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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편의점업계 첫 佛 와인 기사 작위, GS리테일 김유미 와인 MD

짜릿했던 ‘샤토 마고’ 완판… “스트레스로 어금니 빠졌을 정도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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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742호 김응구⁄ 2023.02.21 10:38:07

프랑스 보르도 와인 기사 작위 ‘코망드리’를 받은 GS리테일 김유미 와인 전문 MD가 히트작 ‘넘버3 에로이카’를 들고 있다. 사진=GS리테일

영화배우 재키 챈(成龍), 성악가 플라시도 도밍고(Placido Domingo),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 전 일본 총리, 자크 시라크(Jacques Chirac) 전 프랑스 대통령. 여기에 요새 한창 말 많은 SM엔터테인먼트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

이들의 공통점 한 가지. 모두 ‘프랑스 와인 기사 작위(爵位)’ 수상자이다. 이 ‘자격’은 프랑스 와인에 대한 전문성과 영향력을 인정받았다는 의미다.

프랑스에는 3대 와인 기사 작위가 있다. 보르도(Bordeaux) 지방 생테밀리옹(Saint-Émilion) 지역의 ‘쥐라드(Jurade)’와 메독(Médoc) 지역의 ‘코망드리(commanderie)’, 그리고 부르고뉴(Bourgogne) 지역의 ‘슈발리에(chevalier)’다. 각자 해당 지역 와인을 알리는 홍보대사로 활동하며, 본인 국가에선 와인업계의 오피니언 리더 역할도 맡는다.

국내 편의점업계 최초로 와인 기사 작위 ‘코망드리’ 받아

지난달 16일, 국내 편의점업계에선 처음으로 프랑스 와인 기사 작위 취득자가 나왔다. 주인공은 GS리테일 김유미 와인 전문 MD. 그는 이날 보르도에서 코망드리를 받았다.

이 자리에서 김유미 MD는 “GS리테일의 역대 와인 담당자들이 2000년대 초반부터 국내 와인시장을 꾸준히 개척해왔는데, 그 열매가 제게 주어진 것뿐”이라며 겸손해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다양하고 차별화된 와인을 계속해서 선보이며 GS25가 대한민국 대표 와인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하도록 더 노력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김유미 MD는 2008년 GS리테일에 입사했다. 영업팀을 거친 후 2016년부터 지금의 와인 전문 MD로 활동하고 있다. 최근에는 프랑스 ‘샤토 발란드로(Valandraud)’의 와인메이커로 유명한 장 뤽 튀느방(Jean Luc Thunevin)과 함께 ‘넘버3 에로이카’를 선보이는 등 차별화된 와인 아홉 가지를 론칭하며 한껏 주목받았다.

GS리테일은 올해 들어 조직개편을 단행하면서 ‘주류기획팀’을 신설했다. 편의점 주류에 좀 더 집중하며 이를 강화하려는 목적이다. 김유미 MD는 이 팀 소속이다. 

김유미 와인 전문 MD가 국내 편의점업계로 최초로 지난달 16일 프랑스 보르도에서 와인 기사 작위 ‘코망드리’를 받았다. 사진=GS리테일

“베토벤 테마로 한 ‘넘버3 에로이카’ 가장 히트”

- 와인 기사 작위를 받으면서 “GS25가 지난 20여 년간 와인에 진심을 보이며 차별화된 제품을 출시하고, 특히 프랑스 와인 판로 확대에 기여한 점을 인정받은 결과”라고 말했었죠. 어떤 와인들을 말하는 건지 궁금해요.
“먼저, 베토벤을 테마로 한 ‘넘버’ 시리즈가 있어요. 2016년 9월 ‘넘버9 크로이처’, 2017년 9월 ‘넘버2 로만체’, 2020년 5월 ‘넘버3 에로이카’ 등 3종을 잇달아 출시했죠. 또 자연을 담은 와인 콘셉트의 ‘네이처 사운드’ 시리즈인 ‘호주 시라즈’와 ‘캘리포니아 메를로’도 있고요. ‘아티스트 컬래버’로 세계적인 팝아트 거장인 케니 샤프와 협업한 ‘케니샤프 웨일본 베이 소비뇽블랑’도 지난해 여름 선보였죠. MZ세대를 위한 가성비 와인 ‘스윙 쉬라즈’도 인기가 높았어요. 초저가 스페인 와인인 ‘오페라티코’ 3종도 출시했고요. 이 중에서 가장 화제가 된 건 단연 ‘넘버3 에로이카’예요.”

