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따뜻해지면서 본격 ‘비빔면 전쟁’의 서막이 열렸다. 특히 비빔면을 대표하는 모델 경쟁도 치열하다.
‘팔도비빔면’ 이준호, MZ세대 팬덤
비빔면 시장 점유율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1위 팔도는 2년 연속 배우 이준호를 제품 홍보 모델로 재발탁하고, 지난달 신규 광고 ‘오케스트라’ 편을 공개했다.
신규 광고는 ‘삼(3)콤하게 맛있다’란 콘셉트로 매콤, 새콤, 달콤한 비빔면 고유의 정체성을 강조했다. 영상은 오케스트라 연주와 비빔면을 맛있게 먹는 이준호의 모습을 교차 편집해 리듬감을 살렸다.
남성 아이돌 그룹 2PM 멤버 겸 배우로 활동 중인 이준호는 전역 뒤 선보인 드라마 복귀작 MBC ‘옷소매 붉은 끝동’으로 열연을 펼치며 대세 배우에 등극했다. 2020년엔 2PM의 ‘우리 집으로 가자’ 공연 직캠 영상으로 역주행 열풍을 불렀고, 현재 촬영 중인 JTBC 드라마 ‘킹더랜드’의 방영을 앞두고 있다. ‘2022 브랜드 고객충성도 대상’ 남자배우 부문에서 1위를 차지하는 등 호감형 배우로 특히 MZ세대에게 두터운 팬층을 보유하고 있다.
팔도는 이준호를 모델로 발탁했을 당시 비빔면을 구매하는 고객에게 이준호 포토카드를 사은품으로 증정하고, 팬사인회 응모 이벤트도 진행했다. 이에 팔도비빔면을 대량 구매했다는 팬들의 인증글이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오기도 했다. 그 결과, 팔도비빔면이 출시 40여 년만에 누적 판매 17억 개를 돌파하는 데 기여하며 이준호와 팔도비빔면의 만남은 시너지 효과를 불러 일으켰다.
팔도는 올해도 이준호와 손을 잡으며 1위 수성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이준호 모델 재발탁과 더불어 최근엔 칼로리를 6분의 1로 줄인 ‘팔도비빔장 저칼로리’를 출시하는 등 전략 확대에 나섰다. 이로써 팔도비빔장 제품 라인업을 기존 4종에서 5종으로 확대됐는데, 저칼로리 소스 시장 공략까지 나선다는 계획이다.
농심 ‘배홍동비빔면’ 유재석, 호감 부캐
팔도의 뒤를 쫓고 있는 농심 또한 배홍동 광고 모델로 방송인 유재석을 3년 연속 발탁했다. 유재석은 예능 방송인 브랜드평판에서 항상 상위권을 차지하는, 대중에게 호감도 높은 인물이다. 최근에도 예능방송인 브랜드 평판 1위에 올랐다.
비빔면 시장은 팔도의 팔도비빔면이 40년 넘게 주도해 왔는데, 2021년 농심의 ‘배홍동 비빔면’이 출시 4주 만에 700만 개가 팔려나가는 등 시장 점유율 2위에 올라 업계의 관심을 받았다. 농심은 공급량을 출시 초기 대비 2배가량 늘려 수요에 발맞췄고, 흥행 기조는 지난해에도 이어져 배홍동 비빔면은 비빔면 시장에서 점유율을 19.1%까지 끌어올렸다.
배홍동 비빔면을 보다 대중적으로 알리는 데는 모델인 유재석의 영향도 컸다. 부캐(부 캐릭터) 열풍이 한창일 당시 그 중심에 있었던 유재석에게 ‘비빔면 장인 배홍동 유씨’라는 부캐를 입히고, ‘배홍동’은 비빔면 맛집이 있는 동네로 설정해 재미를 더했다. 특히 유재석은 배홍동 비빔면 패키지 디자인을 모티브로 만든 옷과 파란색 선글라스, 장발의 가발 등 톡톡 튀는 외모와 특유의 유쾌한 말투로 배홍동 비빔면과의 연관성을 살리며 제품을 친근하게 소개해 눈길을 끌었다.
