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움·호암미술관 화제의 전시 ‘마우리치오 카텔란·김범·김환기’ 기획

리움미술관 김성원 부관장. 사진=리움미술관

올 상반기 히트 전시를 꼽자면 이 전시가 단연 빠지지 않는다. 이탈리아 출신 작가 마우리치오 카텔란의 국내 첫 대규모 개인전에 국내 미술계에서 흔치 않은 오픈런이 이어졌다. 미술관 로비에 어울리지 않게 자리 잡아 튀는 노숙자 조각상, 미술관의 거대한 벽에 붙은 작은 바나나 작품 ‘코미디언’, 아돌프 히틀러의 얼굴을 한 무릎 꿇은 조각상, 빨간 바닥에 드러누운 시신 형태의 하얀 조각 등 각 작품마다 여러 생각과 해석을 불러일으키는 강렬한 이미지로 25만 명이 넘는 관람객을 끌어들였다.

카텔란 전시 이후 현재는 김범 작가의 단독 개인전이 무려 13년 만에 열려 눈길을 끌고 있다. 회화, 드로잉, 조각, 설치, 영상, 책 등 다양한 매체를 가로지르며 김범의 1990년대 초기작부터 대표 연작까지 아우르며 그의 작업 세계를 총체적으로 살핀다. 같은 시각 또 다른 현장에서는 한국 추상미술의 선구자 김환기 작가의 대규모 회고전이 마련돼 평일에도 전시장을 찾는 관람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이 화제의 전시들 모두 리움미술관 김성원 부관장이 기획했다.

올 상반기 마우리치오 카텔란 작가의 전시를 선보인 리움미술관 외부 전경. 사진=김금영 기자

코로나19 팬데믹 여파 등으로 2020년 2월 휴관했던 삼성문화재단 산하 리움·호암미술관이 재단장을 거쳐 2021년 10월, 1년 7개월여 만에 재개관했을 때 많은 관심이 쏠렸다. 국내 미술계를 대표하는 상징적인 공간이었으나, 장기간 이어진 휴관으로 과연 과거의 명성을 되찾을 수 있을지 지켜보는 눈이 많았다. 리움미술관 학예실장 겸 부관장을 맡은 김성원 부관장은 앞서 언급된 화제의 전시들을 연이어 기획하며 세간의 우려를 불식시켰다. 미술관 재개관 당시 삼성문화재단은 “재개관, 신임 부관장 취임을 계기로 보다 열리고 소통하며 한국 문화의 가치를 세계에 널리 알리는 리움·호암미술관으로 거듭나겠다”는 비전을 밝히기도 했다.

관련해 김성원 부관장을 만나 리움·호암미술관의 올해 화제의 전시들과 지향하는 전시의 방향 그리고 그가 생각하는 미술관의 역할에 대해 더 구체적으로 들어봤다. 그는 인터뷰 내내 “생각하게 만드는 작업, 그것이 예술의 역할이자 미술관이 보여줘야 하는 것”이라고 일관되게 강조했다.

마우리치오 카텔란 전시엔 아돌프 히틀러의 얼굴을 한 무릎 꿇은 조각상 등 여러 생각과 해석을 불러일으키는 작품들이 설치됐다. 사진=김금영 기자

- 올 상반기 마우리치오 카텔란의 전시가 단연 화제였다. 카텔란 전시를 선보인 계기 및 전시의 성공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처음 ‘카텔란 전시를 기획해보자’ 생각했을 땐 과연 국내 관람객이 좋아할지, 잘 받아들일지 100% 확신이 없었다. 2019년 아트바젤 마이애미에서 한 행위 예술가가 벽에 전시된 카텔란의 ‘코미디언’ 작품을 떼어먹은 이슈가 있기 전엔 카텔란의 작업이 현재만큼 한국 미술계에 잘 알려지지 않았고, 그의 전시가 한 번도 한국에서 이뤄진 적도 없었기 때문이다.

