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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리뷰] 열성 컬렉터가 故 오세영 화백에 헌정한 추모전

인사아트센터서 27일까지 전시…‘축제’부터 ‘심성의 기호’까지 총 42점 선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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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745호 김금영⁄ 2023.03.16 16:45:52

생전의 오세영 화백. 사진=에이앤씨미디어

“오세영 화백의 그림을 처음 봤을 때의 전율은 아직도 잊을 수 없어요. 그림에 대해 잘 알지도, 제대로 공부했을 때도 아니었는데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감동을 느꼈습니다. 신비로운 색채감은 바실리 칸딘스키나 파울 클레 그림 이상이었죠. 그렇게 제 인생 첫 작품 수집이 시작됐습니다.”

박재석 컬렉터(현 힐링&웰빙 부대표)는 오 화백에 대해 이야기할 때 그 누구보다 눈을 반짝였다. 이야기의 시작은 컬렉터로서의 인생이 시작된 오 화백의 작품 ‘축제’(1989)와의 첫 만남부터였다.

'심성의 기호' 작품 옆에 선 박재석 컬렉터. 사진=김금영 기자

본래 화가를 꿈꿨지만 현실에 부딪혀 직장인의 삶을 이어온 박 컬렉터. 그는 삼성전자에서 30년 동안 근무했는데, 퇴직 전 10년 동안 사내 ‘마음건강사무국’ 국장으로 일했다. 심리상담사 30명, 의사 8명과 함께 직원들의 마음건강을 돌보는 업무를 했는데 치료 중 미술심리치료도 있었다.

마음을 치유해주는 그림을 찾기 위해 많은 갤러리와 그림을 찾아다니던 중 운명적으로 ‘축제’를 만났다. 박 컬렉터는 “마음건강사무국엔 심리상담이 필요한 우울한 사람들이 찾아왔다. 이들에게 어떻게 도움을 줄 수 있을까 여러 방편을 연구하면서 그림이 주는 힘에 대한 책도 읽었다”며 “그러던 중 우연히 본 축제 그림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그 희열은 여전히 생생하다. 그림 하나가 사람의 마음에 이렇게 깊은 감동을 줄 수 있다는 게 놀라웠다”고 말했다.

해당 그림은 이미 소유자가 있었지만, 이 운명적인 만남을 일회성으로 끝낼 수 없었던 박 컬렉터는 6개월이나 사정한 끝에 마침내 그림을 품안에 안을 수 있었다고 한다. 박 컬렉터는 “원 소장자가 코로나19로 경기가 나빠져서 눈물을 머금고 작품을 팔면서 ‘기회가 되면 그 그림을 다시 사겠다’고 했다 하더라”고 말했다.

박재석 컬렉터가 처음으로 구매한 오세영 화백의 작품 '축제'가 전시돼 있다. 사진=김금영 기자

그렇게 박 컬렉터의 수집 역사 첫걸음이 발을 뗐다. 오 화백의 작품을 비롯해 김윤식 화백의 작품 등 현재까지 600점 이상의 작품을 수집했다. 이중 가장 많은 건 역시 오 화백 컬렉션으로, 총 42점을 소유하고 있다. 2년이 넘는 시간 동안 공을 들여 수집한 작품도 있다.

이 42점을 모두 공개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인사아트센터 1~2층 본전시장에서 3월 15~27일 ‘컬렉터 헌정 오세영 화백 추모전’을 열었다. 그림을 보고 마음을 치유해 화가의 열성 팬이 됐던 컬렉터가 헌정 전시까지 마련한 것이다.

1층 전시장은 '심성의 기호'와 '축제'로 시작된다. 박재석 컬렉터는 "축제 시리즈는 우울한 기분을 떨쳐버리고 유쾌하고 생기 돌게 한다"고 소개했다. 사진=김금영 기자

이는 오 화백의 안타까운 사고사에서 비롯됐다. 지난해 10월 박 컬렉터는 이화순 에이앤씨미디어 대표에게 “오 화백의 급작스러운 죽음에도 불구하고 알아주는 이가 제대로 없다니 이게 말이 되느냐”고 울분을 토한 것이 계기였다. 박 컬렉터는 “작품이 조금씩 모이고 연구도 깊어지면서 오 화백에 대한 존경과 예술세계에 대한 감동도 커져갔는데, 청천벽력 같은 사고 소식을 접하고 마치 은사를 여읜 듯 슬펐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화순 대표는 “박 컬렉터가 어느 날 ‘오세영 화백에 대해 잘 아느냐’라고 물어봤다. 이전에 박영덕화랑에서 전시가 열렸던 것은 기억했지만, 다시 돌아보니 나 역시 자세히 알지 못했다”며 “오 화백은 미국뉴욕소호작가협회 회원으로 활동하며, 미국평론가들로부터 외국작가 10대 작가상을 타고, 펜실베이니아대학 교환교수로 현지 학생들을 가르치고, 또 상트페테르부르크 러시아국립미술관에서 초대 개인전을 가지는 등 세계적인 활동을 했다”고 짚었다.

이어 “하지만 박정희 독재정권을 비판한 ‘로봇’(1979) 연작 등으로 정부의 압박을 받아 1980년 미국으로 건너갔고, 이 여파로 국내에선 활발히 활동하지 못하고 거의 칩거하다시피 작품만 그렸다. 이에 해외에서는 오 화백의 작품세계가 잘 알려졌지만, 국내에서는 그렇지 못한 측면이 컸다”고 말했다.

