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용호⁄ 2023.03.29 11:40:54
네이버 '지식인(iN)'에 '녹야(綠野)'라는 아이디로 2004년부터 지난해 11월10일까지 수많은 답변을 남기며 '지식인 할아버지'로 불린 조광현(曺廣鉉)옹이 지난 27일 오후 10시께 서울 한 병원에서 노환으로 세상을 떠났다고 유족이 29일 전했다.
“어제 밤 11시쯤 자고 있는데 침대가 흔들려서 깼어요"→"그런 경우가 더러 있어요. 알아도 모르는 척 하는 것이 피차간의 예의랍니다.” 2022년 11월10일의 글이 그의 마지막 답변이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경기도 김포에서 태어난 고인은 경복고, 서울대 치대를 졸업한 뒤 1962∼1995년 서울 종로, 신촌, 홍대입구 등에서 영진치과를 운영했다. 부인인 늘샘 권오실(1936∼2022)씨는 1980년 대한민국 미술전람회(서예부문)을 대상을 받고, 한국미술협회 부이사장까지 지낸 유명한 서예가였다.
조 옹은 2004년부터 네이버 지식인에 답변을 달기 시작했다. 한겨레신문(2018년 12월23일)은 "첫 지식인 답변은 2007년 9월('공개설정'한 답변의 경우)로 기록되어 있고, 답변 수는 2018년 12월15일 기준으로 3만7978개에 이른다"고 보도했고, 중앙일보(2020년 7월15일)는 "2004년부터 16년간 4만 건 넘는 답글을 달았다"고 썼다. '하수-평민-시민-초수-중수-고수-영웅-지존-초인-식물신-바람신-물신-달신-별신-태양신-은하신-우주신-수호신-절대신' 등급 중 고인은 두번째로 높은 '수호신' 등급이었다.
고인은 전공인 치아 관련 지식이나 국민학교 입학 전에 4천자를 외웠다는 한문 실력 등 풍부한 교양을 바탕으로 여유와 위트가 넘치고, 인생의 지혜가 담긴 답변을 해서 인기를 끌었다.
그는 시력이 크게 손상된 탓에 돋보기 두개를 겹쳐 보며 '독수리타법'으로 한 글자 한 글자 답변을 달았으며 손목보호대도 사용했다. 안방 침대 바로 옆에 컴퓨터를 놓고 자다가도 일어나서 답변을 달았다. 건강이 악화하자 2017년 2월과 2018년 10월 두차례 활동 중단을 선언했다가 아쉬워하는 팬들의 요청으로 활동을 재개했다.
고인은 1985년 제7회 치과의료문화상, 1994년 제2회 서울치과의사회 공로대상, 2008년 네이버 파워지식IN상을 받았다. 빈소는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 15호실에 마련됐고, 발인은 30일 오전 6시15분이다.
<문화경제 안용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