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57호 김응구⁄ 2023.10.10 14:04:45
맥주는 분명 여름이 최고 시즌이다. 맥주 축제가 7~9월에 잔뜩 모인 이유다. 허나, 그 열기는 찬바람 부는 10월이라고 식지 않는다. 지금, 서울 곳곳에선 맥주 축제가 한창이다. 대략 네 군데 정보를 모아봤다.
중구, 지난해 이어 올해도 ‘명동 맥주 페스티벌’ 열어
우선, 중구(구청장 김길성)는 10월 6일부터 8일까지 3일간 명동 일대에서 ‘명동 맥주 페스트벌 with 스트리트 푸드’를 개최했다.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 올해는 명동 거리가게 음식과 수제맥주 40종의 색다른 조합을 전면에 내세웠다. 중구 측은 행사 전 ‘어디서도 맛보지 못한 특별한 경험’을 관광객에게 선보이겠다고 밝힌 바 있다.
올해 페스티벌에 참가한 수제맥주 브루어리는 모두 8곳. 아트몬스터, 쉐퍼호퍼, 로덴바흐, 프래티넘, 크래머리, 더핸드앤몰트, 바이젠하우스, 제주맥주 등이다.
명동이 국내 관광 1번지여선지 각 부스에는 외국인 관광객이 줄을 이었다. 이곳에서 만난 영국인 라일리 설리번(32)은 “무척 복잡한 도로에 맥주 부스가 띄엄띄엄 있는 모습이 재밌다”며 “한두 잔 사서 마시고 있는데 나쁘지 않은 편”이라고 말했다.
재밌는 프로그램 하나가 특히 눈에 띄었다. 개인의 맥주 취향을 분석해주는 ‘맥주 큐레이션’이다. 행사장 내 스탠드 테이블에 붙은 정보무늬(QR코드)로 접속해 18가지 물음에 답하면 그 결과에 따라 자신의 맥주 성향을 알려주고 잘 어울리는 맥주 종류까지 추천해준다.
당연히 참여해봤다. 한 가지 질문에 두 가지 답변이 준비됐는데, 이 중 하나를 고르면 된다. 예를 들어 ‘당신의 색상 선호도는?’이라는 질문엔 ‘깔끔한 무채색’과 ‘화려한 무지개색’ 둘 중 하나를 답하는 식이다. ‘맥주와 음식의 조합이 중요한가?’ ‘재료의 맛을 음미하며 먹는 편인가?’ ‘자극적인 음식과 담백한 음식 중 어떤 것’ 같이 구체적인 질문도 포함됐다.
개인적으로는 페일 에일(Pale Ale)을 추천받았다. ‘당신은 안정적인 미식가. 과일향의 풍미가 있는 페일 에일류의 맥주가 어울립니다. 좀 더 도전적인 맥주가 잘 어울릴지도.’라는 평가와 함께. 그러면서 참가 수제맥주 브루어리 8곳의 맥주 한 가지씩과도 연결 지어줬다.
축제 분위기를 더욱 고조시키기 위한 음악도 준비됐다. 힙합과 디제잉인데 날짜별로 인기 DJ가 대거 참여해 관람객들의 호응을 이끌었다. 방문했던 8일에는 DJ J1, DJ Tamiz, DJ Uni, DJ Pureun, DJ L2k가 차례로 무대에 올라 관람객들을 쉴 새 없이 들썩이게 했다.
중구는 이번 맥주 축제가 친환경 축제가 되길 바랐다. 그래서 준비한 게 다회용 맥주컵이다. 3일 내내 관람객들에게 무료로 대여해줬다. 이 맥주컵 대여 사업은 SK텔레콤과 사회적기업 행복커넥트가 운영하는 캠페인 ‘해피해빗(Happy Habit)’의 친환경 서비스다. ICT(정보통신기술) 솔루션을 토대로 공급~대여~수거~세척~재공급으로 자원순환생태계를 만든다.
관람객들의 주머니 사정도 챙겼다. 축제 기간 알리페이로 결제하면 랜덤 할인쿠폰(최대 8888위안 할인)을, 알리페이 플러스로 결제하면 금액대별로 정액 할인쿠폰(최대 2만 원 할인)을 제공했다. 또 하나카드로 수제맥주를 구매하면 20% 할인해줬다.
김길성 중구청장은 “이번 명동 맥주 페스티벌이 관람객이나 참여자에게 특별한 추억을 안겨주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덩달아 명동 상권도 더욱 활성화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강동구, ‘스포츠 맛의 거리’서 항저우AG 응원하며 맥주 즐겨
강동구(구청장 이수희)는 7일 올림픽공원과 한국체육대학교 근처 ‘강동 스포츠 맛의 거리’에서 맥주 축제를 열었다.
단순히 맥주를 전면에 내세운 축제가 아니다. 둔촌주공아파트 재건축으로 침체한 골목상권을 살리고, 아울러 8일 끝난 항저우 아시안게임 주요 경기 결승전을 함께 응원하고자 마련했다. 한마디로 ‘주민 화합의 장’으로서 그 역할을 톡톡히 했다. 축제는 ‘스포츠 맛의 거리’ 상인협의체가 주관해 관람객을 맞았다.
축제 장소는 양재대로 생활도로(이면도로)로 총 길이가 150m다. 여기에 대형 모니터가 설치된 응원존을 만들어놨다. 편하게 바닥에 앉아서 응원하도록 돗자리도 준비했다.
