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63호 김금영⁄ 2024.01.05 09:44:57
2024년 갑진년(甲辰年) ‘청룡의 해’를 맞아 용이 전시장에서도 날아오른다. 용과 관련된 다양한 작품들을 볼 수 있는 전시가 새해부터 펼쳐진다.
국립중앙박물관, 상설전시관 곳곳에서 ‘용을 찾아라’전
국립중앙박물관은 상설전시관에서 ‘용을 찾아라’전을 열고 용과 관련된 전시품 15건을 소개한다. 이번 전시의 대상품은 1층 선사고대관과 중근세관, 2층의 서화관, 3층의 조각공예관의 전시품이다.
용은 십이지신 중 유일한 상상의 동물로, 낙타 머리에 사슴 뿔, 토끼 눈, 소의 귀, 뱀의 목, 개구리 배, 잉어 비늘, 매 발톱, 호랑이 발을 가졌다고 한다. 이처럼 초현실적 존재인 용은 강력한 힘을 갖고 있다고 믿어져 삼국시대 무덤 벽화부터 절터의 벽돌, 그림, 왕실용 항아리, 대한제국 황제의 도장까지 다양한 미술품에 등장했다. 각 작품에 표현된 용은 눈을 부릅뜨고 용맹하게 보이거나 사람을 닮은 친근한 표정을 하기도 하며 위엄있고 당당한 모습으로 나타난다.
고구려 강서대묘의 ‘청룡도’는 널방 동벽에 그려진 것으로, 죽은 자를 지키는 사신(四神)의 오랜 전통을 확인할 수 있다. 서화실에서는 가로, 세로 각각 2m가 넘는 대규모의 용 그림이 주목된다. 넘실거리는 푸른 바다 위에 먹구름에 겹겹이 싸인 용은 나란히 전시된 호랑이 그림과 함께 정월 초, 궁궐이나 관청 대문에 붙여졌던 것으로 추정된다. 옛사람들은 건물 입구에 이와 같은 용호도를 붙여 일 년 내내 재앙을 피하고 행운을 바랐던 것이다.
조각공예관에서는 청자와 백자에 나타난 용을 찾아볼 수 있다. 특히 왕실 항아리인 ‘백자 청화 구름용무늬 항아리’에 보이는 코발트 안료로 그려진 위풍당당한 오조룡의 모습은 ‘백자 철화 구름용무늬 항아리’에 표현된 간략한 용과 대비를 이룬다.
이번 전시품 15건은 상설전시관 각 층에 분포돼 있어서, QR 리플렛에서 안내지도와 목록을 내려 받으면 보다 쉽게 전시를 즐길 수 있다. 전시 리플렛은 누리집이나 전시장의 키오스크 등에서 내려받을 수 있다. 각 전시품 옆의 QR코드를 찍으면 전시품의 세부나 보이지 않는 뒷면, 비교 작품 및 CT사진 등을 볼 수 있다.
‘용을 타고 내려오는 소사’는 고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이 기증한 ‘고사인물화보첩’에 수록된 그림으로 영조대 화원 진재기의 작품이다. QR코드에서는 이 그림에 영향을 준 중국화보 ‘삼재도회’와 ‘열선전’의 삽화를 확인할 수 있다. ‘청자 용모양 향로’의 QR코드에서는 뚜껑의 CT 사진을 통해 보이지 않는 뚜껑 내부의 형태를 확인할 수 있다. 뚜껑 내부가 통째로 뚫린 것이 아니라 중간벽이 있음을 알게 되어 향로의 향이 용의 몸통을 굽이굽이 지나 입과 여의주로 피어오르는 것을 상상해 볼 수 있다.
국립중앙박물관 측은 “전시품을 둘러보며 용이 죽은 자를 지키는 서수 또는 불법의 수호자, 제왕의 상징, 재앙을 물리치는 신령한 동물로 여겨졌음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청룡은 동쪽을 지키는 수호자로 사신 중 가장 강력한 힘을 지녔다고 전해진다”며 “2024년, 청룡의 해를 맞아 상설실 곳곳에서 나쁜 기운을 물리치고 좋은 운을 가져오는, 특별한 용을 만나보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전시는 국립중앙박물관 상설전시관 9개실에서 4월 7일까지.
국립민속박물관, ‘용(龍), 날아오르다’ 특별전
국립민속박물관은 ‘용(龍), 날아오르다’ 특별전을 마련했다. 이번 특별전은 용에 얽힌 여러 문화적 상징과 의미를 소개하는 자리로, 우리 용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살필 수 있다.
전시는 크게 4가지 포인트를 따라간다. 먼저 비와 물을 상징하는 용의 의미를 따라간다. 국립민속박물관 측은 “오늘날 서구문화, 게임 등의 영향으로 용이라 하면 불과 악을 흔히들 떠올리지만, 이는 우리 용의 모습이 아니다. ‘비바람 따라 구름 가고, 구름 따라 용도 간다’는 속담이 있듯이 우리 민속에서 용은 비와 물을 상징하며 수신, 우신 등으로 나타난다”고 짚었다.
