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을 맞아 백화점들이 문화예술을 품은 전시의 장으로 변신하고 있다. 추운 날씨에 실내 활동 수요가 증가하는 가운데 다양한 콘텐츠로 보다 사람들의 관심을 끌겠다는 의도다.
신세계百, 다양한 지점 활용한 ‘미술과 만나는 연말’
신세계백화점은 다양한 지점을 활용해 ‘미술을 통해 만나는 연말’을 준비했다. 신세계백화점 측은 “한 해의 마지막에 설레는 기분을 더해줄 선물 같은 작품들로 특별하게 꾸몄다”고 설명했다.
광주신세계는 11월 24일부터 연말 기획전 ‘아트 홀리데이: 겨울의 온기’를 선보이고 있다. 일러스트·디자인·애니메이션 분야에서 활동하는 작가 9인의 회화 작품 총 70여 점을 선보이는데, 특히 이 가운데 5명이 지역 작가들로 의미를 살렸다. 작가 9인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각기 담아낸 겨울의 풍경을 선보인다. 눈 내리는 거리를 석판화에 그려내기도, 소박한 크리스마스 홈파티를 디지털 페인팅에 담아내기도 한다.
대표 작품은 유명 예능 프로그램 일러스트 작가 드로우주의 ‘따스한 손길(2022)’이다. 크리스마스 트리 옆 백발의 할아버지가 할머니의 머리를 빗겨주는 모습을 담은 디지털 페인팅 작품으로, 보는 이들의 마음도 따뜻하게 한다.
대전신세계 아트앤사이언스(Art & Science)는 11월 24일부터 12월 31일까지 ‘연말기획: 환상여행’ 전시를 연다. 조명과 반사 유리 등을 활용한 독특한 설치 작품을 선보이는 박현곤 작가, 시공간을 넘는 초현실주의를 추구하는 유선태 작가, ‘가방’을 소재로 작품 세계를 펼치는 차민영 작가 3인의 작품들로 꾸며졌다.
전시 외에도 다양한 콘텐츠를 더했다. 포스트잇에 올 한 해를 보내는 자신에게 메시지를 남겨 전시장 내부 벽에 붙이는 ‘2023년 나에게 한마디!’, 자신만의 크리스마스 장식품을 만들어보는 키즈 아트클래스 등 고객 참여 프로그램이 마련됐다.
신세계 센텀시티점에서는 11월 20일부터 내년 1월 14일까지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Seen and Unseen)’ 전시를 선보인다. 부산 출신의 설치 예술가 정혜련, 노주련 작가의 2인전으로 펼쳐지는 이번 전시는 갤러리 공간과 조명을 활용해 따스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것이 특징이다.
대표작으로는 정혜련 작가의 ‘US2’, 노주련 작가의 ‘화이트 큐브(White Cube) I, II, III’가 있다. US2는 수십 개의 플라스틱이 연결돼 구성된 작품이며, 화이트 큐브는 유년의 기억을 에어벌룬으로 표현한 조형물이다. 추운 겨울, 고객이 따스한 분위기의 작품 속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의 소중함을 생각하며 또 하나의 추억을 쌓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연말을 맞이해 고객이 소중한 이들과 따뜻한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다양한 볼거리와 콘텐츠를 마련했다”며 “앞으로도 고객에게 힐링과 추억의 시간을 전하는 다채로운 테마의 전시를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롯데百, 미술과 와인 어우러지는 컬래버 프로젝트 전시
롯데백화점은 에비뉴엘 잠실점 6층 롯데갤러리에서 12월 20일부터 내년 2월 14일까지 아트X와인 컬래버 전시회 ‘건배(Santé! Cin Cin! Cheers!)’를 연다. 전시 제목은 프랑스어, 이탈리아어, 영어로 건배를 뜻하는 단어의 조합으로, 예술과 와인의 만남을 통해 행복한 순간이 되기를 바라는 의미를 담았다. 박선기, 하태임, 최태훈 작가가 참여해 와인을 테마로 한 전시를 구성했다.
롯데백화점 측은 “미술과 와인 모두 깊은 풍미와 역사를 지니고 있고, 취향에 따라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세계가 있다는 공통점에서 기획됐으며, 롯데백화점의 소믈리에들과 롯데갤러리에서 세계 각지의 와이너리와 이들과 가장 잘 어울리는 작가와의 협업을 성사시켰다”고 설명했다.
전시회는 유럽의 와이너리를 여행하는 것처럼 와인이 만들어지는 여정을 따라 세 작가의 작품을 차례로 감상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여정의 시작은 최태훈 작가다. 기성품 위에 부어진 우레탄이 부풀면서 제각기 다른 형상을 갖추게 되는 소조 작업을 통해 오크통 안에서 포도의 효모가 끓어올라 발효되는 와인의 첫 단계를 보여준다. 발효의 과정을 거치고 나면 이어서 숙성을 거치며 영롱한 와인 고유의 색깔이 빚어진다.
