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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한국판 나사(NASA)’ 설립 올해 안에 가능할까

여야 대립에 특별법 국회 계류 중… 위치‧기관 형태 놓고 의견 엇갈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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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757호 한원석⁄ 2023.09.20 17:08:53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28일 서울 서초구 반포동 JW메리어트 호텔 서울에서 열린 미래 우주경제 로드맵 선포식에서 대한민국이 우주경제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2045년까지의 정책방향을 담은 로드맵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판 나사(NASA‧미국 항공우주국)’로 불리는 우주항공청 설립이 표류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우주항공청 설립을 내세우고 취임 이후 드라이브를 걸고 있지만 여야 대립으로 국회의 관련법 통과는 지지부진한 실정이다. 이로 인해 올해 안에 설립하겠다는 계획은 ‘물 건너 갔다’는 우려 섞인 관측도 나온다. 이런 가운데 우주항공청의 입지와 기관 형태를 두고 여야와 전문가들의 의견도 엇갈리고 있다.

尹 대통령, 우주 로드맵 발표… “광복 100주년에 화성 착륙”

지난해 11월 28일 윤석열 대통령은 ‘2032년 달 착륙·2045년 화성 착륙’ 등을 목표로 한 ‘미래 우주경제 로드맵’을 발표했다. 윤 대통령은 “앞으로 우주에 대한 비전이 있는 나라가 세계 경제를 주도하고 인류가 당면한 문제들을 풀어갈 수 있다”며 “미래세대에게 달의 자원과 화성의 터전을 선물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로드맵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5년 안에 달에 도달할 수 있는 독자 발사체 엔진을 개발하고 2032년에는 달에 착륙해 자원 채굴을 시작한다. 광복 100주년이 되는 2045년에는 화성 착륙을 하겠다는 내용도 담겼다. 이밖에도 △우주기술 강국 도약 △우주산업 육성 △우주인재 양성 △우주안보 실현 △국제공조의 주도 등 내용이 담긴 6대 정책 방향과 지원방안이 발표됐다.

이를 위해 기존에 국무총리였던 국가우주위원회 위원장을 윤 대통령이 직접 맡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 산하에 우주항공청을 설립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 3월 과기정통부는 향후 우주항공청 설립의 근거가 될 ‘우주항공청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특별법(우주항공청법)’ 제정안을 입법예고했다고 밝혔다. 이 법안에 따르면 우주항공 분야의 정책·연구개발·산업육성 등을 총괄하는 중앙행정기관으로 우주항공청을 설치하고, 기존에 과기정통부·산업통상자원부 등이 각각 수행하던 우주항공 관련 기술개발·산업육성 지원·인재양성 등의 기능을 우주항공청으로 일원화한다.

우주항공청은 과기정통부 장관 소속이지만 유연하고 자율적으로 운영하는 전문 조직을 원칙으로 하고 이를 위해 특례도 마련한다. 기술 및 산업 현황의 변화에 즉각 대응하기 위해 과 단위 프로젝트 조직을 훈령에 따라 신속·유연하게 구성·해체가 가능토록 해 조직 설치에 걸리는 시간이 1주일 이하로 단축한다.

보직에 대한 특례도 부여해 전문성이 필요한 보직에는 임용 제한 범위를 초과할 수 있도록 해 전체 직위의 20%만 가능하던 민간 개방직 제한을 풀어준다. 또한 전문가를 끌어들이기 위해 주식백지신탁에 예외를 적용하고, 외국인과 복수국적자도 임용할 수 있도록 하며 인재를 잡아둘 수 있도록 공무원 보수수준을 초과하는 급여를 책정할 수 있도록 한다.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은 “특별법을 통해 우주항공청에 최고의 인재 유입되고 이들이 전문성을 주도적으로 발휘할 수 있는 혁신적인 공무원 체계를 도입하겠다”며 “연내 우주항공청을 설치해 대한민국의 우주 시대를 개막하겠다”고 밝혔다.

법안 통과 지지부진… 조직 위상‧특례 놓고 ‘갑론을박’

@ 국내 독자 기술로 개발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Ⅱ)가 지난해 6월 21일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서 2차 발사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연합뉴스

하지만 이러한 우주항공청 설립은 주무 부처 및 여야가 좀처럼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서 국회 입법 단계에서 난관에 봉착했다.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인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가 파행을 거듭하고 있어서다. 정부가 발의한 우주항공청법이 지난 5월 과방위에 상정됐지만 3개월이 넘도록 회의조차 열지 못했다.

우주항공청법 부칙은 이 법이 시행되기 위해선 6개월의 공포 기간을 가져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여야가 법안 심사 과정에서 부칙을 개정해 규정을 3개월로 단축할 경우 연내 개청이 가능하지만 이마저도 촉박한 상황이어서 당초 계획에 빨간불이 켜졌다.

연내 개청 마감 시한이 다가오면서 과기정통부는 특별법 통과를 위해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였다. 8월 17일 임명된 이재형 우주항공청 설립 추진단장은 “우주항공청 개청을 위한 최우선 과제인 특별법 통과를 위한 합의점을 찾기 위해 각 의원실에 특별법의 필요성을 적극적으로 설명하려 한다”고 말했다.

결국 9월이 되어서야 과방위는 안건조정위원회를 구성했다. 안건조정위는 상임위 산하 기구로 여야 간 쟁점이 된 법안을 최장 90일 동안 심의해 위원 6명 중 4명이 찬성하면 통과시킨다.

