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63호 김응구⁄ 2024.01.09 14:41:35
정원주 대우건설 회장은 지난 3일 신년사에서 “해외시장에 답이 있고, 해외에서 희로애락을 같이 하고 싶다”고 말했다.
올 한 해 대우건설의 눈은 해외시장을 향하고 있다. 그간 알차게 공들여온 만큼 굵직한 성과로 이어지도록 만반의 태세를 갖추고 있다.
정 회장은 지난해 10여 개국을 방문해 현지 시장을 점검하며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그 결과 뉴저지를 중심으로 한 북미, 나이지리아를 중심으로 한 아프리카, 싱가포르·인도네시아를 중심으로 한 동남아시아 등 세 지역을 축으로 각종 개발사업을 본격 추진할 계획이다.
정 회장은 “단순 시공만으로는 이윤확보와 성장에 한계가 있어 해외시장에서도 시행과 시공을 병행하는 디벨로퍼(developer)로 성과를 거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우건설은 그간 동남아 시장의 문을 꾸준히 두드렸다. 광폭 행보에 가까웠다. 그렇게 뿌린 씨앗들은 올해 열매로 맺어질 수 있을까? 무엇보다 어디서 수확할 수 있을까.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캄보디아, 베트남에 공들였던 지난 한 해를 돌아본다.
베트남 푸꾸옥에 ‘아이스정글’ 오픈… ‘동남아 겨울왕국’으로 각광
대우건설은 현재 베트남 수도 하노이에서 ‘스타레이크 시티’ 사업을 진행 중이다. 이는 하노이 서호(west lake) 주변에 186만6000㎡ 규모의 복합 신도시를 조성하는 건설사업이다. 단순 시공을 넘어 기획, 토지 보상, 인허가, 자금조달, 시공, 분양, 그리고 도시 관리·운영까지 사업 전 과정을 대우건설이 맡는다. 한마디로 한국형 신도시 수출 사업이다. 현재 1단계 사업에 이어 2단계 사업이 순항 중이다.
이 기세를 몰아 대우건설은 지난해 12월 25일 베트남 푸꾸옥섬 고급 주거 휴양단지에 디지털 테마파크인 ‘아이스 정글’의 문을 열었다. 전체 1만3000㎡ 규모다.
눈(雪)을 접하기 힘든 베트남에 얼음과 눈을 주제로 숲길을 만들었고, 다양한 미디어아트도 관람할 수 있다. 무엇보다 최첨단 기술을 녹여냈다. 기존 공간과 환경을 훼손하지 않고 야간에만 새로운 모습으로 탈바꿈하는 ‘나이트워크(nightwalk)’ 콘텐츠로 꾸몄다. 나이트워크는 야간형 테마파크 플랫폼을 말하는데, 여기엔 가상현실(VR)·증강현실(AR)·혼합현실(MR)·확장현실(XR) 등 실감 미디어 기술을 적용했다.
프로그램도 재밌게 구성했다. 얼음 결정(結晶)을 만들어내는 신비한 능력의 북극곰 ‘무어 동’의 스토리를 바탕으로 각각의 구역이 연결돼 있다. 또 두 곳의 미디어 존에선 3D 매핑 기술을 활용한 홀로그램 스크린, 인터렉티브 센서, 일루미네이션 조명 등을 선보인다. 다양한 테마의 미디어 쇼에선 동화 속 주인공이 된 듯한 즐거움을 준다.
아이스 정글 오프닝 행사는 16일에 열렸다. 이날에는 람 민타인 끼엔장성(省) 성장을 비롯한 관계자 700여 명이 참석했다.
조남일 대우건설 현장소장은 “아이스 정글은 캐릭터와 미디어아트를 결합한 신개념 미디어아트로 현실과 가상의 경계를 허물어 몰입감 있는 경험을 제공한다”며 “성인뿐만 아니라 어린이도 즐길 수 있어 가족 여행지인 푸꾸옥에 적합하다”고 말했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아이스 정글은 눈을 구경하기 어려운 동남아 현지인들에게 신선하게 다가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대우건설은 대표적인 해외 거점시장인 베트남에서 추가 사업을 확장하며 ‘K-건설’의 저력을 보여줄 것”이라고 전했다.
