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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윤태영 프로티나 대표 ‘막단백질 비밀 벗겨 질병 정복 나선다’

“의약품 50%는 막단백질 공략한 것… 개인 맞춤형 암치료 이어 유전병에도 도전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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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759호 한원석⁄ 2023.11.09 15:50:29

윤태영 프로티나 대표(사진)는 서울대 자연과학대학 생명공학부 교수이기도 하다. 사진=프로티나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우리나라의 바이오 산업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진단키트는 전 세계 시장에서 호평받으며 없어서 팔지 못할 정도였고, 우리 바이오 기업들은 신약 개발에 성과를 보이면서 세계에서 인정받고 있다. 연구자들의 노력도 결실을 맺으며 바이오 스타트업에 뛰어드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눈에 띠는 성과를 보이며 주목받고 있는 스타트업이 눈길을 끈다. 바로 ‘막단백질’의 비밀을 벗기고 있는 ‘프로티나’의 윤태영 대표다. 현직 서울대 자연과학대학 생명과학부 소속 교수이기도 한 윤 대표는 젊은 과학자로서 다양한 연구 성과를 발표하며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부)가 선정한 ‘젊은 과학자 혁신 자문위원’ 7인에 위촉되기도 했다. 윤 대표를 만나 그의 연구와 삶에 대해 들어봤다.

- 늦었지만 ‘2022 서울대 학술연구교육상’ 수상을 축하한다. 이 밖에도 많은 상을 받았는데 어떤 분야에 관한 실적을 인정 받아 수상한 건가?

“세포가 있으면 껍질에 해당되는 부분을 세포막이라고 하는데 거기에 있는 단백질인 ‘막단백질’, 영어로는 ‘멘브레인 프로틴(membrane protein)’이라고 부르는 분야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포닥(Post Doctor‧박사후 연구원) 시절 배웠던 ‘단분자 생물물리 기법’을 적용해서 연구하고 있는데, 성과가 있다고 생각하셔서 상을 주신 것 같다.”

- 잘 모르는 분들을 위해 본인의 연구 분야에 대해 간단히 설명을 한다면?

“세포는 막으로 둘러싸여 있는데, 세포를 성에 비유하면 세포막이 성벽이라면 ‘막단백질’은 성문 같은 역할을 한다. 이러한 막단백질이 고장나면 물자라든지 정보 소통이 하나도 안 되니까 많은 질병에 걸리게 된다.

실제로 이제까지 인류가 개발한 의약품의 50%가 이 막단백질의 성문을 고쳐주거나 아니면 제어하는 약들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만큼 굉장히 중요한 것인데 그동안 막단백질이 세포 안에 있는 ‘수용성 단백질’에 비해 상대적으로 연구하기 어려워 연구(속도)가 상당히 더뎠었다.

하지만 몇 년 전 ‘극저온전자현미경(Cryo-Em)’을 개발한 과학자들이 노벨 화학상을 수상할 정도로 전자현미경이 최근 10년간 엄청나게 발전하면서 막단백질이 어떻게 생겼는지 구조에 대해서 많이 밝혀지고 있다. (편집자 주: 2017년 노벨 화학상은 세포나 수용액 속 생화학 분자의 구조를 고해상도 영상으로 관찰하게 해 주는 ‘극저온전자현미경’을 개발한 자크 뒤보쉐 스위스 로잔대 명예교수와 요아킴 프랭크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 리처드 헨더슨 영국 MRC분자생물학연구소 박사가 수상했다.)

윤태영 대표가 서울대 유전공학연구소 연구실 벽에 막단백질 형성 과정을 설명하기 위해 그린 그림. 사진=문화경제

첫 번째로 연구하는 분야는 막단백질의 형성 과정과 그 기능이다. 막단백질의 최종 구조는 전자현미경으로 많이 밝혀졌는데, 어떤 과정을 통해서 이 구조가 형성되는지는 그동안 잘 알려져 있지 않았다. 막단백질은 접혀야 기능이 나오기 때문에, 어떻게 풀리는지 보다 어떻게 접히는지 알아내는 게 중요하다. 마치 매듭처럼 맺어지는 ‘접힘’이라고 하는 막단백질 형성 과정을 알아내는 방법을 우리 연구실이 (세계에서) 처음으로 알아냈다.

두 번째로 연구하는 분야는 이렇게 형성된 막단백질들이 서로 붙고 떨어지면서 상호작용을 하는데 그 상호작용이 암이라든지 질병에서 어떻게 바뀌는지를 관찰하는 ‘바이오 마커(단백질‧DNA‧RNA‧대사 물질 등 이용해 몸 안의 변화를 알아낼 수 있는 지표)’ 기술을 개발하는 연구도 하고 있다.

