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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현장] 패션쇼 런웨이에 등장한 대형 에어매스…롯데百, K-아트·패션 만나 날다

롯데갤러리 '에어매스: 바람이 다니는 길'전, 권오상 작가·패션 브랜드 잉크·편집숍 엘리든과 협업…전시·패션쇼 등 다양하게 아울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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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750호 김금영⁄ 2023.06.21 11:20:31

5월 25일 롯데월드타워 야외 미디어큐브 앞에서 진행된 권오상 작가와 패션 브랜드 잉크의 컬래버레이션 패션쇼 현장. 사진=롯데백화점

3월 열린 파리 패션위크에 무려 6m 높이의 거대한 작품이 런웨이에 들어섰다. 작품엔 한 패션 브랜드를 상징하는 이미지가 가득 새겨졌고, 모델들은 이 작품 사이로 워킹하며 예술과 패션이 어우러진 이색적인 쇼를 연출했다. 해당 쇼는 권오상 작가 그리고 K-패션 브랜드 잉크(EENK)가 꾸린 것으로, 이번엔 이 쇼가 한국을 찾았다. 그것도 백화점에서.

백화점이 ‘예술작품 전시장’인 동시에 ‘패션쇼의 장’으로 화려한 변신을 했다. 이 중심엔 권오상 작가, 잉크, 롯데갤러리, 그리고 롯데백화점이 운영하는 하이엔드 패션 편집숍 ‘엘리든’의 만남이 있다.

롯데백화점 잠실점 에비뉴엘 아트홀은 7월 16일까지 권오상 작가의 개인전 '에어매스(AIR MASS): 바람이 다니는 길'을 연다. 사진=김금영 기자

롯데갤러리는 국내외 재능 있는 작가의 작품을 선보이는 데 주력해왔다. 권오상은 에르메스, BMW 등 다양한 브랜드와의 협업으로 대중에게도 친숙한 작가다. 잉크는 메시지와 이미지를 출력할 때 매개체 역할을 한다는 의미를 담은 이혜미 디자이너의 패션 브랜드로, 국내를 넘어 중국, 유럽에서도 떠오르고 있는 브랜드다. 본점, 잠실, 부산본점 등 롯데백화점 대표 점포 3개에 위치한 엘리든은 국내외에서 주목받는 브랜드의 상품을 롯데백화점의 바이어가 직접 바잉해 선보이는 ‘K-패션 플랫폼’ 역할을 해 왔다.

 

이들의 만남은 전시, 패션쇼, 협업 상품 출시까지 다양한 결과물을 낳았다. 롯데백화점이 기획, 잉크가 패션 의류, 권오상 작가가 전시 작품, 즉 각각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전문 분야를 살리면서 조화를 이루는 데 주안점을 뒀다.

자신의 작품 앞에 선 권오상 작가. 사진=김금영 기자

협업의 시작은 전시다. 롯데백화점 잠실점 에비뉴엘 아트홀은 7월 16일까지 권오상 작가의 개인전 ‘에어매스(AIR MASS): 바람이 다니는 길’을 연다.

 

프린트한 사진 여러 장을 붙여 조각처럼 형태를 구축하는 데오도란트 타입의 ‘사진 조각’으로 알려진 그는, 지난해부터 작품 안에 공기를 집어넣어 볼륨 형태의 조각을 만드는 ‘에어매스’ 시리즈를 시도해 왔다. 이번 전시는 에어매스 시리즈 신작 6점을 비롯해 데오도란트 타입 12점을 처음으로 한자리에 선보이는 자리다.

오늘날 패션 아이콘인 모델 지지 하디드의 얼굴이 작품에 새겨져 있다. 사진=김금영 기자

에어매스 시리즈와 데오도란트 타입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영국 추상 조각가 헨리 무어다. 유럽의 전통 조각에 저항하며 추상적 형태의 조각을 연구한 헨리 무어는, 인체의 형상을 왜곡하는 등 독자적인 작품 세계를 구축해 나갔다. 대표적으로 ‘와상’ 시리즈가 있는데, 마치 사람이 기대어 누운 듯, 물결이 치는 듯 아름답고도 율동적인 패턴은 대지에서 뿜어져 나오는 생명력을 담은 것처럼 역동적이다.

