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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보졸레 누보’가 왔다!

매년 11월 셋째 주 목요일, 전 세계 동시 출시… 한국선 2000년대 초반 큰 인기 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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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759호 김응구⁄ 2023.11.09 10:55:58

‘보졸레 누보’는 매년 11월 셋째 주 목요일 자정을 기해 전 세계에서 동시 출시한다. 사진=픽사베이

올해도 어김없이 ‘보졸레 누보(Beaujolais Nouveau)’가 11월 셋째 주 목요일 자정에 출시된다. 우리는 16일이 출시일이다.

아는 사람에겐 이제 화젯거리도 안 되는 보졸레 누보는, 그해 수확한 포도로 담근 첫 와인이다. 쉽게 말해 ‘햇와인’이다. 프랑스 부르고뉴(Bourgogne) 보졸레 지방에서 생산한다. 프랑스어 누보는 영어의 뉴(new)와 같은 ‘새것’을 의미한다.

보졸레 누보는 희소성 때문에 유명해졌다기보다 매년 전 세계에서 같은 날 같은 시각에 출시하는 독특한 마케팅 덕분에 엄청난 성공을 거뒀다. 다시 말해, 해마다 11월 셋째 주 목요일 자정을 기해 전 세계에서 동시에 판매한다.

보졸레 누보가 대한민국에 상륙한 건 1996년의 일이다. 그해 첫선을 보인 뒤 3년 후인 1999년 급부상했다. 당시 보졸레 지방의 전체 생산량인 6000만 병 가운데 3%인 200만 병을 한국에서 소비했다. 아시아에선 일본 다음으로 많이 팔렸다.

한창 인기였던 2000년대 초반에는 국내 항공사들이 특별항공편을 배정해 보졸레 누보를 실어다 날랐고, 따로 예약하지 않으면 맛보기 어려울 정도로 귀한 대접을 받았다. 5성급 호텔이나 고급 레스토랑, 와인 바 등에선 앞다퉈 보졸레 누보 행사를 기획하기도 했다. 마니아들 역시 새벽까지 보졸레 누보를 마시며 준비된 이벤트를 즐겼다.

한국에선 인기 식었지만 해외선 여전히 ‘현역’

GS25가 올해 출시한 ‘조르쥬 뒤뵈프 보졸레 빌라주 누보’의 사전 예약 이미지. 사진=GS리테일
GS25가 지난해 출시한 ‘조르쥬 뒤뵈프 보졸레 누보’의 전면라벨 이미지. 사진=GS리테일

‘보졸레 누보’의 품종은 보졸레 지방의 가메(gamey)다. 온화하고 따뜻한 기후와 화강암·석회질로 이뤄진 토양으로 인해 약간의 산성(酸性)을 띠며 과일 향이 풍부한 게 특징이다. 섭씨 10~14℃에서 가장 좋은 맛을 낸다.

보졸레 누보는 한 모금씩 마시기보다 벌컥벌컥 들이키는 와인이다. 포도를 압축하고 3일이 지나면 일반 레드와인에서 발견되는 타닌과 페놀 성분의 신맛이 없어져 아주 쉽게 마실 수 있다. 게다가 과일 향이 풍부해 레드와인이면서도 화이트와인과 비슷한 맛을 낸다. 보통 6개월 이상 숙성하는 일반 와인과 달리 보관하지 않고 빨리 마시는 게 특징이다. 발효 즉시 내놓는 신선한 맛이 생명이기 때문에 해를 넘기지 않고 마신다.

이 와인이 유명세를 얻기 시작한 건 1951년 11월 13일, 보졸레 누보 축제가 처음 열리면서부터다. 보졸레 지방에선 그해 갓 생산한 와인을 와인통에 부어 바로 마시는 전통이 있다. 1951년 이 전통은 지역축제로 발전했고, 곧 프랑스 전역으로 확대됐다. 1970년대 들어선 전 세계적인 축제로 발돋움했다. 급기야 1985년 프랑스 정부는 매년 11월 셋째 주 목요일 자정을 보졸레 누보 판매 개시일로 규정했다. 인기에 가속이 붙자 세계 각지에 퍼져있는 와인수입업자들은 이맘때쯤이면 보졸레 지방으로 몰려들었다.

앞서 말한 대로 한국에선 2000년대 초중반까지 인기를 끌다 그 이후 급격히 식었다. 곱지 않은 시선이 항상 따라다녔다. “성공적인 마케팅이란 건 인정하지만 이를 맹목적으로 즐길 필요가 있을까?” 하는 의견이 곳곳에서 제기됐다. 더불어 각종 매체는 보졸레 누보의 인기가 절정일 땐 출시 소식을 경쟁하듯 다뤘지만, 거품이 쑥 빠지자 관심 대상에서 제외하기 시작했다.

보졸레 누보는 외국에선 여전히 ‘현역’이다. 고급 와인 수요가 늘고 있는 상황에서도 ‘꼭 마셔보고 싶은 와인’으로 꼽는 애호가가 많다. 올해 수확한 포도로 담가 올해 맛보는 와인이라는 점이 여전히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GS25, 스무 해 넘는 동안 꾸준히 소개

GS25는 2002년부터 20년 넘도록 꾸준히 ‘보졸레 누보’를 선보이고 있다. 올해는 ‘조르쥬 뒤뵈프 보졸레 빌라주 누보’를 출시했다. 사진=GS리테일

GS리테일이 운영하는 편의점 GS25는 해마다 ‘보졸레 누보’ 시즌 에디션을 꾸준히 내놓고 있다.

