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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서울시오페라단 박혜진 단장 “오페라는 어렵고 지루하다? 한 번 보면 생각 달라질 것”

야외 오페라 ‘카르멘’ 비롯해 이용훈 테너 첫 한국 데뷔 무대 ‘투란도트’까지 이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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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756호 김금영⁄ 2023.08.30 10:58:40

서울시오페라단 박혜진 단장. 사진=세종문화회관

광화문 광장이 축제의 열기로 뒤덮였다. 세종문화회관이 그간 팬데믹으로 열리지 못했던 ‘세종썸머페스티벌’을 올해 3년 만에 재개한 것. 8월 11일~9월 9일 열린 이번 축제 주제는 ‘그루브(Groove)’로, 흥과 리듬을 살린 춤, 음악, 오페라가 축제 기간 동안 광장을 가득 채웠다.

9월 8~9일 시민과 만난 오페라 ‘카르멘’도 이 중 하나였다. 작품을 위해 세종문화회관 산하 예술단 중 하나인 서울시오페라단이 구슬땀을 흘렸다. 진정으로 시민과 어울리는 장을 만들기 위해 사전 모집을 통해 선발된 시민 120여 명으로 구성된 합창단, 무용단과 함께 무대에 올랐다.

이어 10월엔 ‘투란도트’로 관객을 만난다. 특히 세계무대에서 활약하는 테너 이용훈의 첫 한국 데뷔 무대라는 점도 화제다. 이처럼 하반기 굵직굵직한 공연들로 관객을 설레게 하는 서울시오페라단의 박혜진 단장을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박 단장은 지난해 2월부터 서울시오페라단 제7대 단장으로 부임해 단원들을 이끌고 있다.

'세종썸머페스티벌' 공식 포스터. 사진=세종문화회관

- 올해 세종썸머페스티벌 주제는 ‘그루브’였는데요. 서울시오페라단이 여기에 맞춰 ‘카르멘’을 선보인 배경은?

“오랜만에 돌아오는 썸머페스티벌이 진정으로 모두가 즐기는 축제의 장이 되기를 바랐습니다. 그렇기에 오페라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도 한 번쯤은 들어봤을 법한 유명한 노래가 있는, 오페라 입문자에게 적합한 작품이 좋을 것이라 생각했고, 여기에 카르멘이 딱 부합했어요. ‘투우사의 노래’를 비롯해 ‘하바네라’ 등 유명한 아리아로 사람들 귀에 친숙한 작품이죠.

 

카르멘은 스페인 집시 이야기로, 극 중 시민 합창단이 음악에 맞춰 신나게 몸을 흔드는 장면이 있는데 페스티벌 주제인 그루브와도 잘 맞았어요. 조르주 비제가 작곡한 작품으로, 불같은 성격을 지닌 아름답고 유혹적인 집시 여인 카르멘을 중심으로 한 이야기를 다룹니다.”

서울시오페라단이 9월 8~9일 광화문 광장에서 야외 오페라로 선보이는 '카르멘' 포스터. 사진=세종문화회관

- 특히 카르멘을 야외 공연으로 선보였습니다.

“지난해 2월 단장으로 부임하자마자 ‘야외 오페라를 하겠다’는 의지를 강력하게 밝혔어요. 이탈리아 베로나의 아레나를 비롯해 오스트리아 호수에서 펼쳐지는 야외 오페라가 유명한데요. 제 기억 속에도 유학 시절 뉴욕 센트럴파크 잔디에 누워 들었던 페스티벌 음악의 감동이 여전히 생생했어요. 극장에서의 몰입도 있는 공연도 좋지만, 오페라를 좋아해 공연을 사전예약한 분들부터 오페라에 대해 잘 모르지만 체험해보고 싶은 분들, 또는 우연히 길을 지나가던 분들까지 다양한 관객층이 부담 없이 접할 수 있는, 친근하고 접근성이 좋은 공연을 꾸리고 싶었습니다. 모든 시민이 즐기는 공간으로 조성된 광장이 이 장소로 적합했죠.

야외 공연 성격에 맞춰 보다 축제 같은 분위기로 공연을 준비했어요. 오페라를 어려워하는 반면 서커스는 친숙하게 여기는 분들이 많잖아요? 안전성, 일기예보 등을 체크하며 극장의 제약에서 벗어나 더 보여줄 수 있는 화려한 서커스적인 요소를 오페라에 넣으려 노력했어요. 특히 오페라의 인사말과도 같은 서곡은 극 전체의 분위기를 느끼게 해주는 중요한 대목인데, 이 부분에서 늘어지지 않고 눈을 뗄 수 없게 몰입도를 높이는 데에도 신경 썼습니다. 공연 가사와 대사 내용을 자막으로 볼 수 있는 QR코드도 제공했고요.”

