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62호 김예은⁄ 2023.12.26 16:36:59
17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공동주택 실거래가격지수(실제 거래된 주택 실거래 가격을 이전 거래 가격과 비교해 지수화한 지표)에 따르면 올해 10월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격지수는 전월 대비 0.08% 하락했다. 서울 공동주택 실거래가격지수는 지난해 누적으로 22.07% 떨어졌지만, 올해 1월부터 9개월째 상승하며 총 13.42%가 올랐다. 오름세를 지속할 줄 알았던 공동주택 가격이 올해 10월 처음으로 하락세로 전환되자, 시장에선 이른바 ‘더블딥’(가격 하락 후 조정 기간 뒤 재차 하락하는 현상) 국면에 접어드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됐다.
매수 심리 역시 급격히 위축됐다. 회복세를 나타내던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연초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 집계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거래량(계약일 기준)은 지난 10월부터 하락 전환해 올해 11월 1792건을 기록했다. 올해 1월 1412건 이후 10개월 만에 최저치다.
주택 시장의 급작스러운 하락 전환은 정부가 올 1월부터 9억 원 이하 주택 구입에 제공해 온 저리의 정책대출이 중단된 여파로 분석된다. 정부가 9월 말 특례보금자리론 일반형 (6억~9억 원) 대출을 중단하자 6억~9억 원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10월부터 급감세를 나타냈다. 내년 1월엔 특례보금자리론 우대형(6억 원 이하) 대출도 중단되며 이에 따른 시장 냉각기가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고금리와 경기 침체 우려 등으로 관망세가 지속되는 가운데도 거래 자금이 움직인 요인은 곳곳에 존재했다. 특히 빼놓을 수 없는 이슈는 수도권 30분 출퇴근 시대를 여는 광역급행철도 GTX의 개통이다. 내년 3월 말 첫 개통을 앞둔 GTX-A 주요 역은 역사 인근으로 수요자들이 몰려들며 시장 하락 국면에서도 두드러진 활황세를 나타내고 있다. 대표적으로 GTX-A 동탄역 인근의 ‘동탄역 롯데캐슬’ 전용면적 84㎡ 타입은 지난 10월 16억2000만 원의 신고가를 기록했다. 2017년 말 분양 가격보다도 3배 이상 뛴 가격이다. GTX 인근 부동산이 들썩이자 개통을 앞둔 GTX-A 노선 이외에도 착공을 앞둔 GTX-B, C 노선까지 시장의 기대심리가 모이고 있는 양상이다.
이처럼 현재 부동산 시장은 시장 침체를 우려하는 일선 전문가들의 견해와 상승 기대가 점철된 채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2024년을 앞두고 변화되고 있는 시장에서 부동산 예비 수요자들은 어떠한 물건지로 향해야 하는지, 향후 부동산 국면의 향방을 이상우 인베이드투자자문 대표를 통해 알아본다.
GTX 신규 노선 기대, 유효 자금 어디로 향하나
- 내년 3월 개통을 앞둔 GTX-A가 지나는 역세권 아파트값은 억 단위로 상승 거래되고 있다. 이에 구리, 오산, 천안 등 GTX 신규 추가 노선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는데, 신규 택지에 대한 사전 투자 전략은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
"GTX가 개통하면 주변 부동산이 수혜를 보는 것은 맞습니다. 단, 착공되지 않은 신규 노선의 경우 대상지가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미리 움직이는 건 위험합니다. 철도는 계획과 다르게 예상되는 지점에 착공이 현실화하지 않거나 시점이 미뤄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조급하게 접근하지 않으셔도 되며, 착공 후에 사셔도 충분합니다. 장기적 관점에서 착공 후 진입해 개통 전후의 가격 상승 유익을 향유하는 것이 적절한 철도 인근의 부동산 접근법입니다."
- 2028년 이후 GTX 완공에 따라 수도권이 메가시티가 현실화된다면 부동산 시장은 어떻게 변화될까?
"서울시 지하철과 마찬가지로 GTX가 광역 메가시티 철도로 자리매김하며 GTX가 위치한 지점까지 메가시티가 현실화될 것입니다. 도시는 교통수단의 연결로 물리적인 거리가 아닌 절대적인 시간으로 형성이 되는 것이기 때문이죠. 교통수단으로 정시성을 확보해서 20분, 40분 각각 걸리는 위치가 어디인가에 따라서 부동산 가격은 그에 연동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 메가시티화가 되면 수도권 외곽 영역까지 신규 개발들이 더 확대되진 않을지?
