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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in] 훈풍 타고 제대로 속도 내는 강남 재건축

총 51개 아파트단지 추진 중… 안전진단 기준 완화, ‘35층 룰’ 폐지, ‘신통기획’ 추진 등 맞물리며 ‘청신호’ 켜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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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746호 김응구⁄ 2023.04.24 09:53:49

현재 강남구에는 51개 단지가 재건축 추진 중이다. 안전진단 기준 완화, ‘35층 룰’ 폐지, ‘신통기획’ 추진 등이 맞물리며 강남구 재건축이 모처럼 활기를 띠고 있다. 응봉산에서 바라본 압구정동 일대 모습. 사진=연합뉴스

현재 서울 강남구에는 총 51개 단지가 재건축 추진 대상이다. 며칠 전 도곡한신아파트가 안전진단추진 명단에 새로 이름을 올렸다.

21일 강남구에 따르면 재건축 추진단계에 따라 안전진단추진 12곳, 안전진단 완료(정비계획수립) 13곳, 추진위원회 승인 6곳, 조합설립 인가 7곳, 사업시행계획 인가 5곳, 관리처분계획 인가 2곳, 착공 신고 5곳, 준공 1곳 등이다. 안전진단추진, 안전진단 완료, 추진위원회 승인은 사전준비단계(보통 4년)이며, 나머지는 본격추진단계(보통 7년)에 해당한다. 보통 안전진단을 추진하면 재건축이 본궤도에 오른 것으로 간주한다.

영동개발 때 조성한 강남 아파트
현재 30년 넘은 노후 단지 많아


1970년대에 영동개발 붐이 일었다. 당시 강북엔 일자리가 많아 자연스럽게 사람들이 밀집했고, 정부는 이를 분산하고자 강북사람들을 한강 남쪽으로 보낼 계획을 세웠다. 이 개발계획이 영동개발이다. 영등포의 동쪽 지역을 개발한다는 뜻이고, 이것이 지금의 ‘강남 시대’를 열게 한 시작이 됐다.

당연히 강남구에는 아파트 단지가 많이 들어섰고, 그 결과 현재 준공 30년 이상인 노후 아파트가 적지 않다. 모두 재건축 대상이며, 그에 따라 51곳이 재건축을 추진 중이다. 이 같은 아파트들은 대개 배관 누수, 녹물, 주차공간 부족 등으로 주거 환경이 열악하다. 때론 주민의 안전까지 위협받는다.

올 초 안전진단 기준 완화로 ‘파란불’ 켜져

강남구 재건축 시장에는 지난해부터 훈풍이 불기 시작했다. 그간 걸림돌로 여겨졌던 문제점이 하나둘 풀리면서다.

올해 1월 5일 국토교통부는 개정된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을 발표했다. 주 내용은 재건축 안전진단 규제가 대폭 완화됐다는 점이다.

국토부는 앞서 지난해 12월 8일 ‘재건축 안전진단 합리화 방안’을 발표하며 “그간 까다로운 평가 기준으로 안전진단 통과 단지가 급격히 줄면서, 도심 내 양질의 주택공급 기반이 위축되고 주거 환경도 악화했다”며 “이에 따라 지자체·전문가의 의견 수렴을 거쳐 이번 안전진단 합리화 방안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우선, 안전진단 평가항목 중 구조안전성 비중은 기존 50%에서 30%로 낮추고, 주거 환경 점수 비중은 현행 15%에서 30%로, 설비노후도 비중은 현행 25%에서 30%로 각각 높였다. 주거 환경 항목은 주차대수, 생활환경, 일조 환경, 층간소음, 에너지 효율성을, 그리고 설비노후도는 난방·급수·배수 등의 기계설비와 전기소방설비를 평가하는 것이다.

또 안전진단 평가 총점에서 ‘조건부 재건축’ 기준을 기존 30~55점에서 45~55점으로 변경했다. 쉽게 말해 예전엔 30점 이하를 받아야 재건축 대상이었는데 이제 45점 이하면 즉시 재건축이 가능해졌다는 뜻이다.

아울러 조건부 재건축 시 의무사항이었던 2차 안전진단(적정성 검토)은 지자체가 요청하면 예외적으로 시행토록 변경됐다. 이러면 안전진단 과정에서 2차가 빠진다. 평균적으로 안전진단 판정까지 1차 3~6개월, 2차 7개월 정도 걸리고, 비용은 1500세대 기준 1차 2억6000만 원, 2차 1억 원이 소요되는데, 앞으론 2차 과정의 시간과 비용이 줄어드는 것이다.

강남구 재건축 대상단지.

‘신통기획’과 ‘35층 룰 폐지’로 재건축 날개 달아

강남구가 서울시의 ‘신속통합기획’(신통기획)에 발 빠르게 대응하는 것도 긍정적 요소다. 신통기획은 정비 초기 단계부터 가이드라인을 지원해 도시계획을 신속하게 수립하고, 건축·교통·환경 등을 통합 심의해 재건축 사업 기간을 줄이는 정비계획이다. 보통 정비구역으로 지정되기까지 5년 넘게 걸리지만 2년으로 단축할 수 있다.

