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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in] 현대건설, 뜬금포 메가 수주 아니다... 반세기 이어온 신뢰의 성과

현대건설, ‘6조5천억 원’ 사우디 석유화학 플랜트 건설사업 수주… “1975년 첫 진출 후 꾸준한 프로젝트로 사우디 정부·발주처 신뢰 얻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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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752호 김응구⁄ 2023.07.20 14:10:10

지난 6월 24일 사우디아라비아 다란의 아람코 본사에서 윤영준 현대건설 사장(앞줄 오른쪽)과 압둘카림 알감디 아람코 부사장(앞줄 가운데)이 ‘아미랄 프로젝트’ 계약에 서명하고 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뒷줄 가운데)이 서명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현대건설

현대건설이 6월 25일 낭보를 보내왔다. 중동에서의 메가 프로젝트 수주 소식이다.

현대건설은 이날 사우디아라비아 최대 규모의 석유화학 플랜트 건설사업을 따냈다고 밝혔다. 24일(현지시간) 사우디 다란(Dhahran)의 아람코(Aramco) 본사에서 50억 달러 규모의 ‘아미랄(Amiral) 석유화학 콤플렉스 패키지 1·4’ 수주 계약을 체결했다는 내용이다. 패키지 1은 에틸렌 생산시설, 패키지 4는 유틸리티 기반시설이다. 50억 달러면 우리 돈으로 약 6조5000억 원에 달하는 초대형 계약이다.

이날 계약 서명식에는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윤영준 현대건설 사장, 아민 나세르(Amin Nasser) 아람코 최고경영자(CEO), 파트리크 푸얀(Patrick Pouyanné) 토탈에너지 CEO 등이 참석했다.

‘아미랄 프로젝트’는 사우디 국영 석유·천연가스 기업 아람코가 발주했다. 규모로 보면 아랍에미리트(UAE)의 바라카 원전, 이라크의 카르발라 정유공장 프로젝트 등에 이어 역대 7위다. 더구나 50억 달러 넘는 프로젝트는 2014년 이후 9년 만이다.

현대건설은 지난해 3월 EPC(설계·조달·시공) 입찰 초청을 시작으로 9월 기술입찰, 10월 상업입찰을 거쳐 이번에 수주 쾌거를 이뤘다. 아람코는 이 프로젝트를 총 4개 패키지로 나눠 발주했다. 앞서 밝힌 대로 현대건설은 이 중 패키지 1·4를 수주했다. 참고로 패키지 2·3은 이탈리아 회사 테크니몽(Tecnimont)이 수행할 예정이다.

아미랄 프로젝트 건설사업 부지는 사우디 유전 중심지인 담맘(Dammam)으로부터 북서쪽으로 70㎞ 떨어진 주베일(Jubail)에 있다.

현대건설은 지난 2019년 사우디아라비아 우쓰마니아에 에탄 회수처리시설을 준공했다. 사진=현대건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진 25일 당일, 윤석열 대통령은 “양국의 경제 협력 관계를 더욱 공고히 할 뿐만 아니라 두 나라가 공동으로 번영하는 확고한 기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를 계기로 한·사우디 양국의 신뢰 관계가 더욱 굳건해지도록 정부와 기업은 원팀이 돼 더욱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도운 대통령실 대변인도 이날 브리핑을 통해 “(사우디아라비아가) 지난해 11월 40조 원 규모의 투자 약속과 지난 3월 9조 원 규모의 울산 석유단지 대규모 투자에 이어 이번에 석유화학 플랜트 패키지 공사를 우리 기업에 발주했다”면서, “이는 우리 기업이 그동안 사우디에서 수주한 공사 중 역대 최대 규모”라고 설명했다.

이에 국토교통부도 거들고 나섰다. “지난해 11월 열린 윤석열 대통령과 사우디아라비아 모하메드 빈 살만(Mohammed bin Salman) 왕세자 겸 총리의 정상회담에서 양국 관계를 미래지향적 전략 동반자 관계로 발전시키고 인프라 분야에서 대규모 경제 협력을 추진하기로 합의한 후 이뤄진 정상외교의 성과”라고 반색했다.

이어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7월 3일 서울·세종청사 국무회의실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해 ‘원팀코리아 사우디·이라크 활동 성과와 후속 조치 이행계획’을 논의하기도 했다.

원 장관은 이 자리에서 “우리 기업의 사우디 진출 이래 사상 최대 규모인 아미랄 프로젝트 계약이 체결되면서, 올 상반기 해외건설 수주실적은 173억 달러로 지난해 수주실적(120억 달러)과 비교해 44% 초과 달성했다”고 밝혔다.

정주영 선대회장(맨 앞)이 사우디아라비아 주베일 산업항 건설현장을 시찰하고 있다. 사진=현대건설 공식 블로그

공사 全 과정 일괄 수행하는 턴키방식으로 수주

현대건설에 따르면 아미랄 프로젝트는 원유 정제 과정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등급의 저부가가치 원료를 활용해 기초유분(에틸렌·프로필렌 등)을 생산하는 설비, 최첨단 폴리에틸렌을 생산하는 설비, 부타디엔(Butadiene)을 추출하는 설비 등의 건설을 포함한다. 사토프(SATORP) 정유공장에서 배출되는 나프타, 폐가스뿐만 아니라 아람코가 공급하는 에탄, 천연 가솔린 등을 고부가가치 화학물질로 전환하며, 이를 통해 주베일 산업단지의 석유화학·특수화학 공장에 원료를 공급할 계획이다. 사토프는 사우디 아람코와 프랑스 토탈에너지의 합작법인이다.