또한 정치, 종교, 역사, 문화 등 사회 전반의 부조리를 그만의 방식으로 풀어내는 카텔란의 작업엔 논쟁적인 부분이 분명히 존재한다. 개인적으로는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논쟁의 역할을 긍정적으로 보는데, 한편으로는 자신과 다른 의견을 전혀 받아들이지 못하는 소모적인 논쟁이 될 경우 작가에게도, 미술관에게도 좋을 게 없어 우려됐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 우려는 기우였다. 카텔란의 작업 이미지는 다소 직관적이고, 요즘 젊은 세대가 선호하는 인스타그래머블(‘인스타그램에 올릴 만한’이란 뜻의 신조어)한 요소가 강해 이 부분에 관심이 쏠린 측면도 있었지만, 작품 속에 숨겨진 배경을 탐구하거나 또는 작품을 보고 각자의 논쟁을 즐기고 담론을 형성하는 국내 관람객의 모습을 발견했다. 많은 사람들이 ‘현대미술은 어렵다’고 이야기하지만 그 이면엔 우리가 살아가면서 처하는 부조리, 불평등, 갈등 등에 대해 짚고 이야기하는 현대미술을 필요로 하고, 관심이 있다는 걸 확실하게 느꼈다.”

마우리치오 카텔란의 대표작 '코미디언'. 전시 기간 중 한 관람객이 바나나를 먹어 버리는 이슈가 생기기도 했다. 사진=김금영 기자

- 카텔란 전시 때 어떤 관람객이 노숙자 조각 옆에 바구니를 설치해 여기에 관람객의 자발적인 모금이 이뤄지고, 한 대학생이 ‘코미디언’ 작품을 먹어버리는 등의 에피소드가 발생했는데 이런 현상을 어떻게 바라봤나?

“미술관에서 문제 삼지 않고 의연하게 대처했다는 반응도 있었는데, 너무나 당연히 일어날 법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카텔란 본인 또한 문제 삼지 않았다. 이미 2019년 아트바젤 마이애미에서 일어났던 일이기에 굉장히 큰 이슈 또는 부정적인 논쟁거리로 느껴지진 않았다. 또한 카텔란 예술의 본질은 바나나가 아니라, 그 이면에 담긴 특유의 풍자, 여기서 끌어내는 여러 담론이라는 것을 이해하는 사람들이 많았기에 이로 인해 특정인이 공격당하길 바라진 않았다.”

김범 작가의 작품은 캔버스에 무언가를 꽉 채우기보다 오히려 비워두며 관람객에게 스스로 생각해볼 거리를 던진다. 사진=김금영 기자

- 카텔란에 이어 현재 김범 작가의 전시가 사람들을 만나고 있다. 앞선 카텔란의 전시가 상당한 화제가 됐기에 후속 전시에 대한 고민도 상당했을 것 같은데.

“두 작가의 표현 방법과 작업 배경은 확연히 다르지만, 현실의 부조리와 불공평함, 갈등, 고정관념과 세뇌, 주입식, 획일화 등을 바라보는 비판적인 시각은 동일하다. 우리는 하루하루를 살아가며 부조리와 불공평함에 점차 익숙해져 이를 인식하지 못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때로는 직접적으로 ‘넌 세뇌당해 있다’고 말을 해줘도 모른다. 오히려 직접적인 방식보다 스스로 생각을 하게끔 유도하는 방식이 큰 깨달음을 주기도 하는데 두 작가의 작업이 그렇다.

예컨대 김범 작가의 ‘교육된 사물들’ 연작을 보고 사람들은 별다른 설명 없이도 칠판, 의자, 강의 영상 등이 배치된 모습에서 어떤 배움의 현장이라는 걸 알아챈다. 그런데 자세히 살펴보면 귀가 없어 듣지 못하는 바위에게 정지용 시인의 시를 읽어주고, 바다 위를 힘차게 누비고 있어야 할 배에겐 ‘지구는 바다 없이 육지로만 돼 있다’는 등 이상한 가르침이 행해지는 걸 발견한다.

사람들은 처음엔 이 현장을 보고 웃을 수 있다. 하지만 이내 물끄러미 작품을 바라보다 엉뚱한 가르침을 세뇌당하고 있는 바위, 배 등의 모습에서 ‘이건 내 모습이 아닌가?’, ‘난 과거에 이런 경험이 없었나?’ 스스로 의문을 품을 수도, 충격을 받을 수도 있다. 이처럼 ‘이건 주입식 교육 현장의 한 장면’이라고 직접적으로 알려주는 게 아니라 어떤 이미지를 풀어놓고 스스로 생각해 깨우치게 하는 것, 그것이 바로 예술의 역할이고, 카텔란과 김범의 전시 모두 이 점에 집중한다.”

