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원석⁄ 2023.11.27 11:51:55
국내 100대 기업에 재직하는 일반 직원이 임원이 될 확률은 0.8%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국내 기업 중 임원이 가장 많은 삼성전자도 임원 명패를 받을 확률은 0.9%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27일 기업분석전문 한국CXO연구소는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2023년 100대 기업 직원의 임원 승진 가능성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전체 직원 중 등기임원(사내‧사외이사)을 제외한 미등기임원으로 한정해 이뤄졌다.
이에 따르면 올해 반기보고서 기준 100대 기업 전체 직원 수는 작년 동기대비 1만3104명(1.6%) 늘어난 84만6824명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미등기임원은 175명(2.5%) 증가한 7069명이었다.
이를 비교하면 올해 전체 직원 중 임원 비중은 119.8대 1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직원 120명 정도가 치열하게 경쟁하면 1명 정도만 겨우 임원 자리에 오를 수 있다는 얘기라고 CXO연구소는 설명했다.
100대 기업의 임원 1명 당 직원 수는 2011년 105.2명에서 2021년 131.7명까지 늘었다가 지난해 120.9명으로 다시 줄었다. 이에 0.95%이던 임원 승진 확률도 2021년 0.76%까지 내려갔다가 작년(0.82%)과 올해(0.83%) 0.8%대를 보였다.
CXO연구소는 “국내 100대 기업에서 임원으로 오를 수 있는 가능성이 1%를 넘긴 적은 2014년 조사 이후 단 한 번도 없었다”면서 “대기업에서 임원 타이틀을 달 수 있는 기회는 여전히 낙타가 바늘구멍 통과하기에 비유될 정도로 어렵다는 방증”이라고 평가했다.
기업별로 보면 현대코퍼레이션은 임원 1명당 직원 수가 13.4명으로, 직원이 임원으로 승진할 수 있는 확률이 100대 기업 중 가장 높은 7.5%였다. 이어 포스코홀딩스도 임원 1명당 직원 15.3명(6.5%)로 나타났다.
반면 미등기임원 숫자가 10명 이상 되는 기업 중에서는 기업은행의 임원 승진 가능성이 가장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올해 상반기 기업은행의 전체 직원 수는 1만3742명, 미등기임원은 15명으로 직원 916.1명당 임원 1명꼴이었다. 일반 행원으로 입사해 임원까지 오를 수 있는 가능성은 0.1% 수준인 셈이다.
비상장사여서 이번 조사 대상에서 빠지긴 했지만 ▲국민은행(임원 1명당 직원 453.8명) ▲하나은행(496.5명) ▲신한은행(637.2명) ▲우리은행(805.3명) 등 대형 은행도 임원 반열에 오를 확률은 0.1~0.2%대 수준에 그쳤다.
업종별로 임원 1명당 직원 수도 큰 편차를 보였다. 증권업종 회사들은 올해 직원 37.7명당 1명꼴로 비교적 임원 승진 경쟁률이 낮은 편이었다. 이 밖에 ▲무역(55.4명) ▲석유화학(70.3명) ▲보험(72.8명) ▲건설(88.5명) ▲금속철강(88.8명) ▲정보통신(99명) 업종 등도 경쟁률이 100대 1보다 낮았다.
반면 유통 분야는 직원 259.7명당 한 명 정도만 임원 명패를 다는 것으로 조사됐다. 유통업의 특성상 매장 직원이 다수를 차지하다 보니 일반 직원으로 입사해 임원까지 오를 수 있는 가능성은 다른 업종에 비해 낮았다는 설명이다. 이어 ▲항공해운(180.6명) ▲조선중공업(172.3명) ▲자동차(142.6명) ▲전기·전자(138.7명), 업종도 임원 승진 경쟁률이 100대 1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삼성전자의 미등기임원 1명당 직원 수는 107.7명으로, 임원 승진 확률 0.93%로 나타났다. 이어 ▲LG전자(117.5명) ▲현대자동차(151.8명) ▲SK하이닉스(164.4명) 순이었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소장은 “올해 연말‧내년 초 대기업 임원 승진자는 줄어들 가능성이 높아 2024년 인사에서 임원 승진 경쟁은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해질 것”이라며 “특히 AI 산업의 빠른 진화로 인해 경영 실적과 상관없이 금융업에서는 경영 효율성 차원에서 향후 직원수를 줄여나갈 가능성이 커져 임원이 될 가능성은 점점 더 희박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문화경제 한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