이제 미국이나 한국에서도 DNA나 RNA를 읽는 회사가 많고, 최근에는 ‘프로테옴(proteome‧단백질체)’, 단백질의 양을 읽는 것을 표방하는 회사들도 많이 생기고 있다. 우리 회사가 개발하는 것은 막단백질 A와 B가 서로 붙어 있는지 떨어져 있는지, 아니면 A가 X하고 붙어 있는지 막단백질 사이에 상호작용을 정량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기술이다. 예를 들어 보통 A하고 B가 붙어 있어야 하는데, 특정한 암에 A하고 X가 많이 붙어 있으면 (암 치료를 위해) 이제 A하고 X를 떼는 약을 써야겠다는 걸 알 수 있다.”

 

- 사람들이 암에 걸리는 원인을 막단백질이 성문 역할을 제대로 못하기 때문이라고 이해하면 되나.

 

“모든 원인은 아니지만 다른 원인이 있더라도 결국 막단백질까지 교란이 된다. 암 환자들한테서 나온 미량의 시료에서 막단백질이 어떻게 붙어 있는지 정보를 얻어 그것에 맞춰서 약을 만들 수 있다. 막단백질들의 상태를 연구 조사하는 기법을 만들어 그걸 가지고 개인 맞춤형 진단 및 치료를 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서울대 유전공학연구소에 위치한 프로티나 연구실 모습. 사진=프로티나

- 원래 전기공학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이후 전공을 바꾼 걸로 알고 있다. 어떤 계기였나?

 

“원래 서울대 전기공학과에서 박사 과정 중간까지 이신두 교수의 지도를 받아 액정 디스플레이를 연구했다. 이미 액정 디스플레이 기술은 근본 원리는 확립됐고, 수율을 높이는 최적화에 연구 중점을 둔 상태였다. ‘보다 근본적인 분야를 연구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마침 한 물리학회를 갔다가 지금은 은퇴한 카이스트 물리학과 김만홍 교수 연구실에서 해보고 싶던 분야를 연구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원래 연구하던 액정 디스플레이하고 생물학에서 제일 비슷한 주제인 생체막이었다.

이듬해인 2005년 일리노이 주립대학에 있던 하택집 교수에게 생물물리를 배우러 갔다가 2008년 1월 귀국했다. 하 교수는 미국 존스홉킨스대를 거쳐 지금 하버드 메디컬 스쿨에 재직 중인 미국 생물물리학(Biophysics)회 회장이다.”


- 박사학위까지 받고 연구 분야를 바꾸기가 쉽지 않은데 좋은 스승을 만난 것 같다.

 

“운이 좋았던 것 같다. 당시 첫 번째 지도 교수인 이신두 교수에게 다른 연구를 하고 싶다고 말했더니 흔쾌하게 허락하고 주선해줬다. 그리고 지원도 많이 해줘서 감사하게 생각한다.”


- 삼성전자의 지원을 받아 프로티나를 창업했다. 당시 국공립대학은 겸업금지 조항이 있어 교수의 창업이 제한 받았던 걸로 아는데.


“귀국 후 카이스트(KAIST) 교수로 재직하던 2014년 삼성전자 미래기술육성재단에서 지원을 받아 2015년 프로티나를 창업했다. 학교의 지원이 지금은 더욱 크지만 당시에도 카이스트는 교원 창업을 지원하는 분위기여서 크게 어려움은 없었다. 1년 반 동안 (창업을) 준비했다.”

- 프로티나 현황에 대해서 설명해 달라.

 

“앞서 말한 두 번째 연구 분야인 ‘바이오 마커’ 기술 개발에 중점을 두고 있다. 미국 나스닥에 (상장된) 단백질의 양을 측정하는 회사들은 많이 있고 잘하는데 단백질 상호작용에 전문인 회사가 거의 없다. 단백질 상호작용 바이오 마커는 아직 많이들 하지 않는 분야이고 상당히 앞서 나간다고 생각하고 있다.

특히 임상 샘플에서도 단백질 상호작용이 있는지 없는지, 붙었는지 없는지를 정밀하게 측정할 수 있는 기술을 가진 회사는 현재 전 세계적으로도 우리 회사밖에 없다. 환자의 단백질이 이렇게 돼 있으니 어떤 약을 써야 되는지 의사들이 결정을 내리는 데 도움을 주는 방법을 만들고 있다.

프로티나 연구팀. 사진=프로티나

우리 바이오 마커 기술로 할 수 있는 게 크게 두 가지이다. 하나는 기존에 세포주라든지 아니면 유전자 모델에서 약이 이렇게 작용하는 것 같다는 ‘기전 확증’이다. 그동안 실제 환자에 그 기전이 맞아 들어가고 있는지를 알 수가 없었는데, 우리 기술로는 임상 샘플에서 측정할 수 있으니까 데이터를 통해 증명할 수 있게 돼 신빙성이 높아진다. 글로벌 제약사 입장에서는 미국 FDA(식품의약국) 허가를 더욱 빠르고 쉽게 받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실제로 쓰임새도 많아서 현재 글로벌 제약사 4곳 정도랑 일을 하고 있다. 다른 하나는 반응성 예측이다.