"과거에는 그러한 판단이 유효했지만, 인구가 점차 줄어드는 현 국면에서는 서울 중심의 발전이 더 심화할 것이라고 전망합니다. 시는 결국 인구수에 따라 인구가 모이는 곳을 중심으로 개발이 이루어지기 때문이죠."
-GTX 확장에 따라 가장 수혜지로 평가되는 곳은 어디인가?
"역설적으로 최고 수혜는 서울에 생기는 신규 GTX역 인근 부동산이 될 것입니다. 예를 들면 양재역과 같은 곳이죠. GTX가 생길 경우 이 역들은 서울 내에서도 이동이 더욱 빨라지게 됩니다. 현재 다들 경기도에 생기는 신규 역들을 중심으로 보시는 경향이 있는데 막상 GTX는 서울에 생기는 역들이 장기적으로 더 큰 수혜를 누릴 가능성이 큽니다. 물론 환승역인 서울역, 청량리, 삼성역 3개 역이 가장 높은 수혜가 예상되며, 꼭 이 3개 역이 아니더라도 서울 시내에 생기는 신규 GTX역들을 중심으로 보실 것을 권합니다."
- 서울 시내의 부동산은 아무래도 곧바로 진입하기 힘드니 첫 스텝으로 수도권부터 접근하는 경향도 있는데?
"많은 분들이 그렇게 접근을 하시지만 앞으로는 저출산 문제가 불러올 부동산 시장 변화에 주목해야 합니다. 결과적으로 인구 감소 국면이 심화되면 부동산 시장의 양극화는 더욱 심화될 것이고, 수도권과 서울 중심지의 부동산 가치 격차는 더욱 커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부동산 양극화의 시대, 인구 변화에 맞는 전략 설계 필요
- 서울 시내에서 아직 저평가된 물건이란 어떤 조건을 의미하는지?
"수도권 신도시가 주는 편의와 도심의 구도시 환경에서 일정 불편을 감수한 미래 가치에 대한 투자 중 어떤 것에 비중을 둘 것인가는 개인 기호의 문제입니다. 다만, 수도권 신도시에서 누릴 수 있는 것을 서울의 동일하게 하려고 한다면 가격은 3배가 돼야 하므로, 서울에 빠르게 진입하기 위해서는 일정 부분의 가치는 포기해야 하는 트레이드 오프 전략을 감수해야 합니다.
서울 내에서도 저평가된 물건이란, 역과 인접하는 등의 입지적 가치는 우수하나 건물이 오래되었거나 유명하지 않은 건설사가 지은 아파트로 상품성이 떨어지는 곳 혹은 나홀로 아파트 등을 꼽을 수 있습니다. 물론 이런 조건의 물건들이 다 투자가치가 높다는 의미는 아니며 역에서 가깝거나 주변 제반 요건이 좋다면 그런 것도 검토해 보실 것을 권합니다."
- 주변 제반 요건을 따질 때 중요한 요소는 무엇인가?
"먼저 교통 편의성, 즉 지하철역과의 인접성은 기본 요건입니다. 다만, 최근 신규 역사 개통으로 역세권 지역이 늘어나는 가운데 그들 중에서도 좋은 학군을 갖춘 ‘초품아’와 ‘병품아’ 요건을 두루 갖춘 지역이 결국 이상적인 상급지가 될 것입니다.
최우선 요건으로 아이를 키우기 좋은 지역이 상급지로 평가됩니다. 특히 ‘초품아’ 요건을 갖춘 지역들 중에서도 학생들의 수가 점차 증가되는 성장 학군인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현재 저출산이 심화되며 수많은 학군들 가운데도 아이들이 몰리는 특정 학군을 중심으로 지역의 미래 가치가 선별되는 국면에 진입해 있습니다. 결국 인구가 감소할수록 학생들의 수요가 집중되는 몇몇의 우수 학군지들만 살아남게 되는 것이죠. 서울 내에 우수 학군의 부동산 가치가 이를 방증하는 지표입니다. 서울 이외에 수도권 내에서는 수원 광교, 성남 판교, 화성 동탄 등이 이러한 요건을 갖춘 신도시이자 상급지로 평가되며, 수도권 신도시의 주축으로 성장해 왔습니다.
또한 최근 맞벌이 부부가 증가하며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부모를 대신해 아이들을 돌봐주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죠. 이들 부모 세대를 위해 집에서 걸어서 갈 수 있는 인접 거리에 대형병원을 갖추고 있는지를 판단하는 ‘병품아’ 요건도 점차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습니다."
