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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트렌드 키워드①] ‘요즘 남편, 없던 아빠’, 강좌·육아휴직 주인공 되다

과거 권위적 가장 벗어나 일·가정 균형 중시하는 아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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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762호 김금영⁄ 2023.12.19 10:36:30

2024년 소비 풍경을 이끌 10대 소비 트렌드 키워드 중 하나로 ‘요즘 남편, 없던 아빠’가 꼽혔다. 사진은 지난 11월 26일 2024학년도 수시모집 논술고사가 열린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자대학교에서 시험을 마친 수험생이 아버지와 함께 이동하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TV 예능 프로그램 ‘슈퍼맨이 돌아왔다’엔 아이를 돌보는 아빠가 등장한다. 또 다른 프로그램 ‘금쪽상담소’엔 육아 고충을 상담하는 아빠들이 보인다. 이젠 낯설지 않고 주변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모습이다.

 

가사 노동과 육아, 가족 관계의 균형점이 이동하면서 과거의 권위적 가장에서 평등한 동반자로 역할이 바뀌어 가는 ‘요즘 남편’, 자녀와 함께 시간을 보내기 위해 노력하는 ‘없던 아빠’들이 늘고 있다. 이들이 2024년 소비 풍경을 이끌 ‘10대 소비 트렌드 키워드’ 중 하나로도 꼽혔다.

 

홈플러스, ‘아빠 육아’ 중요성 커지자 아빠와 함께하는 강좌 확대

모델들이 서울 등촌동 ‘홈플러스 메가푸드마켓’ 강서점 문화센터에서 겨울학기 회원 모집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홈플러스

아빠와 아이가 함께 춤추는 EDM 댄스판티의 장이 펼쳐진다. 흥겨운 리듬에 신나게 몸을 흔들며 웃음꽃이 피어나는 이곳은 마트에서 운영하는 문화센터 현장이다.

홈플러스 문화센터는 12월 1일 겨울학기를 시작했다. 내년 2월 26일까지 진행되는 이번 겨울학기 강좌는 다양한 분야의 트렌드와 크리스마스 등 시즌 이슈를 반영해 영아부터 성인까지 온 가족이 즐길 수 있는 이색 프로그램이 가득하다.

특히 메인 테마가 눈에 띈다. ‘슈퍼 대디를 꿈꾸는 밀레니얼 아빠 필수 코스! 홈플 문센’으로, 2024년 트렌드 ‘요즘 남편, 없던 아빠(가정 중심 남성)’를 반영해 아빠와 함께하는 강좌를 확대 개설했다. 앞선 가을학기 대비 강좌 수를 28% 늘렸다.

기존 홈플러스 문화센터 주요 참여층은 여성 회원이었다. 홈플러스에 따르면 문화센터 전체 회원 중 85%를 영아·유아·초등 자녀를 둔 30~40대 여성층이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압도적이었다.

하지만 홈플러스 문화센터는 새로운 공략층으로 아빠 회원에 주목했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본지에 “홈플러스 문화센터는 2006년 ‘해피패밀리 프로젝트’를 시작으로, 현재는 ‘우리 가족 패밀리 클럽’이라는 타이틀 아래 아빠와 함께하는 강좌를 꾸준히 기획‧진행하고 있다”며 “최근 관련 TV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고, ‘2024 트렌드코리아’가 ‘요즘 남편, 없던 아빠’ 키워드를 발표하는 등 사회 전반에서 ‘아빠 육아의 힘’, ‘아빠 육아 참여도’의 중요성이 대두됨에 따라 각종 체험과 놀이는 물론 배움까지 유익한 다양한 콘텐츠로 아빠가 참여하는 강좌를 지속 확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홈플러스 문화센터는 ‘슈퍼 대디를 꿈꾸는 밀레니얼 아빠 필수 코스! 홈플 문센’을 진행 중이다. 사진=홈플러스

