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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현장] 코로나19 엔데믹 선언 이후의 ‘공생’과 ‘노동’을 논하다

국립현대미술관, ‘프로젝트 해시태그 2023’전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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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760호 김금영⁄ 2023.11.20 09:44:17

'프로젝트 해시태그 2023'전 전시장 입구. 사진=김금영 기자

가을에 이어 초겨울에도 국립현대미술관과 현대자동차의 문화예술 후원의 장이 찾아왔다. ‘프로젝트 해시태그 2023’이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서 11월 3일 개막했다.

국립현대미술관과 현대자동차는 손을 맞잡고 다양한 예술 지원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대표적으로 국립현대미술관이 주최하고, 현대자동차가 선정 작가에게 전시를 위한 제작비, 운영비 및 다양한 홍보 활동을 후원하는 ‘MMCA 현대차 시리즈’가 있다.

국내 중진 작가 1인을 지원하는 연례전 형태로 2014년부터 매년 열려온 이 자리에 이불, 안규철, 김수자, 임흥순, 최정화, 박찬경, 양혜규, 문경원&전준호, 최우람 작가가 거쳐 갔다. 올해엔 선정 작가 정연두의 작업 세계를 살펴보는 ‘정연두–백년 여행기’전이 9월 6일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서 개막해 열리고 있다.

2019년부터 본격 포문을 연 ‘프로젝트 해시태그’ 또한 창작지원금과 전시를 열 수 있는 기회를 지원한다. 차별점은 문화예술 지원의 범위를 다변화했다는 것. 현대차 시리즈가 중진 작가 ‘개인’에 집중한다면, 프로젝트 해시태그는 매년 ‘2팀’을 선발해 지원해 왔다.

김성희 국립현대미술관 관장이 전시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사진=김금영 기자

구체적으로 미술 장르에 한정된 기존의 공모 방식에서 벗어나 각계각층의 작가, 기획자, 연구자 등 다학제적 영역의 전문가가 대상이다. 시각예술, 뉴미디어, 영화, 디자인, 건축, 음악, 요리, 과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 중인 국내 작가, 기획자, 연구자 등 최소 2인 이상으로 구성된 팀이라면 누구나 지원 가능한 형태다.

공모 명칭인 ‘해시태그(#)’ 또한 이를 상징한다. 해시태그는 우물 정, SNS 언어 등 세대, 용도, 국가에 따라 다양하게 해석되고 사용되는 특수기호로, 다양한 영역의 유망주를 선발하고 국제적으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뜻을 담았다.

올해 4회를 맞이한 해시태그 프로젝트엔 지난 3월 총 102팀이 지원했고, 최종적으로 ‘라이스 브루잉 시스터즈 클럽’과 ‘랩삐’가 선정됐다. 손혜민, 유소윤 2인으로 구성된 라이스 브루잉 시스터즈 클럽은 비인간과 인간, 인간과 공동체 사이의 협업에 기반한 예술적 실천을 ‘사회적 발효’라는 개념으로 확장하는 예술 콜렉티브다. 랩삐는 2019년부터 활동해 온 시각예술 콜렉티브로 강민정, 안가영, 최혜련, 제닌기 4인으로 구성됐다. 두 팀은 창작지원금 3000만 원과 작업실(창동레지던시)을 지원받아 프로젝트를 진행했고, 그 결과물이 이번 전시에 공개됐다.

이들이 주목한 주제는 ‘코로나19 엔데믹 선언 이후의 우리의 삶’이다. 전 세계를 패닉에 빠뜨렸던 코로나19 사태는 국가뿐 아니라 개개인의 삶에도 큰 영향을 미치며 변화를 줬다. 여기서 이들은 각각 관계의 회복을 위한 ‘공생’ 그리고 기술의 발전으로 다르게 이야기되는 ‘노동’ 이야기에 주목했다.

라이스 브루잉 시스터즈 클럽, 우뭇가사리에 주목한 이유

손혜민, 유소윤 2인으로 구성된 라이스 브루잉 시스터즈 클럽. 사진=김금영 기자

2020년부터 부산 바다의 해조류를 연구해 온 라이스 브루잉 시스터즈 클럽은 공생을 이야기하기 위해 ‘우뭇가사리’를 끌고 왔다. 이들은 “바닷속에서 자라 양식되지 않고 해녀 등의 손을 통해 채취돼온 우뭇가사리는 낮은 온도에서 액체가 되고, 실온에서는 빨리 굳는 특성을 지녔다”며 “이에 젤라틴 대용으로 여러 산업 현장에서 쓰이는 등 유연성 높은 재료”라고 우뭇가사리를 소개했다.

