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53호 안용호⁄ 2023.08.08 07:53:37
우리나라에 보험이 도입된 때가 언제인 줄 아세요? 6.25 전쟁이 막 끝난 1950년대 말입니다. 그동안 보험산업은 사회 안전망의 한 축으로 역할 하며 지속적으로 성장해 오늘에 이르렀습니다. 2022년 기준 국내 보험산업의 총자산 규모는 무려 약 1,310조 원입니다. 2013년 대비 1.7배 이상 성장하며 지난 10년간 엄청난 외적 성장을 이뤘습니다.
하지만 보험산업의 미래가 마냥 밝지만은 않습니다. 겉으로 보이는 화려한 외적 성장 뒤에서는 이미 포화상태에 접어들어 심각한 성장 둔화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보험연구원(2019년 보험소비자 설문조사)에 따르면 2019년 기준 가구당 보험가입률은 98.2%, 개인별 보험가입률은 95.1%입니다. 국민 대부분이 보험에 가입돼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올해 삼정KPMG 경제연구원은 ‘기로에 선 보험산업,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라는 보고서를 내놨습니다. 안개 속 포화상태의 보험산업의 생존전략이 담겨있는 흥미진진한 보고서입니다.
보고서는 보험산업의 위기·변화 요인으로 6가지를 언급합니다. 첫째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보험수요 변화·재정부담 확대, 둘째 너무 빠른 금리 인상 속도, 셋째 보험의 판을 흔들며 진화하는 신기술, 넷째 전통적 보험 채널의 구조적 변화 진행, 다섯째 보험계약 국제회계기준·신지급 여력제도 본격 시행, 여섯째 글로벌 보험산업 경영의 축, 지속가능성으로의 이동이 그것입니다.
이에 대한 대응으로 보고서는 입체적인 전략을 제시합니다. 고령화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우선 은퇴·노후에 대비할 수 있는 개인연급, 간병보험, 실버보험 등 다양한 상품을 개발하고 장기 개인자산관리·노후설계 서비스 강화를 주문합니다. MZ세대 공략을 위해서는 재미, 스토리, 트렌드 등 이들의 구미를 자극할 수 있는 감성적 요소들을 통해 마케팅 채널을 구축해야 한다고 제안합니다. 또한 디지털 플랫폼 기반의 미니보험으로 가입 절차를 간편하게 하고 합리적 가격으로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하라고 주문합니다. 새로운 리스크에 대한 선제적 상품화도 필요합니다. 특히 자율주행차 리스크 관련, 스위스의 재보험 회사 스위스리는 BMW 등과 자율주행차 관련 다양한 파트너십 전략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이번 호 문화경제는 기업들의 미래 먹거리, 미래 캐시카우에 관한 특집기사를 준비했습니다. 먼저 삼성·LG전자는 슬립테크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에 나섰습니다. 슬립테크는 깊은 잠을 자도록 돕는 기술입니다. 먼저 삼성전자는 최근 ‘갤럭시 워치6’를 공개하면서 수면 관리 기능을 강화했습니다. LG전자도 전문 스타트업과 손잡고 불면,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고객을 위해 마인드 웰니스 솔루션 ‘브리즈’를 선보였습니다.
삼성·LG전자와 같은 대기업들이 슬렙테크 시장 선점 경쟁에 나선 건 기존 캐시카우 분야가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입니다. 삼성전자는 7월 말 발표한 반도체 부문에서 4조3600억 원의 적자를 냈습니다. LG전자는 올 1분기와 2분기 가전 부문에서 호실적을 냈지만, TV 사업 부문은 코로나19로 반짝 호황을 맞았다가 지난해 4분기부터는 역성장하는 상황입니다.
주류 업계에서는 최근 위스키가 새 캐시카우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특히 편의점들은 젊은 감각을 내세우며 MZ세대를 타깃으로 위스키 특화 매장을 운영할 정도입니다. 소주·맥주에 이어 미래 캐시카우로 위스키가 당당히 인정받고 있는데 편의점이 이를 선도하는 형국입니다.
3분기 금산분리 완화 전망이 나오면서, 시중 은행은 금산분리로 한계점에 도달한 이자 수입 중심의 매출 구조 대신 이종 사업 진출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배달 앱 ‘땡겨요’ 사업 등으로 비금융 사업에 첫발을 뗀 신한은행은 KT와 전략적 제휴를 맺고 통신업에도 발을 내디뎠습니다. 우리은행은 비금융, 플랫폼 기업들과 디지털 생태계 확장을 위해 디지털신사업팀을 신설했습니다. 알뜰폰 사업에 진출하기도 했던 KB국민은행은 지난해 티맵모빌리티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기도 했습니다. 하나은행은 올해 미술품 동산관리처분신탁을 출시하며 미술품 신탁으로 자산 관리 영역을 확대했습니다.
파장이 큰 위험 요인에 대한 위험징후가 지속적으로 나타나 사전에 충분히 예상할 수 있지만, 사람들이 간과하여 온전히 대응하지 못해 큰 위기에 빠지는 상황을 회색 코뿔소라고 합니다. 미셀 부커 세계정책연구소 소장은 이를 가르켜 “다가오는 게 보이니 충분히 피할 수 있다. 그러나 멀리서 보일 때 피해야 하는데 가까이 왔을 때는 피하지 못한다”라고 언급했습니다. 앞서 살펴본 보험업계처럼 지금 잘 나갈 때 기업들이 미래의 캐시카우를 미리 준비해야 하는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