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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매계의 큰 손’ 이랜드, 문화사업에 힘 쏟는 이유…“제2의 루브르 꿈꾼다”

세종문화회관과의 협력전 통해 대규모 패션 수집품 공개 눈길…이랜드뮤지엄·갤러리·매장 통해서도 문화예술 공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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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745호 김금영⁄ 2023.03.28 13:31:13

애슐리 홍대점에 전시됐던 가수 존 레논의 기타(왼쪽)와 애슐리 부산서면쥬디스점에 전시됐던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 의상. 사진=이랜드

매장에서 음식을 먹다가 바로 옆에 존 레논이 사용했던 실제 기타가 전시된 걸 발견하고 ‘이건 진짜인가?’ 놀랐던 기억이 있다. 이뿐 아니라 팝스타 마이클 잭슨이 공연 때 입었던 재킷, 마돈나의 영화의상 등 평범한 일상에서 보기 힘든 진귀한 전시품들이 매장 곳곳에 설치돼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시간이 흘러 이 전시품들을 올해 전시장에서 다시 만났다. 이번엔 세계적인 스타와 유명인사의 신발과 가방 등 패션 아이템이 무려 200여 점 등장하며 규모가 대폭 커졌다. 여기에 그저 개수로 밀어붙이지 않고, 각각의 전시품에 담긴 사연 및 이를 직접 사용했던 유명인사의 이력도 화려해 눈길을 끌었다.

 

대표적으로 영국 최초의 그리고 유일한 여성 총리이자 최장기 집권한 마가렛 대처가 정치적 권력과 메시지를 드러낸 패션 아이템, 할리우드 최초로 출연료 100만 달러를 갱신했던 엘리자베스 테일러의 취향이 반영된 가방과 신발, ‘스크린 역사상 가장 위대한 코믹 예술가’로 불리는 찰리 채플린을 상징하는 중절모와 대나무 지팡이가 전시됐다.

이랜드는 세종문화회관과의 협력 전시에서 유명인사의 패션 소장품을 대거 공개했다. 사진은 배우 엘리자베스 테일러 관련 소장품이 전시된 모습. 사진=김금영 기자

또, ‘역사상 가장 성공한 연예인’이라는 기네스북 기록을 포함해 총 39개의 기네스북 기록을 보유한 마이클 잭슨이 ‘빌리 진’ 공연에서 문워크를 처음으로 선보인 무대에서 착용한 재킷, 미국과 20세기 대중문화를 상징하는 배우 마릴린 먼로가 대표 작품 ‘신사는 금발을 좋아해’ 촬영 당시 애용했던 아이템까지, 한자리에 모이기 힘든 희귀품들이 한꺼번에 등장했다.

이 모든 현장을 가능케 한 중심엔 공통적으로 이랜드가 있었다. 앞서 존 레논의 기타가 설치됐던 매장은 특별한 박물관, 갤러리가 아닌 이랜드 애슐리 홍대점의 풍경이었다. 스타들의 소장품 200여 점이 한꺼번에 모인 자리는 세종문화회관과의 협력으로 3월 25일까지 열린 ‘셀럽이 사랑한 백&슈즈’전 현장이었다. 관련해 이랜드의 문화사업에 관한 보다 자세한 이야기를 이랜드뮤지엄의 서영희 전시기획 이사와 그룹 측으로부터 들었다.

패션업 모태기업 이랜드와 전시가 만났을 때

희귀한 예술작품과 경매품에 대한 관심이 많은 이랜드 박성수 회장은 '경매계의 큰 손', '수집왕'으로 불린다. 사진=이랜드

30여 년 넘게 이어진 이랜드의 예술품 수집 역사는 박성수 회장의 문화예술에 대한 관심에서 비롯됐다. 희귀한 예술작품과 경매품에 대한 관심이 많은 박 회장은 ‘경매계의 큰 손’, ‘수집왕’으로 불리며, 소장품만 현재 약 50만 여점에 이른다. 이랜드는 내부에 전문 컬렉션팀을 구성하고, 미국과 영국 등 주요 경매시장을 돌며 문화예술품을 수집해 왔는데, 고고학자들도 구하기 어렵다는 조선시대 영·정조 전시품을 비롯해 팝스타, 스포츠 스타의 소장품까지 아우른다.

특히 패션 관련 소장품이 많다. 이랜드 측은 “패션업을 모태로 한 기업이기에 패션과 관련된 예술품을 주로 소장하고 있다”며 “특히 유명인의 라이프스타일 및 스토리가 담긴 패션 아이템, 당대의 시대상을 대표할 수 있는 인물의 아이템을 주로 수집한다”고 밝혔다.