올해는 10월 17일부터 11월 6일까지 주류 스마트오더 서비스 ‘와인25플러스’를 통해 2023년 에디션의 사전 예약을 받았다. 예약 고객을 대상으론 할인 판매까지 했다. 보졸레 누보 수령 날짜는 11월 16일부터다.

GS25는 2002년부터 20년 넘도록 대한민국에 보졸레 누보를 끊임없이 알리고 판매해왔다. 덕분에 현재는 보졸레 누보 최대 유통 채널로 자리 잡았다.

GS25는 올해 ‘조르쥬 뒤뵈프 보졸레 빌라주 누보’를 선보인다. 회사 관계자에 따르면 보졸레 누보 중에서도 상급 제품을 생산하는 마을 단위에서 소량 생산한 가메 품종의 보졸레 빌라주 누보다. 일반 누보에 비해 좀 더 깊고 풍부한 맛을 지닌 것으로 평가받는다.

조르쥬 뒤베프(Georges Duboeuf)는 보졸레 누보 축제의 창시자다. 프랑스의 지역 와인에 불과했던 보졸레 누보를 전 세계 인기 와인으로 탈바꿈시킨 장본인이기도 하다. 그의 와이너리는 젊고 트렌디한 라벨 디자인과 신선한 맛으로 유명하다.

GS25는 올 시즌 보졸레 누보 사전 예약을 기념해 6종 콤보 상품도 준비했다. 보졸레 누보 외에도 시중에서 인기 끌고 있는 레드와인과 화이트와인으로 콤보 상품을 구성했다.

GS리테일 주류기획팀 김유미 MD는 “매년 새롭게 출시하는 보졸레 누보는 한 해의 시작과 마무리를 생각하도록 하는 소중한 상품으로 자리 잡았다”며 “GS25가 올해 정성껏 준비한 햇와인 보졸레 누보와 함께하면서 한 해의 마무리와 새로운 출발을 기념하는 소중한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우리도 매년 10월 말이면 햅쌀 막걸리 선보여

2009년 11월 19일 서울역사박물관 내 레스토랑에서 열렸던 ‘누보 막걸리 데이’ 모습. 국내 햅쌀 막걸리들이 진열돼있다. 사진=김응구 기자

우리나라도 ‘보졸레 누보’를 본떠 기획한 이벤트가 있다. 2010년 시작한 ‘누보 막걸리 데이’다. 누보 막걸리는 ‘햅쌀 막걸리’쯤으로 해석된다. 이날이 시작된 건 2009~2010년 한창 일었던 막걸리 붐과 관련 있다. 당시 여기저기선 막걸리가 재조명됐고 신제품이 쏟아져 나왔으며 TV 등에선 관련 정보를 마구 생산해냈다. 아울러 일본 등으로 수출하는 막걸리는 급증했다. 하지만 그때만 해도 대부분의 양조장은 수입쌀로 막걸리를 만들었다.

이에 2011년 농림축산식품부(당시 농림수산식품부)는, 벼를 추수한 다음 햅쌀로 그해 첫 막걸리를 출시하는 시기를 고려해 10월 마지막 목요일을 ‘막걸리의 날’로 정했다. 이로써 쌀 소비를 촉진하고 ‘막걸리의 세계화’를 이루겠다는 목적도 깔려있었다. 이후 해마다 10월 31일이면 햅쌀 막걸리를 출시하는 행사를 대대적으로 열기도 했다.

지금은 햅쌀 막걸리를 생산하는 양조장이 많지 않다. 자연스럽게 ‘막걸리의 날’도 더는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2009년부터 꾸준히 햅쌀 막걸리를 출시하는 양조장은 매년 완판 기록을 쓰고 있다. 예를 들어, 국순당은 10월 16일 프리미엄 생막걸리 ‘2023 햅쌀로 빚은 첫술’을 2만 병 한정 출시했다. 이 회사는 ‘막걸리의 날’이 시작된 2009년부터 올해까지 15년 동안 한 번도 거르지 않고 이 막걸리를 한정 상품으로 선보이고 있다. 횡성양조장에서 지역 쌀인 ‘횡성 어사진미’로 막걸리를 빚는다. 알코올도수는 일반 막걸리보다 1도 높은 7도.

‘보졸레 누보’는 성공적인 마케팅을 얘기할 때 빠지지 않는다. 와인 애호가들은 지금도 여전히 이 와인을 찾는다. 맛과 향, 지역, 스토리텔링도 좋지만 사람들이 기억하기 좋은 ‘날짜 마케팅’이 제대로 먹혔기 때문이다.

우리에게도 좋은 술은 얼마든지 있다. 역사도 뒤지지 않는다. 문제는 마케팅이다. 베끼는 마케팅이 아니라 창의적인 마케팅이 필요하다. 아이디어가 부족한 우리도 아니다. 보여줄 건 이미 넘치고도 넘친다. 더 늦기 전에 세상을 향해 던져줄 ‘재밌는 술’을 선보여야 한다. 이젠 그럴 때도 됐다.

<문화경제 김응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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