- 사람들의 귀와 눈에 익숙한 베토벤이어서일까요? 이 와인에 대해 좀 더 설명해주세요.
“넘버3 에로이카는 프랑스 생테밀리옹의 유명 와이너리 ‘샤토 발란드로’ 와인메이커 장 뤽 튀느방과 협업해 선보인 와인이에요. 그는 유명 와인 평론가 로버트 파커로부터 천재 양조가로 불렸죠. 넘버3 에로이카는 최초로 출시한 빈티지가 2016이었는데, 보르도 그레이트 빈티지(great vintage)의 플래그십 와인임에도 5만5000원에 판매되자 와인 애호가들로부터 엄청난 주목을 받았어요. 급기야 유명 와인 커뮤니티 몇 곳에선 회원들이 넘버3 에로이카 2016 빈티지를 찾아 GS25를 순회하며 구매한 인증샷을 SNS에 올리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죠.”

- GS리테일 입사 후 처음 와인 영업·기획을 담당했을 때와 지금의 시장 상황은 많이 다르죠? 
“와인 업무를 처음 맡았을 때만 해도 편의점 와인은 가성비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어요. 그러다 2019년 4월에 ‘샤토 마고(Château Margaux) 2000’ 빈티지를 20병 한정으로 예약 판매했죠. 세계적인 와인 평론가 로버트 파커가 100점 만점을 준 와인이기도 해요. 편의점업계 최초로 초고가 프리미엄 와인 예약 판매 기획행사를 성공적으로 마쳤더니 큰 주목을 받았어요. 편의점에서 30분 만에 완판시켰던 이 경험은 가장 짜릿한 실험이었고 큰 성취감으로 남아있습니다.”

김유미 와인 MD가 와인 기사 작위 ‘코망드리’를 받기 전 대기하고 있다. 사진=GS리테일

‘샤토마고’ 완판으로 편의점서도 초고가 가능성 확인

- 우선, 가격이 만만치 않아서 그 부담감이 엄청났을 듯싶어요.
“모두 2억 원 넘는 물량인데 완판이 안 되면 재고가 엄청난 부담이 되죠. 그 때문에 행사 시작 전날에는 잠을 설치고 스트레스로 어금니까지 빠졌어요. 그래도 이 성과로 인해 편의점 와인시장에서 테이블 와인 위주의 중저가가 아닌 초고가도 팔릴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했죠. 또 한 가지는, 이 같은 성과가 편의점업계 최초의 주류 스마트오더(smart order) 플랫폼 ‘와인25플러스’의 론칭으로 이어지면서, 편의점 와인 시장의 확장 가능성까지 확인한 계기가 됐어요.”

GS25는 2020년 7월 국내 최대 주류 스마트오더 플랫폼인 ‘와인25플러스’를 새롭게 론칭했다. 이는 소비자가 GS리테일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더팝’으로 원하는 주류를 검색해 구매하고, 이후 GS25 매장에서 찾아가도록 하는 주류 구매 플랫폼이다. 성공적인 O4O(Online for Offline, 오프라인을 위한 온라인) 사례를 얘기할 때 빠지지 않고 나온다. 이를 통해 구매할 수 있는 주류는 와인, 맥주, 한국 전통주 등 7000여 종에 이른다.

- 최근 국내 주류시장에서 와인이 아주 급성장세입니다. 펜데믹 과정을 거치며 이 같은 경향이 더욱 짙어졌는데요.
“국내 와인시장은 계속해서 성장할 것으로 봐요. 코로나19로 ‘홈술’과 ‘혼술’ 열풍이 불면서 와인이나 위스키를 즐기는 인구 자체가 크게 늘었어요. 이런 상황에서 거리의 편의성과 전문 주류 구색까지 갖춘 편의점이 주류(酒類)의 주류(主流) 구매 채널로 발돋움한 거죠.”