농심은 팔도에 앞서 비빔면 모델을 공개하고, 일찌감치 3월 1일부터 광고에 나섰다. 특히 배홍동 브랜드 신제품 ‘배홍동 쫄쫄면’을 선보이면서 유재석에게 배홍동집 막내아들 ‘유쫄깃’이라는 새로운 캐릭터를 부여했다. “비법장 아껴서 뭐해요? 쫄깃한 쫄면에 비비는 거지”라는 멘트와 함께 배홍동쫄쫄면을 소개하는 내용이다. 배홍동쫄쫄면은 소비자 선호도가 높은 비빔장을 쫄면에 확대 적용한 제품이다.
4월부터는 후속편으로 ‘배홍동으로 전국을 비빈다’는 카피와 함께 유재석이 푸드트럭으로 전국을 다니며 배홍동을 알리는 내용의 광고를 공개한다. 농심 관계자는 “지난 2년간 방송인 유재석과 함께 배홍동을 알리며 긍정적인 시너지 효과가 컸다고 판단해 3년 연속 모델로 발탁했다”며 “올해도 광고와 함께 이색 컬래버 등 다양한 마케팅 활동을 펼치며 비빔면 시장 1위 쟁탈에 도전하겠다”고 말했다.
오뚜기 ‘진비빔면’ 화사, 먹방 여신
팔도(53.1%), 농심(19.1%)에 이어 비빔면 시장에서 점유율 3위를 차지하고 있는 오뚜기(11.4%)는 2위 재탈환에 나선다. 오뚜기 ‘진비빔면’은 2020년 출시 3개월 만에 3000만 봉지 이상이 판매되며 2위에 올랐으나, 이듬해 유재석을 모델로 내놓은 배홍동비빔면에 자리를 빼앗긴 바 있다. 하지만 배홍동비빔면과의 점유율이 아직 크게 차이나진 않기에 2위를 다시 되찾겠다는 각오다.
이에 걸그룹 마마무의 화사를 진비빔면 새 모델로 발탁하고, 3월 3일 신규 TV CF를 공개했다. 화사는 MBC ‘나혼자 산다’ 출연 당시 곱창, 김부각 등 먹는 것마다 완판 돌풍을 일으켜 ‘먹방여신’으로 불린 바 있다. 이번엔 진비빔면 먹방으로 시너지 효과를 노린다.
새롭게 선보인 광고는 오뚜기가 직접 제작한 배사매무초 노래를 배경으로 하며, ‘뻔했던 비빔면에 초 좀 칠게!’라는 화사의 대사를 통해 진비빔면의 맛깔스러움을 표현한다. 특히, 강렬한 빨간 가죽 의상을 입은 화사가 진비빔면 소스를 뿌리며 짓는 도발적인 표정이 돋보이며, 보통의 ‘시원매콤’을 넘어 ‘초시원매콤’을 외치며 맛깔스러운 면치기를 선보인다. 또, 화사가 배사매무초 노래에 맞춰 춤추는 뮤직비디오 콘셉트로 촬영된 디지털 광고도 유튜브 등을 통해 선보인다.
아울러, 눈에 띄는 색상 대비를 통해 광고 효과도 더욱 높였다. 흰 배경과 빨간 의상을 입은 화사의 모습을 대조시켜 진비빔면 배사매무초의 강렬한 맛을 표현했다. 도도한 표정의 화사는 진비빔면을 음미하며 트레이드 마크인 능수능란한 눈썹 연기를 선보여 눈길을 끈다.
오뚜기 관계자는 “자신만의 개성과 색깔로 사랑받는 화사를 진비빔면 새 모델로 발탁해, 경쟁이 심화되는 비빔면 시장에서 제품의 차별성을 더욱 효과적으로 전하고자 한다”며 “한 번 들으면 귀에 맴도는 배사매무초 노래, 매력 끝판왕인 화사까지 다양한 집중 포인트가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 오뚜기는 지난해 비빔면 맛을 좌우하는 소스를 업그레이드한 ‘진비빔면 배사매무초’ 리뉴얼을 선보였으며, 기존에 없던 원료인 배, 매실, 무 등을 추가했다. 또, 한 개로는 양이 부족하다는 소비자 의견을 반영해 기존보다 중량을 20% 늘리며 누적 판매량 1억 봉 이상을 기록했다.