홈플러스는 강좌를 꾸리기에 앞서 문화센터 수강 이력이 있는 회원을 대상으로 모바일 설문, 개설 희망 강좌와 아이템 수요 조사 등을 진행하며 수요를 파악했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평일 저녁 또는 주말을 이용해 아빠와 함께 할 수 있는 프로그램 개설을 희망하는 요청이 많은 편”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의견들을 바탕으로 홈플러스는 이번에 아빠와의 특별한 하루를 제공하는 가족 이벤트 ‘EDM 키즈 댄스파티’, 아빠와 아이가 2인 1팀이 돼 협동심을 기를 수 있는 ‘트니트니 플레이 대디/바디’ 프로그램을 개설했다. 또한 ‘엄마 아빠와 함께 즐기고 배워보는 패밀리 데이’ 콘셉트에 맞춰 ▲셋이 한 팀 뒤뚱뒤뚱 펭귄 운동회 ▲아빠와 함께 존슨즈 베이비 마사지 ▲홈플러스 시그니처 과자로 만드는 크리스마스 과자집 등 체험 강좌도 진행 중이다.

의미 있고 독특한 경험을 중시하는 ‘경험소비’ 트렌드를 반영한 야외 답사 수업도 확대했다. 강의실 밖 외부 기관에서 아이들과 각종 체험을 할 수 있는 ‘우리 아이 안전 예방을 위한 각 시도 안전체험관 무료 체험’, ‘꿀벌과 곤충 생태 체험’, ‘귤‧딸기 등 인기 과일 농장 체험’ 등이 대표적이다.

이밖에 MZ세대 고객을 중심으로 불고 있는 위스키와 칵테일 열풍에 맞춰 다양한 상품 브랜드와 협업한 컬레버레이션 강좌 및 연말 홈파티 쿠킹 클래스도 마련하며 다양한 수요를 맞췄다.

지난 가을학기 기준 홈플러스 문화센터 내 아빠 참여 강좌 회원 비중은 올해 봄학기 대비 18%, 여름학기 대비 15% 늘었다. 사진은 홈플러스 서울 목동점 문화센터 모습. 사진=홈플러스

홈플러스 측은 “이번 강좌를 구성할 때 아빠가 아이의 수업 활동을 관망하지 않고 아이와 함께 ‘참여’하는 것에 중점을 뒀다”면서 “아이 입장에서도 아빠가 단순히 나의 ‘보호자’로 따라온 것이 아니라, 함께 참여하고 활동할 때 더 좋은 기억으로 남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강사와 강좌 기획 시 커리큘럼 속에 ‘아이의 활동/역할’, ‘아빠의 활동/역할’이 명확히 반영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인기가 높은 건 ‘신체놀이’ 강좌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아빠들의 활약이 가장 돋보이는 신체놀이 강좌를 비롯해 다양한 ‘체험놀이’ 및 ‘퍼포먼스 활동 놀이’들이 대체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며 “최근엔 외부 기관과 연계한 활동으로 아빠랑 신나는 축구‧권투‧군인놀이, 우리 가족 미니 운동회, 뚝딱뚝딱 목공놀이, 곤충체험, 농장체험, 숲체험, 직업체험 등도 주목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이번 겨울학기엔 신나는 EDM 클럽 음악에 맞춰 아빠와 댄스를 즐기는 EDM 댄스파티 강좌에 대한 반응도 눈에 띈다”며 “아빠와 아이가 함께 춤추며 땀을 흘리고 웃는 시간을 통해 그동안 쌓인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활동으로, 아빠와 함께 참여하는 아이들은 처음 접하는 낯선 경험에도 훨씬 도전적이고 즐겁게 반응하는 모습을 보여 부모의 만족도가 높다”고 덧붙였다.

트렌드를 미리 파악하고 일찌감치 대응한 홈플러스 문화센터에 대한 관심은 높아지고 있다. 지난 가을학기 기준 홈플러스 문화센터 내 아빠 참여 강좌 회원 비중은 올해 봄학기 대비 18%, 여름학기 대비 15% 늘었다. 홈플러스 측은 “가을학기 아빠 참여 강좌 기준 전국적으로 약 1만5000가족이 참여했으며, 현재 회원 모집 중인 겨울학기는 약 2만 가족 이상의 참여를 예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홈플러스 문화센터는 이 관심을 꾸준히 끌어간다는 계획이다. 홈플러스 측은 “아빠 육아 참여의 중요성을 믿고 꾸준한 기획과 커뮤니케이션으로 회원들의 참여를 도모한 점, 수업을 진행하는 여러 강좌 업체 및 강사들과 긴밀한 협의를 통해 인기 콘텐츠를 발굴한 점이 회원들의 관심과 호응을 이끌 수 있었다고 본다”며 “홈플러스 문화센터는 아빠 참여형 강좌 외 2024년 한 해 공동육아 확산을 위한 홈플 문센 연간 캠페인의 새로운 클래스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삼성·롯데 등 기업 문화에 스며들고 있는 남성 육아휴직

