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15일 “300조 원에 달하는 대규모 민간 투자를 바탕으로 수도권에 세계 최대 규모의 신규 시스템 반도체 클러스터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메모리 반도체는 한국이 세계 1위지만, 시스템 반도체에서는 대만의 TSMC에 밀려 삼성전자가 한참 처지는 2위에 머물고 있는 현실을, 대규모 민간 투자와 정부의 국가 산업단지 지정 등을 통해 시스템 반도체에서도 한국이 세계 톱 수준으로 올라가도록 만들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주재한 제14차 비상경제민생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기존 150개 이상의 국내외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 판교 팹리스 등과 연계해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를 세계 최대 규모로 키우겠다”며 “첨단 산업은 핵심 성장 엔진이자 안보 전략 자산이고 일자리와 민생과도 직결된다. 최근 반도체에서 시작된 경제 전쟁터가 배터리, 미래차 등 첨단산업 전체로 확장되고 각국은 첨단산업 제조 시설을 자국 안에 유치하고자 대규모 보조금과 세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비상경제민생회의는 ‘첨단 산업 생태계 구축을 위한 첨단 산업단지 조성 계획’ 주제 아래 개최됐다.
윤 대통령은 이어 “우리는 메모리 반도체, 올레드 디스플레이 등 일부 분야에서 이미 세계적 수준의 기술과 생산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 더 성장하기 위한 민간 투자를 정부가 확실히 지원하지 않으면 안 된다”며 “2026년까지 계획 중인 반도체 등 첨단 산업 6대 분야에 대한 총 550조 원 이상의 민간 투자가 신속히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정부는 입지, 연구개발, 인력, 세제 지원 등을 빈틈없이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또 “우주, 미래 차, 수소 등 첨단 산업을 키우기 위해 지방에도 3300만㎡, 총 1천만 평이 넘는 규모의 14개 국가 첨단산업단지를 새로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첨단산업 발전은 전체 경제성장과 직결되지만, 지역 균형발전과도 직결된다”며 “지난 대선 때도 지역균형발전 기조를 지방이 스스로 비교우위 분야를 선택하면 중앙정부는 이를 확실히 지원하겠다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부는 지역 스스로 비교우위가 있다고 판단되는 분야를 키울 수 있도록 토지 이용 규제를 풀고 국가 산단을 조성할 것”이라며 “오늘 발표된 산단 조성이 신속하게 추진될 수 있도록 정부는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국토교통부는 이날 경기도 용인 일대 215만 평(710만㎡)에 시스템 반도체 중심의 첨단 반도체 제조공장 5개를 구축하고, 최대 150개 국내외 소재·부품·장비 기업과 연구기관을 유치한다는 등 15개 산단 후보지를 발표했다. 그 구체 내용은 아래와 같다.
△충청권 대전·천안·청주·홍성 후보지: 대전 산단 후보지는 160만 평 규모로 나노·반도체와 항공우주 산업을 육성한다. 이곳에 대전 제2 대덕연구단지를 조성할 계획이다. 천안(126만 평)은 미래 모빌리티·반도체, 청주 오송(30만 평)은 철도, 홍성(71만 평)은 수소·미래차·2차전지 산업을 육성한다. 이를 통해 충청을 모빌리티 사업의 중심으로 도약시키겠다는 계획이다.
△호남권 광주, 전남 고흥, 전북 익산, 전북 완주 후보지: 광주(102만 평)에서는 두 곳의 완성차 생산공장을 기반으로 미래차 핵심부품 국산화를 추진한다. 고흥(52만 평)은 나로우주센터와 연계한 우주산업 클러스터를, 익산(63만 평)에서는 ICT와 농식품 가공을 접목한 푸드테크 기술 기반을 조성한다. 완주(50만 평)는 수소저장·활용산업을 특화한다.
△경남권 창원(103만 평) 후보지: 방위·원자력산업 수출 촉진을 위한 산단 후보지로 지정됐다.
△대구·경북권 후보지: 대구(100만 평)는 미래 자동차와 로봇산업을, 안동(40만 평)은 바이오의약을, 경주(46만 평)는 소형모듈원전(SMR), 울진(48만 평)에서는 원전의 열과 비송전 전력을 활용한 수소생산 산업을 육성할 계획이다.
△강원권 후보지: 강릉(28만 평)에 국가산단을 조성해 천연물 바이오산업을 키운다. 이는 식물, 광물, 미생물 등에서 추출한 물질을 건강식품, 의약품, 화장품에 활용하는 산업이다.
원희룡 장관은 “창원에 기업들이 몰려드는데 부지가 부족하다”며 “그린벨트를 과감히 풀어 부지 부족 없이 전후방 기업들을 넉넉히 입주할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