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54호 김응구⁄ 2023.08.24 14:42:18
문화는 어렵다. 즐기면 쉽지만 이해하려면 그렇지 않다. 왜 어려울까.
공부해서 앎이 되는 일도 아니고 손발을 부려 기술로 만들어내는 일도 아니다. 그저 눈으로 보고 귀로 들으며 만지거나 몸을 맡기는 일로 삶의 참 재미를 느끼는 일이 문화다. 그러니 애초 학습으로 얻는 무형의 가치가 아니다.
쉽게 얘기 나눠보자. 일이 힘들다. 지쳤다. 위안이든 응원이든, 뭐든 얻고 싶다. 좋아하는 것 중 그림 보는 일이 있다. 유명 작품보다 풋내 철철 나는 신진 작가의 그림이 좋다. 주말에 그걸 보러 간다. 두 시간 걸려 봤다. 충분히 만족한다. 돌아오는 길, 평소 먹고 싶었지만 가격 때문에 두 달을 망설였던 요리를 먹었다. 그날 잠자리에 들기 전, 그렇게 행복할 수 없다.
이게 문화다. 그리는 자와 보는 자, 그걸 내거는 공간과 찾아가는 자, 맛있는 요리를 만드는 자와 그걸 먹는 자, 모두 문화다. 일상처럼 삶에 스르르 녹아드는 행위와 모든 개체가 다 문화다. 그렇게 보면 어렵지 않다. 일부러 시간 내서 공부하려니 어려울 뿐이다.
그런 작은 문화들이 모여 대중문화가 되고 전통문화가 된다. 그걸 잘 갖춘 도시가 있고 그렇지 않은 곳도 있다.
문체부 장관이 지정하는 ‘법정문화도시’ 전국에 24곳
우리나라엔 ‘문화도시’라는 게 있다. 각 지역 고유의 문화·예술 자산을 활용해 그곳만의 도시 브랜드를 창출하도록 정부가 지원하는 사업이다. 그 과정에서 지역 주민들도 한 주체로 적극 참여하는 일종의 거버넌스(governance) 형식을 띤다. 〈지역문화진흥법〉에 따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지정하며, 그 대상은 광역자치단체와 기초자치단체다. 시도(市都)와 시군(市郡)·자치구를 말한다.
신청만 하면 아무 곳이나 다 되는 게 아니다. 절차가 무척 까다롭다. 먼저, ‘문화도시 조성계획’을 수립하고 신청하면 문체부 장관의 계획 승인을 받는다. 그런 후 해당 지자체는 ‘문화도시 예비사업’을 1년간 추진한다. 이에 따른 예산은 모두 지자체 부담이다. 예비사업 추진실적 평가는 문화도시심의위원회가 하며, 최종적으로 지정 심의까지 진행한다. 여기까지 통과하면 마지막으로 문체부 장관이 문화도시로 지정한다. 그렇게 ‘법정문화도시’라는 타이틀을 얻는다.
대략 2년여의 긴 싸움이다. 허나, 이 긴 터널을 지나 밝은 빛이 보이면 그때부턴 하고 싶은 문화사업을 맘껏 할 수 있다. 법정문화도시로 지정되면 5년간 총사업비로 최대 200억 원(국비·지방비 각 50%)을 지원받는다.
정부는 지금까지 법정문화도시로 24개 도시를 지정했다. 사업 대상은 전국 지자체 220여 곳인데 알려진 바로는 그간 120여 개의 크고 작은 도시가 문화도시 공모에 도전했다. 내년부터는 법정문화도시라는 이름은 ‘K-문화도시’(가칭)가 될 전망이다. 또 하나, 법정문화도시로 지정됐다면 반드시 ‘문화도시센터’를 조직해야 한다.
서울에선 영등포구가 유일한 법정문화도시다. 2020년 예비문화도시로 선정된 후 2021년 법정문화도시로 지정됐다. 그럼, 영등포에는 무엇이 있을까. 언뜻 떠올리니 여의도와 윤중로(벚꽃), 최근 핫플레이스로 등극한 문래창작촌 외에 딱히 생각나지 않는다. 그러나 영등포문화도시센터 진형우 센터장의 말을 들어보니, 문화도시는 그 같은 ‘하드웨어’로만 만드는 게 아니다. 정확히는 문화의 ‘소프트웨어’에 집중하고 이를 발전시켜야 제대로 된 문화도시로 성장한다. 그 얘기들을 옮겨본다.
