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64호 김응구⁄ 2024.01.16 12:43:07
위스키 인기가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오히려 ‘열풍’에서 ‘광풍’으로 바뀌는 모양새다.
위스키 수입은 갈수록 늘고 있다.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국내 위스키 수입량은 2만8391t(톤)으로, 전년인 2022년 한 해 수입량(2만7038t)을 넘어섰다. 이 통계가 시작된 2000년 이후 최대치다.
이 기세를 몰아 유통업계는 새해부터 위스키 애호가들을 붙잡기 위한 판매 활동에 한창이다.
이마트는 지난 5~6일 이틀간 ‘발베니’ ‘맥켈란’ 등 인기 위스키를 할인해 판매하는 특가행사를 펼쳤다. ‘발베니 12년 더블우드’, ‘맥켈란 더블캐스크 12년’, 주로 하이볼로 사용하는 ‘산토리 가쿠빈’ 등 인기 제품 위주로 구성했다. 이마트는 새해 첫 대형 특가행사인 만큼 4만 병에 달하는 물량을 준비했다.
GS리테일은 새해 첫날부터 ‘커티삭’과 ‘커티삭 프로히비션’을 편의점 GS25와 주류 스마트오더 플랫폼 ‘와인25플러스’에서 판매하기 시작했다. 커티삭은 세상에서 가장 빠른 범선인 ‘커티삭(Cutty Sark)’을 모티브로 1923년 출시한 위스키다. 국내에선 20여 년 전에 큰 인기를 끌었다. GS리테일은 추억의 제품을 찾는 위스키 소비자를 주 공략층으로 설정했다. GS리테일 관계자는 “40∼50대에는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마케팅으로, 20∼30대에는 가성비로 어필하고 있다”고 말했다.
편의점 CU가 최근 발표한 ‘2022년 연령대별 위스키 매출 비율’을 보면 2030세대가 전체 53.3%를 차지했다. MZ세대가 위스키 소비를 이끌고 있다는 증거다.
위스키 회사들은 갈수록 젊은층 사로잡기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와 더불어 외식업계도 유명 위스키 브랜드와 협업한 메뉴를 잇달아 선보이며 ‘동반 성장’을 꾀하고 있다. 버거나 디저트 케이크와 컬래버레이션을 기획하며 색다른 경험을 추구하는 젊은 소비자 끌어모으기에 한창이다. 이를 통해 경쟁력을 갖추려는 전략이다.
수제버거가 선보인 테네시위스키 칵테일
수제버거 브랜드 다운타우너는 아메리칸 테네시위스키 ‘잭 다니엘스(Jack Daniel’s)’와 손잡고 지난해 12월 한 달간 연말 시즌 이벤트 ‘테이스티 홀리데이’를 열었다. 서울 주요 매장 5곳(한남·청담·안국·광화문·잠실)에서 잭 다니엘스를 베이스로 한 시즌 한정 칵테일을 선보인 행사다.
잭 다니엘스에 콜라를 섞은 ‘잭 앤 콜라’, 잭 다니엘스 애플과 토닉워터를 섞은 ‘잭 애플 앤 토닉’, 잭 다니엘스 허니에 진저에일을 섞은 ‘잭 허니 앤 진저’ 등 3종이다. 이들과 수제버거의 풍성한 맛이 어우러져 기존 외식 경험을 뛰어넘는 특별한 푸드 페어링을 선보였다.
미국서 가장 오래된 증류소, 잭 다니엘스
‘잭 다니엘스’는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미국 위스키다. 처음부터 옥수수, 호밀, 맥아, 누룩, 그리고 깨끗한 샘물 등 다섯 가지 원료로 만들고 있다. 그들의 전통 제조법인 목탄(숯) 숙성 과정을 거친다.
