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3분기 우리나라의 순자금 운용규모가 전년 같은 기간보다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가계의 경우 주택매매가 늘면서 예금과 채권에서 돈을 빼고 대출을 늘렸다.
4일 한국은행(한은)이 발표한 ‘2023년 3분기 중 자금순환(잠정)’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7~9월) 국내부문의 순자금운용액은 17조9000억 원으로 1년 전보다 13조 원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2분기(3조6000억 원)보다는 14조3000억 원 정도 증가한 수치다.
자금순환이란 일정 기간 동안 경제부문간 금융거래와 금융자산·부채 현황을 체계적으로 기록한 통계로, 경제부문별 자금 과부족 현황이나 자금 운용 및 조달 행태뿐만 아니라 생산·소비·투자 등 실물거래와의 관계를 파악하는 데 유용하다. 자금운용 및 조달 차액은 해당 경제부문의 기간중 자금운용액에서 자금조달액을 뺀 값으로, 이 수치가 양(+)인 경우 순자금운용, 음(-)인 경우 순자금조달이라고 지칭한다.
부문별로는 먼저 개인사업자를 포함한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순자금 운용액은 전년 동기대비 7조3000억원(21.0%) 줄어든 26조5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분기에는 76조9000억 원을 기록해 한은이 현재 방식으로 통계 집계를 시작한 2008년 이후 사상 최대를 기록한 바 있다.
가계와 비영리단체의 순자금 운용이 감소한 이유는 자금운용이 축소된 반면 자금조달이 확대됐기 때문이다. 작년 3분기 가계의 자금운용 규모는 보험‧연금 준비금 및 채권이 줄고 금융기관 예치금과 지분증권 및 투자펀드가 늘어나며 2022년 3분기(43조3000억 원)과 비슷한 43조5000억 원을 기록했다.
이에 비해 자금조달 규모는 17조 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7조6000억 원 증가했다. 증권기관, 여신전문기관 등과 SPC(특수목적법인)‧대부업 외감법인 등을 포함한 기타 금융기관을 중심으로 같은 기간 차입이 2배 가량(5조8000억 원→12조9000억 원) 증가했기 때문이다.
송재창 한은 자금순환팀장은 “완화된 대출 규제에 따른 주택매매 증가세가 지속됐고, 주가 상승 기대에 따른 개인 매수가 확대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비금융법인 부문은 2022년 3분기보다 순자금조달 규모가 축소됐다. 이에 따라 순자금 조달 규모는 33조4000억으로 전년 3분기(57조7000억 원)보다 24조3000억 원 가량 즐어들었다.
법인기업의 자금운용은 금융기관 예치금과 상거래 신용 등을 중심으로 감소하면서 전년 3분기(10조9000억 원)보다 확대된 50조1000억 원으로 39조2000억 원 가량 금융자산 처분액이 폭증했다. 자금조달은 주식발행·상거래 신용 등이 줄면서 16조7000억 원을 상환해 전년 동기(46조7000억 원)의 순차입에서 순상환으로 전환했다.
자금운용에서 ‘-금액’은 기간중 금융자산 처분액이 취득액보다 많았음을, 자금조달에서 ‘-금액’은 금융부채 상환액이 차입액보다 많았음을 의미한다.
일반정부의 순자금 운용 규모는 7조1000억 원으로 1년 전보다 12조3000억 원 줄었다.
한편 지난해 3분기말 현재 국내 비금융부문이 보유한 금융자산 규모는 1경1357조3000억 원으로 2분기 말보다 71조3000억 원 감소했다. 같은 기간 상환의무가 없는 거주자 발행주식 및 출자지분과 직접투자를 제외한 금융부채는 29조6000억 원 줄어든 7368조 원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국내 비금융부문의 순금융자산은 3989조3000억 원으로, 금융자산/금융부채 배율은 1.54배로 전 분기말(1.54배)과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
<문화경제 한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