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45호 이윤수⁄ 2023.03.23 11:24:20
서울 25개 자치구 중 한 곳인 마포구는 젊은 문화 중심지다.
홍대 입구를 시작으로 합정역, 상수역 등이 인디 공연의 메카로 꼽힌다. 특히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거리 공연부터 시작해 힙합과 인디 음악 등 각자 좋아하는 취향에 따라 음악을 즐기며 지역과 함께 문화를 만들어 가고 있다.
마포구는 구민이 문화를 좀 더 향유할 수 있도록 2007년 마포문화재단을 설립했다. 현재 재단은 마포문화센터를 운영하며 지역 주민을 위해 친근하고 대중적이며, 즐길 수 있는 문화 예술을 기획해 선보이고 있다.
특히 마포문화재단 송제용 대표이사는 지난 임기 중 가족친화 우수기관 인증, 스마트 마포아트센터 추진, 마포아트센터 1004석 재개관, M 축제 시리즈 브랜드화, 서울마포음악창작소 인수, 문화예술 지역사회공헌 등 다양한 성과를 내며 능력을 보여줬다. 이에 이사회는 송 대표이사를 만장일치로 6대 대표이사로 재선출했다.
-먼저 연임 소감을 듣고 싶습니다.
"연임될 줄 전혀 몰랐습니다. 기초문화재단의 경우 구청장이 바뀌면 산하 기관장도 바뀌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기대하지 않았는데, 팬데믹 시기뿐만 아니라 공연장 리모델링을 진행하며 재단 모든 직원이 합심하여 노력한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마포구청장과 마포구민이 ‘더 잘해보라’는 의미로 기회를 주신 것 같아 책임감이 큽니다."
-지난 임기 중 아쉬웠던 사업이 있었나요?
"2020년 3월, 팬데믹 시작과 함께 마포문화재단에 취임하였습니다. 재단 전 직원이 마스크를 쓰고 있어 얼굴을 파악하는 데만 6개월이 넘게 걸렸습니다. 당시는 코로나로 공연이나 축제가 모두 취소됐던 시기입니다. 한동안은 아무것도 할 수 없어 답답했죠. 하지만 어떤 어려운 상황에서도 문화예술은 강물처럼 흘러가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비대면이 필수적이었던 상황을 역으로 활용하여 공연 영상화 사업을 적극 추진했습니다. 하늘공원, 광흥당, 경의선 책거리 등 마포 명소를 무대로 드론 등 최첨단 기술과 장비를 이용하여 제작한 '마포 6경 클래식', 도시의 사계절을 담은 2021년 '마포 사계' 등 지역 콘텐츠와 연계한 영상화 사업으로 관객들과 소통하고자 노력했습니다.
취임할 때 계획한 사업들을 모두 실행에 옮길 수 없었지만 지금 생각하면 오히려 코로나 때 새로운 시도를 통해 전화위복이 된 것 같습니다."
-마포문화재단은 어떤 역할을 하는 공공기관인가요?
"마포문화재단은 마포구의 문화예술 진흥을 위해 2007년 마포구청의 출연을 받아 설립되었습니다. 벌써 16년이 되었으니 서울 기초문화재단 중에서는 맏이 역할을 하고 있고요.
‘문화로 더 행복한 도시 마포’라는 비전을 수립하고 공연, 전시, 축제 사업, 주민 생활문화 동아리 운영, 청소년 문화예술교육, 생활체육 강좌, 문화예술 아카데미 운영, 사회공헌 사업 등 전반적인 문화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재단에서 운영하는 마포아트센터는 어떤 곳인가요?
"마포문화재단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모두 잘 갖춰진 훌륭한 재단입니다. 그중에서도 하드웨어인 마포아트센터는 작년에 대극장 리모델링 공사를 마치고 1004석 대극장으로 다시 태어났습니다. 대극장뿐 아니라 200석 규모의 소극장, 갤러리, 스튜디오, 연습실 등이 있습니다. 또 수영장, 실내골프장, 헬스장, 체육관 등이 있는 스포츠 센터와 아카데미도 갖춘 복합문화시설입니다."
-사업 중 특히 ‘M클래식 축제’가 궁금합니다.
"올해로 8회를 맞이하는 'M 클래식 축제'는 명실공히 대한민국 대표 클래식 축제로 브랜드화에 성공한 재단의 주요 사업입니다.
팬데믹으로 대부분의 축제가 취소되었던 2020년, 2021년에도 전 일정 비대면 디지털 콘택트로 축제를 이어 나가 큰 화제가 되었습니다. 서울시 보조금으로 운영되는 축제로 원래는 작년에 지원이 종료되는데 우수 축제로 인정받아 4년 연장되었습니다.
2020년에는 670인치 LED 무대를 세우고 100여 명의 합창단원들이 화상 프로그램에 접속하여 대합창을 했던 메인 콘서트로 큰 감동을 주었고 마포 명소를 무대로 AR, VR 등 최첨단 기술과 영화, 방송 장비를 총동원하여 제작한 시네마틱 클래식 영상 시리즈가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작년부터는 대면으로 관객들을 만나고 있습니다. 올해는 마포문화재단이 아시아 클래식 스타들의 허브로 도약하기 위해 한대일(한국·대만·일본) 피아니스트의 릴레이 공연을 하이라이트로 기획하고 있습니다.”
-‘꿈의 무대’ 사업 또한 흥미롭습니다.
“'꿈의 무대'는 합창, 연극, 무용, 국악, 밴드, 바투카다, 아프리카 댄스, 전시 등 다양한 장르의 아마추어 예술가들을 지원하는 사업으로 지역 문화 공동체가 자생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주민 생활예술 활동을 활성화하기 위해 기획된 사업입니다.
