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러시아에게 빼앗긴 영토를 회복하겠다며 독일 등에 ‘전투기 등 공격 무기 지원’을 요청하고 있는 가운데, 이미 3조 9400억 원 상당의 무기 지원을 공약한 독일 숄츠 총리가 21일 일본 G7 현장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 뒤 바로 방한까지 할 예정이어서 그 목적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독일은 지난 14일(현지 시간) 젤렌스키의 방독에 앞서 전차와 장갑차 50대, 대공 방위 시스템 등 27억 유로 상당의 대규모 지원 방침을 발표했다. 그리고 독일 베를린에서 숄츠 총리를 만난 젤렌스키는 우크라이나를 위한 ‘전투기 지원 연합체’를 만들어 달라고 요구했다.
젤렌스키의 방독은 이탈리아 방문에 이어졌으며, 곧바로 파리로 날아가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을 만나면서도 같은 요청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독일 총리의 방한은, 지난달 충청도 탄약창에서 반출돼 진해항으로 간 포탄 선적 컨테이너들의 최종 목적지가 독일 항구라고 명시된 미국의 기밀 문서들이 노출돼 관심이 쏠리기도 한다.
한편 19일부터 일본에서 열리는 G7 정상회담에도 젤렌스키 대통령은 온라인으로 참석하며, 이에 따라 G7 차원에서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별도 문서를 채택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고 요미우리신문이 지난 9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별도 문서 채택은 우크라이나에 최대한의 지원을 계속한다는 의지를 밝히고 G7의 연대를 명확히 한다는 데 그 목적이 있다.
이 문서에서 G7이 협력해 엄격한 대(對)러시아 제재를 유지하고, 무기와 탄약 제공을 포함한 우크라이나 지원을 계속하며, 이를 위해 재정 지원을 확충한다는 방침을 담는다면 독일로 향한 한국의 포탄의 행방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일본 G7에서는 기존에 없었던 ‘평화-안보-번영’ 주제의 세션이 신설되는데, 윤 대통령이 이 세션의 주도 발언자로 나설 예정이다. 이 세션의 신설은 우크라이나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의 무력 충돌과 군사적 긴장을 다루기 위해서다.
일본 측은 이 세션에서 윤 대통령에게 ‘법의 지배(rule of law)’와 ‘힘에 의한 현상 변경 반대’를 주제로 연설해 달라는 요청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한국일보가 12일 보도했다. ‘힘에 의한 현상 변경 반대’는 미국이 중국의 타이완 합병 의도를 비난할 때 주로 사용하는 문구다.
외교부 당국자는 12일 이에 대해 “G7 주최 측(일본)으로부터 특정 주제에 관한 연설이나 발언 요청을 받은 사실은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뉴스1과의 통화에서 “이번 G7 공동성명엔 중국을 겨냥한 ‘강력한 표현’이 담길 가능성이 커 보인다. 최근 G7 국가들 중에서 프랑스 등이 ‘중국 견제’에 100% 공조하는 모습을 보이진 않고 있으나, 큰 틀에서 그들의 시각과 목소리엔 변한 게 없다”며 “윤 대통령은 (중국·러시아 때문에) 유엔안전보장이사회 차원에서 북한의 도발에 따른 대응이 사실상 다뤄지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G7의 역할을 강조하고 (자유-인권-법치 등) ‘보편적 가치’를 중시한다는 등의 입장을 밝힌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