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63호 김응구⁄ 2024.01.03 13:01:06
청룡(靑龍). 갑진년(甲辰年)은 푸른 용의 해다. 오행(五行)에서 갑은 푸른색이고 진은 용이다. 용은 십이지(十二支) 가운데 유일한 상상 속 동물이다. 그 어떤 해, 그 어떤 동물보다 스토리나 이미지가 화려하다. 얼른 떠오른 생각 하나. “패키지 디자인으로 이만한 건 없겠네.”
새해 아침, 청룡을 내세운 술들이 금주(禁酒) 결심을 흔들고 있다. 올 한 해 승천을 꿈꾸며 보란 듯 청룡으로 감싼 술들을 소개한다.
푸른 용 닮은 증류주 ‘화요53 청룡 에디션’
화요는 푸른 용의 해를 맞아 ‘화요53 청룡 에디션’을 한정 출시했다.
화요의 제품군 중에선 알코올도수가 가장 높은 53도이며, 진한 하드 리쿼(hard liquor) 타입의 증류주다. 감압증류(減壓蒸溜) 방식으로 제조하며, 인공 첨가물 없이 100% 국내산 쌀을 사용해 만든다. 묵직하고 단단한 바디감, 잘 익은 과실 향, 꽃 향 같은 풍부한 아로마 등이 특징이다.
화요 관계자는 “용은 십이지신(十二支神) 중 유일한 상상의 동물로, 오래전엔 왕의 집무복(執務服)에만 수놓는 등 영화로움의 상징으로 쓰였다”고 말했다. 이어 “청색은 하늘, 땅, 바다 모두를 아우르는 자연의 색”이라며 “도자기의 우아한 곡선을 재현한 블랙 주병에 지혜와 힘, 번영과 고귀함, 새로운 시작과 희망을 상징하는 청룡의 이미지를 담았다”고 설명했다.
750㎖ 용량이며 광주요 직영점(이천센터점·한남점), 대형마트(이마트·롯데마트·홈플러스), 스마트오더(GS25·CU·데일리샷)에서 구매하면 된다.
한국 시장에만 선보이는 ‘디아블로 청룡 와인세트’
편의점 이마트24는 청룡을 콘셉트로 한 와인 ‘디아블로 청룡 에디션’을 선보였다. 오직 한국 시장만을 위해 만든 와인세트다.
상품은 ‘디아블로 카베르네 소비뇽 청룡 에디션’ 750㎖와 ‘디아블로 인텐스 레드’ 750㎖ 등 와인 두 병과 점신 행운 부적으로 구성했다. 라벨은 용 이미지와 단청 문양으로 디자인했다.
디아블로(Diablo)는 스페인어로 ‘악마’라는 뜻이다. 이 와인의 정식 브랜드명은 ‘까시예로 델 디아블로(Casillero del Diablo)’다. 그대로 풀이하면 ‘악마의 셀러(와인저장고)’라는 의미다. 칠레의 유명 와이너리 콘차 이 토로(Concha y Toro)가 생산한다.
이마트24는 매년 그 해를 상징하는 동물을 활용해 상품과 마케팅을 선보인다. 이에 대해선 “고객들의 호기심과 관심을 끌어내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마트24 관계자는 “청룡에 관한 스토리와 친근한 캐릭터는 고객들에게 주목받을 수 있고, 또 연초에만 구매할 수 있는 희소성 때문에 큰 관심을 얻는다”고 말했다.
4950병 한정 수량 濠 ‘킬리카눈 드래곤 쉬라즈’
롯데칠성음료는 갑진년을 시작하며 ‘킬리카눈(Kilikanoon) 더 드래곤 쉬라즈’를 내놓았다. 쉬라즈(Shiraz)는 레드와인 포도품종이다. 호주 등 와인 신대륙에선 이렇게 발음하지만, 유럽에선 시라(Syrah)로 부른다. 향신료 향과 타닌 맛이 강렬한 게 특징이다. 알코올도수는 14.5도. 4950병 한정 수량이다.