창시자 잭 다니엘(Jack Daniel)은 1850년 10형제 중 막내로 태어났다. 어린 나이에 집을 떠난 그는 위스키 증류기술자이자 루터파 목사인 댄 콜(Dan Call)의 가게에서 일했다. 당시 콜은 위스키 업체 레버랜드와 손을 잡았고, 잭은 파트너로 함께했다. 이후 레버랜드 측은 헌신적으로 일에만 매달리던 잭에게 사업 전체를 매각했다. 당시 13세에 불과한 그였지만 사업 수완만큼은 뛰어났다. 잭이 1866년에 등록한 증류소는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것으로 공인받았다.
남북전쟁(1861~1865년) 후 다른 위스키 사업자들이 저비용 생산방식으로 눈길을 돌렸을 때도 잭은 목탄 숙성법을 고집했다. 단풍나무로 만든 10피트(304.8㎝) 길이의 목탄 관(管)을 통해 한 방울씩 받아내기 때문에 한 병을 생산하는데 보통 10일을 넘겼다. 적잖은 시간과 노력이 들어가는 이 제조법은 정제되고 부드러운 맛으로 보답했다.
엄지발가락을 잃고 괴저병에 걸렸던 잭은 1911년 합병증으로 사망했다. 생전 결혼하지 않아 증류소는 여동생 피네타(Finetta) 부부의 아들인 렘(Lem) 모로우가 물려받았다. 렘은 금주법이 시행됐던 29년간 증류소를 관리했다. 이후 정치가가 돼 테네시주의 금주법 폐지에 일조했다. 그 역시 네 아들에게 증류소를 물려주고 1947년 사망했다. 네 형제는 위스키 생산을 늘려가던 중 1956년 미국 위스키 업체 브라운포맨에 운영권을 위탁했다.
평소 이 위스키를 말할 땐 ‘잭 다니엘스’라고 말한다. 흔히 말하듯 잭 다니엘이라고 하면 창시자를 가리키는 것이다.
싱글몰트위스키 들어간 디저트 케이크
투썸플레이스는 업계 최초로 스코틀랜드 싱글몰트위스키 브랜드 ‘글렌피딕(Glenfiddich)’과 컬래버한 시즌 한정 메뉴를 선보였다.
신제품은 ‘글렌피딕 싱글몰트 케이크’, ‘윈터 페이버릿 하이볼 글렌피딕 에디션’, ‘글렌피딕 싱글몰트 슈톨렌’ 등 세 가지며 한정수량이다.
이 중 글렌피딕 싱글몰트 케이크는 글렌피딕을 넣은 초콜릿 가나슈(Ganache)에 마스카포네 생크림과 딸기 루바브 꿀리를 더해 위스키의 깊은 풍미와 고급스러운 향을 맛보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물론 성인 대상 제품이다.
싱글몰트위스키 마켓 리더 ‘글렌피딕’
‘글렌피딕’은 전 세계 싱글몰트위스키 마켓 리더로서 시장을 이끌어가고 있다. 싱글몰트 판매량으로는 세계 1위다. 글렌피딕은 게일어로 골짜기라 뜻의 ‘글렌(Glen)’에 사슴의 ‘피딕(Fiddich)’을 더한 단어다.
설립자는 윌리엄 그랜트(William Grant). 그는 1886년 가족과 함께 중고 증류기를 사서 스코틀랜드 스페이사이드(Speyside) 지역에 증류소를 세웠다. 이어 1887년 크리스마스에 싱글몰트위스키 글렌피딕을 시장에 론칭했다. 전 세계 최초로 첫 싱글몰트 위스키가 등장한 순간이다.
1893년에는 한국에서도 인기가 좋은 ‘발베니’ 증류소를 설립했다. 1974년 9월에는 영국 여왕 엘리자베스 2세로부터 위스키 업체 중 최초로 ‘퀸스 어워드(Queen’s Award)’를 수상하기도 했다.
1887년 첫 증류 이후 지금까지 전통적인 생산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원액 숙성 통을 만드는 기술자부터 증류·숙성·병입 전 과정을 책임지는 몰트 마스터(malt master)까지 수십 명의 전문가가 전통 방식으로 글렌피딕을 생산한다. 스페이사이드 지역 청정수인 ‘로비듀(Robbie Dhu)’와 선별된 최고급 맥아는 풍부하고 개성 있는 맛과 향을 낸다.
