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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절 의혹’ 평택역 광장 국제공모 1등작, 이번엔 ‘아는 심사위원’ 배척 안해 처벌?

당선 업체와 협력 중 연구원이 심사위원 맡아 … 평택시 “1등작 유효하지만 위반엔 행정처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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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최영태⁄ 2023.07.18 11:13:51

평택역 광장 중심에 지하로 내려가는 선큰(sunken) 공간을 조성해 박애병원 삼거리까지를 보행 공간으로 조성한다는 1등작 ‘Timeless LINE'의 조감도. (이미지=KG엔지니어링종합건축사무소)

평택시가 야심적으로 추진 중인 180억짜리 평택역 광장 개선 사업이, 표절 의혹에 시달리는가 하면(본보 지난 7월 11일자 기사 ‘표절 시비로 백과사전까지 오른 ‘평택역 국제공모 1등’ … 애플 광장과 얼마나 닮았기에?‘ 참조), 이번엔 심사 과정에서 1등 당선 업체가 ‘아는 심사위원 배제 의무’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평택시로부터 행정처분을 받을 처지여서 결과가 주목된다.

평택시 관계자는 지난 14일 본보에 “1등 당선 업체인 KG엔지니어링종합건축사무소가 심사위원 제척 의무를 위반했다는 사실을 확인했고, 이러한 위반이 재발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당선 업체에 행정처분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위반 사항에 대한 처벌 규정이 따로 없어 관련 법령 등을 검토하는 중”이라고만 밝혀 언제, 어느 수위로 행정처분이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평택역 광장 국제공모 심사 과정에서 '제척 의무 위반'이 있었다는 고발이 올려진 국민신문고 웹사이트. 

사태는 지난달 홍익대 건축학 관련 모 교수가 국민신문고에 고발장을 올리면서 시작됐다. 고발의 요지는 ‘평택역 광장 개선안 국제 공모 심사 과정에서 1등 업체와 관련되는 심사위원이 심사를 맡아 문제 소지가 있었으니 조사해달라’는 것이었다.

평택시 국제공모는 지난해 11월 시작돼 지난 4월 4일 최종 당선작으로 KG엔지니어링종합건축사무소의 ‘Timeless LINE: 지속 가능한 언어로 평택역 광장을 이야기하다’를 선정-발표됐다. 발표 이후 평택시는 KG엔지니어링과 정식 공사 계약까지 이미 마친 상태다.

그런데 이렇게 착착 진행되는 대형 사업에 대해 건축학 교수가 ‘심사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는 공식 민원을 제기하자 평택시가 대응에 나선 것이다.

공모전을 시작하면서 평택시는 작년 11월 심사위원단 7인 명단을 발표했다. 가장 위에 이름이 오른 것은 가천대 도시계획·조경학부 이창수 교수였다.

평택시가 작년 11월 국제공모를 알리면서 발표한 심사위원 명단. 가장 위에 가천대 이창수 교수의 이름이 올라 있다. 

그런데 이창수 교수는 KG엔지니어링을 이미 돕고 있는 관계였다. 이 업체가 평택시로부터 받은 중장기 도시개발사업계획 수립 용역(2022년 5월~2024년 5월 진행)은 가천대 산학협력단에 하도급을 줬고 이 교수가 책임연구원으로 이 하도급에 참여하고 있는 상태였다.

평택시는 작년 11월 심사위원단 명단을 발표하면서 ‘제척 의무’ 역시 고지했다. 제척 의무란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는 심사위원에 대해 업체 측이 심사일 이전에 “제외해 달라”고 요청해야 하는 의무를 말한다.

평택시가 공표한 ‘평택역 광장 조성 국제설계공모 지침서’는 심사위원 제척 사유 여섯 번째로 “심사위원이 최근 2년 이내에 해당 심사(응모) 업체와 관련된 자문 연구 용역(하도급을 포함한다), 감정, 또는 조사를 한 경우”라고 명기했다.

이런 규제가 있으므로 KG엔지니어링은 당연히 이 교수에 대한 제척 신청을 사전에 했어야 하나 그렇지 않았으므로 심사에 하자가 있다는 게 홍익대 교수의 주장이었다.

