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응구⁄ 2023.04.06 13:02:54
이탈리아의 한 매체가 한국 저출산 문제의 근본 원인으로 ‘남녀 갈등’을 꼽아 주목된다.
지난 2일(현지시간) 이탈리아 일간지 ‘코리에레 델라 세라’는 ‘한국의 엄마들이 파업한다: 동아시아 호랑이의 멸종 위기’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한국의 저출산 현상과 그 원인을 분석했다.
이 기사는 먼저 “2021년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0.81명으로 세계 최하위 수준이다. 한국에서 신생아들이 태어나지 않고 있다. 작지만 강력한 아시아의 호랑이가 인구 감소 묵시록의 한가운데에 있다”고 진단하며 시작한다.
이어 저출산 늪에 빠진 근본 원인으로 한국 사회에서의 남녀 불평등과 직업 환경에서의 차별을 꼽았다. 이 같은 모순을 경험한 여성들이 의도적으로 출산을 기피하고 있다는 것이다. 기사는 이를 ‘출산 파업’으로 규정했다.
이 기사는 또 “한국의 수도 서울에선 옷을 잘 차려입고 곱게 화장한 여성들이 머리에 헤어롤 꽂은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며 “주변의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는 듯한 이 모습은 남성이 만들어놓은 세상에 대한 반항의 상징”이라고 해석했다.
이 매체는 특히 소설이나 드라마, 걸그룹 노래 가사 등을 언급하며 한국 사회의 성차별을 좀 더 이해하기 쉽도록 분석했다.
우선, 한국에서 100만 부 넘게 팔린 소설 ‘82년생 김지영’을 예로 들며 가부장제로 대표되는 유교문화로 인해 오랫동안 억압받은 한국의 여성들이 민주화와 서구문화 유입 등을 통해 남녀 차별에 대한 의식이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또 넷플릭스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회사 합병이나 인력 감축 계획이 있을 때 회사가 어떻게 여성들을 압박해 사직서를 쓰게 하는지 사실적으로 그렸다고 썼다.
더불어 K-팝을 대표하는 블랙핑크의 노래 중에는 “공주 되기 싫어. 나의 가치를 매길 수 없어. 내가 원하는 것의 리스트에 왕자는 없어. 사랑은 내가 끊은 약이야”라는 가사가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처럼 남녀 갈등이 심각해지자 많은 여성이 ‘아기 제조 기계’에서 탈피하기 위해 출산 기피라는 형태로 파업하고 있으며, 일부는 비연애·비성관계·비혼·비출산, 이른바 ‘4B’(非)를 추구하며 적극적으로 싱글 생활을 선택하고 있다”고 전했다.
기사 말미에는 “결국 성 평등이 낮은 출산율을 극복할 수 있는 해결책”이라는 대안을 제시하며 “여성들에게 더 정당하고 더 안전한 삶을 보장하는 것만이 한국 민족이 직면한 소멸의 위기를 기적적으로 물리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문화경제 김응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