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40호 김예은⁄ 2023.01.26 10:56:46
‘평균 실종’. 트렌드코리아 2023의 저자 김난도 교수는 올해의 트렌드를 설명하는 10가지 소비트렌드 키워드 가운데 첫 번째로 이 단어를 택했다. 정규분포로 상징되는 기존의 대중(mass) 시장이 흔들리며, 평균으로 표현될 수 있는 무난한 상품이 점차 설 곳을 잃고 있는 현실을 대변한 단어다.
대체 불가능한 탁월함, 차별화, 다양성을 요구하고 있는 시장 환경에서, 급변하는 트렌드 앞 단에 서있는 뷰티 업계 역시 앞선 변화를 준비하고 있다. 다각화 되는 소비자 요구에 진보된 기술력과 융합한 근미래의 화장품 경쟁력은 제품 자체보다 DNA 유전체검사,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등 첨단 정보통신(ICT) 기술 융합능력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시대가 도래할 것으로 예상된다. 화장품 기업들이 CES(국제전자제품박람회, Consumer Electronics Show)에 참가해 혁신 기술을 선보이고 있는 이유도 이와 같다. 2020년부터 CES에 참가한 아모레퍼시픽은 2023년까지 4년 연속 혁신상을 수상한 바 있다.
우리나라는 세계 최초로 맞춤형 화장품 판매업을 허용한 국가다. 최첨단 기술을 활용해 개인별 피부 타입과 상태에 맞는 화장품 원료를 선택해 제조, 판매하는 ‘맞춤형 화장품’이 미래 화장품 산업으로 부상하는 가운데, 식품안전의약처는 산업 경쟁력 강화를 목적으로 앞서 2020년 3월 ‘맞춤형 화장품’ 판매업 제도를 허용했다. 같은 해 1월 CES 2020에서 얼굴형과 피부 고민에 따라 맞춤형 3D 마스크를 제작하는 ‘3D 프린팅 맞춤 마스크팩’ 기술을 선보였던 아모레퍼시픽은 맞춤형 화장품 판매 허용 직후인 5월 ‘아이오페 랩’을 통해 첨단 기술을 상용화하며 관련 사업을 본격화했다. 이후 아모레퍼시픽은 인공지능(AI) 알고리즘을 활용해 로봇이 정밀하게 나의 얼굴 색상을 측정하고, 로봇 팔을 활용해 나만의 파운데이션과 립 제품 등을 제조하는 맞춤형 메이크업 스마트 제조 시스템 솔루션 ‘톤워크’를 선보였다.
‘아모레 성수’는 이들의 전략이 녹아져 있는 공간의 하나로 아모레퍼시픽이 준비하고 있는 미래 뷰티 시장 전략의 일부를 엿볼 수 있는 미래형 매장의 시작점이다. 아름다움은 인간의 선호와 감성의 영역이 점철되어 있는 만큼 이 공간은 기술만을 앞세우기 보다 로봇의 기술과 인간 감성의 조화가 엿보이는 공간이다.
대표적으로 ‘베이스 피커’ 서비스는 카이스트 특허 기술을 탑재한 피부톤 측정 프로그램과 메이크업 전문가의 상담을 함께 제공받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기기를 통한 톤 측정은 인간의 시야를 넘어선 면밀한 피부 톤의 측정을 가능케 한다. 여기에 개인이 선호하는 밝기, 화장 스타일 등의 기호를 반영하는 것은 메이크업 전문가의 몫이다. 양자의 융합된 컨설팅이 완료되면 개인의 피부 톤과 기호에 맞는 베이스 컬러와 텍스처가 150가지 컬러와 2가지 제형 가운데 선택되며, 이후 톤워크 기술이 적용된 로봇이 즉석 제조한 제품을 현장에서 수령할 수 있다. 피부 톤의 정밀 측정과 개인 맞춤형 제품 즉시 제작에는 기술이, 인간의 선호와 성향은 전문 상담원이 개입되어 인간과 기계의 양자 협업으로 온전히 개인화 된 제품이 완성되는 방식이다.
150가지 컬러와 2가지 제형, 파운데이션 또는 쿠션형을 선택하는 총 600가지 선택지가 제공되는 본 서비스는 600개 모든 종류의 제품을 현장에 구비해두는 대신 로봇이 즉각 제조하는 방식을 통해 재고 관리 문제를 최소화하는 이점을 발휘하기도 한다. 이와 같이 아모레퍼시픽은 기술과 인간의 감성을 복합적으로 분석하며 개인화 된 맞춤형 화장품 서비스와 제품을 고도화하고 있다.