미국 여러 클리아랩(CLIA Lab‧미국 실험실 표준 인증을 보유한 시설)들하고 계약을 맺고 내년부터 검사를 공급한다. 국내에서 강남 성모병원과 대규모로 밸리데이션(Validation‧의약품 시험방법 등이 미리 설정된 판정 기준에 적합한 결과를 일관되게 얻는지 검증하고 문서화하는 것)을 한 다음, 내년부터는 미국에서말 이 검사가 반응성을 잘 예측할 수 있는지를 증명하는 작업을 하게 된다. 기전 확증의 경우 12월 정도에 네이처 자매지에 논문이 실리게 될 것 같다.”

 

- 프로티나를 창업한 지 내년이면 10년이 된다. 연구자가 아닌 회사 대표로서 경영철학이나 마음가짐이 있다면.

 

“원래 연구 조직 중심이었지만 이제 사업개발 부문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기술이 좋다는 데서 그치지 않고 매출을 올려 이윤을 창출할 수 있도록 하는 부분에 관심을 갖고 있다. 다행히 다국적 제약사와 일을 한다든지 좋은 결과들이 나오고 있다.

그동안 연구실에 관련된 것만 생각하다가 경제의 흐름이라든지 아니면 산업이라든지 그런 곳에서 필요로 하는 게 뭔지에 대해서 좀 더 진지하게 생각하고, 우리가 어떻게 기여를 할 수 있을까를 많이 생각하게 된다. 다른데 한 눈 팔지 않고 지금 기술이 상업적으로 성공할 수 있도록 잘 개발하고 적용할 수 있는 분야도 잘 찾아서 한국에서 좋은 바이오 기술 회사가 나왔다는 평가를 받고 싶다.”


- 향후 계획과 구체적 사업 방향이 있다면?

 

“연구 쪽에서 아직 할 것이 많은데 유전병과 관련해 연구할 계획이다. 유전병은 보통 단백질이 기능을 못하게 돼 병증이 생기는 경우도 있지만, 막단백질의 경우 돌연변이가 있으면 단백질 형성이 안 돼서 심각한 유전병이 생기는 경우가 많다. 그동안 기전이 알려져 있지 않았는데, 돌연변이가 있으면 형성 과정이 어떻게 엉키게 되는지와 어떻게 치료할 수 있는지를 연구할 계획이다.”

@ 윤태영 대표가 서울대 유전공학연구소에 위치한 자신의 연구실에서 수상한 상패 앞에 서 있다. 사진=문화경제

- 최근 교수님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젊은 과학자 혁신 자문위원 7명 중 1명으로 위촉됐는데 어떤 의견을 개진했나?

 

“연구 중심 대학의 기초과학 분야 교원 수는 유지가 될 수 있도록 해달라고 건의했다. 앞으로 우리나라 인구가 줄어들면 대학에 입학하는 사람들도 줄 수밖에 없어 대학교 교원 수도 적어지게 되는데, 이는 기초과학 연구력이 감소하는 것으로 직결된다. 한국 사람들이 똑똑하긴 해도 기본적인 숫자가 뒷받침이 돼야 한다.”


- 예전부터 이공계 기피 현상이 문제로 여겨져왔다. 교수님 학부시절에도 이런 얘기가 나오지 않았나.

 

“상당히 창의적인 일을 해야 되기 때문에 재미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도 미국이나 유럽처럼 과학 문화가 뿌리를 내리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과학고등학교처럼 과학중학교도 있었으면 좋겠다. 과학 중학교 같은 경우 성적보다는 진짜 원하는 사람들을 뽑아서 과학적인 환경에 많이 노출되도록 해 ‘이거 되게 재밌네’, ‘이건 정말 할 만한 거였어’ 이런 식으로 유도를 했으면 좋겠다.”


<문화경제 한원석 기자>

윤태영 대표는 젊은 과학자로서 다양한 연구 성과를 70여 편의 SCI(Science Citation Index‧과학기술 논문색인지수)급 학술지 논문으로 발표했다. 2015년 네이처 케미컬 바이올로지誌에 대장균의 막단백질 연구 논문을, 2019년 사이언스에 막단백질인 GPCR의 접힘을 연구한 ‘나선 막단백질이 접히는 경로를 보다(Watching helical membrane proteins fold reveals a common N-to-C-terminal folding pathway)’ 논문을 게재했다. 앞서 그는 2010년과 2015년에도 사이언스에 논문을 게재한 바 있다. 이러한 업적을 인정받아 △2015년 한국과학기술한림원 FILA 기초과학상 △2017년 경암재단 경암상 △2022년 서울대 학술교육연구상 등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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