싱가포르 국부펀드 산하 케펠랜드·캐피탈랜드 CEO 면담
대우건설이 동남아 시장 공략을 본격화한 건 지난해 하반기부터다. 정원주 회장은 먼저 11월 27일과 28일 싱가포르를 방문했다. 이틀간 아시아 최대 부동산개발사인 케펠랜드(Keppel Land)와 캐피탈랜드(Capitaland Investment)의 최고경영자(CEO)를 만나 글로벌 부동산개발사업 협업 방안을 논의했다.
두 회사는 세계 최대 국부펀드 중 하나인 ‘테마섹 홀딩스(淡馬錫控股公司)’ 산하 국영기업이다. 테마섹 홀딩스는 싱가포르 정부가 지분 100%를 소유하고 있으며, 운용 자산 규모가 우리 돈 400조 원에 이르는 초대형 투자회사다.
정 회장은 27일 림 루이스 케펠랜드 CEO에 이어 28일 리 치 쿤 캐피탈랜드 CEO를 잇달아 만나, 싱가포르·베트남·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지역과 캐나다·미국 등 북미 지역 그리고 나이지리아 등 아프리카 지역에서의 부동산개발사업 확장·협업 방안을 함께 논의했다.
대우건설에 따르면 두 CEO 모두 거주용 부동산 개발과 산업용 부동산 개발사업의 협력방안에 높은 관심을 표했다. 더불어 현재 한국에서 진행 중인 자사 사업과 관련해 대우건설의 협조를 당부하며 “단기적인 사업 파트너가 아닌 장기적 관점의 협력방안 구축을 원한다”고 밝혔다.
한편, 정 회장은 이 기간 싱가포르에 글로벌 본사를 둔 방글라데시 최대 기업집단 써밋그룹(Summit Group) 무하메드 아지즈 칸 회장과도 만났다. 그 자리에서 방글라데시의 정유시설과 부동산개발사업 관련 협력방안을 논의했다.
인도네시아 신수도청 차관에 신수도 건설사업 참여 의사 전달
정원주 회장은 싱가포르 일정을 마치자마자 곧바로 인도네시아로 향했다. 이후엔 현지의 가장 큰 프로젝트인 신수도 건설사업과 인프라사업 그리고 도시개발사업 등 관련 사업 수주를 위한 면담을 이어갔다.
인도네시아는 현재 수도인 자카르타가 해수면 상승과 지반 침하 현상으로 피해가 커지고 있어, 동칼리만탄 지역으로 수도 이전을 서두르고 있다.
11월 29일 정 회장은 인도네시아 10대 부동산 디벨로퍼 중 하나인 찌뿌트라(Ciputra) 부디아사 사스트라위나타 CEO, 인도네시아·싱가포르에서 부동산개발사업을 진행 중인 시나라마스(Sinaramas) 묵따르 위자야 CEO를 만났다.
이 자리에서 정 회장은 베트남 하노이 신도시 개발사업 성과와 함께 침매터널, LNG 플랜트 분야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고 있음을 충분히 설명한 뒤, 향후 인도네시아에서 진행할 스마트 시티 건설사업, 신재생에너지 등 인프라사업 참여 의사를 전달했다.
30일에는 한국과 인도네시아 수교 50주년을 기념하는 경제협력포럼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선 아궁 위짝소노 인도네시아 신수도청 차관과 만나 다시 한번 신수도 건설사업 참여 의사를 밝혔다. 대우건설에 따르면 아궁 위짝소노 차관은 인도네시아 수도 이전에 따른 주택 공급 필요성을 강조하며, 한국의 선진 주택문화를 인도네시아 신수도에 접목하는 방안을 공동 연구하길 희망했다.