‘넥스트 뷰티’라는 부서명에서 알 수 있듯 뷰티 시장의 차세대 흐름을 읽고 다각화된 소비자 니즈에 대응하기 위해 화장품 서비스 개발과 전략을 실행하고 있는 아모레퍼시픽 넥스트뷰티 이영진 디비전장을 통해 아모레퍼시픽이 그리고 있는 화장품 시장의 미래를 들었다.
-부서 이름이 의미심장합니다. 넥스트뷰티 디비전은 무엇을 목표로 탄생했나요?
“아모레퍼시픽은 뷰티 시장에서 고객들의 니즈가 다양해지고 세분화됨에 따라, 개인에게 보다 최적화된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하고자 2022년 8월에 ‘넥스트뷰티’ 디비전을 출범했습니다. 넥스트뷰티 디비전은 아모레퍼시픽이 보유하고 있는 고객 데이터, 기존에 시도해 온 맞춤형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고객 피드백을 분석하고 이를 기반으로 차세대 맞춤형 제품과 서비스를 기획하고 있습니다. 또한 지속적으로 성장 가능한 맞춤형 뷰티 비즈니스 모델을 정립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아모레퍼시픽은 뉴뷰티를 선포하고 그 중 하나로 ‘디지털 대전환’을 꼽았습니다. 경쟁사와 차별점이 궁금합니다.
“70여 년 간 축적해온 고객 데이터와 기술력을 근간으로 화장품뿐만 아니라 고객의 라이프스타일까지 고려한 개인화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개발과 투자를 지속하는 것입니다. 개인의 피부 상태 진단 결과를 기록하고, 환경과 시간에 따른 피부 변화를 시각화하며, 디지털화된 데이터를 전송해 맞춤형 제품을 조제하는 과정을 통해 축적된 데이터베이스를 토대로 이후 케어까지 모든 과정에서 디지털 기반의 뷰티 테크가 적용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현재 주력하고 있는 프로젝트는?
“넥스트뷰티 디비전은 현재 피부진단부터 스킨케어, 그리고 메이크업 단계까지 개인에게 최적화된 ‘맞춤형 뷰티 브랜드 육성’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우선, 맞춤형 스킨케어 브랜드 ‘커스텀미’와 맞춤형 메이크업 기술 ‘톤워크(베이스피커, 립피커)’의 제품과 서비스를 중점적으로 기획합니다. 또한, 고객이 직접 손쉽게 본인의 피부 상태를 진단하고 케어할 수 있도록 돕는 뷰티 디바이스 브랜드 ‘메이크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넥스트 뷰티가 먼 미래 얘기가 아니군요. 가시적인 성과가 있다면?
“아모레퍼시픽의 맞춤형 기술은 세계 최대 규모의 가전 및 IT 행사인 CES에서 올해를 포함하여 지난 4년 연속 혁신상을 수상하며 이미 그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습니다. 맞춤형 메이크업 서비스인 베이스피커와 립피커는 ‘아모레성수’ 매장과 본사 건물에 위치한 ‘아모레 스토어’에서 운영 중이며 고객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습니다.
맞춤형 메이크업 서비스를 운영하는 아모레성수는 현재 월 평균 1만여 명의 고객들이 방문하고 있으며, 특히 2022년에는 한 해동안 약 40여 개 국에서 5천여 명 이상의 외국인이 방문한 바 있죠. 베이스피커 서비스의 경우 누적 이용객 수 6900명을 넘어섰습니다.
또한 이러한 기술들을 라네즈, 에뛰드 등 자사 기존 브랜드 서비스에도 접목해 고객들에게 보다 다양한 서비스와 제품을 선보이며 맞춤형 뷰티 시장을 선도하고 있습니다. 에뛰드는 2017년 6월 명동 플래그십스토어에 퍼스널 컬러에 맞는 립제품 제조 서비스 ‘컬러팩토리’를 선보인 이래, 2021년 7월 ‘신촌점 플래그십 스토어’에서 피부에 맞는 컬러로 맞춤형 파운데이션을 만들어 주는 서비스 ‘파운데이션 팩토리’를 오픈한 바 있습니다. 라네즈는 지난해 4월부터 서울 명동 소재 라네즈 쇼룸에서 맞춤형 쿠션·파운데이션 제조 서비스 ‘비스포크 네오’를 선보이고 있죠.
