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태⁄ 2023.04.17 11:29:11
민주당의 2년 전 전당대회 당시의 ‘돈봉투 의혹’에 대해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16일 사과 입장을 밝힌 가운데, ‘여론조사 꽃’의 지난 주말(14~15일) 조사에서 민주당의 지지율이 큰폭으로 하락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대구-경북 지역에선 대통령과 집권여당에 대한 지지세가 다시 강하게 결집하는 양상을 보였다.
그러나 이런 양상에도 불구하고 대통령과 국민의힘 지지율은 여론조사 꽃과 리얼미터의 조사에서 더 큰 폭으로 하락했으며, 이는 최근 불거진 미국의 용산 대통령실 도청 의혹이 더 컸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서울에서 민주당 지지 떨어지고 국민의힘 지지 상승
여론조사 꽃의 ARS(자동응답 방식) 조사에서 민주당에 대한 서울 지역 응답자의 지지율은 지난 주보다 3.7%p나 하락한 48.5%를 기록했다. 이 같은 민주당의 하락세는 4주째 이어지고 있다. 반면 서울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은 전주 대비 3.4%p나 올라 41.5%를 기록하면서 민주당 지지율(45.5%)에 근접하는 양상을 보였다.
대구·경북 지역에서는 국민의힘 지지율이 전주 대비 무려 9.9%p나 급등하면서, 여론조사 꽃의 조사에서 지난 2주간 펼쳐졌던 ‘TK에서 보기 드문 민주당의 우세’가 다시 국민의힘 우세로 돌아선 양상을 보였다.
하지만 이렇게 일부 드러난 민주당의 하락세보다 더 큰 것은, 대통령의 대미-대일 외교에 대한 국민의 의혹 시선이었다.
도청 의혹에 대한 국민의 시선을 잘 보여주는 것은 여론조사 꽃의 전화면접(CATI) 방식 조사 결과다. 미국의 도청 의혹에 대해 우리 정부의 자세를 묻는 질문에 ‘신중히 잘 대처하고 있다’는 긍정 평가가 22.6%에 불과한 반면, ‘저자세로 일관하고 있다’고 보는 부정 평가는 65.5%나 됐다(모름 및 무응답은 11.9%). 70세 이상을 제외하고는 모든 연령층에서 ‘저자세 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부정 평가가 우세했다.
여론조사 꽃의 대통령 국정 지지도 조사(CATI 방식 기준)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31.3%를 기록한 가운데, 美 도청에 대한 긍정 평가는 22.6%에 불과하다는 사실은,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 중에서도 상당수는 도청에 대한 대통령실의 대처를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는 결론이 된다.
여론조사 꽃의 조사에서 대통령 국정 지지도는 상당 기간 33% 수준을 유지해 왔는데, 이번 조사에서는 2.5%p나 하락한 31.3%로 조사됐다. 이에 대해 꽃 측은 “3월 이후 가장 큰 폭의 변화로 긍정 평가 30% 대가 위협받는 수준으로 하락했다”며 “지역별로는 서울에서 긍정 평가가 9.6%p나 급락했다”고 밝혔다.
한일정상회담의 후폭풍이 가라앉은 것으로 일부에서는 평가하지만 여론조사 꽃의 조사에서는 대일 외교에 대한 비판적 시선이 시간이 지나갈수록 더 커졌다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전화면접 조사에서 ‘한국이 먼저 걸림돌을 제거하면 일본이 호응해 올 것’이라는 대통령실의 판단과 관련해 응답자 65.1%가 ’적절하지 않다‘고 평가했고(적절하다 29.8%, 모름/무응답 5.1%), 이는 3주 전 실시했던 조사 결과보다 ‘적절하지 않다’는 평가가 5.1%p나 증가한 결과였다.
여론조사 꽃의 조사는 14~15일 전국 18세 이상 성인 1002명(ARS, 응답률 3.3%), 1015명(CATI, 응답률 16.8%)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리얼미터] 윤 지지율 2.8%p 떨어진 33.6%
리얼미터가 미디어트리뷴 의뢰로 이달 10~14일 닷새간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250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서도 대통령 긍정 평가는 전주보다 2.8%p 하락한 33.6%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10월 3주(32.9%) 이후 최저치다.
정당 지지도는 국민의힘이 전주보다 3.1%p 내린 33.9%, 더불어민주당은 같은 기간 2.9%p 오른 48.8%로 집계돼 두 당 간의 격차는 전주의 8.9%p에서 14.9%p로 크게 벌어졌다.
배철호 리얼미터 수석전문위원은 “‘대일 이슈’는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지만, 미국 도·감청 의혹이 배턴을 이어받아 외교·안보 분야 이슈가 또 정국을 강타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슈를 처리하는 과정에서도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의 ‘악의적 도청은 없었다’는 발언 등, 한미 간 발표 혼선이 국민 자존심과 우려를 증폭해 (지지율에) 직격탄을 맞았다”고 분석했다.
리얼미터의 조사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서 ±2.0%p다. 조사는 무선 97%·유선 3%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응답률은 3.0%였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