현대건설은 아미랄 프로젝트 가운데 패키지 1과 4의 공사를 수행한다. 패키지 1은 아미랄 프로젝트의 핵심인 MFC(Mixed Feed Cracker·혼합 크래커)를 건설하는 공사다. 이는 공정 부산물을 활용해 ‘화학산업의 쌀’이라 불리는 에틸렌을 연간 165만 톤가량 생산하는 설비다. 패키지 4는 고부가가치 화학물질을 생산하는 주요 인프라 외에도 기반설비, 탱크, 출하설비 등을 포함한 시설 건설공사다.

현대건설은 이 프로젝트를 설계·구매·건설 등 공사의 전 과정을 일괄 수행하는 턴키(turnkey) 방식으로 수주했다. 이는 기술력과 설계·조달·시공(EPC)의 뛰어난 역량을 인정받은 결과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1975년 사우디 건설시장에 처음 진출한 이래 사우디 정부·발주처의 신뢰를 바탕으로 대규모 프로젝트를 안정적으로 수행하고 있다”며, “최근 정부 차원의 경제 외교를 통해 양국 간 협력 기반이 더욱 확대된 만큼, 아미랄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수행해 사우디에서 ‘K-건설’의 입지를 더욱 확고히 구축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건설이 2012년 사우디아라비아 카란에 준공한 가스처리시설 현장. 사진=연합뉴스

사우디 진출 반세기… 중동 붐 다시 일으키나

현대건설은 창업주 정주영 회장 시절이던 1975년 사우디 건설시장에 처음 진출했다. 이후 ‘20세기 최대의 역사’로 불리는 주베일 산업항을 건설하면서 1970년대 중동 건설 붐을 절정으로 이끌었다. 계약 총액인 9억6000만 달러는 당시 우리나라 국가 예산의 ¼에 해당하는 금액이었다.

현대건설은 육상과 해상에 걸쳐 모든 공정이 종합된 이 공사를 성공적으로 완수하며 해외건설 진출의 기틀을 본격적으로 마련했다. 그와 동시에 사우디는 물론 중동 지역에서 기술력과 역량을 인정받기 시작했다.

현대건설은 사우디 진출 반세기 동안 총 170여 건, 약 232억 달러 규모의 공사(해외건설협회 집계 실적 기준)를 수행했다. 1억992만 달러 규모의 ‘하일-알 주프 380㎸ 송전선’을 포함한 50여 개 송·변전 공사와 항만, 담수시설, 고속도로, 내무성 청사 등 수많은 건설 프로젝트를 통해 사우디의 주요 인프라를 구축해왔다. 현재도 여러 송·변전 공사는 물론 지상 최대 프로젝트로 불리는 ‘네옴시티(NEOM City)’ 건설에 참여하고 있다. 네옴시티는 사우디 북서부 홍해 인근 사막에 건설하는 미래형 신도시 프로젝트로,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추진하는 ‘비전 2030’의 핵심 사업이다.

이 같은 과정에서 아람코와 다져온 오랜 신뢰는 사우디의 정유·석유화학·가스 분야 산업 발전에 굵직한 발자취를 남기는 기반이 됐다.

현대건설이 2009년 준공한 사우디아라비아 쿠라이스 가스처리시설. 사진=현대건설

1979년 얀부(Yanbu) 천연액화공장 해상 정박장 공사를 시작으로 쿠라이스(Khurais) 가스처리시설(8억 달러, 2009년 준공), 카란(Karan) 가스처리시설(14억 달러, 2012년 준공), 우쓰마니아(Uthmaniyah) 에탄 회수처리시설(8억 달러, 2019년 준공) 등을 수행했다. 현재는 마잔(Marjan) 오일처리시설 및 가스처리공장 부대시설(28억 달러, 2024년 준공 예정), 자푸라(Jafurah) 유틸리티 및 부대시설(16억 달러, 2025년 준공 예정)을 비롯해 울산광역시에 국내 석유화학업계 사상 최대 규모의 석유화학설비를 건설하는 ‘샤힌(Shaheen) 프로젝트’(2026년 준공 예정)를 수행하며 협력관계를 더욱 견고히 하고 있다.

현대건설은 지난해 7월 아람코의 중장기 성장 프로젝트 ‘나맷(Nammat)’ 프로그램을 통해 아람코의 건설 EPC 부문 독점협상대상자로 선정돼 정식 계약을 맺었다. 알려진 바로는 세계 유수의 건설사 중 현대건설을 포함한 소수의 기업만이 이 지위를 확보했다. 이에 따라 현대건설은 앞으로 아람코가 발주하는 석유화학 관련 신사업의 수의계약과 입찰 인센티브 혜택을 받는다. 현대건설은 사우디 현지 협력사 RTCC와 합작법인을 설립하고 아람코 사업을 추가로 확보·수행할 계획이다.

 

<문화경제 김응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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