-전세가격 상승이 위험 요인으로 꼽히고 있는데 지속적인 전세가격 상승은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
"전세가격 상승은 거주 비용이 올라가고 있다는 것이죠. 통상적인 물가 상승 속도보다 전세가격이 더 빠르게 올라가게 되면, 주택 시장의 수급이 맞지 않는 문제를 야기시킵니다. 여기에 신축 분양가 인상 기조가 이어지며 수급 불균형은 더욱 심화되고 있죠.
문제는 건설 시장의 공급 역시 감소 국면에 있기 때문에 향후에는 지금보다 더 수급이 맞지 않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최근 건설경기 부진을 비롯해 건설 환경의 변화로 주택 건설의 소요 기간도 점차 길어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수급 불균형은 장기적으로 매매가격의 상승을 불러오게 됩니다."
-우리나라가 개발하는 시기에서는 부동산 전망이 좋았지만 이제 저개발 시대로 들어선 만큼 부동산 시장이 과거만큼 성장하지 못할 것이다 라는 관점은 어떻게 평가하는지?
"자산이 축적되고 규모가 커질수록 그 자산들을 안전 축으로 옮기려는 수요가 발생합니다. 그렇게 안전을 지향하는 과정에서 제일 선호되는 건 결국 부동산이죠. 그 부동산 중에서도 상급지의 가치는 더욱 각광받으며 이들을 중심으로 가치가 상향하는 구조는 지속될 것입니다."
- 내년 주택 시장을 비교적 낙관하고 있는데 PF금리, 미분양주택 이슈 등의 잠재 위험이 집값 하락을 불러올 것이란 관점은 어떻게 평가하는지? 시장에서는 2018년 가격을 저점으로 인식하는 관점도 있는데.
"현재 고금리 국면에서 여전히 집값 하락에 대한 우려가 시장에 팽배하고, 이것이 현재 시장을 위축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다만, 앞서 지적한 부동산 수급불균형의 확대뿐 아니라 현재 대두되는 시장 우려 목소리가 과대 평가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점검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현재 대두되고 있는 PF 이슈의 경우, 정부에서는 내년 경기 안정화를 도모하고 신규 성장 모멘텀을 확보하기 위해서 시장의 우려대로 해당 이슈가 시장에서 확산되도록 관망하지 않을 것입니다. 물론 일부 부실채권의 경우 정리되는 수순을 밟을 순 있지만 이것이 주요 금융사의 위기로 번지지 않도록 정책 당국에서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으며, 적절한 사전 대응에 나설 것으로 예상합니다. 결국 PF 국면 심화는 역으로 정부당국이 금리 인하 시점을 앞당기게 하는 촉매제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이 밖에도 시장에서 2018년부터 나타난 부동산 가치 급등으로 현재 부동산 가격에 거품이 과하게 개입된 것이 아닌가 하는 인식이 다수인 것도 사실입니다. 이에 따라 일부 오버슈팅 가격의 경우 작년 2월부터 주택 매매 가격이 하락 전환되며 일부 가격 조정이 이루어져 왔습니다. 다만, 현재 단계에서 경계해야 할 사항은 그동안의 주택 가격 상승폭 전체를 실체가 없는 가격 거품으로 치부하는 시각입니다.
주택 가격이 상승해온 기간동안 물가 역시 높은 상승율을 기록해왔으며, 무엇보다 주요한 변화는 노동자의 평균 임금 수준이 상향 평준화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입니다.(국세청이 12월 20일 발표한 ‘2022년 국세 통계’에 따르면, 근로자의 평균 총급여액은 4213만 원으로 2018년 기록한 3647만 원에 비해 15.52% 증가했다. 연봉 1억원을 초과한 근로자 역시 131만7천명으로 1년 전보다 17.3% 늘었다. 국내 억대 연봉자는 2018년 80만2천명부터 매년 증가해 2021년 처음 100만명을 돌파한 112만3천명을 기록했다.) 특히, 주택 가격이 치솟았던 코로나 시기는 양적 완화 국면으로 당시 주식과 코인을 비롯해 수많은 자산의 가치가 우상향했습니다. 같은 기간 개인의 소득 수준도 높아졌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됩니다. 소득 수준의 증대는 결국 주택 가치 상승과 연동되죠. 또한 한번 오른 소득이 떨어지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할 때, 부동산의 높은 가치를 거품으로 치부하고 막연히 2018년 수준으로 하락할 것이란 부정적 전망에만 기대선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문화경제 김예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