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41호 김응구⁄ 2023.02.08 11:50:47
서울 관악구(구청장 박준희)가 막걸리를 만들었다. 이름이 ‘마크홀리 별빛신사리 7.0’이다. 2월 말 정식으로 출시한다.
‘마크홀리 별빛신사리 7.0’을 알기 위해선 관악구가 어떻게 이 ‘신상 막걸리’를 계획하게 됐는지 먼저 알아야 한다.
‘별빛신사리 상권 르네상스’ 사업으로 막걸리 개발 추진
관악구는 2019년 12월 중소벤처기업부가 공모한 ‘상권 르네상스’ 사업에 선정됐다. 이는 전통시장·상점가·지하상가 등을 하나의 상권으로 묶어 이를 활성화하고 경쟁력을 높이려는 사업이다. 관악구는 신림사거리 일대를 사업 대상지로 선정해 공모에 참여했고, 마침내 서울 최초의 상권 르네상스 사업 대상지로 선정됐다.
이 상권은 신원시장~별빛내린천~서원동 상점가로 구성됐으며, 신림역 3·4번 출구 일대를 일컫는다. 이에 따라 2025년까지 총 80억 원을 투입해 별빛축제, 고객 편의시설 개선, 컨설팅, 온·오프라인 콘텐츠 개발 등의 사업을 진행한다. 관악구는 이 사업을 서울신용보증재단과 함께하면서 재단 내에 ‘관악 상권 르네상스 사업 추진단’을 별도로 구성했다.
참고로 ‘별빛신사리’ 중 별빛은 서원보도교(橋)를 ‘별빛다리’로 테마화하고 주변 상권을 대표하고자 만든 단어다. 신사리는 신림사거리의 줄임말로 관악종합시장, 신원시장, 서원동 상점가, 도림천 일대를 포함한다.
관악구는 2020년 상권 르네상스 사업을 시작하며 별빛신사리 상권 내 개별 점포의 특화 메뉴와 배달 메뉴 개발을 지원해오고 있다. 지난해에는 상권 전체를 대표하는 특화상품으로 막걸리를 개발하기로 했다. 상권을 대표하는 먹거리로 ‘순대’가 있지만, 그 외 대표 상품 부재로 고객 유입을 위한 특화상품이 하나 더 필요하다는 판단에서였다.
이후 계획대로 막걸리 개발을 차곡차곡 진행해왔고, 3월 출시를 앞두고 있다. 순대와 함께 ‘마크홀리 별빛신사리 7.0’로 별빛신사리 상권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지 기대된다.
관악구 관계자는 “막걸리 개발을 추진한 이유는 신림동 상권의 대표 상품인 순대와 잘 어울릴 뿐만 아니라 지역 전통주로 온라인을 통한 전국 판매도 가능하기 때문”이라며 “특히 코로나19로 급증한 ‘홈술족’이나 ‘혼술족’에게 인기 많은 주종인 것도 한몫했다”고 말했다. 관악구는 홈술족이나 혼술족을 주도하는 1인 가구가 많은 지역이다.
가상 인물인 미국인 마크 홀리가 만든다는 설정 ‘참신’
‘마크홀리 별빛신사리 7.0’이 재밌는 건 ‘스토리’가 있어서다. 이 역시 알기 위해선 마크 홀리(Mark Holy)라는 미국인을 먼저 알아야 한다. 그는 노스웨스턴 공과대학 졸업 후 엔지니어를 꿈꾸다, 한국 여행을 하며 막걸리의 매력에 푹 빠졌다. 급기야 자신의 이름을 내건 막걸리를 내놓기까지 했다. 물론, 설정이다. 페르소나(persona), 즉 가상의 인물이다.
그가 만든 막걸리는 그의 이름대로 ‘마크 홀리’다. 가상 인물이 만들었지만 막걸리는 실존하는 제품이다. 실제로 농업회사법인 홀리워터가 만든다. 이 회사는 수제맥주 제조업체로 유명한 어메이징부루잉컴퍼니의 자회사다. 지난 2018년 설립됐고, 2022년 첫 상품을 출시했다. 양조장이 서울 성수동에 있어서 ‘성수(聖水)’, 즉 홀리워터(holy water)다.
이번에 관악구와 손을 잡으면서 ‘마크홀리 별빛신사리 7.0’ 생산을 맡게 됐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스토리도 약간 추가됐다. 한국에 정착한 마크 홀리가 우연히 관악구 별빛신사리 상권을 방문했는데, 곧바로 이곳에 매료돼 막걸리까지 만들게 됐다는 콘셉트다.