‘요즘 남편, 없던 아빠’ 트렌드에 맞춰 일·가정 양립을 중요시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사진은 지난 12월 10일 서울 강남구 세텍에서 열린 서울베이비키즈맘페어에서 예비 부모가 베이비 카시트를 살펴보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이처럼 ‘요즘 남편, 없던 아빠’ 트렌드에 맞춘 콘텐츠가 각광받는 건 일·가정 양립을 중요시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확산된 영향이다. 이는 기업문화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데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아빠들의 육아휴직’이다. 일부 대기업의 경우 아빠들을 대상에 포함시킨 ‘의무 육아휴직 제도’를 도입해 운영하는 등 사실상 ‘그림의 떡’이었던 과거와 달리 변화가 뚜렷하다.

삼성전자는 육아·난임 휴직제도,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 등을 일찍이 도입해 운영해 왔다. 사진은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 사진=연합뉴스

삼성전자는 육아·난임 휴직제도,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 등을 일찍이 도입해 운영해 왔다. 배우자 출산휴가는 15일(다태아는 20일) 유급휴가를 제공하며, 분할 사용할 수 있다. 육아휴직은 자녀 1명당 최대 2년을 2회 분할 사용할 수 있고, 만 12세 또는 초등학교 6학년 이하 자녀를 대상으로 쓸 수 있다.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는 만 12세 또는 초등학교 6학년 이하 자녀 1명당 최대 2년, 1시간 단위로 근무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 육아휴직과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을 합산하면 최대 3년 이내로 사용이 가능하다.

특히 남성 직원도 육아휴직제를 동일하게 사용할 수 있다. 부부가 함께 재직 시엔 동일 자녀에 대해 배우자와 육아휴직 기간을 겹치게 사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워킹맘을 비롯해 워킹대디를 위한 ‘리보딩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육아휴직 후 복직 시 희망 부서에 우선 배치해주고 재택근무도 지원해주는 내용이다.

롯데는 2017년부터 남성도 1개월 이상 의무적으로 육아휴직을 쓸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사진은 ‘롯데가족 한마음대회 2019’ 현장 모습. 사진=롯데

롯데그룹도 아빠의 육아 동참을 독려하고 있다. 2012년 여성 직원을 대상으로 출산휴가 사용 3개월 후 별도 신청 없이 육아휴직에 들어가는 제도인 ‘자동 육아휴직’을 도입해 운영해 온 롯데는 2017년부터 남성도 1개월 이상 의무적으로 육아휴직을 쓸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한 육아휴직 대상 직원에게 아빠가 되는 과정, 아빠가 되는 취지, 아이에게 우유를 주는 방법과 잠재우기, 놀이 방법 등을 교육하는 ‘대디스쿨’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이에 롯데 내 남성 육아휴직 문화가 안정적으로 자리 잡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롯데는 육아휴직 대상 직원에게 아빠가 되는 과정, 아빠가 되는 취지, 아이에게 우유를 주는 방법과 잠재우기, 놀이 등을 교육하는 '대디스쿨' 프로그램을 운영해 왔다. 사진=롯데