하림 ‘더미식 비빔면’ 이정재, 프리미엄
1~3위가 굳건한 비빔면 시장에 하림과 삼양식품도 뛰어든다. 특히 후발주자인 하림은 자사 프리미엄 브랜드 ‘더미식’의 모델 이정재를 비빔면 모델로도 내세워 눈길을 끈다.
이정재는 그동안 하림 더미식 주력 제품의 광고를 도맡아 왔는데, 2021년 10월 출시된 ‘장인라면’이 대표적이다. 장인라면 출시 당시 이정재가 출연한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이 전 세계적으로 흥행하던 시기라 장인라면은 ‘이정재 라면’이라 입소문을 타며 하림 역시 홍보 효과를 누렸다.
스타 마케팅 효과를 톡톡히 본 하림은 이후 유니자장면과 즉석밥 등 더미식 주요 제품 광고 모델로 모두 이정재를 택했는데, 비빔면까지 인연이 이어진 것이다. 하림이 출시한 ‘더미식 비빔면’은 10가지 과일과 채소를 섞은 비법 양념장과 육수를 담았다. 특히 비법 양념장은 육수와 볶은 고추, 동치미 국물로 만든 베이스에 자두, 매실, 사과, 배 등 과일 4종과 마늘, 양파, 생강, 무, 대파, 청양고추 등 채소 6종, 총 10종을 최적의 비율로 조합해 완성했다는 설명이다.
더미식 비빔면 CF 속 이정재는 마지막 면발 한 가닥까지 맛있게 먹으며 “먹어봐, 아는 맛보다 맛있으니까”라며 만족스럽게 말하는 모습이 돋보인다.
이정재는 지난해 MBC 예능프로그램 ‘전지적 참견 시점’에 출연해 ‘품격 있는 면 먹방’으로 화제가 된 바 있다. 새로운 더미식 비빔면 CF에서는 ‘카리스마 면 먹방’을 선보이며 또 다시 ‘제2의 비빔면 면치기’ 열풍을 몰고 오겠다는 포부다.
하림 관계자는 “더미식과 3년째 함께하고 있는 배우 이정재를 통해 더미식 비빔면만의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면발과 양념장이 소비자에게 잘 전달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삼양식품, 신제품 출시
삼양식품은 ‘불닭볶음면’ 분야에서는 최강자이지만, 비빔면 시장에서는 유독 힘을 쓰지 못해왔다. 자세한 마케팅 계획 또한 현재 알려지지 않은 가운데 삼양식품은 4월 비빔면 신제품 ‘4과비빔면’을 출시 소식을 알렸다. 태양초 고추장 베이스에 사과, 매실, 배, 파인애플을 넣고 숙성해 4가지 과일 본연의 새콤달콤함으로 차별화한 액상스프가 특징이다.
4가지 과일로 맛을 낸 것을 표현하기 위해 제품명을 4과(果, 과일)비빔면으로 정했고, 패키지에도 4가지 과일의 일러스트 이미지를 넣어 과일을 사용했다는 점을 더욱 강조했다. 삼양식품은 대표적인 여름 시즌 제품 ‘열무비빔면’도 생산을 시작하며, 열무비빔면과 4과비빔면 2종의 라인업을 통해 올해 여름 계절면 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본격적으로 따뜻한 날씨가 시작되면서 비빔면의 인기는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과일의 상큼함을 담은 신제품 4과비빔면으로 더위에 지친 소비자에게 적극 어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비빔면 시장 규모는 2015년 757억 원에서 2020년 1400억 원으로 2배 가까이 증가했다. 지난해의 경우 1500억 원 매출을 뛰어넘은 것으로 추정된다.
< 문화경제 김금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