이날 포럼에서 대우건설은 인도네시아 최대 국영지주회사인 후타마 까리야(Hutama Karya)와 인프라사업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대우건설은 이미 인도네시아의 LNG 플랜트 사업과 건축 프로젝트 등에 참여해 현지 경험을 쌓고 있다. 이 때문에 정 회장의 이번 방문은 향후 대우건설의 현지 사업 다각화를 위한 네트워크 구축과 이를 통한 현지 시장 확대에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정 회장은 “인도네시아는 자원 부국이면서 수도 이전 같은 대형 사업이 진행되는 기회의 땅”이라며 “대우건설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LNG 플랜트, 침매터널, 도시개발사업 등의 인프라 구축에 성과를 낼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한 자리였다”고 인도네시아 방문을 평가했다.
캄보디아 경제 성장 위한 도시개발사업·인프라사업 논의
지난해 12월에도 정원주 회장의 광폭 행보는 계속 이어졌다. 이번엔 캄보디아로 날아갔다.
6일에는 캄보디아 프롬펜의 토지관리 도시건설부 청사에서 세이 삼 알 부총리를 만나 경제성장을 위한 도시개발사업과 인프라사업 등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정 회장은 “베트남 하노이 신도시 개발 노하우와 한국형 주거 모델의 장점을 도입해 캄보디아 국민 삶의 질을 향상하는 데 앞장서고 싶다”며 “대규모 인프라사업에도 적극 참여하고자 한다”고 대우건설의 현지 진출에 대한 지원을 요청했다.
이에 세이 삼 알 부총리는 “캄보디아 부동산 경기가 회복 중인 현시점이 투자개발 진출의 적기”라며 “정부의 적극적인 경기 부양정책에 발맞춰 대우건설 같은 선진 기업이 시장을 선도해주길 바란다”고 화답했다.
정 회장은 또 대형 상업은행이자 건설부동산 투자사인 카나디아 뱅크(Canadia Bank) 그룹 펑 규 세 회장, 물류·부동산·호텔·무역·금융 분야의 기업을 보유한 월드브릿지(WorldBridge) 그룹 리씨 시어 회장, 부동산·미디어·에너지·인프라 분야의 슈카쿠(Shukaku) 러 야오 종 사장 등과 현지 부동산개발사업을 포함한 건설사업 진출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정원주 회장의 방문을 통해 경제개발이 활발히 진행 중인 동남아시아에 대우건설을 알리고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성과를 만들어냈다”며 “이런 성과를 바탕으로 신시장 개척과 사업 확장을 끌어내 글로벌 건설 디벨로퍼로 성장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투르크메니스탄 지사 개소… 중앙亞 진출 교두보 삼아
대우건설은 중앙아시아 진출도 꾀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31일 투르크메니스탄 수도 아슈하바트에 지사(支社)를 개소하며 중앙아시아 진출의 전진기지를 구축했다.
정원주 회장은 이 자리에서 “대우건설은 민간기업 그 이상으로 한국과 투르크메니스탄 양국의 가교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것”이라며 “(투르크메니스탄) 지사 설립에 적극적으로 지원해준 양국 정부와 발주처 관계자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정 회장은 지난해 5월에도 투르크메니스탄을 방문해 세르다르 베르디무하메도프 대통령과 구르반굴리 베르디무하메도프 국가최고지도자 겸 인민의사회의장을 연달아 예방했다.
대우건설은 현재 투르크메니스탄에서 두 건의 비료 플랜트 공사 수주를 추진 중이다. 카스피해 연안인 발칸주 투르크멘바시시(市)의 ‘키얀리 요소·암모니아 비료 플랜트’와 아슈하바트 동쪽으로 500㎞ 떨어진 투르크메나밧의 ‘투르크메나밧 비료 플랜트’다. 이 중 키얀리 비료 플랜트에선 연산 115만5000t의 요소와 66만t의 암모니아를 생산한다.
이와 함께 아슈하바트 남서쪽 30㎞ 지역에 6만4000여 명이 거주할 스마트 신도시를 건설하는 ‘아르카닥 신도시’ 2단계 사업에도 참여하기 위해 타진 중이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이번 지사 설립을 시작으로 중앙아시아 시장을 개척해 미래성장 기반을 마련할 것”이라며 “‘국가대표 건설사’라는 자부심으로 투르크메니스탄에서 대우건설의 명성을 쌓아나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문화경제 김응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