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태⁄ 2022.12.28 17:30:30
한국판 인도-태평양 전략(이하 인태 전략)이 28일 대통령실에 의해 발표되면서 관심을 끌고 있는 가운데,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한국판 인태 전략은 미국과 두 가지 점에서 다르다”고 밝혀 관심을 모은다.
원래 인태 전략이란 일본의 고 아베 총리가 제시한 것으로 남쪽 바다로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중국에 대항하는 봉쇄 정책의 성격이 강하다. 그간 윤석열 대통령의 취임 이래 한국판 인태 전략이 강조되면서 한국이 한미일 군사동맹의 성격을 강화하고 이를 통해 중국과의 대결 양상이 진행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어 왔지만, 28일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의 백브리핑에선 이런 우려가 일부 해소됐다.
이 관계자는 한국판 인태 전략이 미국의 인태 전략과 다른 점으로 △중국에 대한 포용 △아세안(ASEAN: 동남아 국가 연합)에 대한 경제 협력 두 가지를 꼽았다.
이 관계자는 “중국은 이사 갈 수 없는 우리의 이웃이다. 경제적으로 미국, 일본을 합친 것보다 많은 무역량을 가지고 있는 나라이고, 그래서 중국과의 협력을 우리가 거부한다는 것은 현실과 상당히 거리가 있는 얘기다. 윤석열 정부 인태전략의 주요 원칙 중의 하나가 포용이다. 미국의 인태 전략과의 차이라면 차이일 수 있다, 어떤 특정 국가를 배제하거나 어느 특정 국가를 통제 내지는 견제하거나 그런 것과는 거리가 있다, 그런 측면에서 중국과의 협력을 포함시킨 것이다”라고 밝혔다.
미국과 일본의 인태 전략이 ‘중국 배제’를 기본 목적으로 한다면, 한국판 인태 전략은 중국을 포함시키는 것이며, 이를 위해서는 앞으로 미국과 일본에게 한국의 입장을 어떻게 설명하고 이해를 구할지도 중요한 과제로 떠오른다.
이에 대해 이 관계자는 “미국과의 협력이 필요한 부분들은 뉘앙스의 차이 내지는 소위 미국의 글로벌 전략으로 인해서 자칫 미국이 이해할 수 없는 부분들, 또 이해가 부족할 수 있는 부분들을 잘 이해시켜 나가는 그런 노력들이 필요하지 않겠나”하고 생각한다며 “그 첫 번째가 한중일 협력 부문이 되겠다”고 전했다. 미국을 이해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며, 그 첫 단계로서 한중일 3국의 역내 협력이 우선시돼야 한다는 의미였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의 이런 발언에 따라 현재 ‘위드 코로나’ 첫 단계에 들어선 중국 시진핑 국가 주석이 약속했던 방한 일정 등이 앞으로 어떻게 조율되느냐에 관심이 모아진다.
이 관계자는 또한 아세안과의 경제 협력에 대해 “아세안을 바라보는 미국의 시각은 대단히 정치-군사적이다. 그러나 우리 이전 정부는 상당히 경제적인 측면에 초첨을 맞췄으며 그것이 신남방정책이다. 윤석열 정부의 對아세안 전략은 상당히 포괄적이다. 기본적인 경제 협력 관계 위에 외교, 안보 이런 관계들을 추가해서 한-아세안 포괄적인 협력 관계를 지향하는 한-아세안 연대구상을 발표했까. 이런 측면들도 미국과 공조해서 아세안 정책에 어떻게 보면 시너지 효과, 이것을 미국과 함께, 또 필요하다면 일본과도 함께 도모해 나가겠다, 그중 하나가 바로 개발협력 분야다. 아세안은 한국이 가장 많은 ODA(공적 개발 원조)를 제공하는 지역이다. ODA를 제공하는 데 있어서 미국과의 긴밀한 협력이 지금까지는 없었다. 그래서 아세안에 ODA를 제공하는 데 있어서도 미국과 적절히 협력할 수 있다면 훨씬 우리가 예상하지 못했던 그런 효과, 개발 협력의 파트너십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세안을 기본적으로 군사-안보 측면에서 바라보는 미국과 달리 한국은 이 지역에 큰 경제적 이해를 갖고 있으므로 미국을 설득해 한미가 공조해 아세안과의 경제 협력을 더욱 확대하는 방향으로 인태 전략을 전개해 나가겠다는 구상이다.
향후 윤석열 정부의 이런 방침에 미국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얼마나 효과적으로 설득-협력을 얻어낼 수 있을지가 한국판 인태 전략의 성패를 가를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