 

권오상 작가는 이 와상의 형태에 현 시대의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 특정적인 이슈, 또 시대의 아름다움을 표상하는 대표적인 인물이나 정물의 이미지를 수집해 투영하며 자신만의 창조적인 작업세계를 구축해 왔다. 이번 전시에선 모델 지지 하디드, 그룹 아스트로 멤버 차은우, 배우 탕웨이와 한소희 등의 얼굴에 눈에 띄는데, 이들은 오늘날 패션 아이콘으로도 꼽힌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번 협업이 더 특별하게 다가오는 지점이다.

전시장 천장에 닿을듯 거대한 에어매스에 차은우의 얼굴이 눈에 띈다. 사진=김금여 기자

롯데갤러리 측은 “평소 브랜드의 가치를 더 효과적으로 알릴 수 있는 방안을 고심하던 잉크는 아트 컬래버에도 관심이 많았다. 권오상 작가와 꾸린 파리 패션위크 무대가 많은 관심을 받았고, 이를 단발성에 그치지 않고 좋은 콘텐츠를 국내에도 선보이고 싶다는 의지가 있었다”며 “롯데갤러리 또한 권오상 작가의 작품에 깊은 관심이 있었다. 좋은 시너지 효과를 내고 싶다는 의지가 맞닿아 패션과 예술이 결합된 이번 자리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5월 24일 전시 개막 현장을 찾은 권오상 작가는 이번 전시의 콘셉트와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직접 들려줬다. 그는 “전시를 1년 넘게 준비했다. 100여 평의 넓은 전시 공간에 거대한 이미지의 덩어리를 하나하나 설치해 이를 정원처럼 거니는 느낌이 들 수 있도록 신경썼다”고 말했다. 전시장 천장에 맞닿을 듯 거대한 크기의 작품 내부엔 바람이 돌아가는 기계가 설치됐다. 이로 인해 작품 안에도 바람이 산책하듯 떠돌고, 작품 바깥에서는 관람객이 바람이 된 듯 전시장을 거닐게 된다.

에어매스 시리즈 신작 6점을 비롯해 데오도란트 타입 12점을 처음으로 한자리에 선보이는 이번 전시는 마치 정원을 거닐듯 작품 사이를 거닐 수 있도록 구성됐다. 사진=김금영 기자

전시·패션쇼·상품 출시까지…시너지 효과 살린 협업

5월 25일 롯데월드타워 야외 미디어큐브 앞에서 진행된 권오상 작가와 패션 브랜드 잉크의 컬래버레이션 패션쇼 현장. 사진=롯데백화점

다음날인 5월 25일엔 권오상 작가의 작품이 어우러지는 잉크의 패션쇼가 열렸다. 롯데월드타워 야외 미디어큐브 앞에서 진행된 패션쇼엔 대형 에어매스 작품 사이를 모델들이 걷는 특별한 런웨이가 펼쳐졌다. 패션쇼는 잉크의 23년 F/W 신상품을 선보였고, 파리 패션위크에서 선보였던 권오상 작가의 대형 에어매스 작품도 다시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이날 행사엔 예술 컬렉터를 비롯해 모델, 배우 등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 100여 명이 참석했고, 정적인 전시와는 또 다른 역동적인 패션쇼의 매력을 드러냈다.