방대한 수집품은 가산사옥 및 각지의 수장고에 보관하는데, 마냥 꽁꽁 숨겨두지 않고 대중과 친숙한 장소에 일부 공개해 왔다. 애슐리 홍대점도 이에 해당했다. 이랜드 측은 “고객과 밀접하게 맞닿은 의·식·주·휴·미·락 사업부문을 운영하면서 차별화 포인트로 수집품을 적극 활용한다. 여러 사업 분야에서 상품에 대한 영감을 얻고, 이랜드의 공간을 찾는 고객에게 신선함을 제공할 수 있는 도구로 수집품을 전시해 왔다”며 “대표적으로 애슐리퀸즈 등 이랜드의 외식 매장에 다양한 소장품과 시대상을 대표하는 스타들의 애장품을 선보여 왔다. 각 매장의 콘셉트별로 대중음악, 영화, 스포츠 등 다양한 카테고리의 소장품을 경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 관련 전시품이 설치된 모습. 사진=김금영 기자

‘셀럽이 사랑한 백&슈즈’전 또한 이 연장선상이었다. 이랜드의 내부 전시 기획팀이 전시 콘텐츠를, 세종문화회관은 전시장 디자인과 운영을 맡아 각각 전문성을 살렸다. 이랜드 측은 “세종문화회관이 광화문 리뉴얼 개장과 함께 서울 시민에게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한다는 취지에서 먼저 공동 기획 전시를 제안해 왔다”며 “이랜드 또한 대중에게 처음으로 컬렉션을 선보이는 인사의 장으로 서울의 중심지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이 더할 나위 없는 곳이라 생각해 선택했다”고 밝혔다.

특히 전시는 이랜드 수집품의 중심인 패션을 내세웠다. 이랜드 측은 “위인전에 수록되거나, 각 분야별 최고 권위의 상 수상자를 비롯해 세계 최초, 최다, 최대 등의 기록을 세운 인물 위주로, 특히 해당 셀럽이 공식석상 또는 주요 이벤트나 활동 당시에 착용했던 패션 아이템들을 엄선했다”고 전시품 선정 기준을 밝혔다.

▲13년 동안 소속팀 시카고 불스에 6개의 NBA 챔피언 타이틀을 안기며 ‘농구 황제’라 불린 마이클 조던이 ‘더 라스트 댄스’ 시즌에 실제로 착용했던 저지와 에어조던 13의 세계 첫 공개 ▲유명인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진품 209점 ▲시대를 초월한 유명인의 패션 소장품을 주제로 한 특별전이라는 점까지 전시 관람 포인트도 확실했다.

월드투어 시작을 불과 3주 앞뒀던 마이클 잭슨이 갑작스레 세상을 떠나 정작 앉아보지도 못했던 공연 의자를 바라보고 눈시울을 붉히는 관람객도 있었다고 한다. 사진=김금영 기자

이랜드 측은 “가방과 신발은 최초 인류의 안전과 편의를 위해 발명됐으나, 세월에 따라 착용자의 권력과 부를 타인에게 공표하는 도구로 사용되기도, 현대에 이르러서는 심미적인 자아 표현의 수단이자 패션을 완성하는 핵심 아이템으로도 활용된다”며 “단순한 패션 아이템을 넘어 개인의 내면과 일상, 시대적 현실과 트렌드, 수많은 사연과 의미를 담아내는 문화적 오브제로서의 가방과 신발을 다룸으로써 패션 아이템의 예술적 가치에 대해 대중이 즐겁게 느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고 설명했다.

반응은 긍정적이었다. 패션 분야에 몸담은 사람도, 자신이 애정하는 스타들을 기억하는 팬들도 전시장을 찾았다. 월드투어 시작을 불과 3주 앞뒀던 마이클 잭슨이 갑작스레 세상을 떠나 정작 앉아보지도 못했던 공연 의자를 바라보고 눈시울을 붉히는 관람객도 있었다고 한다.

이랜드 측은 “인상 깊었던 피드백은 ‘팬심을 충족시켜주는 만족스러운 전시’, ‘진귀한 물건들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는 전시’, ‘다양한 백과 슈즈들로 많은 영감을 받을 수 있었던 전시’ 등 전시품에 담긴 유명인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통해 감동과 영감을 얻었다는 것이었다”며 “기획 의도가 고스란히 전해질 수 있어 기뻤다”고 밝혔다.