김범 작가의 '교육된 사물들' 연작 중 '바다가 없다고 배운 배'가 설치된 모습. 사진=김금영 기자

- 9월엔 리움미술관에서 강서경 작가의 전시도 개막했다. 어떤 전시인가?

“강서경 작가의 작업은 회화에 대한 질문에서 출발한다. 평면, 조각, 설치, 영상, 퍼포먼스를 아우르는 다양한 매체와 방식으로 회화의 확장 가능성을 탐구한다. 전시 공간에 다양한 매체가 설치돼 있는데 전시 공간 자체가 현대적인 삶을 보여주는 회화가 된다.

우리가 산에 갔을 때 한눈에 산이 다 들어오진 않지만 산을 돌아다니며 산에 심어진 나무 등 다양한 풍경을 마주하듯이 작가가 확장시킨 회화를 눈앞에 두고 감상하는 게 아니라 그림 안을 직접 돌아다니며 공감각을 자극하는 경험을 할 수 있다.”

강서경, '버들 북 꾀꼬리' 전시장뷰. 사진=홍철기·강서경 스튜디오, 이미지 제공=리움미술관

- 김범, 강서경 작가의 전시 기간에 맞춰 미술계 축제인 키아프·프리즈 서울(9월 6~9일)이 열렸다. 어떤 시너지 효과를 기대했나?

“올 상반기에 인터내셔널한 작가의 작업을 보여주기 위해 주요 개인전으로 카텔란의 전시를 선보였다면, 하반기엔 키아프·프리즈 서울 등 미술계 주요 행사가 있어 한국 작가의 그룹전을 보여주려고 애초에 기획 방향을 잡았다.

키아프·프리즈 서울 기간엔 해외 미술계의 전문인도 많이 방한하는데 이미 각각의 나라에서 접해 익숙한 작가의 작업들을 한국에서 또 보기보다는 한국의 아트신을 접할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하는 게 훨씬 효과적일 것이라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한국 주요 작가들의 전시를 마련했다.”

강서경, '버들 북 꾀꼬리' 전시장뷰. 사진=홍철기·강서경 스튜디오, 이미지 제공=리움미술관

- 키아프·프리즈 서울에 전세계 컬렉터, 미술 전문가를 포함한 많은 관람객이 리움미술관을 찾았다. 비단 키아프·프리즈 서울 기간이 아니어도, 세계 주요 인사가 방한하면 리움미술관이 필수 방문 코스로 들어가기도 한다. 이런 관점에서 국내 미술계에서 리움미술관의 역할이 막중하다고 이야기된다.

“프리즈가 미술계의 주요 행사이기는 하지만 단지 프리즈가 서울에서 열리기에 이 시기에 맞춰 특별히 보여주기식으로 미술관을 잘 운영해야 한다고 생각하진 않았다. 미술관 본연의 업무를 충실하게 꾸준히 수행하는 게 중요하다. 고미술, 현대미술을 함께 보여주는 리움·호암미술관의 정체성을 지키면서 국제 미술계에서 인정받는 미술관이 되는 것, 그것이 목표이자 당연히 수행해야 할 일이다.”

리노베이션을 거쳐 올해 5월 재개관한 호암미술관 로비. 사진=삼성문화재단

- 재개관 이전 리움미술관은 ‘세계 거장 작가들의 성지’로 불릴 정도로 묵직한 전시를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상대적으로 한국 작가를 소개하는 자리가 부족해 아쉽다는 의견도 있었다.

“미술 생태계의 관점에서 어느 나라에서든지 인터내셔널한(국제적인) 미술관은 필요하다. 한쪽으로만 치우치지 않고 오히려 한국미술에서 그동안 다뤄지지 않았던 예술 형태까지 폭넓게 다루면서 다양한 담론의 장을 넓혀가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프리즈가 서울에서 열리는 등 국제 미술계가 한국미술에 주목하고, 분위기가 고무되고 있는 현 시점에서 국제 미술계와 소통하고, 다양한 현대미술을 보여주려는 노력이 더 필요하다.”