이 와인은 롯데칠성음료가 청룡의 해를 기념하고자 호주의 프리미엄 와이너리 킬리카눈과 공동으로 기획해 선보였다. 라벨에는 갑진년의 천간(天干) 색인 푸른색과 지지(地支) 동물인 용 그림이 잘 어우러져 있다. 용 디자인은 경복궁 근정전(勤政殿)의 청룡 부적(국립고궁박물관 소장)을 모티브로 삼았다. 동쪽을 수호하는 사방신(四方神)인 용은 예로부터 화재와 액운을 막고 궁(宮)을 수호하며 행운을 가져다주는 존재로 여겼다.
1997년 설립한 킬리카눈은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혁신과 발전을 거듭하며 성장해온 와이너리다. 세계적인 와인 비평가 로버트 파커(Robert Parker)가 “호주에서 가장 눈부신 발전을 이룬 와이너리”로 소개하기도 했다.
롯데칠성음료 관계자는 “2024년 청룡의 해를 상징하는 와인 ‘킬리카눈 더 드래곤 쉬라즈’를 새롭게 선보인다”며 “아는 사람들을 위한 새해 선물, 특히 설 명절 선물로 적극 추천한다”고 말했다.
롯데칠성음료 측은 이 와인이 각종 고기류, 스테이크, 숙성 치즈, 구운 채소, 매운 음식과 잘 어울린다고 조언했다.
승천하는 용의 기운 담은 프리미엄 증류주 ‘용소주’
편의점 세븐일레븐은 힘차게 솟아오르는 용의 기운을 담은 프리미엄 증류주 ‘용소주’를 판매한다.
알코올도수 25도로 목 넘김이 부드러운 ‘용25’와 41도로 화사하고 강렬한 ‘용41’ 두 가지다. 선물용 패키지 상품으로 출시해 소장가치도 높였다.
용소주는 강원도 홍천의 홍천강을 모티브로 삼아 만들었다. 이 제품을 개발한 두루양조장의 주인장 내외는 “용맹한 용을 연상케 하는 굽이치는 홍천강에서 영감을 얻어 개발했다”고 말했다. 부부는 고품질 전통주를 개발하고자 양조학 석사학위를 수료하고 10여 년간 귀농 교육도 받았다. 홍천에서 직접 농사지은 원료로 누룩과 효모를 연구했으며, 이를 토대로 용소주까지 만들어냈다.
아스파탐이나 스테비아 같은 인공 감미료를 사용하지 않았으며, 그런 만큼 쌀 본연의 자연스러운 단맛을 낸다는 게 양조장 측 설명이다. 증류 과정에서 직접 열을 가하지 않고 간접 가열해 그을린 냄새가 나지 않는 것도 특징이다.
세븐일레븐 음료주류팀 김재선 MD는 “용의 해를 맞아 하늘로 승천하는 용의 기운을 담은 프리미엄 증류주를 새롭게 선보이며 다시 한번 도약하는 기회를 모색하고자 한다”면서 “올해는 다양한 프리미엄 전통주를 적극적으로 출시하며 세븐일레븐만의 차별화 상품을 지속적으로 개발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세븐일레븐은 2023년 한 해 동안 증류주 10여 종을 선보였다. 특히 1월 1일부터 12월 20일까지 증류식 소주 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70% 신장했다.
朝鮮 청화백자 연상케 하는 ‘느린마을막걸리 청룡 에디션’
배상면주가 역시 2024년을 맞아 ‘느린마을막걸리 청룡 에디션’을 한정판으로 선보였다.
“새해를 맞아 청룡의 힘찬 에너지를 이번 한정판 디자인에 담았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그 말처럼 푸른 용 문양이 느린마을 BI(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감싸 안는 모습이 눈에 확 들어온다. 언뜻 보면 조선시대 청화백자를 연상케 한다.
느린마을막걸리는 배상면주가를 대표하는 술이다. 회사 관계자는 “인공 감미료를 넣지 않아 시간 흐름에 따라 당도(糖度), 산도(酸度), 탄산이 자연스럽게 변화하며 생기는 네 가지 맛, 즉 ‘맛의 사계절’을 오롯이 느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배상면주가에 따르면 ‘봄맛’인 1~5일 제품은 신선·달콤한 향과 부드러운 목 넘김이 특징이다. ‘여름맛’인 6~10일 차에는 가벼운 탄산감과 균형 있는 당도·산미가 느껴진다. ‘가을맛’인 11~16일 차는 당도가 서서히 떨어지면서 탄산이 가장 도드라지는 시기다. ‘겨울맛’인 17일 이후에는 강한 산미와 쌉싸래한 맛이 느껴진다.