-커스텀미는 피부분석 서비스와 피부 밸런스 맞춤 제품 추천 등 1:1 고객 맞춤 화장품 브랜드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미 제조된 제품 카테고리에서 추천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개인의 피부 상태에 맞는 성분 등을 조합하는 최적의 개인 맞춤형까지 아직 도달하진 못한 걸로 보이는데요.
“넥스트뷰티 디비전은 지속적인 연구와 운영 결과를 토대로 확보한 백만여 건의 피부 분석 데이터와 맞춤형 화장품에 관한 자산을 기반으로 ‘커스텀미’ 브랜드에서 보다 더 정교화된 1:1 맞춤형 에센스 제품을 선보일 예정입니다.
‘커스텀미’는 최근 맞춤형 뷰티를 경험할 수 있는 ‘비스포크 에센스’를 1월 9일 와디즈 채널을 통해 선 출시했으며, 2월 1일에는 온라인 몰에 공식 런칭할 예정입니다. 해당 제품은 고객이 ‘커스텀미 플러스 앱’에 입력한 피부 고민과 기호, 라이프스타일 관련 데이터를 기반으로 약 18400여 가지의 조합 중 최적의 에센스를 제조해 고객에게 배송하는 방식으로 운영됩니다. 아모레퍼시픽은 그간 축적해온 고객 데이터와 기술력을 바탕으로, 스킨케어 뿐만 아니라 메이크업 등 다양한 영역과 브랜드를 통해 보다 정교화된 맞춤형 뷰티를 선보일 계획입니다.”
-개인 맞춤형 서비스가 가능하기 위해서는 관련 제조 설비의 혁신도 동반되어야 할텐데요. 제조비용이 늘어나는 만큼 화장품 가격도 높아지게 되나요?
“아모레퍼시픽은 뷰티 업계를 선도하는 기업으로서, 고객에게 새롭고 혁신적인 제품과 서비스를 선보이기 위한 연구 개발 및 투자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제품 가격 설정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고객이 느끼는 가치에 상응하는가’ 라고 생각합니다. 저희는 독자적인 생산 기술 연구, 설계, 개발을 통해 합리적인 가격으로 새로운 경험을 선보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현재 커스텀미의 피부진단과 아모레퍼시픽몰의 스마트뷰티 피부진단에 적용되는 관련 기술은 무엇인가요?
“‘커스텀미’는 아모레퍼시픽이 자체 개발한 ‘Dr. Amore’ 기술을 적용했습니다. ‘Dr. Amore’는 이미지 딥러닝을 통해 피부 분석에 대한 알고리즘을 설계하고 플랫폼을 구현한 자체 기술로, 커스텀미 외에 다른 브랜드에도 해당 기술을 점차 확장 적용해 통일성 있는 피부 진단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입니다.”
-고객 입장에서는 피부진단에 대한 질의응답 단계를 최소화하는게 편리할 텐데요. 사진촬영 만으로 피부 상태를 진단하는 기술도 개발하고 있나요?
“아모레퍼시픽은 피부 진단 기술을 지속적으로 고도화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작년 3월 ‘Dr. Amore’가 커스텀미에 최초 적용된 이후로도 지속적인 고도화를 진행해 올해 1월 더욱 업그레이드된 주름, 홍반, 모공, 색소 침착 진단을 경험하실 수 있습니다. 앞으로도 연구 개발을 통해 점점 더 수준 높은 피부 진단 서비스 기술을 선보일 예정입니다.”
- 제조 기술뿐만 아니라 개인의 피부상태, 수면 데이터 등을 진단하고 적합한 솔루션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고객 관련 데이터 확보가 중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70여 년 이상 뷰티 사업을 진행해오면서 아모레퍼시픽은 다양한 채널을 통해 방대한 양의 고객 데이터를 확보했습니다. 예를 들어, 방문판매 채널에서 카운셀러가 고객의 피부 각질과 유수분 레벨 등을 분석해 제공했던 경험이나, 아리따움 매장에서 기기를 활용해 피부 상태 측정 서비스를 제공했던 데이터 등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 외에도 각 브랜드에서 진행해온 유전자 분석 서비스, 퍼스널 컬러 측정 서비스, 고객 임상 연구 자료 등을 통해 1백만 건이 넘는 고객 데이터를 축적했습니다. 특히 현재 아모레퍼시픽은 피부 데이터뿐만 아니라, 수면 정보나 생활 습관 등 고객의 건강한 라이프 뷰티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데이터 확보 및 연구에도 집중하고 있습니다.”
