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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안보 전문 AI가 적국을 타격하라고 한다면...

AI 시대, 아직도 인간이 미래의 주도권을 쥐고 있나? 판단의 주체는 인간이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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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755호 안용호⁄ 2023.09.06 16:44:40

미국 전 국무장관 키신저, 구글 전 CEO 슈밋, MIT 학장 허튼로커 등 세계적 지성 3인이 쓴 ‘AI 이후의 세계’는 사회, 경제, 정치, 외교, 기술 등 여러 분야에서 AI가 일으킬 혁명적 변화 속에서 우리가 빠지게 될 딜레마를 깊이 있게 다룬 책입니다.

최근 AI가 내놓는 뛰어난 결과물에 감탄하며 모든 기업이 실용적 활용법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신기술이 인류에게 끼칠 철학적·전략적 영향에 관한 논의는 부족한 실정이죠. 우리를 대신해 생각과 판단을 해주는 인공지능을 당연하게 여길 ‘AI 네이티브’ 세대의 등장까지 예고된 가운데, 이 책은 걷잡을 수 없는 문제가 발생하기 전에 지금 당장 모든 시민이 AI의 효용과 한계를 먼저 합의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관련해 저자들은 ‘아직’ 인간이 미래의 주도권을 쥐고 있다고 역설하며 “인공지능은 인간이 아니다. 의식도 없고 성찰 능력도 없다”고 주장합니다. 정책 결정이나 법 집행 등 중요한 사안은 인간이 결정하고 감독할 때만 정당성이 확보되는 이유는 인간이 정치적 동물로서 복잡한 사회를 형성하고, 분쟁을 평화적으로 해결할 원칙을 세우며, 그에 따라 질서를 유지해 왔기 때문이라는 거죠. “판단의 주체는 이유를 제시할 수 있으며 익명이 아닌 인간이어야 한다”는 저자들의 주장은 인간으로서 산다는 것의 의미를 독자들이 다시금 성찰하도록 합니다.

AI가 허위 정보를 생성한다면 이를 필터링하는 데에도 AI가 쓰일 수밖에 없습니다. 몇몇 사람들은 편견에 구애받지 않는 듯한 인공지능에게 검열 권한을 적극 넘겨줘야 한다고 말하지만 “AI가 실수로 진실한 정보를 막는다면 이를 바로잡을 수 있는가?”,“AI가 ‘가짜’로 낙인찍은 정보를 읽을 권한이 우리에게 있는가? 아니, 애초에 그런 정보를 읽을 의향이 있는가?” 등의 질문을 통해 저자들은 AI에 대한 섣부른 의존 또한 답이 될 수 없다고 지적합니다.

질병관리청이 감염병 매개모기를 정확하게 확인하고 선제적으로 방제에 활용하기 위한 인공지능 기반 자동모기분류감시장비를 개발했다고 8월 30일 밝혔다. 사진=질병관리청, 연합뉴스

그럼, 현재 우리는 AI를 어떻게 사용하고 있을까요. 이번 호 문화경제는 우리 기업들의 AI 활용 실례를 소개합니다. 먼저 유통업계는 다양한 방식으로 챗GPT를 활용하고 있습니다. SPC삼립은 최근 챗GPT를 통해 최근 트렌드와 샐러드를 먹는 소비자의 다양한 상황에 맞춰 수많은 질문을 주고받은 결과를 신제품에 반영했습니다. 심지어 챗GPT가 추천한 토핑을 신제품에 선보이기도 하는 등 신제품 출시에 적극 활용합니다. SPC배스킨라빈스는 광고 콘텐츠를 만드는데도 챗GPT를 사용했습니다. GS25는 점포용 챗봇을 활용해 점포 운영과 고객 서비스 향상을 꾀하고 있습니다.

챗GPT AI와 뗄 수 없는 업계가 게임업입니다. 스마일게이트는 생성형 AI ‘메타휴먼 한유아’를 통해 음원을 발표하고, 신간과 그림을 그리기도 합니다. 인간과 비인간의 대화 속에서 독자들은 따듯함을 느끼기까지 한답니다. 또한 엔씨소프트는 AI 번역 엔진을 크로스 플레이 서비스인 ‘퍼플’에 적용해 퍼플에 입점된 게임을 즐기는 유저들이 언어의 장벽을 느끼지 않고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건설업계도 분주합니다. DL이엔씨는 지난해 8월 AI 기반 컴퓨터 비전 기술과 360도 카메라를 활용한 현장관리 솔루션 ‘디비전’을 도입했습니다. 이 카메라를 통해 세대마다 공정별 사진을 촬영, 클라우드에 저장한 후 기본 건축정보모델링 정보와 비교해 설계와 일치하지 않는 정보를 선별해 낸다고 합니다.

주식시장에서의 인공지능(AI) 활용은 주가 예측이라는 엄청난 과제 앞에 서 있습니다. 주가 예측에 있어 아직까진 AI보다 인간 펀드매니저가 더 잘한다는 게 업계의 의견이지만, 증권사는 이미 인간보다 더 뛰어난 AI 펀드매니저를 꿈꾸고 있습니다. AI에게 애널리스트 보고서를 학습시킨 결과 챗GPT가 1순위로 산출한 투자 대상일수록 더 놓은 성과와 승률을 기록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이런 우리 기업들의 활발한 움직임은 먼 미래의 이야기로만 치부되던 본격 인공지능 시대가 챗GPT의 등장으로 성큼 다가왔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예측이 불가능하며 이해를 불허하는 AI의 특성은 미래의 상황을 더 복잡하게 만들 수도 있습니다. 구글 딥마인드에서 개발한 알파제로(AlphaZero)는 체스에서 이례적인 전술을 선보였는데, 우리 머리로는 감당하지 못하는 방대한 경우의 수를 검토하여 패턴을 인식한 결과였습니다. 즉, AI는 결과물을 그저 제시할 뿐 왜(어떻게) 그에 도달했는지 인간이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게 설명하지 않습니다.

보드게임에서 AI의 도움을 받는 정도야 큰 문제가 아니겠지만, 국가안보와 직결된 사안이라면 어떨까요? 재난이나 전쟁 상황에서 AI의 계산에 따라 더 많은 사람을 구하기 위해 일부 국민의 생명을 희생시키라고 지도자에게 권고한다면, 무엇을 근거로 그를 따르거나 거부할 수 있을까요? 우리의 기량을 능가한 AI를 활용하지 않고 인간의 이성만 사용하는 것은 고집이자 태만으로 여겨질 수도 있는 상황에서 권고를 거부하는 것이 과연 정당화될 수 있을까요?

기업이든 정부든 이 질문에 대한 답이 AI 기술 개발보다 더 시급해 보입니다.

관련태그
AI  챗GPT  SPC  DL이앤씨  GS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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