'세종썸머페스티벌' 간담회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는 서울시오페라단 박혜진 단장. 사진=세종문화회관

- 시민 120여 명으로 구성된 합창단, 무용단과 함께 무대에 오르는데 합동 연습에서 어려운 점은 없었나요?

“처음엔 오페라 무대에 한 번도 서보지 않은 분들이 무대에서 잘 노래하고 움직일 수 있을지 걱정했어요. 그것도 100여 명의 대규모 인원이니까요. 하지만 오히려 열정 가득했어요. 여러 합창단이 보내온 노래 영상을 심사해 뽑았는데, 이미 수차례 공연 경험이 있을 정도로 공연과 노래에 애정이 가득한 분들이라 연습 전부터 카르멘 노래 가사를 다 외우고 온 분들이 대부분이었어요. 함께 연습할 때 피드백도 주고받고, 연습도 더 하고 싶다며 서로를 북돋우며 긍정적인 시너지 효과를 이뤘죠. 이번 공연의 반응을 보고 추후에도 이런 형태를 시도해 보고 싶어요. 1기 카르멘 출신에 이어 2기, 3기 쭉 이어갈 수 있도록요.”

서울시오페라단은 10월 26~29일 '투란도트'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선보인다. 사진은 서울시오페라단의 오페라 '투란도트' 2018년 공연 모습. 사진=서울시오페라단

- 카르멘에 이어 10월 26~29일엔 ‘투란도트’를 공연합니다. 앞서 8월 15~20일 예술의전당에서도 투란도트가 공연돼 서울시오페라단은 어떤 색다른 투란도트를 보여줄지 관심이 높은데요.

“예술의전당은 CJ토월극장 규모(1000여 석)에 맞춰 소규모 오페라 형태로 투란도트를 선보였는데 서울시오페라단은 이보다 규모가 큰 세종문화회관 대극장(3000여 석)에서 보다 대작에 걸맞은 투란도트를 보여줄 예정입니다. 푸치니의 3대 명작 중 하나이자, 아리아 ‘네슨 도르마(아무도 잠들지 말라)’로 유명한 투란도트는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오페라’ 중 하나로 꼽힐 정도로 카르멘처럼 대중적인 작품입니다. 얼음처럼 차가운 공주 투란도트가 낸 수수께끼를 풀어내는 칼라프 왕자의 이야기를 다룹니다.

투란도트는 본래 고대 중국이 배경이지만, 현대적인 이야기로 풀어 보여주려 합니다. 투란도트는 그 자체로 매우 훌륭한 작품이지만, 중국을 가보지 않은 푸치니가 상상으로 만들었다는 점에서 다소 현재 사람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요소가 있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이 또한 차별점입니다.”

- 이번 투란도트는 연극, 창극 등 다양한 장르를 오간 연출가 손진책의 오페라 데뷔 무대로도 알려졌는데요. 공연을 위해 어떤 아이디어를 교류하고 있나요?

“예술감독으로서 ‘한국적인 투란도트를 선보이고 싶다’고 마음을 먹은 뒤 한국적인 미를 보여줄 수 있는 연출가가 누가 있을지 고민하다가 ‘심청전’, ‘춘향전’, ‘흥부전’ 등 마당놀이 장르를 개척한 대가인 손진책 연출가가 떠올랐습니다. 연극, 창극을 넘나든 다양한 연출 경험이 새로운 장르의 오페라를 보여줄 수 있는 원동력이 될 것이라 생각했어요. 처음엔 손 연출가에게 ‘한국적 미를 잘 뽑아낸 오페라를 만들어보자’고 제안했고, 이후 공연에 대해 논의하는 과정에서 ‘현대적인 투란도트를 만들어보자’고 최종적으로 방향을 잡았습니다.”

세계 정상급 테너 성악가 이용훈이 세종문화회관이 기획한 오페라 '투란도트'로 국내 무대에 데뷔한다. 사진=세종문화회관

- 특히 투란도트가 공연 이전부터 화제가 된 건 테너 이용훈의 첫 한국 데뷔 무대라는 점입니다. 그간 국내에서 이용훈의 한국 공연을 위해 수많은 러브콜을 보냈으나 성사되지 못했었는데 이용훈이 투란도트 무대에 오르게 된 배경이 궁금합니다.