- 영등포구는 법정문화도시가 되기까지 얼마나 걸렸나요.
“그전부터 준비하긴 했지만, 예비문화도시부터 시작하면 2년도 채 안 걸렸어요. 다른 도시에 비해 빠른 편이죠.”
- 영등포의 어떤 면이 문화도시로 알맞았을까요. 단순히 생각건대 영등포에는 문화시설이 그다지 많지 않은데 말이죠. 더구나 가능성만 보고서 결정했을 리도 없을 테고요.
“미뤄 짐작할 뿐이지만, 저희가 판단하는 건 일단 문화도시로서 가치적인 부분, 특히 민관(民官) 협치가 다른 도시보다 훨씬 잘 구성돼있고, 실적 또한 적지 않다는 거예요. 게다가 영등포의 각 지역을 분석해 이를 정책적 차원으로 끌어올리는 틀거리(틀거지)도 잘 만들어져 있죠.”
- 좀 더 이해가 쉽도록 풀어서 설명해주면 어떨까요.
“우리 동네에 무엇 무엇이 없어요, 그러니 이거 해주세요, 이런 게 아니라는 거죠. ‘나는 지역 주민들과 이런 걸 해보고 싶어요’ 이걸 특정 사업들과 연결 지어 그 욕구를 해소하는 거예요. 결국에는 이런 것들이 모여 정책이 됩니다. 그러면 문화재단이 관심 갖고 자치구도 관심 가져요. 좋은 프로그램이면 예산도 투입되죠. 이런 프로세스를 얼마나 잘 만드냐의 문제예요. 하드웨어도 좋지만 소프트웨어에 더 집중해야 합니다. 지역에 문화시설이 많고 적은 건 중요하지 않아요. 적으면 적은 대로 어떻게 문화를 만들어갈지 고민하고, 많으면 많은 대로 문화시설·종사자와 함께 어떤 새로운 문화를 만들지가 중요하죠. 그에 앞서 한 도시가 정책을 만들 때 문화를 우선 고려하느냐 아니냐도 무척 중요해요.”
- 문화는 어디에나 있는 거겠죠? 멀지 않고 가까이에도 얼마든 있고요. 사는 집 주변 어디에라도 말이죠.
“그럼요. 예를 들면 영등포에는 도림천이 있죠. 자그마한 하천인데, 관악구·금천구하고도 공유하고 있어요. 이곳에는 많은 생태 자원들이 지역 주민들과 함께하고 있어요. 문화사업을 하기 전에는 몰랐을 것들이기도 해요. 옆에 사는 이웃도 잘 모르는데 도림천에 이런 생명이 살고 있으리라고 어떻게 생각하겠어요? 이런 것들을 하나하나 알아가면서 이 지역을 좀 더 알게 되는 거예요. 내가 알수록 내 이야깃거리가 하나 더 생기는 거죠.”
- 나 또는 내 자식들, 그러니까 가족의 이야기가 생기는 거군요?
“그렇죠. 내 아이한테 ‘도림천에는 얼마나 많은 생명이 살고 있는지 아니?’라고 묻고선 데리고 가는 거죠. 거기서 직박구리를 보고 ‘저게 직박구리라고 하는 새야, 실제로 보니 어때?’ 하고 물으면 아이도 신나서 대답하겠죠. 그게 바로 내 가족의 이야깃거리예요. 그러고선 며칠 후 아이에게 ‘또 직박구리 보러 갈래? 근데 이번엔 직박구리가 놀라면 안 되니까 망원경을 들고 가볼까?’ 이런 형태로 어떤 생명 하나에 접근하는 방식을 늘려가는 거죠. 이처럼 우리가 사는 터전에서 어떤 소소한 프로그램을 함께하며 이야깃거리를 많이 마련하고 나누는 걸 문화도시에선 ‘소통의 방법’으로 보고 있어요.”
- 그러니까 문화를 단순히 생각할 땐 보고 즐기는 게 전부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닌 거네요.