색채를 겹겹이 쌓아 올려 만든 하태임 작가의 작품은 이와 같이 각양각색의 색으로 숙성되어가는 와인의 모습과 닮아있다. 마지막으로 만나게 되는 박선기 작가의 작품은 자연이 문명으로 변화하는 와인 제조의 마지막 단계와 같다. 포도의 발효 결정체가 와인이 되는 것처럼, 자연에서 숙성되고 산화된 숯이 원근법적 질서 속에서 예술 작품으로 재탄생한다.
특히, 이번 전시는 관객의 참여로 완성된다. 박선기 작가의 작품은 관객들이 공간속에 들어가 작품 사이를 거닐며 직접 3차원의 공간을 경험할 수 있다. 또한, 전시장 한켠에 마련된 다이닝 테이블에 앉아 세 작가의 작품을 함께 감상하며 와인과 예술의 세계가 만나는 접점을 느껴볼 수도 있다.
전시를 기념해 롯데갤러리는 롯데백화점 소믈리에와 협업해 박선기, 하태임 작가의 한정판 아티스트 컬래버 레이블 와인도 출시한다. 이탈리아에서 유학한 박선기 작가와 이탈리아 피에몬테 지역의 미켈레 키아를로 와이너리를, 프랑스에서 유학한 하태임 작가와 프랑스 보르도 지역의 앙드레 뤼통 와이너리를 매칭했다. 각 와인의 레이블에는 박선기 작가의 드로잉 작품 ‘마이애미’와 설치 작품 ‘화분’ 그리고 하태임 작가를 대표하는 ‘컬러밴드’ 작품 이미지가 각각 프린트 됐다.
특히 전시에 앞서 11월 선출시된 박선기 와인은 당초 3000병 한정판으로 출시됐으나 호응에 힘입어 1000병 추가 생산한다. 하태임 와인은 12월 20일 전시 오프닝에 맞춰 출시된다. 와인은 전국 롯데백화점에서만 만나볼 수 있다.
이번 프로젝트를 기획한 롯데백화점 아트콘텐츠실 관계자는 “이번 전시를 통해 예술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와인의 세계로, 와인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예술의 세계로 각자 취향의 스펙트럼을 넓힐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기획 의도를 밝혔다.
현대百, 아이들과 직접 체험하는 전시
현대백화점이 운영하는 현대어린이책미술관은 아이들이 흥미를 느낄 수 있는 전시들을 마련했다.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에 위치한 현대백화점 판교점 5층 현대어린이책미술관 전시실 1, 2에서 ‘곰곰이와 찬찬이’ 전시를 내년 2월 18일까지 연다.
곰곰이와 찬찬이는 무심코 보면 놓칠 수 있지만 곰곰이 그리고 찬찬히 집중해서 보면 발견할 수 있는 작은 것들의 의미를 담은 전시다. 강보라·김영섭·이경미·차민영·함진 5명의 작가가 참여해 ‘작다’는 의미와 연결되는 4가지 단어 ‘조그맣다’, ‘좁다랗다’, ‘나직하다’, ‘촘촘하다’가 연상되는 현대미술 작품 26점을 선보인다.
특히, 이번 전시는 체험형으로 진행돼 관람객은 작품을 돋보기, 망원경, 현미경 등으로 확대해 관람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전시 연계 교육도 마련했다. 교육 프로그램은 다양한 재료로 항아리를 만들고 그 안의 소리를 들어보는 ‘귀를 기울이면’, 여행 가방에 가고 싶은 장소를 담고 작은 틈 사이로 들여다보는 ‘미니 트렁크 백’, 10cm 크기의 작은 세계를 만들어 보는 ‘아주 작은 세계’ 등과 같은 다양한 예술 창작 콘텐츠로 구성했다.
경기도 남양주시 다산신도시에 위치한 현대프리미엄아울렛 스페이스원 3층 모카(MOKA) 가든에서는 이탈리아 출판사의 도서 시리즈를 소개하는 ‘16분의 1’ 전시가 내년 2월 26일까지 연다. 이번 전시는 그래픽 디자이너, 사진가, 화가 등의 작품을 다루는 아티스트북으로 유명한 이탈리아 출판사 꼬라이니의 작품 80권을 선보인다.
‘운 세디체시모(Un Sedicesimo, 16분의 1)’를 테마로 인쇄기에서 사용하는 종이를 접고 절단해 16장으로 만든 작은 책자를 전시한다. 특히, 서울과 베를린에서 활동중인 김영나 그래픽 디자이너와 이에스더, 안상수, 진앤박 등 국내 아티스트들의 작품도 관람할 수 있다.
현대어린이책미술관 관계자는 “종이 한 장을 16분의 1로 나눠 낭비를 최소화하는 레이아웃과 17×24cm의 동일한 사이즈로 만든 책자를 통해 관람객들이 다양한 이미지를 상상하고 아이디어를 도출할 수 있는 전시를 기획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 문화경제 김금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