“투란도트는 오페라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도 한 번쯤은 들어봤을 정도로 음악이 유명합니다. 그렇기에 더더욱 오페라를 좋아하는 분들은 칼라프 왕자의 아리아를 들으러 올 정도로 투란도트 음악에 대한 애정과 기대치가 높아요. 이를 충족시킬 수 있는 적임자로 이용훈 테너밖에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월드 클래스 테너인 이용훈은 세계 정상급 오페라 극장들이 앞다퉈 그를 초청할 정도로 일정이 바빠 정작 한국에선 그의 무대를 보기 힘들었습니다. 이미 3~4년 뒤의 일정까지 잡혀있을 정도니까요. 어렵게 일정을 물어봤는데, 마침 투란도트 공연 일정이 있는 주에 딱 며칠 시간이 빈다고 하더라고요. 4일 공연이라 휴식 시간을 제공할 수 없는 빡빡한 일정임에도 불구하고, 이용훈 테너가 공연에 대한 적극적인 의지를 보여줘 극장과 매니지먼트의 허락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많은 배려에 감사하고 있어요. 덕분에 모든 측면에서 색다른 투란도트를 볼 수 있을 것이라 자신합니다.”

 박혜진 단장은 지난해 2월부터 서울시오페라단을 이끌고 있다. 사진=세종문화회관

- 서커스적 요소를 강화한 카르멘을 비롯해 현대적인 투란도트까지, 다양한 오페라를 보여주려는 시도가 눈길을 끄는데요. 흥미로운 방식이라는 시선이 있는 반면, 오페라 정통성을 해친다는 우려도 있습니다.

“오페라를 선보일 때 항상 제가 생각하는 건 ‘오페라의 문턱을 낮추고 싶다’입니다. 대학 시절 친구들에게 제 공연을 보러 오라고 하면 일부는 ‘무슨 말인지 못 알아듣겠다’, ‘지루하고 어렵다’고 하기도 했어요. 그럴 때마다 어떤 점이 부족하고 아쉬웠는지 물어봤죠.

오페라는 오랜 역사를 지닌 종합무대예술로, 그 자체로 매우 훌륭하지만 점점 변화가 빨라지고 첨단 기술이 발전하는 현 시대에서 다소 이해하기 어렵거나 전개가 느리게 느껴질 수 있는 측면도 있어요. 이에 오페라의 중심인 노래는 그대로 두되, 극 중 시대적 배경을 바꾸거나 극장을 벗어난 야외 오페라를 시도하고, 좀 더 연극적인 요소도 넣어 색다른 연출을 시도하는 등 보다 대중적인 오페라를 만들려는 시도들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실제로 지난해 세종문화회관이 주최한 ‘싱크 넥스트’에서 선보인 오페라 ‘파우스트’는 오페라 거장인 샤를 구노의 파우스트와 연극 거장인 셰익스피어의 파우스트를 융합해 한 무대에 선보였는데 매진되며 관객의 호응을 받았어요. 올 3월 오페라 ‘마술피리’는 미디어아트를 무대에 접목하며 관객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했고요. 베르디의 ‘리골레토’에선 본래 주인공이 곱추이지만, 현대 배경에 맞춰 화상, 흉터 등으로 재해석돼 표현되기도 하죠.

전 이런 시도들을 긍정적으로 생각합니다. 공연은 관객이 있어야 존재할 수 있습니다. 현재 뮤지컬이 대중화되고, 케이팝이 전 세계를 휩쓰는 상황에서 오페라만 아무 변화 없이 과거에만 멈춰 있다면 점점 이를 즐기는 관객은 줄어들 것입니다. 설 무대가 사라진 성악가들은 점점 오페라를 떠나고, 오페라의 저변은 더욱 줄어들겠죠. 오페라의 정통성인 음악은 지키면서 색다른 연출로 신선함을 줄 수 있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습니다. 이런 변화는 국내뿐 아니라 세계무대에서도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어요. 한국 성악가들의 역량은 이미 세계적입니다. 여기에 신선한 연출력으로 색다른 시도를 이어간다면, K-오페라도 세계를 휩쓸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지난해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갈라콘서트 현장. 사진=세종문화회관

- 실제로 이런 시도들이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습니다. 서울시오페라단 단장 부임 이후 ‘파우스트: 악마의 속삭임’, ‘리골레토’, ‘마술피리’, ‘갈라콘서트’ 등이 매진되며 흥행 행렬을 이어갔습니다.

“지난해 갈라콘서트의 경우 방송인 신동엽 씨를 진행자로 섭외해 주목받았어요. 당시 친근한 방송인이 오페라 ‘마술피리’, ‘피가로의 결혼’, ‘리골레토’, ‘라 트라비아타’의 대표 아리아에 대해 이야기해주니 자연스럽게 귀에 들어와 좋았다는 피드백이 많았죠. 올 12월 오페라 갈라콘서트도 즐거운 무대로 꾸미려 준비 중입니다.

