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이 지난 30일자로 6년 3개월만에 종영된 가운데, 새로운 아침 출근길 종합 시사 뉴스의 최강자를 놓고 방송과 유튜브 사이에 일대전쟁이 벌어질 조짐이다.
주목할 것은, 김어준 진행자가 tbs를 떠나면서 신설해 1월 9일(월) 7시 5분부터 시작할 예정이라는 ‘김어준의 겸손은힘들다 뉴스공장’ 유튜브 채널의 구독자 숫자가 지난 30일 공개된 이후 나흘만에 2일 오전 10시 57분 현재 30만 명을 돌파한 것이다. 이 채널의 구독자는 오전 10시경만 해도 29만 7000명이었다는 점을 보면 30분도 안 되는 사이에 3000명이 새로 가입하는 무서운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그간 아침 시사 뉴스의 1인자는 시청률 조사에서 매번 1위를 차지한 바 있는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이었다.
거의 모든 라디오 방송이 유튜브 동시 중계를 채택하고 있으며, 많은 시청자가 유튜브를 이용해 해당 방송을 시청한다는 사실을 참고한다면, 유튜브 구독자의 숫자는 해당 방송의 청취율을 비례적으로 반영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런 면에서 시청률 1위 ‘김어준의 뉴스공장’ 유튜브 구독자 158만 명은 압도적 1위였다. 2위를 달리는 프로그램은 공영방송인 KBS의 ‘최경영의 최강시사’로 유튜브 구독자 105만 명이었다. 이어 CBS ‘김현정의 뉴스쇼’ 90만,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 78만 명 순이었다.
이런 면에서 아직 시작도 하지 않은 ‘김어준의 겸손은힘들다 뉴스공장’이 구독자 30만 명을 넘어선 것은 대단한 기록이다. 김 진행자는 지난 30일 자신이 진행하는 유튜브 ‘다스뵈이다’ 방송에서 “9일 첫 방송은 구독자 30만 명을 달성한 상태에서 시작하고 싶다”고 말했는데, 불과 나흘만에 목표를 달성했다. 기존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가 달성했던 158만 명에 얼마나 근접해 다가갈 수 있을지 역시 관심을 모은다.
‘리거시 미디어’에 대한 유튜브 방송의 도전, 어디까지?
여기서 특히 주목할 점은 ‘기성 라디오 방송 대 유튜브 방송’이라는 대결 구도이다. 여태까지는 전통 미디어들이 유튜브를 ‘보조 수단’으로 사용해 왔다면, ‘김어준의 겸손은힘들다 뉴스공장’은 오로지 유튜브라는 새 수단을 통해 시청자들에 다가갈 예정이다.
과거 방송국은 정부의 허가를 얻어야 할 뿐 아니라 막대한 투자-운영비가 들어가기 때문에, 우선 돈이 많은 사람-기업, 그리고 그 중에서도 정부의 허가를 얻을 수 있어야만 진입이 가능했다. 그리고 공중파 방송에 대한 수많은 규제 때문에 규제 당국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유뷰트만으로의 방송’만으로도 기성 제도권 방송과 맞먹는 시청자 층을 확보하고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된다면, 이는 뉴스 보도 역사에 있어서의 혁명이라고 할 수 있다.
2000년대 이후 컴퓨터를 활용한 3차 산업 혁명에 이어 현재 4차 산업혁명이 진행 중이라고 한다. 그런데 개인용 컴퓨터(맥 또는 PC)를 처음 만들어낸 스티브 잡스나 빌 게이츠 같은 선구자들은 단순히 ‘작은 컴퓨터’를 만들어 팔려고 한 것만은 아니었다.
‘컴퓨터 파워’를 개인 손에 넣어주고자 한 선구자들
미국에서 컴퓨터가 처음 등장했을 때 컴퓨터 1대의 크기는 웬만한 집 한 채만 했기에, 컴퓨터의 엄청난 연산-기억 능력 등을 이용할 수 있었던 것은 거대 정부나 기업에 한정됐다. 스티브 잡스나 빌 게이츠 같은 선구자들이 개인용 컴퓨터(맥 또는 PC)를 개발할 때 품었던 착안점(철학적 배경)에는 “집채만한 컴퓨터의 사이즈를 줄여 개인 손안에 넣어줄 수 있다면 정부나 기업에 개인이 굴종해야 하는 시대를 끝내고 개인의 시대를 열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점이 분명 있었다.
개인용 컴퓨터 시대를 열었던 사람들에게는 단순히 ‘작은 컴퓨터를 만들어 많이 팔아먹자’는 상업적 의도만이 있었던 것이 아니라, 1960년대 미국을 휩쓸었던 민권-자유 운동의 영향이 분명히 스며들어가 있으며, 그렇기에 잡스나 게이츠(둘 다 1955년생)처럼 1950년대 중후반 미국에서 태어난 인물들이 개인용 컴퓨터 시대를 여는 개척자 역할을 도맡았다는 평가가 있다.
이명박 정권 애먹였던 ‘나꼼수’ 뒤를 ‘겸손은힘들다’가 잇나?
과거 거대 기업 또는 정부나 가능했던 방송국이 개인이 할 수 있는 시대 역시 스티브 잡스가 열어제꼈다. 이명박 대통령 시절 청와대를 애먹였던 ‘나는 꼼수다’ 같은 ‘제도권 밖 재야 방송’은 애플 아이폰에 팟캐스트 기능이 생기면서 가능해졌다.
그리고 그러한 대항 능력은 이제 유튜브를 통한 동영상 방송, 실시간 중계가 가능해지면서, ‘이제 핸드폰만 있으면 개인이라도 방송이 가능한’ 시대로 본격 진입하고 있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12월 23일 재단 주최의 '언론은 시민권력인가' 토론회에서 ‘tbs 뉴스공장’에 대해 “김어준 씨가 나가 가지고 같은 시간대에 한다는데? 1월 9일부터 한다는데, 제가 거기 첫날 방송에 게스트로 나간다는데?”라고 밝혀 박수갈채를 받기도 했다.
현재 한국의 언론 지형은 이명박 전 대통령 시절 허가된 종편을 포함, 95% 이상이 보수 편향적인 것으로 많은 전문가들이 지적하고 있다. 이런 판국에 기성 방송과의 전면전을 선포한 김어준의 ‘제도권 밖’ 도전이, 제도권 언론과 어느 정도 경쟁할 수 있을지 큰 관심을 모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