“가장 중요한 건 사람과 사람끼리, 아니면 사람과 자연 생물끼리, 더 나아가 사람과 프로그램끼리, 어떤 방법으로든 소통하는 거예요. 이런 일련의 일들을 영등포문화도시센터가 5년 동안 아주 단단히 준비하고 키워야 하는 거죠. 문화도시센터는 그런 이유로 존재하는 거고요.”
- 문화도시 사업 중에는 특이하고 재밌는 것도 분명 있겠죠?
“순간 떠오른 게 ‘이야기 제작소’예요. 지역 주민들의 이야기를 기록하는 건데, 매년 100명씩 정해놓고 그들의 이야기를 수집합니다. 그러면 이걸 가지고 예술가들이 작품으로 만들어요. 주민들의 이야기, 곧 주민들의 삶이 예술로 작품화되는 프로그램인 거죠.”
- 그거 정말 재밌네요. 100가지 이야기가 평범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는 거니까요.
“그것들이 뮤지컬로 만들어질 수 있고 그림이 될 수도 있어요. 만약 그림이 된다면 전시회를 하게 될 거고, 공연으로 만든다면 관람객을 모아놓고 선보이겠죠.”
- 그 100인은 모두 오늘내일 지나다가 볼 수 있는 분들이겠어요. 그 사람들은 어떻게 선정했나요.
“누군가의 추천을 받아 인터뷰하면 그 사람이 또 다른 사람을 추천하고, 인터뷰어(interviewer)는 그분들의 이야기를 듣고 질문·답변 형태로 만드는 거죠. 재작년과 작년의 기록 책자는 만들어져 있고, 올해는 거의 마무리 단계예요.”
- 검색해보니 ‘1호선 문화사업’이라고 있어요. 현재 진행 중인데, 쉽게 말해 법정문화도시로 지정된 지자체 중에서 1호선과 연결된 도시들끼리 뭉친 프로그램이에요. 발상이 재밌습니다.
“영등포, 부평, 부천, 수원 모두 지하철 1호선으로 연결된 도시들이죠. 혹시 ‘1호선 빌런’이라고 들어보셨어요? 좋지 않은 행색이거나 행동을 하는 사람은 1호선에 적지 않죠. 인터넷에도 1호선 빌런 사진들이 많이 돌아다니고요. 그렇듯 1호선에는 기인(奇人)이 많고 열차도 낡았어요. 게다가 정류장은 대개 노상에 있잖아요. 다른 호선은 에어컨이 나오는 지하로 다니는데, 그냥 땡볕에서 열차를 기다려야 하고요. 바깥 풍경은 한강철교 지날 때만 좀 예쁠 뿐이고.”
- 그런 이미지가 더러 있는 건 사실이죠.
“어찌 보면 좀 꺼려지는 그런 공간이죠. 하지만 지나온 역사를 볼 때 1호선은 서울에서 외곽 지역을 이어주었고 그러면서 또 다른 도시가 만들어지고, 그렇게 도시와 도시를 연결했어요. 물론 단순히 보면 그냥 이동 수단이죠. 내가 자는 곳에서 일하는 곳으로 이동하게끔 돕는 열차였을 뿐이에요. 독립된 공간도 아니고 내가 문화생활을 하는 공간도 아녔던 거죠. 영등포, 부평, 부천, 수원 다 가깝잖아요. 생각해보니 이 네 곳이 뭉치면 할 게 무척 많은 거예요. 가장 먼저 각 역사(驛舍)에서 펼칠 수 있는 공통된 사업이나 각자의 사업 아이템이 꽤 많을 것 같단 말이죠.”
- 그렇게도 볼 수 있겠네요. 정말 1호선으로 다 연결되니까요.
“사람이 가는 곳에는 항상 문화가 따라가기 마련이에요. 그래서 다른 도시 사람들은 어떤 이야기가 있는지 궁금했어요. 1호선을 매개로 그 사람들이 영등포에서 어떤 이야기를 할 수 있고, 반대로 영등포 사람들은 부평·부천·수원에 가서 어떤 이야기를 할 수 있을지, 그런 것들을 한번 만들어보자고 문화도시끼리 의기투합한 거예요.”
- 서로 간 공통분모니 얘기가 잘 통했나 봐요?