이렇게 우주항공청법 통과가 진통을 겪고 있는 이유는 우주항공청 설치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으면서도 조직의 위상을 두고 여야가 대립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당은 과기정통부 산하 기관으로 우주항공청을 신설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반면, 야당은 과기정통부 대신 대통령 직속 장관급 독립 행정 기관인 ‘우주전략본부’ 창설을 들고 나왔다.

우주항공청 설립을 찬성하는 측에서는 법이 통과돼 대통령이 국가우주위원장을 맡는 상황이라면 청이나 부나 독임제 행정기관이어서 별 차이가 없다고 지적한다. 반면 별도의 범부처 조직으로 ‘우주전략본부’를 설립하자고 주장하는 측은 이를 대통령 직속으로 설치해 범부처 조정 기능과 권한을 강화하자는 입장이다. 이들은 정부가 내놓은 법안이 범부처 우주 전담 기구를 향한 현장의 열망을 과기정통부 산하 외청으로 축소했다고 비판하고 있다.

@ 9월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전체회의에서 안건조정위를 구성키로 하고 장제원 위원장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9월 13일 국회에서 열린 안건조정위 회의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우주항공청 설립에 손을 들어줬다. 황호원 한국항공대 교수(항공우주법학)는 “우주항공 전담기관은 우주 관련 정책을 수립‧통합하고 일관성 있게 추진해야 하므로 강력한 중앙행정기관의 성격인 부·처·청의 형태가 적합하다”고 설명했다. 황 교수는 이어 “부는 예산과 규모를 봤을 때 좀 약하고, 처는 국무총리 소속으로 기존 여러 부의 참모 역할을 하기 때문에 탐탁치 않다”면서 “청이 행정 각 부서 간 업무의 독창성이 부각되고 집행적인 사무를 가지 있기 때문에 가장 타당하다”고 강조했다.

유창경 인하대 교수(항공우주학)는 “과감한 방향 전환과 신속한 의사결정이 가능한 기동력 있는 우주청이 돼야 한다”면서도 “우주항공청이 각 부처에 항공과 관련된 다른 산업과의 연계 부분 등을 조정할 수 있는 강력한 리더십 가질 수 있도록 항공우주법에 명시가 된다든가 다른 상설 기구들이 보조적으로 만들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주무 부처인 과기정통부는 장관급 기구 설치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법에 우주항공청에 독립성·자율성 및 자체 인사권 등을 부여하는 내용을 담으면 된다는 것이다.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은 “우선은 작은 조직부터 하는 게 맞다”고 밝혔다.

또한 청장에게 절대적인 임용 권한을 부여하고 우주항공청 소속 공무원에게 주식백지신탁에 예외를 주는 내용도 도마 위에 올랐다. 야당은 “정부안이 그대로 통과될 경우 전형적인 부패·이권 카르텔이 될 가능성이 크다”면서 “우주항공청장에게 그런 엄청난 권한을 줄 것 같으면 인사청문회를 해야 한다”고 주장헀다.

이에 대해 조성경 과기정통부 조성경 1차관은 “우주항공 분야 핵심은 인재이고, 인재를 모셔오는 데 있어서 공무원 조직 제약이 상당히 있어서 인재 영입을 위한 특례 조항을 넣었다”고 해명했다.

위치 놓고도 의견 ‘팽팽’… 연내 설립 물 건너 가나

@ 경남 사천에 위치한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본사 모습. 사진=한국항공우주산업

한편 우주항공청 입지를 두고도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당초 윤석열 대통령이 사천에 설립한다는 대선 공약을 내세운 바 있어 경상남도 사천시가 유력했다. 경남 지역에는 항공우주분야 체계종합기업인 한국항공우주산업(KAI)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창원)를 비롯해 항공우주 관련 전체 기업 중 60%가 넘는 기업이 밀집해 있다는 점이 선정 이유로 꼽힌다. 여기에 국내 항공우주 관련 종사자 총 1만7000명의 3분의 2에 해당하는 약 1만1000명이 이 지역에서 일하고 있는 것도 현장과의 보다 나은 소통을 위해 유리하다는 점도 고려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우주 개발 및 연구 기관이 몰려있는 점을 들어 대전광역시 정치권이 반발에 나섰다. 사천에 우주항공청이 생기면 인재 유출 등의 문제로 대전 과학벨트가 위축되거나 해체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러자 박완수 도지사를 비롯한 정치권과 상공회의소 등 경제단체, 시민단체 등 경남도민 5000여 명은 9월 3일 사천시에서 우주항공청 특별법의 조속한 국회 통과를 촉구하기 위한 집회를 열고 항공우주청법의 조속한 통과 및 설치를 촉구했다.

이후 더불어민주당 대전시당은 9월 20일 논평을 통해 “과학도시 대전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면서 “대전시와 지역 정치권은 정부의 연구개발 예산 삭감과 함께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 사천 이전 시도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항공우주정책법학회 부회장을 맡고 있는 황호원 교수는 우주항공청 설치 지역에 대해서는 “미국 나사의 경우 텍사스를 비롯해 10여개 주에 산재 돼 있는데 우리도 대전에 항공우주연구원, 전남에 발사체 특화지구, 경남에 위성 특화지구로 나눠져 있다”면서 “지역의 문제는 네트워킹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도체에 집중된 대한민국의 미래 먹거리를 다변화하기 위해 2차전지, 바이오 시뮬러, 백신 등 여러 품목에 대한 연구개발(R&D)이 이뤄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주개발 경쟁의 ‘골든타임’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빠른 관련법 통과가 필요하다는 게 관련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국내 한 항공우주분야 전문가는 “국가 단위의 우주개발 사업이 본격화되기 위해선 연구개발 사업 체계의 안정화와 각 연구기관의 역할 정립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화경제 한원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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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항공청  한국판 NA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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