전시에서는 우뭇가사리의 이런 성질이 환경 오염을 일으키는 플라스틱, 패브릭 등의 대체재가 될 수 있을지 고민한다. 주요 작품 중 하나인 ‘우무피막’은 바닷가에서 채집한 우뭇가사리를 말린 뒤 삶아 걸러내 나타나는 끈적한 점액질을 펴 발라 잘 널어 말린 것이다.

라이스 브루잉 시스터즈 클럽의 작품이 설치된 공간. 사진=김금영 기자

이 우무피막을 활용해 전시장에 마치 숲처럼 공간을 구성한 ‘공생체은하수’를 마련했다. 공생체은하수에서 우무피막은 화석연료로 대량생산돼 소비된 후 버려지는 플라스틱 재료의 대체재로서 기능한다. 우무피막은 전시가 막을 내리고 공생체은하수의 공간을 떠나게 되면 라이스 브루잉 시스터즈 클럽에 의해 재사용되고, 일부는 부산의 바닷속에서 해양생물의 서식처가 될 예정이다.

 

자연에서 우뭇가사리를 끓인 후 틀에 붓거나 빚어내 만든 ‘우무덩이’도 선보인다. 우무덩이엔 아가로스(Agarose, 다당류의 일종)가 다량 함유됐는데, 이는 유기체를 배양하는 미생물배지와도 같아 미생물과 미소동물 등 눈에 보이지 않는 다양한 생물이 함께 자라나는 집을 제공하는 기능을 한다. 라이스 브루잉 시스터즈 클럽은 부산의 바닷속에서 우무덩이를 터전으로 함께 살아가는 생물의 연결고리를 관찰했다.

라이스 브루잉 시스터즈 클럽은 공생을 이야기하기 위해 우뭇가사리에 주목했다. 사진=김금영 기자

코로나19 사태 당시 위생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일회용품 사용이 늘면서 특히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가 커졌다. 엔데믹 시대, 환경과의 공생이 더욱 중요시되는 이유다. 이 가운데 라이스 브루잉 시스터즈 클럽이 해양 미세조류에 집중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푸른빛 바닷속에 존재하는 해양 미생물은 바다의 약 70%를 이루고 있지만,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다. 그렇게 존재조차 희미한 미생물이 동식물과 인간이 소비한 자원을 분해하고 재생산하며 거대한 물질의 순환 구조를 만들어 내는 거대한 역할을 한다. 이렇듯 눈에 보이지 않는 미생물과 긴밀히 상호작용하면서 ‘개인’이 아닌 ‘공생체’가 돼가고자 하는 의지를 보여준다.

공생체은하수에서 우무피막은 화석연료로 대량생산돼 소비된 후 버려지는 플라스틱 재료의 대체재로서 기능한다. 사진=김금영 기자

이들의 작업은 전시 기간에도 현재 진행형으로 계속된다. 내년 4월까지 부산의 바다를 앞에 둔 공간에서 우뭇가사리의 싹을 틔우고, 이를 재료로 한 우무피막과 우무덩이를 직접 생산, 미생물이 분해할 수 있는 대체제의 가능성을 고민한다. 그리고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의 확장된 환경에서 우무덩이를 소비하고, 먹고 남은 것을 분해하는 법을 익히며, 우무피막이 이루는 숲을 다양한 배경의 협업자와 함께 여행하고자 한다.

랩삐, 관객에게 “전시장에서 강냉이 함께 털어요” 제안한 사연

랩삐는 2019년부터 활동해 온 시각예술 콜렉티브로 강민정, 안가영, 최혜련, 제닌기 4인으로 구성됐다. 사진=김금영 기자

코로나19 시대, 비대면 생활이 익숙해지면서 인간의 노동력을 대체하기 위한 AI(인공지능) 등 기술의 발전이 급속도로 전개됐다. 이런 환경 속 랩삐는 휴식과 인간의 노동 행위가 치환되는 방식을 관찰했다.