“법정문화도시는 도시 간 교류 협력사업을 필수로 해야 해요. 그래서 공동 사업을 하는 거죠. 영등포의 하루 평균 승하차 인원이 약 50만 명이에요. 부천이 40만 명 정도고요. 부평에 사는 사람이 영등포로 일하러 오고, 또 영등포 사람이 부천으로 일하러 가요. 그럼, 이 사람들은 출발하는 곳과 도착하는 곳 모두 법정문화도시라는 걸 알까요? 그래서 퇴근하고 내가 사는 역에 내리면 문화 프로그램이 있다는 걸 다 같이 알려보자 생각했죠. 지역 예술가나 로컬 콘텐츠 작가의 프로그램을 보여주는 겁니다. 지난해에는 코레일까지 끌어들여 이를 알리는 안내방송까지 틀게 했어요. 올해는 의정부까지 합류해 이제 다섯 도시가 함께해요.”
- 그러고 보니 지하철은 문화사업을 하기에 참 좋은 장소인 듯해요.
“바로 그겁니다. 역사가 이미 확보돼 있잖아요. 최근에는 공연할 수 있는 공간도 많이 만들어놨고요. 사실 대중교통이라 해도 버스나 택시를 이용한 문화사업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죠. 따로 공간을 내지 않는 한 말이에요.”
- 그러면 일반인들의 참여도 많이 이뤄지겠어요.
“작년에는 일반인 15명이 조그만 스케치북 하나를 들고 지하철을 타고 다니면서 여러 모습을 스케치한 적이 있어요. 처음 영등포에서 집결해 부천까지 가면서 그림을 완성하는 프로그램이었죠. 그냥 1호선을 이용하면서 그리고 싶은 걸 그린 거예요. 그 이후엔 부천역에서 이를 전시했어요. 아이디어는 모으면 모을수록 커지는 겁니다. 작은 것부터 하면 돼요. 거창하게 시작하지 않아도 되죠.”
- 더구나 개개인이 참여하니까 본인의 SNS에도 올릴 거고, 그러면 홍보가 많이 되겠군요.
“적극 권장하고 있죠. 아주 작은 지류가 모여 큰 강을 만들듯이 문화라고 하는 건 소소하게 시작할 수 있어요. 그리고 함께할 수 있는 게 많이 생길수록 나중에는 크게 된다는 생각을 하는 거죠.”
- 문화와의 인연은 어떻게 시작됐나요.
“원래 전공은 경영이에요. 예술 전공은 아녜요. 부전공은 교육이고요. 나중엔 법도 공부했어요. 석사는 행정을 했고요.”
- 전부 문화와 그리 가까운 사이는 아녜요.
“그렇긴 한데, 사실 행정은 문화 때문에 한 거예요. 재밌는 건 모든 전공이 문화사업에 무척 유용하게 쓰인다는 사실이에요. 공공기관에서 업무를 볼 때 법적인 가치를 검토하고 그걸 제도화하는 데 법이 무척 유용하고, 교육 역시 문화예술 프로그램 진행에 많이 사용해요. 또 프로그램 운영을 경영으로 볼 수 있을진 모르겠지만, 여러 프로그램에 다양한 경영 기법이 활용되긴 하죠.”
- 모두 지금의 자리로 오기까지 건강한 자양분 역할을 해준 듯 보여요.
“순수 예술부터 전통 문화예술 그리고 어떨 때는 지역 문화까지 다양하게 섭렵했던 건 제겐 큰 경험이고 좋은 내용이었어요. 그래서 지금도 그런 기억들이나 경험들을 곱씹어가며 일할 때가 많아요.”
- 영등포로 오기 전에는 어떤 활동을 했나요.
“개인적으로 노래 부르는 걸 좋아해요. 취미로요. 그래서 학교 다닐 땐 집 근처 문화원에서 뮤지컬 강좌를 듣기도 했죠. 한 3년 정도 해봤어요. 그러다 보니 문화예술 사회적협동조합에서 4~5년 정도 활동했고 세종문화회관에서도 한 5년 정도 근무했어요. 생활문화 업무로 서울문화재단에도 있었고요. 그러던 중에 문화도시 사업이 활성화되기 시작했어요. 그러면서 북촌문화센터로 옮겨 센터장 역할을 3년쯤 하다가 도봉문화재단으로 옮겨 예비문화도시까지 만들고 여기로 온 거예요.”