글렌피딕 본사인 윌리엄 그랜트 앤 선즈는 로비듀를 보호하고자 수원지 인근 지역을 포함한 토지 150만 평을 구매해 천연상태로 보존하고 있다. 글렌피딕은 현재 전 세계 220여 개국에서 사랑받는 싱글몰트위스키로 자리 잡았다.
국내에 들어온 건 2009년의 일. 그해 글렌피딕 본사인 윌리엄 그랜트 앤 선즈의 한국법인이 설립됐다.
버번위스키와 함께한 한정 메뉴 버거
SPC가 운영하는 파인캐주얼 브랜드 쉐이크쉑은 지난해 연말 시즌에 맞춰 버번위스키 브랜드 ‘메이커스 마크(Maker’s Mark)’와 함께 ‘버번 베이컨 버거’ 2종을 한정 메뉴로 선보였다.
메뉴는 ‘버번 베이컨 쉑’과 ‘버번 베이컨 치킨’으로 구성했다. 핵심은 소스다. 쉐이크쉑은 메이커스 마크, 베이컨, 어니언을 오랫동안 끓인 후 알코올은 날리고 버번 특유의 스모키한 풍미를 입힌 ‘베이컨 어니언 소스’를 만들어냈다.
버번 베이컨 쉑은 베이컨 어니언 소스, 화이트 체다치즈를 녹인 비프 패티, 바싹 튀긴 어니언, 쉑소스로 구성했다. 버번 베이컨 치킨은 수비드 조리 후 바싹 튀긴 치킨 패티에 화이트 체다치즈, 베이컨 어니언 소스, 피클을 더했다.
쉐이크쉑은 또 특유의 하이볼 레시피에 메이커스 마크를 활용한 ‘쉑 하이볼’도 함께 출시했다. 이 역시 전 매장에서 한정 수량 판매했다.
쉐이크쉑 관계자는 “버번 베이컨 시리즈는 메이커스 마크와 쉐이크쉑의 시그니처 메뉴들이 만나 탄생한 독특하고 재밌는 시즌 한정 메뉴”라며 “앞으로도 쉐이크쉑만의 맛과 매력을 지닌 다양한 메뉴를 선보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빨간 왁스가 상징인 ‘메이커스 마크’
‘메이커스 마크’의 역사는 178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스코틀랜드·아일랜드계 이민자인 로버트 사무엘스(Robert Samuels)는 미국 켄터키로 이주, 자신과 이웃을 위해 위스키를 만들었다. 이후 손자인 T.W. 사무엘스가 1840년 가문 최초의 민간 증류소를 세웠다. 바로 이곳에서 7대에 걸친 명성이 시작됐다. 현재는 빌 사무엘스 주니어가 7대째 가업을 잇고 있다.
메이커스 마크는 일반적인 버번위스키나 테네시위스키와는 차별화된, 북미지역에서 유일하게 수제품으로 생산하는 슈퍼 프리미엄 버번위스키다. 오랜 기간에 걸쳐 소량만 생산한다. 2002년 19세기 전통 방식으로 설계된 두 번째 증류소가 완공됐으며, 2008년에는 한국에 처음 출시됐다. 여러 매각 과정을 거친 후 2013년 일본 산토리 소유가 됐다.
미국 위스키임에도 불구하고 라벨에 ‘whisky’로 표기하고 있다. 미국과 아일랜드의 위스키는 대체로 ‘whiskey’라고 표기하지만, 창립자가 스코틀랜드·아일랜드계여서 whisky를 사용했다고 알려졌다.
개성 있는 병 모양과 흐르는 듯한 빨간색 왁스는 메이커스 마크만의 상징이다. 왁스 봉인은 사람의 지문처럼 병마다 각각의 고유한 모습을 띠고 있다. 뜨거운 왁스가 장인들의 스타일과 몸의 움직임에 따라 다른 모양으로 굳어지기 때문이다.
<문화경제 김응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