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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현장] 다시 돌아온 ‘볼로냐 일러스트 원화전’…커진 규모로 아이·어른 동심 자극

CxC 아트뮤지엄서 개막…일러스트 작가 80명의 원화작품 약 400여 점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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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제764호 김금영⁄ 2024.01.23 15:34:55

'볼로냐 일러스트 원화전' 전시장 입구. 사진=김금영 기자

아이들은 물론 어른들의 동심까지 자극하는 그림책 일러스트 원화 전시가 마련됐다. 지난해 예술의전당에서 열렸던 ‘볼로냐 일러스트 원화전’이 다시 한국을 찾았다. 전시 전문기획사 씨씨오씨(대표 강욱)는 4월 21일까지 서울 광진구 소재 CxC 아트뮤지엄에서 ‘볼로냐 일러스트 원화전 57th’을 연다.

특히 이번 전시는 올해 한-이탈리아 수교 140주년을 기념하고 60년 동안 이어진 ‘볼로냐 아동 도서전’을 기념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볼로야 아동 도서전은 이탈리아에서 일곱 번째로 큰 도시이자 최초의 대학이 있는 볼로냐에서 열리는 아동 도서 박람회다. 1964년부터 열리기 시작해 현재까지 60년 동안 이어져 역사와 전통을 자랑한다.

여행의 설렘을 표현한 작품들이 전시된 '여행' 섹션. 사진=김금영 기자

볼로야 아동 도서전은 해마다 세계 80여 국가에서 1500개 이상의 출판사와 멀티미디어 업체가 참여하는 세계 최대, 최고 규모의 아동 도서 박람회로 알려졌다. 박람회 기간인 4일 동안 3만여 명이 넘는 관람객이 방문할 정도로 인기가 높은 세계적인 그림책 축제이기도 하다.

그중 볼로냐 일러스트 원화전은 도서전의 핵심 프로그램이다. 도서전이 시작된 해보다 3년 후인 1967년부터 시작해 지난해 57회를 맞이했다. 전문가들로 구성된 심사위원들이 선정한 70~80여 명의 일러스트 작가들에게 작품 전시 기회를 제공한다. 매년 70여 개국, 3000명이 넘는 아티스트들이 이 공모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어 최신 일러스트 트렌드를 읽어볼 수 있고, 재능 있는 일러스트레이터들이 총집합하는 축제의 장이라고 할 수 있다.

로렌조 산지오가 그린 고양이는 마치 사람처럼 옷을 입고 책을 읽는 등 사회적인 모습이 눈길을 끈다. 사진=김금영 기자

지난해 예술의전당에 이어 이번엔 이 전시가 CxC 아트뮤지엄을 찾았다. CxC 아트뮤지엄은 씨씨오씨가 운영하는 단독 전시 공간으로, 지난해 전시보다 규모를 키웠다. 이번 전시엔 지난해 선정된 일러스트 작가 80명의 원화작품 약 400여 점이 전시된다. 지난해 제57회 공모전엔 91개 국가 및 지역의 4345명의 아티스트가 참가해 역대 최고의 경쟁률을 기록했고, 2%만이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로 선정됐다.

여행·동물·연결·미디어존·일상 다섯 가지 큰 주제

전시를 관람 중인 관람객. 사진=김금영 기자

전시는 넓은 공간을 활용한 다양한 연출로 관람객을 만난다. 특히 동물들, 여행, 연결, 미디어존, 일상 등 큰 주제의 다섯 가지 섹션으로 구분됐다. 첫 섹션 ‘여행’은 전시로의 여행을 떠나는 시작을 연다. 세계 곳곳 어디엔가 존재할 것만 같은 다채로운 풍경이 관람객의 눈길을 끈다. 그러면서도 일상 속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마음을 표현하는 그림들도 전시됐다.

두 번째 섹션에서는 귀여운 ‘동물’들을 만날 수 있다. 동물들이 바라보는 세상은 어떨지, 우리와 가까이 있으면서도 동시에 비밀스러운 세계를 간직한 동물들의 흥미로운 모습을 따라간다. 로렌조 산지오가 그린 고양이는 마치 사람처럼 옷을 입고 책을 읽는 등 사회적인 모습이 눈길을 끈다. 엠마 아커만이 그린 쥐는 나무 기둥에 집을 만들고 유유자적한 일상을 살아가는 모습이 힐링을 전해준다.

전시장은 마치 동화책에 들어온 듯한 구성이 눈길을 끈다. 사진=김금영 기자

세 번째 섹션 ‘연결’은 보다 우리의 세계로 연결된다. 누군가와 연결되지 않고 살아가기 힘든 세상 속 연결은 소통하는 역할을 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불협화음이 생기기도 한다. 이곳에 전시된 그림들은 자신과 연결된 많은 이들을 떠올려 보며 그 속에서 자신이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고찰하도록 이끈다. 마냥 동화적인 풍경을 벗어난 현실의 풍경을 가장 반영한, 여러 생각할 거리를 던지는 섹션이기도 하다.