주고객 2030세대… 차별화 와인에 더 집중할 것

- 특히, MZ세대의 와인·위스키 소비가 아주 활발합니다. 그런 MZ세대에 맞춘 전략이 따로 있나요? 아니면 세대를 특정 짓지 않는 건지요.
“2030이 주요 고객층이에요. 그런 만큼 2030의 소비를 끌어낼 수 있는 차별화된 주류를 계속해서 강화해 나가고자 하죠. 차별화 와인 12종이나 시리즈로 선보이는 희귀 주류가 대표적이에요. 앞으로도 ‘원소주 스피릿’, ‘뵈르맥주’ 열풍을 이을 차별화 와인을 선보이는 데 더 집중하고 노력할 겁니다.”

- 혹시 와인 기사 작위를 받는 과정에서 ‘보르도의 와이너리는 한국 와인시장을 이렇게 평가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은 안해봤나요?
“프랑스 보르도 와이너리들은 확실히 한국을 중요한 시장으로 인식하고 있어요. 특히, 온·오프라인 플랫폼으로 확장 가능성이 큰 편의점 시장에 대한 관심이 무척 높습니다.”

- 편의점이 새로운 와인 구매 채널로 부각했습니다. 이에 따라 급상승 중인 와인 소비와 관련해 편의점(점주)의 반응은 어떤지도 궁금합니다.
“와인은 이제 편의점의 매출을 견인하는 중요한 카테고리로 성장했어요. 많은 매장이 현재 와인 종류나 진열 면적을 계속해서 확대하고 있기도 하고요. 직접 시음해본다든지 와인 정보를 공부해 고객에게 상품을 직접 안내하는 점주도 계속해서 많아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돼요.”

김유미 와인 MD는 “거리의 편의성과 전문 주류 구색까지 갖춘 편의점이 주류(酒類)의 주류(主流) 구매 채널로 발돋움했다”고 말했다. 사진=GS리테일

올해 ‘주류기획팀’ 신설로 더욱 바빠질 전망

GS리테일은 2006년 편의점업계 최초로 전용 와인 ‘라마르’를 선보였다. 17년 전의 일이다. ‘평화’, ‘아름다움’이라는 뜻의 라마르는 ‘헤밍웨이가 사랑한 와인’이라는 스토리까지 덧입히며 공들인 결과, 당시 GS슈퍼마켓·GS마트·GS백화점 등에서 가장 많이 팔리던 ‘몬테스알파’를 제치고 판매 1위를 찍었다.

수제맥주 제조업체 카브루와 손잡고 만든 ‘경복궁’은 2019년 일본 ‘인터내셔널 비어 컵(IBC)’에서 금상을 받았다. IBC는 미국 ‘월드 비어 컵(WBC)’, 독일 ‘유러피언 비어 스타(EBS)’, 호주 ‘세계 맥주 품평회(AIBA)’와 함께 세계 4대 맥주 품평회로 알려져 있다.

두 가지 예만 들었지만, 주류 판매 호조나 와인 기사 작위 등의 성과가 하루아침에 이뤄진 건 아니라는 얘기다.

앞서 밝힌 대로 GS리테일은 올해를 시작하며 주류기획팀을 신설했다. 코로나19 상황을 거치면서 2030세대를 중심으로 홈술·혼술 트렌드가 늘고, 지난해 GS리테일 최대 히트상품이었던 ‘원소주 스피릿’과 ‘뵈르맥주’ 예처럼 차별화 주류의 중요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주류기획팀은 기존 음용기획팀에서 ‘원소주 스피릿’과 ‘버터맥주’ 등을 론칭시킨 신득호 팀장과 실무자인 한구종 주류 MD, 김유미 와인 MD 등 네 명으로 구성됐다.


GS리테일 관계자는 “주류기획팀은 우리가 오랜 기간 기울여온 주류에 대한 진심, 최근의 소비 경향, 와인25플러스 등 여러 성공 히스토리가 집약돼 탄생한 결과물”이라며, “앞으로도 더욱 차별화된 주류를 선보이는 한편, 이를 와인25플러스와 연계해 시너지를 내는 등 GS25가 대한민국 주류유통의 게임체인저(game changer)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화경제 김응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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