기성세대에겐 낯선 육아 마인드를 갖춘 ‘요즘 남편, 없던 아빠’들의 육아용품 구매도 늘고 있다. 온라인쇼핑몰 옥션이 2021년 1월부터 12월 말까지 판매량을 분석한 결과, 육아용품 카테고리 매출이 전반적으로 늘었는데, 성별로 분류했을 때 대다수 품목에서 남성 구매자 증가율이 여성보다 높게 나타났다. 옥션 측은 “과거와 비교해 가사와 육아에 참여하는 남성이 늘고, 남성 육아휴직이 활성화되면서 육아용품 시장에서 아빠들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요즘 남편, 없던 아빠’들이 늘며 육아휴직도 꾸준히 증가 추세다. ‘삼성전자 2023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임직원의 육아휴직자 수는 남성 1310명, 여성 3054명 등 총 4364명으로 나타났다. 특히 남성 직원 육아휴직자의 경우 2020년 856명에서 2021년 999명, 2022년 1310명으로 꾸준히 늘고 있으며 지난해 1000명을 처음으로 돌파했다. 육아휴직 후 복귀율은 남성 96.5%, 여성 98.9%로 집계됐다.

지난해 쿠팡 뉴스룸을 통해 공개된 쿠팡 배송직원인 쿠팡친구 박진식 씨의 인터뷰에 따르면, 그는 2018년부터 2021년까지 쿠팡에서 근무하는 사이 짧게는 3개월, 길게는 1년까지 총 세 번 육아휴직을 썼다. 사진=쿠팡

롯데에서는 2016년 180명에 불과했던 남성 육아휴직자가 2017년엔 1100명으로 늘었고, 지난해까지 8000여 명의 남성 직원이 육아휴직을 쓴 것으로 알려졌다. LG전자는 2021년 221명에서 지난해 283명으로, SK하이닉스는 107명에서 130명으로 남성 육아휴직자가 각각 늘었다. 육아휴직 종료 후 복귀한 남성 직원의 비율은 LG전자 86.5%, SK하이닉스 91.6%로 집계됐다.

이들은 일·가정 양립에 만족도를 드러내고 있다. 지난해 쿠팡 뉴스룸을 통해 공개된 쿠팡 배송직원인 쿠팡친구 박진식 씨의 인터뷰에 따르면, 그는 2018년부터 2021년까지 쿠팡에서 근무하는 사이 짧게는 3개월, 길게는 1년까지 총 세 번 육아휴직을 썼다. 박씨는 “스마트폰을 통해 연차 쓰듯이 육아휴직을 신청만 하면 1주일 안에 바로 처리된다”며 “과거 건설업계에서 근무할 당시엔 육아휴직을 사용하기 어려운 분위기였으나, 이직해 육아휴직을 부담없이 사용하면서 회사에 대한 만족도가 높아졌다”고 말했다.

기성세대에겐 낯선 육아 마인드를 갖춘 ‘요즘 남편, 없던 아빠’들의 육아용품 구매도 늘고 있다. 사진은 12월 10일 서울 강남구 세텍에서 열린 서울베이비키즈맘페어에서 예비 부모가 젖병 관리 설명을 듣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김난도 서울대 교수와 ‘트렌드코리아’ 시리즈를 매년도 발간하고 있는 전미영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연구위원은 지난 12월 14일 서울 조선호텔에서 열린 제267회 경총포럼에서 “최근 밀레니얼 세대 예비 신랑들은 결혼부터 스스로 외모, 경제력을 겸비하는 것은 물론, 자녀계획과 취미 취향의 일치 여부까지 꼼꼼하게 따져 배우자를 물색한다”며 “결혼 이후엔 가계경제와 가사 노동의 분담 이슈가 다뤄지는데, 적극적인 자세로 가사를 분담하고 본가와 처가를 잘 챙겨야 원할 때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전 연구위원은 이어 “아내, 남편 모두 일과 가정을 넘나드는 멀티 플레이어가 되면서 결혼, 출산, 육아는 더욱 고난도의 일이 되고 있다”며 “‘요즘 남편, 없던 아빠’는 최근 젊은 세대 사이에 커진 결혼, 육아에 대한 부담을 상징하는 용어이기도 하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우리 사회가 젊은 세대가 더 많이 결혼하고, 더 쉽게 아이를 낳아 기르고, 더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사회적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며 “어느 세대든 자신에게 주어진 여건 아래 최선을 다해 행복을 추구하는 만큼, 젊은 후속 세대의 노력을 응원하는 것도 중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문화경제 김금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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