국민신문고에 이러한 사항이 고발되자 평택시는 법적 검토에 착수했고, KG엔지니어링에 해명을 요구했다.

평택역에서 지하로 들어가는 선큰(sunken) 구조물을 만든 뒤 이를 지하의 미디어 홀(벽과 천정에 미디어 상영)로 연결시키겠다는 ‘Timeless LINE'의 조감도. (이미지=KG엔지니어링종합건축사무소) 
미디어 홀 조감도. (이미지=평택시 홍보 영상 중 캡처)

KG엔지니어링의 배상운 전무는 “미처 제척신청을 하지 않아 문제가 발생했다”며 자신들의 과실을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가천대 이 교수가 우리가 맡은 평택시 중장기 용역을 맡아 진행하고는 있지만, 이 교수가 본 건과 무관한 다른 용역을 수행하고 있음을 인지하지 못하여 미처 제척 신청을 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이 교수가 참여한 평택시 중장기 용역과 이번 국제 공모를 맡은 부서가 달라 제척 신청을 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이렇게 과실을 인정하면서도 배 전무는 “하지만 심사와 관련해 어떠한 위법 행위도 없었고, 본건 설계 공모의 공공성과 공정성이 현저히 침해될 정도로 중대한 하자라고 보기는 어렵다”며 그 근거로 행정안전부 예규 제232호 낙찰자 결정 기준(9장 3절 2항)을 들었다.

이 예규는 ‘심사 중 심사위원이 설계 공모 참가자와 이해관계에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경우, 해당 참가자가 실격하거나 심사에서 배제되는 것이 아니라, 해당 위원이 평가한 점수를 제외하고 남은 제안서를 기준으로 점수를 산정’하도록 했다는 주장이다.

즉, 심사위원에 대한 제척 신청을 하지 않아 위반이 발생하기는 했지만 이럴 경우 이 예규에 따른다면 이창수 심사위원의 점수를 빼고 나머지 심사위원들이 준 점수의 총합으로 다시 산정해 1등을 가리면 된다는 해석이다.

평택역 광장 개선 등을 통해 평택의 원도심을 부활시키겠다는 포부를 밝힌 정장선 평택시장. 제척 의무를 위반했다고 스스로 밝힌 KG엔지니어링에 대해 평택시가 앞으로 어떤 행정처분을 내릴지, 그리고 평택 시민들은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지가 관건이다. (이미지=obc 보도 화면 캡처)

KG엔지니어링의 이러한 주장에 따라 평택시 역시 같은 입장을 취하고 있다. 평택시 측은 ‘문화경제 by CNB저널’의 문의에 대해 “이창수 심사위원이 준 점수를 제외하고 산정하더라도 1위 업체가 바뀌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행정안전부 예규 제232호를 적용해 KG엔지니어링의 1등작 당선 자체를 인정하다고 하더라도 KG엔지니어링이 스스로 인정한 제척 의무 위반에 대해서는 행정처분을 내릴 것이고, 그 수준을 검토하고 있다는 게 평택시 입장이다.

한편 이창수 교수는 자신의 입장을 “내가 평택시 중장기 용역에 참여하고 있지만, 평택역 국제 공모의 참여 업체들이 어디인지에 대해서는 심사 종료 시까지 몰랐으므로 이해충돌 소지가 있는지를 전혀 알 수 없었다”고 밝혔다. 응모 업체들의 이름이 비공개 상태로 심사가 진행됐고 표결이 진행됐으므로 1등 당선작이 KG엔지니어링 것인지를 자신은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알 수 없었다는 설명이다.

 

이에 대해 평택시 측도 “무기명으로 응모 작품을 받아 심사했기 때문에 어느 업체가 어떤 작품을 제출했는지 확인할 길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한국에서 가장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도시 중 하나인 평택시가 추진하는 랜드마크 건축 디자인에 대해 표절 시비는 물론 심사 공정성 시비까지 붙은 상황에서 앞으로 평택 시민들이 어떠한 반응을 보일지 관심이 쏠린다.

관련태그
평택역광장  표절  Timeless Line  KG엔지니어링  제척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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