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은행(SVB) 붕괴 이후 예금이 안전하지 않다는 인식이 확산되며 2860억달러(371조8000억 원)에 달하는 미국 예금주들의 자금이 머니마켓펀드(MMF)로 몰려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8일 헤럴드경제 보도에 따르면 중소은행의 유동성 불안에 예금을 빼낸 후 상대적으로 안전한 투자처인 MMF로 자금을 옮기고 있다는 분석이다.
26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는 데이터 제공업체 EPFR의 자료를 인용해 이달 들어 미국 MMF에 2860억달러의 자금이 유입됐다고 보도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막대한 금액이 유입되며 MMF 전체 자산이 사상 최대치인 5조1000억달러를 넘어섰다고 밝혔다.
MMF로의 자금 이동은 은행 건전성에 대한 불안과 증시에 투자하기도 위험하다고 판단하는 투자자가 많다는 뜻이다.
MMF는 자산운용사에서 초단기 자금 운용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펀드 상품이다. 주로 금리위험과 신용위험이 적은 국공채, 어음, 양도성예금증서(CD) 등에 운용하고 운용 수익을 배당하는 투자 상품이다. 대체로 우량 자산에 투자하는 만큼 원금 손실이 발생할 확률이 아주 낮다. 또한 대부분 환매수수료가 없고 당일 입금과 환매가 가능한 특성으로 입출금이 자유로워 유동성이 매우 높다.
풍부한 유동성에 최근에는 높은 수익률이 맞물리며 MMF로의 자금 이동을 강화하고 있다. 최근 기업어음(CP) 등 수익증권에 보다 적극적으로 투자하는 신종MMF가 한전채(한국전력공사 채권)가 제공하는 3% 중반대 금리 보다 4% 대 이상의 높은 수익률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8일 연합인포맥스 보도에 따르면 지난 7일 기준 주간 수익률이 가장 높은 신종MMF는 '삼성시가평가MMF법인 제1호 C'로 수익률이 6.21%에 달했다. MMF의 수익률이 높은 것은 작년 금리 급등기에 사둔 CP 등 고금리 채권이 효자 노릇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국내 금융시장에서도 MMF 잔액이 빠른 속도로 늘며, SVB 파산 직후에는 200조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23일 기준 국내 MMF 잔액은 지난해 12월 말 153조3450억원에서 지난 23일 197조5403억원으로 44조원 이상 증가했다. MMF에 200조원이 넘는 뭉칫돈이 쏠린 것은 사상 최초다.
<문화경제 김예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