션업계에 지속 가능성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을 만큼 고객의 의식이 변화하고 있다”면서 “앞으로도 가치 소비를 지향하는 고객을 겨냥해 친환경, 윤리적 생산을 실천하는 다양한 제품들을 선보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소식을 접한 네티즌들은 “그래도 한파엔 롱패딩이 최고지”, “요새 사람들이 짧은 패딩 많이 입고 다니긴 하더라”, “취향 따라 입으면 된다”, “숏패딩 옛날에 유행이었는데 다시 유행 돌아온 듯”, “또 사람들이 롱패딩 찾을 날 올 것”, “올해 유광이 유행이면 내년엔 무광이 유행이려나” 등의 반응을 보였다.
< 문화경제 김금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