2015년부터 현재까지 벌써 7000여 명에 가까운 주민들이 참여했습니다. 생활예술 활동을 지원하는 것뿐 아니라 연말에는 무대 전문 인력과 협업한 축제를 통해 마포아트센터 무대에도 오를 수 있어 그야말로 꿈꿔왔던 ‘꿈의 무대’를 실현해드리고 있습니다."
-최근 탱고 공연에서부터 탭댄스 공연까지, 새로운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프로그램 기획은 어떻게 이루어지나요?
"마포문화재단의 가장 큰 자랑은 기획력입니다. 대부분 공공 공연장이 기획사를 통해 이미 만들어진 공연을 초청하여 올리는 경우가 많은데 마포문화재단은 마포만의 기획으로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특별한 기획공연을 올리고 있습니다. 세금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사기업에서는 할 수 없는 새로운 시도와 도전으로 문화예술계를 선도하는 것이 공공기관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프로그램을 기획할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있다면?
"남녀노소 모두를 배려한 수준 높은 문화서비스를 제공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작년에 리모델링 기념 재단 설립 최초로 제작한 뮤지컬 '첫사랑'의 경우 한국 가곡을 소재로 한 창작 뮤지컬로 호평받았습니다.
최근 문화예술계에 20·30세대 여성 관객 위주의 쏠림 현상이 심각한 문제인데 재단은 뮤지컬 첫사랑, 대중음악 시리즈 어떤가요 등을 통해 중장년층, 나아가 온 가족이 함께 볼 수 있는 문화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기획하여 선보이고 있습니다."
-초청 강연이나 공연 등의 경우 네임밸류도 중요하지만, 프로그램의 질이 더욱 중요한 시기입니다.
"출연진의 네임벨류도 중요하지만 프로그램의 질, 관객과의 소통 등을 더욱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최정상급 아티스트 공연의 경우 관객들이 여러 공연장에서 만날 수 있다면 마포는 마포에서만 할 수 있고, 볼 수 있는 콘텐츠를 올리는 것을 제일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이런 마포문화재단의 노력이 문화예술계의 다양성을 확장하는 데 기여할 수 있길 바랍니다."
-구민이 원하는 프로그램은 무엇이라 생각하시나요?
"구민이 원하는 프로그램이 워낙 다양하겠지만 마포문화재단의 대표 레퍼토리 공연 중 대중음악 시리즈인 '어떤가요'를 소개하고 싶네요.
‘음악은 타임머신이다’라는 콘셉트의 시리즈 공연으로 2022년 7월, 1회 공연에는 밀레니엄 시대를 풍미한 발라드 황태자 조정현, K2 김성면, 에메랄드 캐슬 지우, 이규석, 이정봉이 최초 합동 콘서트를 열었는데 반응이 너무 좋아 시야방해석까지 추가로 오픈하여 공연을 했죠.
2회 때는 이정석, 이치현, 그리고 올 1월에는 김완선, 박남정이 관객들을 만났습니다. 3회 공연 평균 40대 이상 예매율이 89%를 기록할 정도로 40·60세대 관객의 큰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새롭게 구상중인 기획이나 공연 등의 사업이 있을까요?
"2020년부터 2023년 2월까지 5대 임기가 공연 영상화 선도에 방점이 찍혔다면 6대 임기는 마포구는 물론 서울, 나아가 세계로 뻗어가는 마포문화재단이 되고자 합니다. 앞에서 잠깐 언급했듯 올해 가을에 펼쳐질 도심 속 최대 규모 클래식 축제 'M 클래식 축제'에서는 한·중·일 클래식 스타들의 릴레이 리사이틀이 기획되어 있습니다.
한국은 피아니스트 김도현, 대만계 피아니스트 키트 암스트롱, 일본 피아니스트 무카와 게이코가 준비한 감동의 무대가 관객들을 만날 예정입니다. 그리고 올해는 처음으로 ‘M 아티스트 제도’를 도입하여 재단이 선정한 아티스트의 4번 공연을 통해 아티스트의 다양한 매력을 관객에게 알리고자 합니다.
올해의 주인공은 2021 부소니 콩쿠르 2위에 빛나는 차세대 거장 ‘김도현’입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자치구를 넘어 대한민국의 문화예술 사업이 어떻게 펼쳐져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대한민국의 문화예술을 논하기엔 제가 아직 부족한 부분이 많습니다. 다만, 기초, 광역, 국립 문화재단이 있지만 그중 기초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아이들에게 공교육이 커버하지 못하는 문화예술교육을 가장 가까운 곳에서 제공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요즘 K콘텐츠가 세계적으로 인정을 받고 있는데 오징어 게임이나 BTS를 국가가 주도한 게 아니잖아요. 좋아하는 일을 하는 사람들이 만들어낸 기적입니다. 백 명 중 한 명이라도 BTS나 조성진 같은 친구들에 나올 수 있도록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문화적인 감각을 일깨워주는 게 우리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문화예술은 우리 삶의 FUN, 곧 즐거움이지요. 세상이 점점 삭막해지지만 그럴수록 사람의 정서를 어루만지는 문화예술의 가치가 점점 커진다고 생각합니다. 클래식, 무용, 국악, 콘서트, 연극, 뮤지컬 등 무엇이라도 좋습니다. 더욱 많은 사람들이 일상에 즐거움을 줄 수 있는 문화예술을 만나 삶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 문화경제 이윤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