신통기획은 ‘35층 룰’이 폐지되면서 날개를 달았다. 35층 룰은 박원순 전 서울시장 때인 2013년 ‘서울시 스카이라인 관리 원칙’에 따라 제3종 일반주거지역은 35층 이하로, 한강 수변 연접부는 15층 이하로 층고(層高)를 제한한 것이다. 그러다 올해 1월 5일 오세훈 서울시장이 ‘2040 서울도시기본계획’을 확정 공고하면서 그간 35층으로 묶여 있던 아파트 층수 규제를 해제했다.

35층 룰 폐지로 초고층 아파트가 들어설 수 있고 다양한 건축 설계를 도입할 수 있게 되면서, 신통기획을 도입하는 단지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당장 강남구만 해도 대치미도아파트, 개포동 경남·우성3차·현대1차아파트, 압구정2~5구역이 신통기획에 참여 중이다.

이 가운데 대치미도아파트가 지난해 11월 강남권 최초로 신통기획안을 확정하면서 35층 룰 폐지를 처음 적용했다. 이에 1983년 준공한 이 아파트의 2436가구는 앞으로 최고 50층, 3800여 가구의 대단지로 바뀔 전망이다.

통합 재건축을 추진 중인 개포동 경남·우성3차·현대1차아파트는 지난해 11월 가이드라인 마련을 위한 기술용역에 착수했고, 올해 안에 구체적인 신통기획안을 수립할 계획이다. 현재 12만여㎡에 1500여 가구가 살고 있는 이 구역을 3000세대가 들어서는 공간으로 구축할 계획이다.

압구정 아파트지구도 지구단위계획으로 전환된다. 지구단위계획 대상 지역은 크게 6구역으로 나뉘는데, 이 중에서 신통기획에 참여한 2~5구역은 설계업체를 선정해 본격적으로 정비사업을 진행한다. 1구역과 6구역 역시 다양한 주민 의견을 조율해 정비사업이 진행되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강남구, 민선8기 출범 후 ‘재건축드림지원TF’ 가동

강남구는 지난해 7월 민선 8기를 시작하며 재건축 사업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관내 노후 재건축단지의 정비 속도를 앞당기고자 지난해 9월 30일부터 ‘재건축드림지원TF’를 구성해 운영 중이다.

강남구청의 재건축사업과·도시계획과·공원녹지과·교통행정과 등의 공무원과 변호사·법무사·세무사 등 재건축 분야 전문가로 구성한 20명의 자문위원단이다.

이들은 재건축단지가 사업 추진을 위해 유관기관과 협업할 때 준비해야 할 사항을 무료로 건설팅해주고 제약 요인 등을 찾아 조율하는 등 신속 진행을 돕는다. 특히, 재건축과 관련한 궁금한 정보를 주민들에게 투명하게 제공해 주민 간 분쟁·갈등을 줄임으로써 재건축이 더욱 속도 내도록 한다.

지난해 12월부터는 역할 분담을 통해 더욱 체계적으로 지원하고자 자문위원단 20인을 ‘신속추진팀’과 ‘소통조정팀’으로 나눴다. 신속추진팀은 신통기획에 따른 이견 조정이나 정비사업 추진단계별 조합 임원의 교육을 맡는다. 소통조정팀은 조합, 조합원, 재건축 관계자 간 분쟁조정이나 각종 정비사업 관련 분쟁 자문을 맡는다.

강남구에 따르면 최근 39개 정비사업 단지의 조합장과 임원 300여 명을 대상으로 ‘정비사업의 점검, 검증제도’를 교육했는데, 당시 구민들 반응이 뜨거웠다. 이에 앞으로도 분기별 전문 교육을 제공하고, 조정신청이나 분쟁이 발생한 단지는 직접 찾아가 ‘소규모 맞춤형 소통 교육’을 진행할 계획이다.

강남구는 관내 노후 재건축단지의 정비 속도를 앞당기고자 지난해 9월 30일부터 ‘재건축드림지원TF’를 구성해 운영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모처럼 활기 띠는 강남구 재건축 사업

강남구의 재건축 한(恨)은 이제 서서히 풀리고 있다. 안전진단 기준 완화, 35층 룰 폐지, 신통기획 추진이 가져다준 긍정적 신호에 ‘재건축드림지원TF’ 활약까지 더해지면서 강남구 재건축 사업은 활기를 띠고 있다.

앞서 밝혔듯이, 현재 강남구에는 51곳이 재건축 추진 중이다. 이 중 대치동 은마아파트는 정비사업을 추진한 지 무려 23년 만인 지난해 10월에서야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통과했다. 현재는 조합설립을 위한 절차를 진행 중이다.

11월에는 대치동 미도아파트가 ‘강남 신통기획 1호’로 가이드라인이 제시됐고, 올해 들어 2월 14일에는 수서1단지가 예비안전진단을 통과했다. 이어 16일에는 논현동 동현아파트가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 정비계획에서 수정 가결되며 최고 35층 높이의 10개 동 905세대로 재건축된다.

아울러 2000년대 초반 30년 연한을 채우며 재건축 사업에 돌입한 개포지구의 경우 디에이치 퍼스티어 아이파크(옛 개포1단지) 총 6702세대가 내년 1월 입주를 앞두고 있다. 개포5·6·7단지는 조합설립인가를 받고 개포동의 마지막 재건축 진행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조성명 강남구청장은 “민선 8기 이후 공들여왔던 강남 재건축 사업이 각종 규제가 완화되면서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며 “강남구민의 주거 환경과 삶의 질을 높이는 재건축 사업이 조속히 진행되도록 계속 지원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문화경제 김응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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