이어 “조상들은 농사에 필요한 물을 얻기 위해 용에게 비를 빌었고, 바다에 나가 물고기를 잡기 위해 용에게 풍어(豐漁)와 안녕(安寧)을 빌었다”며 “이번 특별전에 소개한 ‘농기(農期)’, ‘용왕과 용궁부인을 그린 무신도(巫神圖)’, ‘기우제 제문(祈雨祭祭文)’ 등을 통해 용에게 비와 물을 빌던 우리의 옛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열두 띠 동물 중 지명으로 가장 많이 쓰인 동물 용의 이야기를 따라간다. 2021년 국토지리정보원의 통계자료에 따르면, 전국 고시 지명 약 10만 개 중 열두 띠 동물 관련 지명은 4109개(4.1%), 이 중에 용 관련 지명은 1261개로 가장 많다. 용은 물 산다고 전해져 검룡소(儉龍沼), 용유담(龍遊潭) 등 예로부터 우리나라에는 용 관련 지명이 많다.
또한 용두산(龍頭山), 용두암(龍頭岩) 등 지형적 형태에서 유래한 용 관련 지명도 많다. 전시장에서는 ‘열두 띠 동물 관련 지명 통계’, ‘전국 용 관련 지명 분포’, ‘용 관련 지명 종류별 분포’를 확인할 수 있으며 영상을 통해 해당 지명의 현장을 만나볼 수 있다.
상상의 동물인 용을 바탕으로 탄생한 여러 예술품들도 볼 수 있다. ‘안 본 용은 그려도 본 뱀은 못 그린다’는 속담이 있듯이 용은 상상의 동물이지만 실존의 동물처럼 그려지는 일이 많다. 용의 모습에는 아홉 동물의 특징이 담겼는데, ‘머리는 낙타, 뿔은 사슴, 눈은 토끼, 귀는 소, 목덜미는 뱀, 배는 조개, 비늘은 잉어, 발톱은 매, 주먹은 호랑이’와 비슷하다고 전해진다. 이러한 용의 특징은 전시장에 있는 ‘운룡도(雲龍圖)’, ‘문자도(文字圖)’, ‘대모함(玳瑁函)’ 등의 그림과 공예품에 잘 나타나 있다. 이는 상상의 동물인 용을 형상화 시켜주며 마치 실존하는 동물처럼 느끼게 해준다.
친근하게 우리 삶에 스며들은 청룡의 존재도 살핀다. 대표적 예로 ‘청룡열차’는 우리나라 롤러코스터의 대명사다. 1973년 5월 5일 능동에 있는 서울 어린이대공원의 개장과 함께 운행을 시작한 청룡열차는 우리나라 최초의 롤러코스터다. 1세대 청룡열차는 1973년에서 1983년까지, 2세대 청룡열차는 1984년에서 2012년까지 운행했다. 이번 특별전에는 1세대 ‘청룡열차 체험 코너’를 마련해 놓았다. 1인칭 시점의 영상을 보면서 청룡열차를 타볼 수 있으며 기념사진도 찍을 수 있다.
또한, ‘MBC 청룡 야구공’, ‘한국 프로야구 원형 딱지’ 등을 통해 프로야구단 ‘LG트윈스’의 전신인 ‘MBC 청룡’의 흔적도 만나볼 수 있다. ‘청룡열차’, ‘MBC 청룡’ 등 청룡을 매개로 그때 그 시절의 추억을 전시장에 소환해 놓았다.
전시를 비롯해 이벤트, 학술강연회도 마련했다. 앞서 전시 개막일인 지난 12월 20일엔 ‘용(龍)하다, 용해’ 학술강연회를 열고, 제왕의 권위를 상징해 온 용이 아니라, 민간 신앙으로부터 풍요와 행운을 상징해 온 다채로운 용의 의미를 확인하는 시간을 가졌다. 또한 ‘민속문화’, ‘민화’, ‘신화’ 속에서 등장하는 다양한 용을 통해 민속에서 의미하는 용을 접했고, 용띠 특별전 전시기획자의 전시 소개와 더불어 특별전 전시해설을 진행했다.
전시 기간 중엔 ‘용오름’ 이벤트가 진행된다. 상상의 동물인 용은 용오름, 번갯불, 악어, 뱀, 돼지, 공룡 등에서 기원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이 중 용오름은 신비한 자연현상으로 실제로 보기 매우 어렵다. 전시장 입구에서는 용이 날아오르는 듯한 웅장한 모습의 용오름을 영상으로 만나볼 수 있다.
이번 특별전과 연계해 ‘용알뜨기’ 이벤트도 시작했다. 용알뜨기는 정월대보름이나 새해 첫 용날(上辰日) 새벽에 우물이나 샘에 가서 가장 먼저 물을 떠 오면 운수가 좋고 그 물로 밥을 해 먹으면 무병장수한다고 믿는 우리의 세시풍속이다. 이 내용과 의미를 알리는 취지에서 2주에 한 번씩 수요일이 되면 전시장에 있는 우물 속에 이벤트 선물 넣어놓아 맨 처음 발견하는 관람객이 가져갈 수 있도록 한다.
국립민속박물관 측은 “2024년은 청색에 해당하는 천간(天干) ‘갑(甲)’과 용에 해당하는 지지(地支) ‘진(辰)’이 만난 청룡(靑龍)의 해”라며 “이번 특별전을 통해 용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보고 하늘로 날아오르는 용의 기운을 받아 갑진년 새해에는 모든 일이 잘 풀리기를 기원한다”고 밝혔다. 전시는 국립민속박물관 기획전시실 2에서 3월 3일까지.
< 문화경제 김금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