- ‘하루를 가치 있게 사는 가장 좋은 문화적인 방법’이 뭘까요. 사실 제가 이번 인터뷰 때문에 검색을 좀 했는데, 어디선가 이 질문을 늘 고민한다고 봤어요. 그래서 더 궁금하거든요. 아, 그전에 문화란 뭘까요.
“문화는 내 삶에서 느끼는 것의 총체(總體)라고 보면 돼요. 내가 생각하거나 사상을 갖는 것도 하나의 문화고, 커피숍에서 누군가와 대화하는 것도 문화입니다. 어떤 커뮤니티에 가입해서 골프 치는 것도 문화죠. 의식주와 관계되는, 인간과 연계된 것들은 다 문화로 봅니다. 이런 모든 것을 문화라고 거시적(巨視的)으로 표현합니다. 하지만 문화도시에서 설명하는 문화는 그것보단 좀 더 미시적(微視的)이에요. 우리가 삶을 영위하는 데 있어 소통을 목적으로 하는 것들을 문화라고 보자, 라는 게 암묵적으로 정해져 있다고 저는 생각해요.”
- 그럼 하루를 어떻게 살아야 가치 있게 사는 걸까요. 누구나 하루는 똑같죠. 근데 똑같이 살고 싶진 않거든요. 하루하루를 굉장히 의미 있게 살고 싶어요. 그 하루를 가치 있게 살 수 있는 문화적인 방법이 있다면 저는 매일 할 것 같아요. 어떻게 찾아야 할까요.
“사람은 그때그때 기분과 행동이 달라지고 말투도 달라지잖아요. 사람이니까. 근데 그걸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게 좋을 듯해요. 만약에 내가 오늘 기분이 좀 안 좋아요. 이런 기분이 너무 싫어요. 그래서 이 기분을 억지로 끌어올리고 싶어요. 하지만 이건 자신을 스스로 괴롭히는 일이 될 수도 있어요. 내 하루에 가치를 두겠다고 하면, 오늘 아침엔 좀 다운됐지만 퇴근할 때쯤엔 지금보다 20%는 낫게 하겠어, 하는 방법이 훨씬 나에게 유용하지 않을까 싶은 거죠. 그 같은 상황에서 문화적인 방법으로 누구와 소통할지 또는 내 오늘 이야깃거리를 누구와 얘기해볼지, 그런 걸 공유하는 게 중요하다고 봐요.”
- 그러니까 해답은 소통에서 찾아야겠네요.
“문화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게 소통이에요. 예술도 사실은 소통입니다. 예술가는 그림 등을 그려서 소통하죠. 다른 방법으로 소통하는 것보다 그게 자신에게 맞기 때문이에요. 물론 어려운 그림은 한참 들여다봐도 모르겠지만(웃음).”
- 정리하자면, 문화는 소통과 공감이 가장 중요하다는 얘기예요. 맞나요?
“다시 말하지만, 문화는 곧 소통입니다. 소통이 없으면 문화도 있을 필요가 없어요. 제가 문화예술 쪽으로 업을 쌓은 건 (문화적) 소통 방법이 가장 비경쟁적이어서예요. 문화는 함께 가야 하는 겁니다. 혼자 하는 건 있을 수 없어요. 경쟁적으로 혼자 가는 걸 문화라고 하지 않거든요. 공동체에서만 가능해요. 그러니까 당연히 문화는 소통일 수밖에 없죠. 저는 비경쟁적인 언어와 비공격적인 방법으로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건 문화가 유일하다고 봐요. 가장 평화적인 방법이고, 사람들에게 함께하자고 하는 말이 전혀 부담되지 않죠. 다른 건 부담될 수 있어요. 같이 투자해보자, 그러면 부담되지 않겠어요? 이거는 문화가 아니잖아요.”
갑자기 문화가 쉬워졌다. 덩달아 하고 싶은 것도 많아졌다. 욕구와 행위가 만나는 모든 게 문화라니, 해볼 것이 얼마나 많은가.
문화도시들은 하고 싶은 게 참 많다. 그래서 오늘도 ‘열일’한다. 고민마저도 즐겁다. 그러니 재미는 더 커지고 나누는 것도 점점 많아진다. 그렇게 선진(先進)사회, 선진국이 되는 것이다. 영등포는 선진 도시다.
<문화경제 김응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