마술피리 때는 판타지 영화를 보는 듯한 오페라, 그러면서도 화려한 뮤지컬의 느낌을 보여주기 위해 뮤지컬 무대·영상 디자이너로 활동하는 조수현 씨에게 연출을 맡겼어요. 마술피리를 보다 대중적으로 알리고 싶어 뻔한 프로그램 북이 아닌, 사람들이 간직하고 싶게끔 소장욕구를 불러일으킬 수 있도록 장식적 요소의 디자인과 내용에 신경 쓴, 소설책 사이즈의 프로그램북도 선보였는데, 이 또한 공연 마지막 날엔 품절됐습니다. 이처럼 다양한 장르와의 컬래버를 비롯해 기획에 신경쓴 프로그램북 등 오페라에 대한 관심을 높이려는 노력을 다방면으로 이어가려 합니다.”

3월 30일~4월 2일 세종문화회관에서 공연된 오페라 '마술피리'의 한 장면. 사진=세종문화회관

- 현역 성악가로 활동하고, 단국대 성악과 교수로 강단에 서는 등 이미 공연계에서 활발한 활동을 해오고 있었는데, 서울시오페라단 단장이라는 새로운 도전에 나선 계기는?

“오페라 성악가로 무대에 섰을 때 ‘이러면 더 재미있을텐데’, ‘옷도 이러면 더 무대가 돋보일텐데’ 등 안타까운 점들이 있었어요.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나중에 정년 이후 이 아쉬웠던 점들을 모두 풀어내고, 모든 성악가들이 서고 싶은 무대를 만드리라’는 생각을 항상 했죠. 그러던 중 서울시오페라단 단장 공모가 뜨고, 처음엔 반신반의하면서 지원했다가 한 달 동안 아나운서 학원까지 다니며 열렬하게 프레젠테이션 면접을 준비했어요. 그 결과 감사하게도 기회를 얻었죠.

실제 단장이 돼보니 공연을 올릴 때 A부터 Z까지 하나하나 다 신경 써야 해서 생각만큼 화려하진 않고 고되기도 했어요. 하지만 전 제가 일일이 다 확인해야 하는 성격이라 오히려 적성에 맞기도 했죠. 또 세종문화회관 산하단체이다보니 공연계의 베테랑 분들이 많은 도움을 줬고, 무엇보다 세종문화회관 안호상 사장은 예술의전당, 국립중앙극장, 서울문화재단 등 국내 주요 문화기관들을 모두 거친, 공연계에 대한 애정과 이해도가 깊은 분이라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성악가로서 무대에 선 제 경험도 도움이 됐어요. 무대에서 오랜 시간 관객과 눈 맞춤을 해오면서 관객이 어떤 것을 좋아하고, 또 성악가는 무대에서 어떤 상태에서 최적의 무대를 꾸릴 수 있는지에 대한 이해도가 있었어요. 이 경험을 바탕으로 중간에서 조율 역할도 합니다. 가령 무대 연출에 있어서 연극, 뮤지컬 경험이 많은 연출가는 공연의 한 장면에서 배우가 적극 움직이기를 바라고, 배우는 멈춰서서 노래의 호흡에 집중하기를 바랄 때가 있는데 이 부분에 대한 소통을 담당하기도 합니다.”

오페라 '리골레토'는 내년 각색 버전으로 돌아올 예정이다. 사진은 지난해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열렸던 리골레토 공연 장면. 사진=세종문화회관

- 단장 부임 이후 기부자모임 ‘울림 후원회’도 설립했는데 어떻게 운영되고 있나요?

“제가 단장으로 부임했을 시기 코로나19 사태로 공연계가 많이 침체됐던 직후라 공연 예산이 삭감돼 어려움이 있었어요. 이를 어떻게 극복할까 고민하다가 공연에 애정이 많은 분들의 후원을 받은 뒤 이를 그에 걸맞은 가치로 돌려주는 후원회를 운영해보자 생각했어요. 1년에 최소 100만 원부터 많게는 수천만 원까지 금액을 기부한 회원에게 정기공연 할인 티켓을 제공하고, 오페라 프리뷰 강좌를 제공하는 등 혜택을 제공합니다. 장일범 음악평론가가 오페라 해설을 맡고 있는데, 재미와 퀄리티 측면에서 어느 오페라 강좌에도 뒤지지 않는다고 자부합니다. 이밖에 오페라 공연 이전에 간단한 와인과 식사를 VIP실에서 즐길 수 있는 오페라 나잇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늘려가고 있습니다.”