전시와 패션쇼의 여운은 상품 출시로 이어졌다. 롯데백화점 엘리든과 잉크는 협업을 통해 제작한 총 11개 스타일의 단독 상품과 잉크의 23년 F/W 컬렉션 상품 24종을 이번 행사에서 첫 공개했다. 셔링 블라우스를 비롯해 오버핏 싱글 코트 등 올해 가을과 겨울에 인기 아이템으로 예상되는 상품들을 엘리든과 잉크가 공동으로 선별, 기획해 제작했다. 전시 개막날이었던 5월 25일 단 하루 동안 컬래버 상품을 작품과 함께 진열, 전시하고 예약 판매하며 전시를 감상하러 온 컬렉터, 희소성 가치를 중요시하는 고객을 동시에 겨냥했다.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세이투셰는 권오상 작가의 작품을 담은 스페셜 거울 36점을 리미티드 에디션으로 선보인다. 사진은 거울 앞뒤 이미지. 사진=롯데백화점

권오상 작가와 잉크, 엘리든이 함께한 23년 F/W ‘캡슐 컬렉션’은 패션쇼 이후 롯데백화점 고객만을 위한 익스클루시브 상품으로 9월부터 만나볼 수 있다. 브랜드 협업 굿즈도 만날 수 있다. 악동뮤지션 멤버 이찬혁과 사진작가 임재린이 만든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세이투셰가 권오상 작가의 작품을 담은 스페셜 거울 36점을 리미티드 에디션으로 출시한다.

이처럼 롯데백화점이 예술과 패션의 협업에 주목하는 건 최근 한국의 예술과 패션이 전 세계적으로 영향력을 확대해 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온라인 패션 플랫폼 ‘하고’를 운영하는 하고엘앤에프와 K-패션 브랜드 알리기에 나선 롯데백화점은 올해 1~4월 잠실점 외국인 매출이 코로나19 사태 이전과 비교해 50% 늘어나는 성과를 얻었다. 롯데백화점은 이 기세를 이어 6월 2일 롯데월드몰에 아더에러 플러그샵을 개설했고, 마르디메크르디 등을 입점하며 K-패션 브랜드 모시기에 더 적극적으로 나선다는 방침이다.

한국의 패션은 전 세계적으로 영향력을 확대해 가고 있다. 사진은 롯데백화점 잠실점 패션매장을 둘러보는 사람들의 모습. 사진=김금영 기자

한국의 예술 또한 파급력을 넓히고 있다. 지난해 국내 미술시장 규모는 사상 최초로 1조 원을 넘겼고, 지난해에 이어 올해 9월에도 세계 3대 아트페어 중 하나인 프리즈가 서울을 찾을 전망이다.

 

이에 백화점 업계는 매장 내 또는 전문 전시공간을 활용해 작품을 전시하며 집객 효과와 더불어 판매를 통한 수익도 올리고 있다. 아트 마케팅의 중요성을 인지한 롯데백화점은 2021년 9월 아트비즈니스실(현 아트콘텐츠실)을 신설했고, 전문 인력을 동원해 롯데갤러리에 국내외 다양한 작가의 전시를 선보이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예술과 패션이 만나는 프로젝트를 올해 꾸준히 전개한다는 방침이다. 사진은 '엘리든x잉크x권오상' 컬래버 프로젝트 키비주얼 이미지. 사진=롯데백화점

롯데백화점은 패션과 예술의 접점을 일회성 프로젝트에 그치지 않고, 이번 권오상 작가 컬래버레이션을 시작으로, 예술과 패션이 만나는 프로젝트를 올해 꾸준히 전개한다는 방침이다. 올가을엔 일본의 유명 패션 디자이너 미하라 야스히로의 전시와 더불어 미하라 작가와 엘리든이 함께하는 컬래버레이션, 한국 작가들도 함께하는 전시와 스페셜 제품 출시도 계획하고 있다.

롯데백화점 측은 “서로 다른 성격, 장르일지라도 이를 뛰어넘어 새로운 에너지를 만들 수 있는 것이 바로 K-패션과 K-아트”라며 “앞으로도 다양한 협업을 통해 롯데백화점을 국내를 대표하는 K-패션 플랫폼으로 키워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롯데백화점이 운영하는 하이엔드 패션 편집숍 '엘리든' 관련 이미지. 사진=롯데백화점

< 문화경제 김금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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