호암미술관에 김환기 작가의 작품이 설치된 모습. ©(재)환기재단·환기미술관

- 리움미술관과 2021년 10월 동시에 재개관했다가 그해 12월 전시를 마친 뒤 다시 1년 반 동안의 리노베이션 과정을 거쳐 올해 5월 또다시 돌아온 호암미술관의 행보도 주목받고 있다. 리노베이션 이후 첫 전시로 김환기 작가를 선택했는데.

“사실 리움미술관에서 오래 전부터 김환기 작가의 전시를 선보이려 했다. 그러던 중 호암미술관이 리노베이션을 거치며 2막의 시기를 맞았다. 호암미술관은 위치 등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리움미술관보다는 잘 알려지지 않은 측면이 있었다. 과거엔 에버랜드에 놀러왔다가 근처에 있는 호암미술관에 겸사겸사 들르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호암미술관을 더 알리고, 겸사겸사 들르는 곳이 아닌, 전시를 보기 위한 목적으로 사람들이 직접 찾아오는 미술관이 되기 위한 발판이 되는 첫 전시가 매우 중요했다. 이에 미술 전문가뿐만 아니라 대중에게도 익숙한 김환기 작가의 전시를 호암미술관에서 선보이게 됐다.

김환기 작가의 작업은 매우 유명하지만 몇십 점 정도가 일부 전시에서 소개됐을 뿐, 의외로 초창기 작업부터 현재까지의 작업을 총망라하는 대규모 회고전이 국내에서 진지하게 이뤄진 적은 없었다. 미공개작을 포함해 총 120점의 규모로 선보인 이번 회고전은 김환기 작가의 스케치와 일기, 스크랩북 등도 유족의 협조를 통해 처음으로 공개했다.”

리움미술관은  도자기만을 주제로 한 첫 특별전 '조선의 백자, 군자지향'전을 5월 28일까지 선보였다. 사진=김금영 기자

- 과거 리움미술관은 현대미술, 호암미술관은 고미술을 선보인다는 인식이 강했다. 리움미술관 재개관, 호암미술관 리노베이션을 계기로 각 전시장의 정체성을 나누지 않고, 전통과 현대의 접점을 탐구하는 전시를 선보일 것이라는 계획을 밝혔다.

“리움미술관과 호암미술관은 전시 장소가 따로 위치할 뿐, 같은 미술관이다. 다만 1982년 호암미술관이 고미술 컬렉션으로 문을 열면서 ‘고미술 특화 미술관’으로 비친 측면이 있었다. 리노베이션, 재개관을 거치며 이런 인식을 깨가고 있다.

실제로 리움미술관은 고미술 소장품을 상설 전시하고 있고, 도자기만을 주제로 한 첫 특별전 ‘조선의 백자, 군자지향’전도 5월 28일까지 선보였다. 호암미술관은 김환기 회고전을 필두로 고미술부터 국내외 현대미술까지 품을 수 있는 공간으로 거듭난다. 또 리노베이션을 하면서 호암미술관의 전통 정원 희원 내 찻집이었던 곳에 새로운 전시 공간을 마련했는데, 젊은 작가의 프로젝트를 꾸준히 선보일 계획이다. 현재는 강재원 작가가 3D 모델링 프로그램으로 만든 조각 작품을 설치해 놓았다.”

호암미술관 프로젝트룸엔 강재원 작가가 3D 모델링 프로그램으로 만든 조각 작품이 설치됐다. 사진=삼성문화재단

- 리움·호암미술관이 선보인 화제의 전시와 더불어 서울시립미술관의 에드워드 호퍼, 국립중앙박물관의 합스부르크와 영국 내셔널갤러리 명화전 등 여러 미술 기관들이 선보인 다양한 전시에 사람들의 관심이 꾸준히 이어지며 전시를 즐기는 문화가 사람들의 일상 중 하나로 자리 잡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여전히 ‘미술이 어렵다’, ‘미술관의 문턱이 높다’는 지적도 존재한다.

