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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현장] 광화문 광장 채운 오페라 ‘카르멘’에 쏟아진 ‘브라보’

서울시오페라단, 시민과 함께하는 야외 오페라 ‘카르멘’으로 세종썸머페스티벌 장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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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756호 김금영⁄ 2023.09.13 16:49:08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진행된 오페라 ‘카르멘’. 사진=세종문화회관

이전에 오페라를 관람한 적은 있지만, 야외에서 진행되는 오페라는 처음이었다. 세종문화회관의 세종썸머페스티벌의 마지막 프로그램으로 서울시오페라단의 ‘카르멘’이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9월 8~9일 열렸다.

공연에 앞서 인터뷰 차 만난 서울시오페라단 박혜진 단장은 “오페라를 어려워하는 사람들에게 진입 장벽을 낮추고 싶었다”며 야외 오페라를 진행하게 된 이유를 밝혔다. 그리고 이 목표는 확실히 적중했다. 카르멘은 시민이 함께 어울리는 세종썸머페스티벌의 피날레를 장식하는 무대로서 그 역할을 충분히 수행했다.

조르주 비제가 작곡한 카르멘은 불같은 성격을 지녔지만 치명적인 매력으로 주변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매혹적인 집시 여인 카르멘을 둘러싼 사랑과 질투, 집착을 그리는 작품이다. 오페라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도 한 번쯤은 들어봤을 법한 ‘투우사의 노래’를 비롯해 ‘하바네라’ 등 유명한 노래가 가득하다.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진행된 오페라 ‘카르멘’엔 불쇼 등 화려한 시각적 볼거리도 눈길을 끌었다. 사진=세종문화회관

9월 8일 저녁, 선선한 초가을 바람과 함께 마련된 무대를 보기 위해 몰려든 관람객으로 인해 약 1000석의 좌석이 가득 찼다. 좌석뿐 아니라 무대 주변, 도로에 지나가는 사람들 또한 공연을 관심 있게 지켜봤다.

본래 카르멘 전막 공연은 약 3시간 정도이지만, 야외 공연 특성에 맞춰 주요 아리아와 중창들을 연결해 70분으로 압축해 집중도를 높였다. 박혜진 단장은 “보다 축제 같은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실내 공연장에서는 제약으로 힘들었던 불쇼 등 서커스적인 요소를 추가했다”고 밝혔는데 이와 같은 다양한 시도들이 공연 곳곳에서 발견됐다.

본격 공연 시작을 알리는 전주곡이 들리는 동안 대한폴댄스경기연맹의 세 여성 프로선수가 역동적인 폴댄스를 펼치며 관람객들의 호응을 이끌었다. 3막과 4막 사이엔 박혜진 단장이 예고한 프로젝트 루미너리의 파이어 퍼포먼스가 진행됐는데, 이를 핸드폰으로 촬영하며 “브라보”를 외치는 관람객들도 있었다. 광화문 광장 바로 옆 도로에 차들이 지나다니고, 때로는 굉음을 내는 오토바이도 지나갔지만, 이처럼 눈을 뗄 수 없는 화려한 퍼포먼스들로 공연에 대한 집중도는 꺼지지 않았다.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진행된 오페라 ‘카르멘’의 또 다른 주인공은 시민들로 구성된 합창단, 무용단이었다. 사진=세종문화회관

배우들의 열연도 눈길을 끌었다. 주인공 카르멘을 노래한 메조소프라노 송윤진은 카리스마 있는 목소리로 무대를 압도했다. 카르멘을 향한 사랑에 괴로워하다 결국엔 살인을 저지르게 되는 돈 호세 역의 테너 정의근 또한 카르멘과의 아슬아슬한 호흡으로 몰입감을 높였다. 카르멘의 새 연인인 스타 투우사 에스카미요 역의 바리톤 한규원과 돈 호세만을 바라보는 약혼녀 미카엘라 역의 소프라노 김유미 또한 부드러움 속 당당한 캐릭터를 제대로 표현하며 박수를 받았다.

무대의 또 다른 주인공은 바로 120여 명의 시민으로 구성된 합창단, 무용단이었다. 시민과 함께 즐기는 진정한 장을 만들고자 서울시오페라단은 앞서 오디션을 진행했고, 그 결과 1기 카르멘 출신이라 할 수 있는 시민들과의 무대가 꾸려졌다.

이들은 어려운 프랑스어 합창과 플라멩코 안무를 안정적으로 소화하며 연습량을 짐작케 했다. 참여 시민의 연령대도 다양했다. 실제 배우와 비교해서는 아무래도 표정이나 제스처가 어색한 부분도 있었지만, 오히려 무대에 오른 사람도 이를 지켜보는 사람들도 즐거움이 가득했다. 진정으로 공연을 즐기고 사랑하는 마음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덕분에 무대엔 내내 긍정적인 에너지가 넘쳐 흘렀다.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진행된 오페라 ‘카르멘’. 가득 찬 객석에서는 연신 “브라보” 하며 환호성이 이어졌다. 사진=세종문화회관

오페라 애호가에겐 공연이 다소 아쉬웠을 수도 있다. 본래의 공연이 훨씬 압축됐고, 현 시대에 데이트 폭력으로 지적될 수 있는 카르멘 원작의 결말을 그대로 유지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페라 입문자에겐 ‘오페라는 어렵고 지루하다’는 편견을 확실히 깰 수 있는 시간이었다. 공연에서 길게 늘어질 수 있는 부분을 과감히 압축하고, 시각적으로 즐길 수 있는 요소를 추가하면서도 오페라의 근간인 노래는 굳건하게 중심에 뒀다. 실제로 공연이 끝난 직후 관람객들의 환호성이 길게 이어졌다.

또 국내에서는 여러 제약으로 잘 열리지 못했던 야외 오페라가 보다 활발하게 마련될 가능성도 발견했다. 박혜진 단장은 “한 번쯤은 누구나 보는 오페라를 만들고 싶어 오페라를 극장 바깥 광장으로 끌어냈다. 한 번 경험하면 그 감동이 결코 한 번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며 시민을 위한 오페라 공연을 계속 이어갈 것을 다짐했는데 벌써부터 서울시오페라단의 다음 행보가 기대되고 궁금해진다.

< 문화경제 김금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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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오페라단  카르멘  세종문화회관  세종썸머페스티벌  오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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