- 서울시오페라단 최초의 여성단장, 최초의 비서울대 출신, 최초의 현역 활동 성악가 등 ‘최초’ 타이틀이 많이 부여됐는데 이에 따른 부담은 없었나요?

“오페라단을 끌어본 경험이 없는데 과연 제가 잘 할 수 있을까 스스로에 대한 의문도 있었고, 남들이 다 주목하는 자리라 부담감이 상당했어요. 하지만 본래 평범한 것보다 도전을 즐기는 성격이고요. 오페라를 대중화시키고 싶다는 목표가 분명했기에 현재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주위에서 그러더라고요. ‘왕관의 무게를 이겨야 한다’고요.”

서울시오페라단 박혜진 단장은 "좀 더 사람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오페라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사진=세종문화회관

- 한평생 오페라의 길을 걸어온 장본인으로서, 오페라의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4살 때부터 피아노를 치기 시작했는데, 그냥 앉아만 있는 건 제 성미에 안 맞더라고요. 성격이 활동적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는데, 그때 피아노 선생이 피아노와 노래를 모두 할 수 있는 성악을 해 보면 어떻겠냐고 권유했어요. 덕분에 어렸을 때부터 무대에 섰는데 음악, 미술, 무용 모든 것을 한꺼번에 보여줄 수 있는 오페라에 매력을 느꼈습니다. 여기에 현재는 연극적, 뮤지컬적 요소까지 곁들여지기도 하는 등 그야말로 대표적인 종합예술 장르죠. 미술을 좋아하는 관객은 무대미술, 성악을 좋아하는 관객은 노래, 패션을 좋아하는 관객은 의상에 집중해 공연을 볼 수 있죠.”

 

- 서울시오페라단은 지난해 ‘사랑’ 올해 ‘행복’에 이어 내년엔 ‘만남’이라는 주제를 벌써 정했는데요. 내년엔 어떤 공연들을 만나볼 수 있을까요?

“두서없이 공연을 선보이기보다는 서사를 느낄 수 있는 공연을 보여줘야겠다 싶어서 매년 핵심 키워드를 정하고, 이에 따른 공연을 선보여 왔어요. 올해 주제는 행복으로, 해피엔딩이어야 하는데 오페라는 비극이 많거나 해피엔딩이어도 대중적이지 않은 무대인 경우도 있어 작품 선정에 애를 먹었어요. 내년엔 만남이 주제인데 만남엔 즐겁고 극적인 만남도 있지만, 잘못되거나 어긋난 만남도 있잖아요? 이런 부분들까지 고려해 작품을 선정하려 해요. 또 지난해 리골레토를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소규모 형태로 선보였는데, 재공연 요청이 많아서 각색 버전을 대극장에서 선보이려 합니다.”

서울시오페라단은 내년 '만남'을 주제로 공연을 준비 중이다. 사진은 서울시오페라단 박혜진 단장. 사진=세종문화회관

- 서울시오페라단 단장 부임 이후 현재 반환점을 돈 시점입니다. 앞으로의 목표는?

“체감상으로는 한 10년 지난 것 같네요. 제 임기 3년 동안 최선을 다할 생각입니다. 현재 후원회 회원들에게 오페라 프리뷰 강좌를 진행하고 있는데, 가능하다면 이를 대중에게도 오픈해 오페라에 대한 관심을 더욱 높이고 싶습니다. 오페라는 공부하고 보면 훨씬 감동과 재미가 깊어지거든요.

 

또 현재 대부분의 오페라가 3~4일 등 짧은 기간 이뤄지는데 지자체와의 협업으로 순회 공연 프로젝트를 기획해 보다 관객이 공연을 볼 수 있는 기회를 늘리고 싶어요. 야외 오페라도 광화문 광장뿐 아니라 한강, 경복궁 등 다양한 장소에서 이뤄져 이를 영상으로 촬영해 오페라와 더불어 우리나라 문화재까지 소개할 기회가 있기를 바라요.

서울시오페라단은 서울 시민을 위해 항상 열린 곳입니다. 한 번쯤은 누구나 보는 오페라를 만들고 싶어 극장 바깥 광장으로 오페라를 끌어냈고, 타장르와의 컬래버 등 더 다양한 시도를 이어가고 있죠. 오페라를 한 번 경험하고 나면 결코 그 감동이 한 번으로 끝나지 않을 거예요. 어렵고 지루하다는 인식을 깨고 일단 한 번 공연을 보러 와보길 바랍니다. 실망하지 않을 겁니다.”

< 문화경제 김금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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