 

오세영 화백 작품 수집으로 컬렉터 첫 발걸음

수집품 42점 전시…"보다 많은 사람들이 오세영 화백과 만나길"

박재석 컬렉터는 "내면의 심성을 차분하게 만들어 새로운 활기를 만들어주는 힘이 '심성의 기호' 작품에 있다"고 말했다. 사진=김금영 기자

박 컬렉터와 이 대표는 국내에서 저평가된 오 화백의 작품을 보다 많이 알리자는 데 뜻을 함께했다. 특히 4월 12일은 오 화백 탄생 85주년으로, 이를 기념하는 의미도 담았다.

오 화백과의 인연을 만들어준 작품 축제를 비롯해 그의 또 다른 대표작 ‘심성의 기호’ 등 42점을 이번 전시에 선보였다. 사이즈로만 봐도 150호를 비롯해 100호 23점, 70호 1점, 50호 6점, 20호 3점, 10호 7점 등 다양했다.

박재석 컬렉터가 전시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사진=김금영 기자

1층 전시장은 심성의 기호와 축제로 시작됐다. 특히 심성의 기호는 축제 못지않게 박 컬렉터가 애정을 가진 작품이다. 박 컬렉터는 “축제 시리즈가 우울한 기분을 떨쳐버리고 유쾌하고 생기 돌게 한다면, 심성의 기호는 내면의 심성을 차분하게 만들어 새로운 활기를 만들어주는 힘이 있다”고 말했다.

오세영 화백은 생전 심성의 기호를 ‘태극기의 괘와 효를 재해석한 작품’이라고 말했는데, 박 컬렉터는 그림 속 괘에서 화백의 감정이 느껴졌다고 한다. 박 컬렉터는 “작품 속 괘가 오 화백이 자신의 마음인 심(心)자를 해체한 뒤 작업 당시의 심리 상태에 따라 心자를 해체하고 재배치시켜 새로운 작품을 만들어낸 것 같다”고 말했다.

2층 전시장엔 성서, 자연을 소재로 한 작품들이 설치됐다. 각각의 그림은 화면에서 형형색색 다채로운 매력을 드러내는가 하면, 또 다른 화면에선 차분한 톤으로 분위기가 반전되기도 한다. 사진=김금영 기자

이어 “욕심으로 갈등하는 마음일 때는 마음 心을 한 괘 한 괘 가지런히 쪼개어 본인을 다스리는 마음을 표현하고, 또 어떤 날은 노란 바탕에 또 다른 날은 금색 바탕에 마음 색깔도 다양한 원색으로 한 점 한 점 심혈을 기울인 오 화백의 모습이 고스란히 느껴져 마음을 정화시켜준다”며 “어떤 측면에서는 마음수련을 위해 오 화백이 얼마나 노력했을까 하는 생각에 마음이 아리기도 하다”고 말했다.

2층 전시장엔 성서, 자연을 소재로 한 작품들이 설치됐다. 각각의 그림은 화면에서 형형색색 다채로운 매력을 드러내는가 하면, 또 다른 화면에선 차분한 톤으로 분위기가 반전되기도 한다. 마치 빗살무늬 토기를 연상케 하는 질감도 독특했다.

오세영 화백의 작품이 전시된 모습. 사진=김금영 기자

박 컬렉터와 이 대표는 “생전 오 화백은 자신의 작품은 위조할 수 없다고 했다. 그의 작품을 보면 이를 바로 이해할 수 있다”며 “물감을 덩어리째 페인팅하며 거친 질감을 드러내는 작품도 있는데, 거기서 강한 생명력과 역동성이 느껴진다”고 입을 모았다.

5대째 가톨릭가문의 8남매 중 막내인 오 화백이 신앙의 힘으로 그린 간증의 그림에는 본인의 세례명인 ‘파스칼’을 사인으로 쓰기도 했다. 이 대표는 “5대째 내려온 독실한 신앙가문이 오 화백의 작품 활동 초기 ‘최후의 만찬’ 등 목판화 성화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도 했다”며 “하지만 후반엔 심성의 기호 등에서 보듯 한국인의 정체성과 함께 영성(spirituality)이 함께 하는 듯한 간접적인 추상화로 변해갔다. 마침내 그에게 신은 겸허히 받아들여야 할 대상이 된 듯하다”고 말했다.

이처럼 전시는 상징적인 도형이 자유롭게 해체, 변용되는 심성의 기호에서 시작돼 마치 낙서화, 아동화 같은 리듬과 유희성이 느껴지는 축제, 고고학자들이 발견한 유물과도 같은 원시성을 담은 작품, 종교적 세계관이 드러나는 작품까지 오 화백의 폭넓은 예술세계를 만나볼 수 있도록 안내했다.

박재석 컬렉터는 "이번 전시를 시작으로 오세영 화백의 작품을 볼 수 있는 자리를 꾸준히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사진=에이앤씨미디어

오 화백 추모 전시는 이제 시작이다. 박 컬렉터가 오 화백의 작품을 처음 봤을 때의 마음이 원동력이다. 박 컬렉터는 “오 화백의 작품을 보다 많은 사람들이 봤으면 하는 건, 내가 직접 작품을 보고 느꼈던 감동을 함께 느껴보길 바라서다. 그림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느낄 수 있는 감동과 행복, 희열을 공유하길 바랐다”며 “이번 전시를 시작으로 한 공간을 구해 상설전을 열거나 교육기관 등과 협의해 학생들이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는 등 여러 방안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작게나마 오세영 화백이 아낀 분신 같은 수작들을 전시하니, 많은 사람들이 오 화백의 예술세계를 조금이라도 느껴보길 바란다”며 “또 국내에서도 오 화백에 대한 재조명이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 문화경제 김금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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