제품 라벨은 별빛신사리 상권의 밤하늘 배경에 마크 홀리가 여러 맛을 고민하는 장면, 건배하는 장면, 관악구를 상징하는 강감찬 장군 동상과 관악산, 별자리로 형상화한 막걸리와 잔 등의 일러스트로 채워 넣었다. ‘해브 어 라이스 데이(Have a Rice Day)!’라는 재치있는 문구도 발견할 수 있다.
홀리워터가 말하는 ‘마크홀리 별빛신사리 7.0’ 특징은 크게 세 가지다. 하나는 프리미엄 쌀 품종인 ‘김포 참드림’을 주원료로 사용해 은은한 단맛을 느낄 수 있다. 또 기존의 전통 누룩 대신 맥주 효모와 효소제를 사용해 숙성시간이 짧고 깔끔하다. 마지막으로 인공감미료 없이 자연당 100%로 맛을 낸다.
알코올도수는 기존 막걸리들보다 조금 센 7도로 맞췄다. 용량은 500㎖. 주 고객층은 20~30대 MZ세대와 젊은 여성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관악구, 서울신용보증재단, 홀리워터의 합작품
앞서 말한 대로 ‘마크홀리 별빛신사리 7.0’은 관악구, 서울신용보증재단, 홀리워터의 합작품이다. 사업 주체는 관악구다. 서울신용보증재단은 위탁을 받아 사업 관리와 운영을 전담한다. 두 기관은 여러 양조장을 일일이 만나 미팅한 결과, 지역 특산주로 온라인 판매가 가능하고 마케팅 역량이 이미 입증된 홀리워터와 계약을 체결했다.
홀리워터는 판매를 통한 수익의 1%를 별빛신사리 상권 활성화 사업에 환원하기로 했다. 이 같은 내용을 바탕으로 지난해 11월 15일에는 3자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4차례에 걸친 시음회, 독자적인 레시피 만들어
‘마크홀리 별빛신사리 7.0’ 개발 후에는 모두 네 차례에 걸쳐 시음회를 진행했다. 이를 통해 누구도 넘보기 힘든 독자적인 레시피를 만들어냈다. 시음회에는 관악구청과 서울신용보증재단 직원으로 구성한 내부평가단이 참여했다.
1차는 가수량(加水量), 2차는 산도(酸度) 조절제, 3차는 발효제 비율, 4차는 알코올도수를 정하기 위한 시음회였다.
가수량은 막걸리의 농도를 원하는 만큼 조절하고자 더하는 용수(用水)를 양을 말한다. 서울신용보증재단 관악 상권 르네상스 사업 추진단에 따르면, 가수량이 높을수록 단맛이 적고 신맛이 높은 가벼운 막걸리가, 낮을수록 단맛이 높고 신맛이 낮은 걸쭉한 막걸리가 만들어진다. 산도 조절제는 막걸리의 산도를 적절히 조정하는 첨가물이다. 보통 구연산, 주석, 젖산 등이 있다.
막걸리 개발에 사용한 발효제는 정제효소제와 개량 누룩 두 가지다. 시음회에선 둘의 배합 비율을 몇 퍼센트로 할지 결정했다. 정제효소제 비율이 높을수록 배 맛이 강하며 가볍고 상쾌한 풍미가 생긴다. 반면 낮을수록 농익은 바나나와 바닐라 맛이 강하게 나며 묵직한 느낌을 준다.
한편, 관악구와 서울신용보증재단은 별빛신사리 상권의 기존 점포들 가운데 ‘마크홀리 별빛신사리 7.0’과 함께할 15곳을 선정했다. 이들 가게는 현재 이 막걸리와 잘 어울리는 안주를 개발하고 있다.
서울신용보증재단 관악 상권 르네상스 사업 추진단 관계자는 “향후 관악구에서 열리는 축제나 행사의 시음주, 서울신용보증재단의 행사나 대규모 시음회 등을 통해서도 ‘마크홀리 별빛신사리 7.0’ 알리기에 적극 나설 방침”이라고 말했다.
관악구는 ‘마크홀리 별빛신사리 7.0’을 온·오프라인 판매가 동시에 가능한 지역 특산주로 등록한 후, 이어 전국 단위의 마케팅 활동을 강화해 별빛신사리 상권 인지도를 점차 높여나갈 계획이다.
관악구 관계자는 “‘마크홀리 별빛신사리 7.0’이 기존 상품과 시너지를 발휘해 관악의 대표 상품으로 자리매김하길 바란다”며 “앞으로도 지역상권 활성화를 위해 획기적인 상품을 개발하고, 아울러 다양한 시도를 통해 주민이 체감하는 성과로 보답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화경제 김응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