-정교한 고객 데이터 분석을 위해서는 AI 등 첨단 기술이 필요하겠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아모레퍼시픽의 자체 피부 분석 기술인 ‘Dr. Amore’를 고도화 하고 있습니다. 축적된 고객 데이터에 다양한 머신 러닝을 적용해 고객을 새롭게 분류하고 특성을 분석해 연구하고 있습니다. 또한 맞춤형 메이크업 기술 ‘톤워크’에는 전 세계인의 다양한 피부톤에 적용 가능한 컬러 추천 알고리즘과, 22만여 개의 컬러 구현이 가능한 AI 조색 기술 등이 탑재될 예정입니다.”
-고객 맞춤형 기술인 '톤워크', '코스메칩', 등 7개 기술이 CES 혁신상을 수상한 바 있습니다. 파운데이션, 립스틱, 마스크팩 등 개인 맞춤형 화장품의 즉석 제조가 가능한 기술로 알고 있는데요. 이러한 기술을 적용해 개인 맞춤에 특화된 미래형 화장품 매장을 선보일 계획이 있나요?
“현재는 ‘아모레성수’와 본사 ‘아모레스토어’에서 베이스피커와 립피커 등 맞춤형 메이크업 제품 제조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라네즈와 에뛰드 등 자사 브랜드에서도 맞춤형 뷰티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아모레퍼시픽은 현재까지 확보한 맞춤형 뷰티 비즈니스의 노하우를 집약해 보다 새롭고 심화된 개인화 경험이 가능한 매장을 선보일 계획입니다.”
-아모레퍼시픽 넥스트 뷰티가 그리고 있는 미래 화장품 매장의 모습 또는 온라인 구매 형태는 어떤 모습일까요?
“아모레퍼시픽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를 허물고, 온오프라인이 통합된 형태의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합니다. 온라인은 고객의 접근성 측면에서, 오프라인은 고품질의 카운셀링 서비스 측면에서 각각 뚜렷한 장점을 지니고 있죠. 이러한 장점이 공존할 수 있는 매장을 구현하고 더욱 만족스러운 맞춤형 뷰티 서비스 경험을 제공할 계획입니다.”
-온라인에 치중하다 보면 고유의 브랜드 감성을 전달하기가 쉽지 않을텐데…
“‘커스텀미’의 피부 상태 진단 및 고객 설문, 제품 주문 등 구매 과정이 모두 온라인으로 진행되지만, 제품 구매 전후의 1:1 매니저(카운셀링) 서비스를 통해 고객들에게 ‘커스텀미’만의 전문성과 섬세함을 함께 전달하고자 합니다. 또한, 맞춤형 메이크업 솔루션을 제공함에 있어 국내와 글로벌 고객이 지닌 고유의 아름다움과 다양성을 존중하는 가치를 가장 우선으로 여기고 전 세계 고객들과 소통할 예정입니다. 아모레퍼시픽은 그간 축적해온 경험과 노하우를 집약해 고객 중심의 UX/UI를 구현하고, 유익한 콘텐츠를 제공함으로써 고객과의 신뢰를 지속적으로 구축해 나갈 계획입니다.”
-뷰티는 라이프스타일에서 가장 주관적이면서도 가장 인간적인 영역입니다. 디지털 비즈니스에서 이런 특성이 어떻게 유지될 수 있을까요?
“고객과의 적극적인 ‘소통’이 중요하죠. 제품 중심의 일방향적 대고객 소통이 아닌, 디지털을 기반으로 한 서비스가 결합된 솔루션을 제공함으로써 쌍방향 소통을 진행하고자 합니다. 단순히 제품에 국한된 서비스가 아닌, 고객의 데이터에 기반해 개인의 기호와 라이프스타일 등을 이해함으로써 초개인화된 서비스 구현이 가능하도록 노력할 예정입니다.”
-마지막으로 넥스트뷰티팀의 수장으로서 아모레퍼시픽이 꿈꾸는 넥스트뷰티를 말한다면?
“팀원들에게 “탐험하라, 꿈꿔라, 발견하라” 라는 이야기를 종종 합니다. 톰 소여의 모험을 쓴 작가 마크 트웨인이 했던 이야기입니다. 고객에 대해 끊임없이 연구하고, 차별화된 상품과 서비스를 선보임으로써 지속 성장이 가능한 맞춤형 뷰티 비즈니스 모델을 정립하고자 합니다. 이를 통해 아모레퍼시픽이 지향하는 ‘뉴뷰티’를 구현하기 위해 구성원들과 함께 나아가겠습니다.”
<문화경제 김예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