“‘미술관의 문턱이 높다’, ‘미술관은 대중적이어야 한다’는 이야기에서 ‘대중적’이라는 단어의 정의를 잘 살펴봐야 한다. 대중적이라는 단어는 ‘친근하다’, ‘친화적이다’, ‘인기가 많다’, ‘널리 알려져 있다’ 등 다양한 뜻으로 해석될 수 있겠지만, ‘쉽다’는 차원에서 접근한다면 미술관은 당연히 대중적이어야 한다. 사람들이 쉽게 방문할 수 있도록 잘 열려 있어야 하고, 전시를 잘 관람할 수 있는 편안한 환경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하지만 미술관은 대중적이어야 할지언정, 전시는 꼭 대중적이어야 할 의무는 없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이 어떤 공간을 방문하기 위해, 무언가를 보기 위해 굳이 시간을 내는 건 얻고자 하는 경험의 목표가 확실하기 때문이다. 맛있는 것을 먹고 싶으면 유명한 식당을 갈 것이고, 활동적인 경험을 원한다면 놀이공원을 갈 것이며, 실컷 웃고 싶다면 예능 프로그램을 찾아서 볼 것이다. 또 각 공간과 콘텐츠도 목표에 맞게 특화돼 있다.

미술관을 방문하는 사람들은 작품을 보고 스스로 생각하며 무언가를 알아가려는 소정의 태도를 갖췄다. 이 태도는 특히 요즘 젊은 세대에게 많이 발견된다. 미술관을 방문하는 것이 현재처럼 일상화되지 않았던 과거엔 무언가를 보고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이야기하기보다는, 일방적으로 가르침을 주거나 받는 방식이 서로 익숙했다. 하지만 문화예술에 관심이 높고, 관련 지식을 찾아보며 즐거운 논쟁을 즐기는 요즘 세대는 작품을 보고 각자의 생각을 활발하게 공유하는 데 거리낌이 없다.

‘현대미술은 어렵다’는 이야기도 많은데 사실 조금 어려워도 된다. 정해진 눈높이에만 맞춘다면 보는 관점에 제약이 생기고, 더 많은 생각을 할 가능성이 처음부터 막혀 오히려 지루함을 느낄 수도 있다. 실제로 카텔란의 전시는 작가가 작업을 시작한 배경부터 사용한 매체, 표현 방식을 세세히 살펴보면 결코 쉽지 않고 굉장히 어려운 작업이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이 카텔란의 작품을 보고 생각하기를 원했다. 김범 작가의 작품 또한 찰나에 지나치기보다는 오랜 시간 지켜보고 생각했을 때 색다르게 다가온다. 특유의 재치로 우리를 웃게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세상을 다르게 보는 법을 제안한다.

아무 생각 없이 볼 수 있는 것, 뻔한 것만을 보여준다면 미술관의 존재 이유가 사라진다. ‘난 이런 것을 좋아하는데, 다른 것도 봐보니 흥미롭네’ 식으로 시야를 넓히고, 생각을 리드하며, 아직 열리지 않은 가능성을 바라보는 것, 그것이 미술관의 전시가 해야 할 역할이다. 그리고 생각보다 이런 전시에 대한 사람들의 니즈는 훨씬 높다.”

리움미술관 김성원 부관장. 사진=리움미술관

- 2021년 9월 리움미술관 부관장으로 부임한 이후 어느덧 2년 여의 시간이 지났다. 부임 당시 리움·호암미술관의 재개관 이슈가 주목받아 어떤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지 특히나 세간의 관심이 쏠렸었는데 이에 대한 부담은 없었나.

“미술관은 전시를 보여주고, 전시로 말하는 곳이다. 미술관이 지닌 이슈나 명성 때문에 부담을 가질 이유는 없었다. 그저 묵묵하게 자신이 할 일을 하고 최선을 다하는 것, 그것이 중요하다.”

- 앞으로의 계획은?

“리움·호암미술관은 고미술과 현대미술을 아우르고, 국제적인 미술관으로 더욱 거듭난다는 분명한 미션이 있다. 이 미션을 실행하고 미술관을 잘 성장시키기 위해 무엇보다 전시를 잘 기획해 선보이는 게 중요하다. 이를 위해 미술관 큐레이터들은 2~3년을 앞서 산다. 실제로 이미 2~3년 뒤를 바라보고 전시를 준비 중이다. 지금의 시간에 집중해 미래에 사람들이 직접 발걸음하는 전시를 선보이는 미술관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갈 것이다. 어떤 것을 보기 위해 시간을 내고, 직접 찾아오게 하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 원동력은 생각하게 만드는 전시의 힘에 있다고 본다. 리움·호암미술관은 꾸준히 그런 전시를 보여줄 것이다.”

< 문화경제 김금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