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색화 거장’ 박서보(본명 박재홍) 화백이 지난 14일 별세했다. 향년 92세. 기지재단 관계자는 이날 “박 화백이 오늘 오전 운명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앞서 지난 2월 박 화백은 폐암 3기 판정을 받은 사실을 공개한 바 있다. 그는 자신의 SNS에 “평생 담배를 물고 살았다. 그러다 심근경색으로 쓰러지고서야 끊었다”며 “내 나이 아흔둘, 당장 죽어도 장수했다는 소리를 들을텐데 (지금의 시간을) 선물처럼 주어진 시간이라 생각한다”고 적었다.
박 화백의 생전 마지막 전시가 된 ‘박서보’전은 현재 조현화랑 달맞이·해운대 두 곳에서 열리고 있다. 전시는 다음달 12일까지 이어진다.
1931년 경북 예천에서 태어나 홍익대 서양화과를 나온 박 화백은 무수히 많은 선을 긋는 ‘묘법’ 연작으로 ‘단색화 대표 화가’로 불리며 한국 현대 추상미술 발전에 큰 역할을 했다. 특히 그의 1976년작 ‘묘법 No. 37-75-76’은 2018년 홍콩 소더비 경매에서 200만 달러(한화 약 25억 원)에 팔리기도 했다.
1967년 시작한 묘법은 연필로 끊임없이 선을 긋는 전기 묘법시대(1967∼1989)를 지나 한지를 풀어 물감에 갠 것을 화폭에 올린 뒤 긋거나 밀어내는 방식으로 작업한 후기 묘법시대, 2000년대 들어 자연의 색을 작품에 끌어들인 유채색 작업까지 변화를 거듭했다.
미국 뉴욕현대미술관·구겐하임미술관, 시카고 아트인스티튜트, 일본 도쿄도 현대미술관, 프랑스 파리 퐁피두센터, 홍콩 M+미술관 등 유명 미술관이 고인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현재 고인의 이름을 딴 미술관이 제주도에 건립 중이다. 국민훈장 석류장(1984년), 옥관문화훈장(1994), 은관문화훈장(2011), 금관문화훈장(2021), 제64회 대한민국예술원상을 받았다. 유족으로 아내 윤명숙씨와 2남 1녀가 있다. 빈소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1호실. 발인 17일 오전 7시. 장지 경기 성남시 분당 메모리얼파크.
< 문화경제 김금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