축제는 오후 2시 ‘가맥 파티’로 시작했다. 가맥은 ‘가게 맥주’를 줄인 말로, 저렴한 안주와 맥주를 즐기는 슈퍼마켓 등을 말한다. 이어 4시부터는 밴드 공연과 함께 거리응원이 본격화됐다. 밤 10시까지 응원전이 이어졌다. 특히, 이날엔 인기 종목인 야구와 축구 결승전이 있어 그 열기는 더했다. 날이 꽤 쌀쌀했음에도 응원 열기와 맥주가 더해져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응원이 이어졌다. 더구나 이날 야구·축구 모두 우승컵을 들어 올려 분위기는 더욱 고조됐다.
참고로 ‘스포츠 맛의 거리’는 2021년 서울시의 ‘지역특화 골목상권 활성화 지원사업’에 강동구가 선정되면서 시비(市費) 총 10억 원을 들여 지난해 조성했다. 작년 7월에는 한국체육대와의 업무협약을 통해 거리 내 안내사인(sign) 체계를 구성하고, 낡은 담장은 체육디자인 펜스로 교체했다. 이에 더해 거리 입구에는 올림픽 메달리스트들의 핸드프린팅 월과 LED(발광다이오드) 스포츠 미디어 월 등을 설치했다.
강동구 김준오 도시경관과장은 “지난해 ‘스포츠 맛의 거리’가 조성된 이후 특색 있는 스포츠 테마 거리로 변화해 상인들의 만족도가 높다”며 “올해는 항저우 아시안게임과 연계한 축제를 개최하면서 거리 활성화를 적극적으로 유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동작구, ‘서울맥주판타스틱페스티벌’ 화려한 불꽃축제와 함께해
동작구(구청장 박일하)는 ‘서울맥주판타스틱페스티벌’을 준비했다. 장소는 노량진축구장(노들로688). 6일에 시작했는데 이달 15일까지 쭉 이어진다. 특히 7일에는 100만여 명이 운집한 ‘여의도 불꽃축제’마저 열려, 63빌딩이 한눈에 보이는 이곳에서 관람객들은 맥주와 함께 화려한 불꽃 잔치를 맘껏 즐겼다.
찾아갈 관람객이라면 간단한 팁 정도는 알고 가는 게 좋다. 입장·관람은 무료지만 현장에서 빌릴 수 있는 테이블이나 돗자리는 모두 유료다. 불꽃축제가 열렸던 날은 입장료를 받았다.
9일 오후 4시에는 특설무대에서 ‘노들가요제’도 열렸다. 이번이 26회째. 이 행사는 동작문화원이 주관하는데, 팬데믹 등으로 무려 4년 만에 열려 호응이 꽤 컸다. 실제 이날에는 구민뿐만 아니라 관내 기업·학교의 직장인·대학생 등이 대거 몰려 그 인기를 실감케했다. 사전 선정한 본선 진출 17개 팀은 자신의 기량을 맘껏 뽐내며 의미 있는 하루를 보냈다.
초청가수 라인업은 그 어느 축제보다 화려하다. 힙합 뮤지션 산이·던밀스·다이나믹듀오를 비롯해 이제훈·코요테·백지영, 성인가요 금잔디·지원이, 트로트 가수 이찬원·강진, 밴드 사랑과평화·로맨틱펀치, 개그맨 다나카 등 이름만 대면 알만한 스타들이 날짜별로 총출동한다.
동작구는 이번 축제를 준비하며 안전관리 실무협의회를 구성한 데 이어, 시작 하루 전인 5일에는 박일하 동작구청장이 주재한 최종 안전대책회의까지 열었다. 이에 △안전요원 배치 강화 △행사장 일대 특별순찰 △현장 상황실 운영 등 체계적인 안전관리를 추진하고 있다.
박일하 구청장은 “노량진축구장에서 선선한 가을바람과 함께 온 가족이 즐거운 시간을 보내길 바란다”며 “구민들이 축제를 즐기는 데 불편함이 없도록 쾌적한 환경 조성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광진구, 전통시장 7곳서 한 달 내내 맥주 축제 열어
광진구(구청장 김경호)는 아예 이달 한 달 동안 맥주 축제를 연다. 통 큰 결정이다.
다만, 관내 전통시장을 널리 알리고, 이곳들에 활력을 불어넣고자 전통시장별로 축제를 준비했다. 6일 능동로시장을 시작으로 27일까지 7개 전통시장에서 각 지역 특색에 맞는 행사가 이어진다. 초대가수 공연, 노래자랑, 경품추첨 등의 즐길거리도 빼놓지 않고 마련했다. 시장이니 먹거리는 따로 알리지 않아도 될 정도.
13일 신성전통시장에선 노래자랑과 제기차기가 펼쳐지고, 17일 자양전통시장에선 초대가수 공연과 맥주 부스를 선보인다. 20일 영동교시장과 노룬산시장에선 룰렛 이벤트와 공연이 열리고, 24일 화양제일시장에선 맥주 부스와 함께 버스킹 공연이 진행된다. 26~27일 면곡시장에선 막걸리 시음을 할 수 있고, 게임 부스와 포토존도 설치해놓는다.
김경호 광진구청장은 “남녀노소 모두 함께할 수 있는 다양한 공연과 이벤트를 준비했으니 전통시장에 많이 방문해 즐겨주시기 바란다”며 “앞으로도 전통시장을 더 많이 알리고, 지역상권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지원도 계속해서 이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문화경제 김응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