세계 미술계가 주목하는 이랜드뮤지엄 소장품

이랜드 문화사업 집대성의 장이자 그룹의 첫 박물관인 '이랜드뮤지엄'은 제주시 한림읍에 있는 켄싱턴 리조트 제주 한림점 내에 2015년 개관했다. 사진=이랜드뮤지엄 공식 블로그

이랜드는 이번 전시뿐 아니라 전문 공간을 두고 꾸준히 수집품을 선보여 왔다. 대표적으로 이랜드 문화사업 집대성의 장이자 그룹의 첫 박물관인 ‘이랜드뮤지엄’이 있다. 제주시 한림읍에 있는 켄싱턴 리조트 제주 한림점 내에 2015년 개관했으며, 상설전시관 1개와 기획전시관 2개로 구성됐다.

 

이랜드 측은 “제주도 내 문화 예술계 지역 발전 및 이랜드가 수집한 국내외에서 문화사적으로 중요한 스포츠, 영화와 음악 그리고 세계사의 중요한 사건과 인물들의 유산을 통한 흥미로운 역사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개관했다”고 밝혔다.

이랜드뮤지엄은 아카데미 수상작의 어워드, 소품들과 배우의 실제 착용 의상을 소개한다. 아카데미 작품상·각색상·남우주연상·여우주연상 주요 5개 부문을 석권한 최초의 영화 ‘어느 날 밤에 생긴 일’ 각색상 수상자 로버트 리스킨의 오스카 트로피를 비롯해 ‘포레스트 검프’에서 톰 행크스가 입었던 촬영 의상, ‘대부’의 오리지널 대본 등이 전시돼 있다.

이랜드뮤지엄은 상설전시관 1개와 기획전시관 2개로 구성됐으며, 아카데미 수상작의 어워드, 소품들과 배우의 실제 착용 의상을 소개한다. 사진=이랜드뮤지엄 공식 블로그

개관 이래 현재까지 총 9회의 기획전을 진행했다. ‘마지막 황제’, ‘슈퍼 히어로’, ‘디렉터’ 등 아카데미 수상작과 수상자의 유산을 보여주는 특별전을 비롯해 ‘스포츠 챔피언’, ‘노벨상’, ‘컬렉션 오브 트로피 인 엔터테인먼트 어워드(Collection of Trophies in Entertainment awards)’ 등 각 분야 대표 세계 최고 권위의 각종 어워드 특별전 등도 선보였다.

이랜드뮤지엄의 소장품은 국내를 넘어 해외의 관심도 받고 있다. 실제로, 2012년엔 영국 V&A 뮤지엄의 요청을 받아 ‘할리우드 코스튬’전에 영화 소장품 5점을 대여해 줬다. 당시 범세계적 가치를 지닌 문화예술품을 한국 기업이 소유하고 있다는 소식에 세계 미술계가 들썩였다.

 

2015년엔 루이비통 측의 요청으로 배우 엘리자베스 테일러의 여행용 트렁크, 슈트케이스, 화장대 케이스, 도빌백 등 네 가지 가방을 전시회에 대여해줘 감사 인사를 전달받기도 했다.

이랜드뮤지엄의 소장품은 국내를 넘어 해외의 관심을 받고 있다. (왼쪽부터) 1997-98 시즌 경기에서 마이클 조던이 착용한 '더 라스트 댄스' 저지와 에어 조던 13, 마이클 잭슨이 최초로 문워크 안무를 선보였던 1983년 '빌리진' 무대에서 착용했던 블랙 시퀀스 재킷, 빅토리아 베컴의 스파이스 걸스 활동 시절 1998 스파이스 월드 투어에서 착용한 반짝이 부츠, 찰리 채플린의 아이코닉 캐릭터 '리틀 트램프' 대나무 지팡이 이미지. 사진=이랜드

지난해 12월 미국 LA아카데미 뮤지엄에서 열린 ‘대부 50주년 기념전’에도 이랜드뮤지엄이 소장하고 있는 영화 ‘대부2’의 출연 배우 로버트 드니로, 다이안 키튼, 존 카제일 등의 착용 의상을 대여해 주기도 했다.

 

관련해 김홍희 패션 큐레이터는 “이랜드뮤지엄의 수집품의 범위가 방대하다. 과거 ‘작은 아씨들’ 관련 자료가 필요할 때, 또, 야수파 디자이너 전시 옷 자료가 필요할 때 이랜드뮤지엄 측에 문의했더니 모두 소장하고 있었다”고 짚었다.