대표작 ‘강냉이 털어 국현감’은 올해 3월 서울의 한 미술관 앞 광장에서 핸드폰을 바라보며 서 있는 수많은 사람에 대한 궁금증에서 시작됐다. 한 금융 플랫폼이 근처에 있는 해당 플랫폼 사용자들이 함께 애플리케이션을 켜면 터치 한 번당 돈을 주는 행사를 기획했는데, 하루에 커피값 정도를 벌 수 있는 이 행사에 많은 사람이 자발적으로 모인 현장이었다.

웹 기반 게임 작품인 '원 클릭 쓰리 강냉이'가 설치된 모습. 사진=김금영 기자

이 모습은 어떻게 보면 휴식 시간을 활용한 일종의 놀이이지만, 또 다른 한편으로는 자본을 얻기 위한 노동의 행위로도 볼 수 있었다. 랩삐는 이를 놀이로 가장된 노동의 형태인 ‘놀이노동’으로 바라보고 작업에 풀어냈다.

그 결과물이 ‘강냉이 털어 국현감’이다. 전시장에서 웹 기반 게임 작품인 ‘원 클릭 쓰리 강냉이’를 켜면 관객은 게임 속 밭 갈기, 옥수수 키우기, 수확하기 등 반복적인 클릭형 노동에 참여해야 한다. 그 보상으로 가상화폐인 콘 코인을 받고, 이를 강냉이 한 봉지와 맞바꿀 수 있다. 즉 디지털 노동과 실제 노동을 맞교환하는 것. 랩삐 또한 관객에게 보상으로 나눠줄 강냉이를 직접 재배하면서 자신들의 노동력을 전시장에서 예술 작품으로 치환하는 과정을 거쳤다.

랩삐는 관객에게 보상으로 나눠줄 강냉이를 직접 재배하면서 자신들의 노동력을 전시장에서 예술 작품으로 치환하는 과정을 거쳤다. 사진=김금영 기자

이뿐 아니라 ‘파밍파밍 아케이드’도 관객의 적극적 참여가 있어야 기능한다. 관객이 전시장 내 설치물에 앉으면 가운데 조명이 상호 작용해 인원수와 위치에 따라 색 등이 변화한다. 관객은 휴식을 위해 전시장에 왔지만, 일종의 놀이노동을 해야 전시를 마음껏 즐길 수 있는 아이러니가 발생한다.

김형미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사는 “AI를 중심으로 이뤄지는 2020년대 자동화 사회의 생산과 소비 현장에서 인간 소외는 종종 일어난다. 기계조차 하지 않는 극한 저임금 노동을 오히려 인간이 대신하기도 한다”며 “랩삐는 미술관이라는 공간을 매개로 이런 동시대 현상을 가시화한다. 노동의 현장을 롤플레잉이라는 일련의 과정을 통해 동시대 인간의 노동 및 교환 가치의 현주소를 온몸으로 질문한다”고 설명했다.

관객이 전시장 내 설치물 '파밍파밍 아케이드'에 앉으면 가운데 조명이 상호 작용해 인원수와 위치에 따라 색 등이 변화한다. 사진=김금영 기자

김성희 국립현대미술관 관장은 “전시 현장을 둘러보면서 확실히 젊은 창작자들의 열기가 주는 에너지가 다르다고 느꼈다. 재미도 있었다. 코로나19 엔데믹 선언 이후 시대적 이슈와 사회적 현상에 대한 차제대 창작자들의 흥미로운 시선과 태도를 확인할 수 있는 자리”라며 “개인적으로는 1999년 설립된 비영리 대안공간 ‘사루비아다방’ 멤버, 2007년 설립된 예술창작 비영리단체 ‘캔 파운데이션’ 설립 멤버였던 경험이 있어 한국작가의 창의적 DNA를 오랜 시간 지켜봐 왔다. 국제적 무대 어디에 내놔도 부족함이 없는 작가들로, 그런 작가들의 열정과 노력이 현재 한국예술의 위상을 만들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예술 경계를 넘나드는 학제 간 협업을 목적으로 시작된 파격적 공모사업 프로젝트 해시태그가 어느덧 4회를 맞았다. 유망 창작그룹과 젊은 작가들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을 보이는 이런 프로젝트는 매우 중요하고, 국립현대미술관이 앞으로도 지녀야 할 덕목이라고 생각한다”며 “현대자동차의 지속적인 후원으로 구축된 중장기 파트너십이 있어 가능했다. 앞으로도 작가들에게 재능을 펼칠 수 있는 놀이마당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시는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서 내년 4월 7일까지.

< 문화경제 김금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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