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예은⁄ 2023.04.14 14:33:52
공매도를 위한 ‘실탄’으로 일컬어지는 주식 대차 거래 규모가 이달 들어서만 7조 원 넘게 늘어나며 80조 원을 돌파했다.
14일 헤럴드경제 보도에 따르면 전날 기준 대차거래 잔고 금액은 80조4571억원을 기록했다. 3월 말보다 대차 잔고 금액이 7조2060억 원이 증가했다. 대차거래 잔고 금액이 80조원 선을 넘어선 건 2021년 11월 16일(80조2425억원) 이후 17개월 만이다. 나아가, 이는 2021년 5월 전면 금지됐던 공매도가 코스피200, 코스닥150 지수 구성 종목에 한해 부분 재개된 이후 최대치다.
주식 대차는 주가 하락이 예상될 때 주식을 빌려서 파는 공매도를 하기 위해 미리 일정 수수료를 지불하고 주식을 빌려놓는 것을 말한다. 무차입 공매도가 법으로 금지돼 있는 국내에선 공매도에 나서기 위해선 대차거래가 필수적이다. 주식 대차의 목적이 공매도만 있는 것은 아니지만, 대차 규모가 늘어나는 만큼 공매도 또한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대차거래 잔고 금액은 공매도 수요를 예측할 수 있는 지표로 여겨진다.
공매도는 주식을 빌려서 팔았다가 주가가 떨어지면 되사서 갚아 차익을 남기는 투자 기법이다. 공매도는 주로 앞으로 주가가 내려갈 것이라고 보는 투자자에 의해 실행되며, 공매도가 집중되면 단기적으로 주가가 하락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기업별로 대차 잔고가 늘고 있는 기업은 투자자들이 앞으로 주가가 하락할 것이라고 보고있다는 의미이며, 실제 공매도 물량이 늘어나 주가가 하락하는 '공매도 폭격'의 주의가 요구된다.
현재 기업별 대차 잔고를 살펴보면 최근 이슈가 되고있는 에코프로 등 2차전지 관련주를 비롯해, 중국 리오프닝 관련주, 신재생에너지 관련 기업들에 대한 대차 잔고가 늘고 있다. 14일 조선비즈 보도에 따르면 중국 리오프닝의 혜택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롯데관광개발, 항암치료제 개발 기업 박셀바이오, 이차전지 양극재 기업 에코프로, 태양광뿐 아니라 반도체‧배터리 소재 분야로 사업영역을 확장하고 있는 OCI 등의 대차 잔고가 늘었다.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을 통틀어 상장주식 수에 비해 대차 잔고 비중이 가장 높은 곳은 롯데관광개발이다. 13일 기준 이 회사의 대차 잔고는 1329만1612주로 전체 상장주식의 18.02%를 차지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적자가 쌓인 탓에 1분기 300억 원 대의 영업 손실이 예상되고 있다. 하나증권에 따르면 롯데관광개발은 올해 1분기 매출액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2% 늘어난 438억원, 1분기 영업손실은 331억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롯데관광개발의 감사인인 우리회계법인은 ‘계속기업가치 불확실’ 의견을 제시한 바 있다.
코스닥시장에서 가장 대차 잔고 비중이 높은 곳은 첨단소재 제조업체인 나노신소재로, 최근 2차전지 관련주로 언급됐던 곳이다.
주가 급등으로 고평가 논란이 있는 에코프로도 코스닥시장에서 대차잔고 비중이 3번째로 높은 종목으로 꼽힌다. 에코프로는 390만2021주가 대차 돼 상장주식의 15.8%가 대차 잔고 물량이다. 에코프로 계열사도 코스닥시장에서 대차잔고 비중이 가장 높은 10개 기업 안에 포함됐다. 에코프로비엠은 13.66% 비증으로 7위, 에코프로에이치엔은 12.98%로 10위에 올랐다.
에코프로 그룹주와 관련해 헤럴드경제는 외국인·기관 투자자 중심의 공매도 세력의 숏베팅에 개인 투자자들이 ‘맞불 매수’로 주가를 사수하고 있어, ‘힘의 균형’이 아직 깨지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특이 지점으로 평가된다고 밝혔다.
이충헌 밸류파인더 대표는 대차 잔고가 높은 기업에 대해 “향후 공매도가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라고 설명했다.
특히 단기 급등에 따른 ‘과열’ 우려가 커질수록 외국인·기관 투자자들을 중심으로 특정 종목에 대한 ‘공매도 폭격’이 늘어날 수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종목이 지니고 있는 가치보다 주가가 과도하게 높으면 강한 정보력과 충분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한 외국인·기관 투자자가 중심이 된 공매도 세력의 타깃이 되기 십상”이라며 “단기 급등 종목에서 공매도가 일어나면 개인 투자자는 과열 경고로 받아들이고 ‘묻지마’ 투자를 지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문화경제 김예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