청년 예술가 지원하는 전문 전시 공간들

이랜드갤러리 헤이리 외부 전경. 사진=이랜드

이랜드의 문화예술 사업은 예술가 지원까지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이랜드는 청년 예술가 육성을 위해 이랜드문화재단을 통해 2009년부터 매년 40세 이하 ‘청년작가 공모전’을 진행해 왔다. 청년작가 공모전은 매년 작가를 선발해 창작 지원금을 후원하고 창작 활동 결과물을 선보이는 전시회로, 지난해까지 12기를 선발했으며, 총 95명이 창작 지원금과 전시 기회를 제공받았다.

이 지원 취지 확대를 위해 2021년 복합문화공간 ‘아트로’를 켄싱턴호텔 여의도에 개관한 데 이어 지난해 6월엔 경기도 파주시 헤이리 예술마을에도 ‘이랜드갤러리 헤이리’를 열었다.

 

이랜드의 갤러리 오픈은 18년 동안 이어온 신진작가 지원 사업과 깊은 관련이 있다. 중국 내 상위 5대 미술대학에 장학금을 제공했는데, 수혜 인원이 3000여 명에 달한다. 그중 엄선한 작품 500여 점을 갤러리에 선보인다. 단순 소장품을 전시하는 데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역량 있는 미술인을 발굴하고, 전시 기회를 제공하면서 작가들의 다양하고 도전적인 창작활동을 꾸준히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이랜드갤러리 헤이리 내부에서 전시를 관람하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 사진=이랜드

이 취지에 맞춰 이랜드 헤이리 갤러리는 첫 전시에서 이랜드문화재단 공모 10기 출신인 지히 작가의 작품을 소개했다.

 

또, 갤러리를 개관한 8월엔 세계적인 미술 행사인 키아프(KIAF) 시즌에 맞춰 유망작가를 미술애호가에게 소개하는 아트페어까지 처음으로 진행했다. 이랜드는 오프라인 갤러리뿐 아니라 온라인 갤러리 등 다양한 콘텐츠를 꾸준히 선보일 계획이다.

이처럼 이랜드가 문화예술품 수집 및 전시, 지원에 힘을 쏟는 건 문화를 통한 대중과의 소통을 위해서다. 이랜드 측은 “고객과 맞닿아 있는 다양한 소비재 사업에서 고객에게 시대의 문화예술을 제공하면서 소통할 수 있음에 의미가 있고, 실제로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고 밝혔다.

이랜드갤러리가 전개하는 복합 문화 공간 '아트로'는 켄싱턴호텔 여의도에 개관해 운영 중이다. 사진은 여의도 켄싱턴 호텔 전경. 사진=이랜드

이랜드는 문화예술이 지닌 힘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다. 이랜드 측은 “1990년도 스페인의 쇠락했던 공업 도시 빌바오를 디자인 도시로 탈바꿈하게 해 준 존재는 1997년 세워진 구겐하임 빌바오 미술관이었다”며 “문화예술 콘텐츠가 한 도시를 재생하는 힘을 지녔다는 것을 보여준 대표적 사례”라고 짚었다.

이랜드 또한 문화예술과 도시를 접목하는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한강에서 유람선을 운영하며 해외 관광객을 유치한 경험이 있고, 우방랜드를 인수한 이월드가 운영하는 이크루즈가 유람선을 운영 중이다.

 

또, 이랜드는 마곡지구에 거대한 패션연구개발센터 건립을 준비 중인데, 이곳에서 이랜드가 보유한 패션 컬렉션들을 전시 및 활용할 경우 사업적으로도 보다 큰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이랜드는 이랜드문화재단을 통해 청년 작가를 지원하는 사업을 전개해 왔다. 사진은 이랜드 직원들이 본사 가산사옥 1층에서 이름으로 그림을 그려주는 초명화 작품에 참여한 뒤 사진을 찍고 있는 모습. 사진=이랜드

이랜드가 최종적으로 바라보는 건 문화예술의 힘으로 세계의 사람들을 끌어 모으는 ‘제2의 루브르’다.

 

이랜드 측은 “프랑스의 루브르박물관은 연 1000만 명의 관객들을 끌어 모은다”며 “이랜드뮤지엄 또한 이 사례들처럼 콘텐츠를 통해 사회문화적인 영향력을 키워나가고자 하며, 제2의 루브르박물관을 표방하고 있다”고 밝혔다.

< 문화경제 김금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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