예컨대 벤자민 필립스는 다양한 국적과 인종이 혼용한 그림을 통해 복잡해 보이지만, 또 한편으로는 다채로운 세상의 풍경을 보여준다. 율리아 르베리타나의 ‘전쟁 일기’는 우크라이나 전쟁의 참상을 그리면서도 전쟁이 있던 곳에 하루빨리 평화로운 일상이 찾아오기를 바라는 염원을 담았다.

율리아 르베리타나의 '전쟁 일기'는 우크라이나 전쟁의 참상을 그리면서도 전쟁이 있던 곳에 하루빨리 평화로운 일상이 찾아오기를 바라는 염원을 담았다. 사진=김금영 기자

세 번째 섹션과 네 번째 섹션 중간엔 ‘볼로야 국제 일러스트상 2022 우승자 특별전’ 공간도 마련했다. 볼로냐 국제 일러스트상은 어린이 책의 가능성을 발견하고 독서를 장려하려는 의도로 2009년 만들어진 상으로, 35세 미만의 젊은 일러스트레이터를 대상으로 한다. 스페인 출판사 SM이 세계 시장에 출시할 그림책 개발을 위해 수상자에게 1만 5000달러의 상금을 지급하고, 이렇게 제작된 그림책의 원본 일러스트는 책으로 출판되며 다음해 볼로냐 아동 도서전에서 특별전을 통해 소개된다.

이번 전시엔 볼로냐 국제 일러스트상의 12번째 우승자인 멕시코 출신의 안드레스 로페즈의 작품을 전시한다. 그는 단순히 하늘을 바라보는 것부터 시작해 결국 우리를 둘러싼 모든 것들에 호기심을 갖는 태도에 대한 중요성에 대한 이야기를 작품으로 풀어냈다.

'볼로야 국제 일러스트상 2022 우승자 특별전' 공간에 멕시코 출신의 안드레스 로페즈의 작품이 전시됐다. 사진=김금영 기자

네 번째 섹션은 ‘미디어존’으로 볼로냐 일러스트 원화전 관련 워크숍 현장을 둘러볼 수 있는 영상을 구성했다.

다섯 번째 섹션의 주제는 ‘일상’이다. 출퇴근길 버스 정류장, 아침을 여는 커피, 비 온 뒤 하늘을 머금은 물웅덩이 등 특별하진 않지만 마음이 편안해지는 일상의 모습을 담은 그림들을 볼 수 있다. 헨리케 모레이라는 코로나19 사태 때문에 집 밖에 나가지 못했던 사람들이 ‘언제쯤 다시 밖에 나갈 수 있을까’ 궁금해하며 바랐던 평범한 일상을 그렸다. 옐란 슈의 ‘하지만 먼저, 커피부터’는 작품명에서도 유추할 수 있듯 일상화된 커피 문화를 제각각의 일상에서 향유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눈에 띈다.

옐란 슈의 '하지만 먼저, 커피부터'. 일상화된 커피 문화를 제각각의 일상에서 향유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눈에 띈다. 사진=김금영 기자

전시의 마지막엔 특별 섹션이 구성됐다. 국내 그림책 출판사 25개사가 소속된 한국그림책출판협회와 함께 마련한 자리다.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로 선정된 작가들의 일러스트 작품과 책으로 출간된 다양한 그림책을 동시에 볼 수 있게 구성했다.

이번 전시의 공식 포스터도 눈여겨볼 만하다. ‘2023 비주얼 아이덴티티’ 이미지 20개 중 두 명의 일러스트레이터 안드레 로슬러, 다비드 보나치의 이미지로 제작됐다. 2023 비주얼 아이덴티티는 지난 10년 동안 볼로냐 일러스트 원화전의 도록 표지를 제작했던 일러스트레이터들 중 20명의 최종 후보들이 선정돼 작업했다. 여러 명의 일러스트레이터들이 모여 새롭게 조화를 이룬 이미지를 표현했으며, 개인이 아닌 그룹일 때 더욱 조화로울 수 있다는 의미를 지녔다.

'볼로냐 일러스트 원화전' 전시장 일부. 사진=김금영 기자

한편 전시를 선보이는 씨씨오씨는 2013년도에 설립된 전시 전문기획사로 2015년 ‘안토니 가우디전’, 2017년 ‘무민 원화전’, 2019년 ‘에릭 요한슨 사진전’ 등을 기획, 2021년 ‘앤디 워홀: 비기닝 서울’, 2022년 ‘어느 봄날, 테레사 프레이타스 사진전’을 더현대서울에 선보였다. 지난해엔 ‘볼로냐 일러스트 원화전 56th’과 ‘미키 마우스 나우 앤 퓨처’를 예술의전당에 꾸렸다.

2022년 11월 18일 롯데시네마와 손잡고 CxC 아트뮤지엄을 개관, 같은 해 11월 ‘집 안의 초현실주의, 헬가 스텐첼 특별전’, 지난해 6월 ‘앙리 마티스 특별전’을 개막했다. 올해 1월 12일부터는 세계적인 유적 ‘폼페이 유물전’을 더현대 서울에서 동시에 진행 중이다.

한국그림책출판협회와 함께 마련한 특별 세션.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로 선정된 작가들의 일러스트 작품과 책으로 출간된 다양한 그림책을 동시에 볼 수 있게 구성했다. 사진=김금영 기자

< 문화경제 김금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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