이를 확인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제품 뒷면 라벨의 정보무늬(QR코드)를 스마트폰으로 스캔하면 느린마을막걸리의 숙성 일자를 바로 확인할 수 있다.
용띠 무학 최낙준 대표, 올해 하늘 높이 비상할까?
올해 비상을 꿈꾸는 주류업계 용띠 CEO(최고경영자)는 누가 있을까. 부울경(부산·울산·경남)을 기반으로 하는 무학의 최낙준 대표이사가 있다. 최 대표는 최재호 회장의 장남으로 2022년 1월 각자대표제로 전환하면서 대표이사에 선임됐다.
지난해 7월 5일 최 회장은 무학 지분 15%를 최 대표에게 증여했다. 이에 따라 최 대표의 무학 지분율은 0.04%에서 15.04%로 늘었고, 최 회장의 지분율은 기존 49.78%에서 34.78%로 줄었다. 이로써 최 대표는 최 회장에 이어 무학의 2대 주주로 올라섰다.
1988년생인 최 대표는 미국 유학 후 경남은행 재무기획부에서 근무하다 2015년 3월 무학 마케팅사업본부장으로 입사했다. 이후 글로벌사업부장, 마케팅사업본부장, 수도권전략본부장, 경영지원부문장 등 주요 요직을 두루 거쳤다. 2018년엔 경영지원부문 사장으로 승진했고, 2020년 4월 무학의 조직개편 과정에서 총괄사장으로 승진하며 단독대표체제로 전환됐다.
초고속 승진을 이어왔지만, 새로운 해를 맞은 최 대표의 어깨는 더욱 무거울 전망이다. 국내 소주 시장에서 하이트진로의 ‘참이슬’과 ‘진로’의 아성은 굳건하고, 롯데칠성음료는 ‘처음처럼’과 제로 슈거 소주 ‘새로’로 약진 중이다. 안방 시장(부울경)에 이들의 ‘침공’이 만만찮고, 게다가 지역 경쟁사인 대선주조와도 계속 힘겨루기를 해야 한다.
무학은 ‘파격’과 ‘혁신’으로 때마다 돌파구를 마련했다. ‘소주=25도’라는 공식이 지배적이었을 때 1995년 23도짜리 ‘화이트’를 내놓으며 출시 1년 만에 1억 병을 팔아치웠다. 2006년에는 최초의 저도(低度) 소주인 16.9도짜리 ‘좋은데이’를 출시했다. 손으로 돌려 따는 병뚜껑을 도입한 것도 무학이 처음이다. 예견이나 한 듯 2019년에는 무가당 소주인 ‘딱 좋은데이’를 선보인 데 이어 2021년에는 16.5도로 리뉴얼한 ‘좋은데이’를 내놓기도 했다.
무학은 컬러 마케팅을 도입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2015년 좋은데이에 다양한 천연 과일 과즙을 첨가하고, 그 과일 색에 맞춰 레드·옐로우·블루 등의 이름을 붙인 컬러 시리즈로 인기를 끌었다.
청룡의 해에 용띠인 최 대표의 어깨는 무겁겠지만, 이 같은 성공 사례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그이니 학(鶴)과 용의 만남을 누구보다 반길 것이 분명하다.
푸른 용이든 붉은 용이든 결실 얻는 한 해 되길
‘화룡점정(畵龍點睛)’이 생각난다. 중국 남북조(南北朝)시대 양나라 화백 장승요(張僧繇)가 금릉(金陵·난징)의 한 사찰 벽에 용 네 마리를 그렸다. 가만 보니 눈동자는 그리지 않았다. 주변 사람들이 왜 안 그리냐고 묻자, “그러면 용이 하늘로 날아간다”고 했다. 사람들이 믿지 않자 네 마리 중 두 마리에 눈동자를 그려 넣었다. 용 두 마리는 곧바로 승천했다.
진짜 그랬을 리 없지만 ‘가장 중요한 부분을 끝내고 완성하다’는 뜻을 강조할 때 자주 사용하는 말이다. 바라건대, 올 한 해 어떤 노력이든 그 수고가 결실로 이어지면 참 좋겠다.
<문화경제 김응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